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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60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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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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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마지막 절기 상강 무렵에 태어난 아이

단풍은 서리를 맞아 체관이 막히고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아 쌓여있던 엽록소를 모두 흡수해버려 초록빛을 잃게 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기위한 준비를 한다

서리는 식물을 얼려죽여버리는 부정적인 존재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해서 문학 속 고통 시련 아픔을 상징하는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그런 서리의 기운이 강한 때에 태어난 나의 운명적 기운이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점점 메말라가게 했을지도 

서걱서걱 소리나는 모래밭길에 서서 뿌리 내리지 못한 나무 한그루로 

그늘조차 만들지 못해 새들의 쉼터도 되지 못해 

홀로 서서 스스로 쓰러지지도 못해 

바람이 모래를 휘몰아 나가 뿌리가 드러나 뽑히길 기다렸을지도



서리가 내리면 세상은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연두빛 녹색이 짙푸른색으로 채우던 세상이 알록달록 노랑 빨강을 더욱 화려해지며 서로 잘났다고 뽐내기 시작한다

수확의 계절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의 결과가 누구보다도 알차서 먹고사는 일은 걱정할 일이 없어 팔자가 좋은 때라고 한다


내가 겪은 서리는 힘겨움이였으나

지금 맞이한 서리는 다채로운 색을 선물해주는 축복이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꽃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아귀한테 밑에서 한장, 정마담한테 밑에서 한장,

나한테 한장. . . "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거에 내 돈 모두와 내 손목아지 건다.

쫄리면 뒤지시던지"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마라 그런거 안배웠어?"

"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 다들 입다물고 치기나 해 한판을 못이기면서 말들은 많어 지기만해 오늘부터 밥 없어"


우리집 거실 가득 긴장감이 차곡차곡 쌓여 숨통을 조여온다

고요 속에 요란한 전투가 치열하게

호수 물 밑에 오동치는 백조의 발사위처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한 

눈빛들이 맴돈다



"아부지라고 안 봐 줘"

"이 자식아 내가 널 어찌 키웠는데 겨우 이딴걸로~ 쌌다 쌌다 선재 너 쌌네"

"어머어머 우리 사위 또 쌌어? 어쩌나 벌써 세번째네 고마워라 나머지 패가 내게 있었네~~"

"엄마 조용히 해 아무래도 이상해 둘이 짠거지? 선재야 정신차려"



아부지 어머니 나 셋이 고스톱을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계속 나만 몰린다

처음엔 용돈드린다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한번 두번 지기 시작하니 알 수 없는 뜨거운 것이 속에서부터 밀려올라온다

테이블 위에 놓은 판돈 모두 내 지갑에서 나온 돈

내돈으로만 판이 돌아가는 꼴이 아마도....꾼들에게 당한 듯

옆에서 지켜보는 솔이도 고개를 꺄웃거리며 이상하다고 꿍시렁거리지만 판세는 이미 저쪽으로 넘어간 듯 하다

지갑은 이미 다 털렸고 돈없다는 핑계로 판을 깨려했으나 은행 앱에서 이체하면 된다시더니 아에 자주 이용 계좌번호로 저장해 놓고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하신다

오늘 작정을 하고 오셨나보다



"왜들 이래? 아들 벗겨먹을라고 작정했어? 어머니두 사위 아니고 아들이라면서요? 아들이 돈 다 털리는거 보고싶으세요? 솔이랑 손가락 쪽쪽 빨며 굶으면 안쓰럽잖아요"

"사위 미안~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지~~ "

"선재 엄마 오늘 아들 덕 좀 보자 방해하지 말고 가만히 남편응원해~"


온몸으로 박수를 치시며 엄마 사진을 향해 춤추고 웃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작년과 다른 감정이 전해졌다

즐거운 날이지만 즐거워만 할 수 없었던 날

울 엄마 생일

생신이라는 명칭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뭐가 그리 급해서 쏜살같이 가버리셨는지 

매년 반복될때마다 아부지와 나는 케이크와 함께 엄마가 좋아하는 꽃한송이 두고 다 식은 미역국에 눈물 뚝뚝 흘리며 보냈다

장인 어른 제사날에 전부치며 준비했던 날 

슬픔  대신 기쁨이 가득 찼던 그날의 온도가 무척 좋았다

남자 단 둘이 보내던 쓸쓸함을 이젠 느끼고 싶지 않아서 장모님께 부탁드렸다

처음엔 예의가 아니라고 사양하셨지만 

생일은 생일답게 왁자지껄 떠들며 보내고 싶다는 아부지 부탁에 갖가지 음식과 모든 식구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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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맞아 앙상한 가지만 힘겹게 들고 하늘을 부끄러워하며 고개 숙인채 살아가는 줄 알았던 나무 끝에 노란 단풍잎이 손짓하며 팔락거리고 있었다

아직 여기에 너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고 

계속 숨쉬며 살아 달라며 작은 잎사귀 마디 끝 조그마한 주먹쥐고 낑낑대서 달려있었다

겨우 잎사귀 하나의 팔랑거림에 순간적으로 희망을 걸고 싶어진 나의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싶어 나뭇가지를 흔드는 데 

질기게도 버티고 있었다

저렇게도 독하게 버티나싶은 마음에 고개돌려 본 시선 끝에

나뭇잎이 뭉텅이로 모여 있었다

이곳저곳 사방 끄트머리에 옹기종기 모여 내가 보든말든 자기들끼리 내 흉도 보고 힘도 불어 넣어주며 지켜주고 있었다

그 맨 마지막 자리에 위풍당당하게 파닥거리며 나무가지를 휘감아 도는 바람과 싸우는 노란 단풍잎 솔이 있다



"어어어어? 아부지 손손!!선재야 아부지 소매 !"

"이럴 줄 알았어! 패 숨기고 사기를 치나? 믿을 사람 없어 백인혁 잘했어"


아들 둘 다 쓰잘데기 없다고 승질내시며 판을 엎어버리고 재빠르게 자리를 피해 도망가는 아부지 바지허리를 붙잡고 매달려 

껴안고 뒹굴며 웃음이 온 몸에 묻어 폴폴 날린다




TqHPeN

 

잔치날 신명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모두 한덩어리로 뭉쳐 놀았다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한가운데 아부지 양옆에 나와 인혁이가 나란히 누웠다

어렸을 때 비바람 부는 날 천둥소리 무섭다고 아부지 품에 안겨 잠들었던 추억이 떠올라 은근 슬쩍 아부지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들 난 네 색시 아니다 앵기지 마라"

"아들내미가 애교부려보는데 좀 받아줘"

".....네 엄마가 참 따뜻했어 나도 네 엄마가 안아 줄 때 좋아서 ...너도 그 기억 잊지말라고 많이 안아줬었다"



나도 기억한다

아부지가 울면서 아부지 품에 남은 엄마의 마지막 체취를 내게 전해주시며 간직하자던 그 순간

나이 들었어도 지금도 아부지 품에선 엄마 냄새가 난다

매번 아부지를 안아주면서도 엄마에게 안기는 느낌이 든다

포근하고 따뜻한 감촉

꿈 속에서 오랜만에 엄마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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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효자는 개뿔"


등짝이 시원하게 마찰을 이루고 찰진 소리와 함께 온 몸의 감각이 단번에 눈을 뜬다

어린시절 늦잠자고 싶어 꾀부리던 날 등짝 스매싱으로 깨우시던 그날처럼 온 힘 집중해서 때리며 잔소리하는 아부지께 투정부렸다


"오랜만에 밤새 안아주더니 왜 아침부터  때려?"

"니가 밤새 나랑 있었다고? 쇼하냐? 입 다물고 나와 솔이 깰라"


분명 난 거실이였는데

아부지랑 같이 손잡고 잤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침실?

내가 안긴 사람이 아부지가 아니라 솔이였다고?

습관처럼 자석처럼 솔이에게 딱 붙어버렸나?



"아들 장가가면 더이상 아들 혈육이 아니라 동포일 뿐이라더니 그말이 맞네 기억 안나? "


새벽녘 어슴프레 해가 떠오르는 빛을 따라 꾸물거리며 일어나더니 침실로 쓰윽 들어갔다고

거실에 남은 아부지와 인혁이만 서로를 의지하며 내 욕하고 잤다고 했지만 전혀 기억이.....잘 난다

자다 깨서 잠이 채 빠지지않은 눈에도 솔의 모습을 담아야 다시 잠이 잘 오고 

따뜻하고 향긋한 솔을 안고 도닥이며

말랑말랑 보들보들한 솔이 손 잡고 있어야 행복해서 

잠에 취한 척 움직였는데 들켰다



"아들~~ 너 솔이에게 잘해라 "

"나 잘해"

"솔이가 날 얼마나 챙기는지 모르지? 무심한 아들은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인데 울 며느리는 매일같이 전화에, 가게로 와서 같이 밥도 먹어주고 살갑다 이번에 엄마 생일상도 솔이가 다 차렸어"

"알어 그래서 더 잘하려고 . 내가 솔이랑 잘 살면 아부지도 좋잖아 연락 안한다고 삐치지말고 그시간에 아들이 행복하려니 해"

"그래도 솔이 적당히 안고 살아라 아까보니 쪼꼬만 애를 네가 너무 꼭 안아서 숨막히겠더라"

"아부지한테 배워서 그래 엄마한테 맨날 아빠가 안겨있었잖어"

"내가 안아줬어"

"엄마가 아빠보다 키 커 고목나무 매미처럼 매달려있어놓구"



엄마 납골당을 오랜만에 찾았다

새롭게 사진도 꽃장식도 달려있는 것이 역시 솔의 손길이 닿았음을 보여준다

언제 왔었냐 같이 오지 그랬냐 말하면서도 

한결같이 티내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솔의 든든함을 오늘도 느낀다


사람은 받은만큼 베푼다고 한다

가을 서리에 상처받고 낙엽 쏟아내는 줄로만 알았지만

색을 바꿔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더 모아 애정을 전해주는 방법이 될 줄은 몰랐다

솔이로 인해 휘황찬란해진 삶의 색색 속에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반기며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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