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
코를 간질이는 꽃향기
검은 머리카락을 톡 건드리는 바람
볼을 두드리는 햇살
눈이 시린 푸른 하늘
세상은 다채로운 색을 띄지만
우리는 어둠 속에 서 있다
절망의 바다 위 두 개의 섬
우리의 소풍은 끝났다
설렘이 암울로
기대는 슬픔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도 읽히지 않는 어둠만 가득한
내 모습만 담긴
검은 눈동자
별이 떨어진다
하나에 하나가 더해져 점점 큰 원을 그리며
은하수가 땅에 내려와 앉았다
너와 나 사이
점점 깊이와 폭도 가늠할 수 없는 물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도 널 부서버린 자의 변명일 뿐
내가 꺾어버린 날개
나 살자고 또다시 솔을 묶어 놓을 수 없다
어떤 결말이 우리에게 놓여있는지 알지만 외면하고 싶다
머리로는 보내야한다
가슴으로는 그럴 수 없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30cm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거리
"솔아 ......"
"처음엔 미웠어 날 이렇게 만들어 놓은 사람이 내가 바라보던 별이라니
어둠으로 밀어 쳐박아버린 사람이 화려한 불빛 아래 반짝이고 있다는 것이
억울했어 나혼자만 나만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릴수록 당신은 훨훨 날아오르는 것을 보면서
내 좌절 , 절망, 죽음까지 생각하게 한 사람이 나를 살고 싶게 한 사람이라는 것이"
애써 담담한 척 떨리는 목소리를 꾹 누르며 한마디씩 힘겹게 내뱉는 솔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내가 솔의 화려한 미래를 빼앗았으니까
나보다 더 아름다울 솔의 희망을 절망의 물감으로 덮어버렸으니까
솔의 평화를 짓밟고 올라선 조명 아래서 나는 행복했으니까
뿌리부터 내 것이 아닌 솔의 웃음을 모두 빨아들여 피운
솔의 피 묻은 절규를 먹고 자란 꽃
그것이 나였으니까
꽃 한 송이가 바닥을 향해 내려간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중력으로 꽃을 부른다
사랑이라는 거짓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의 겹겹 꽃묶음으로 만들어진
더 이상 하늘을 볼 자격이 없는 해바라기의 고개가 떨궈진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죽음의 강 에리다누스의 별자리가 펼쳐진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여 자만의 질주를 하다 떨어져 죽었다는 파에톤
혹시 나는 신이고 싶었을까
솔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살릴 수 있다고, 살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인간의 자만이
솔을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으로 살게 한 것이었을까
내가 받아야 할 벌을 솔이 받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동안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거야? 그래서 모른척 한거야?"
"솔아 미안해 정말 .....그렇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고 싶지 않았다
널 보내야한다는 말
널 잃고 싶지 않다
너무 간절했을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솔아 널 잃고싶지 않았어 나만 모른척하면......"
진실을 외면한 자의 최후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감정의 동요조차 느껴지지 않던 솔의 눈이 나를 본다
분노도 아닌 증오도 아닌
어떤 감정인지도 읽을 수 없다
"난 다리를 잃었지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잃었잖아
난 당신 때문에 다시 살고 싶어졌는데 당신은 나 때문에 점점 죽어가고 있잖아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영혼이 죽은 채......
휠체어에 갇힌 육신만 죽은 나보다 더 한 지옥에서 ......
당신이 그날 미안하다고 그런데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숨 쉬게 해달라고
미워 정말 미워 그러니까 내 옆에서 내 미움 설움 다 받으면서 살아
제발 살아있어줘 "
지옥으로 향하는 에리다누스의 별자리를 본 적이 있는가
저승으로 가는 계단
절망의 바다의 밑바닥에서 본 적이 있는가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끝에서 보이는 별을 따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간다
그곳은 천국이었다
하늘거리는 커튼 사이로 보이는 네 모습
까르르 자지러지듯 쏟아지는 네 웃음
언제든 내 품 안에 가둬 영원을 약속한다
또 꿈이네.......
그럼 그렇지
짙은 한숨과 이유 모를 눈물
뺨을 타고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작은 배가 거슬러 올라온다
소리도 없이 파장도 없이
물길을 서서히 지워간다
돌아갈 길 없는 작은 배가
삭막한 땅 위에 올라선다
배의 삶을 버리고
거친 땅에 닻을 내린다
스스로의 운명을 버린,
아니 선택한 작은 배
" 선재야 선재야 아직도 네 세상은 밤이니? 선재야 이젠 일어나야하지 않을까? 일어나~~"
환청이 들린다
한동안 괜찮았는데.....
"아야"
"꼭 한대 맞아야 일어나?"
꿈이라기엔 진짜 아프다
부은 눈을 비비고 억지로 일으킨 내 앞에 입을 앙다물고 작은 주먹을 쥔 솔이 보인다
"왜 또 울어. 몇 번을 말해. 안 간다고 절대 안 간다고, 내가 널 죽였으면 죽였지 절대 혼자 죽게는 안둘거라고. 같이살자 "
"사랑해 솔아"
솔의 단호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날 일으킨다
숨쉬게 한다
나를 잃어도 좋다
내 전부를 던져
나의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해도
너와 함께라면
너라면
운명을 거스른 나
운명을 선택한 너
운명에 몸을 던진 나
운명의 물길을 끊어버린 너
더이상 침전하는 꿈을 꾸지 않는다
내 삶에 더 이상 절망의 강은 없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파에톤의 황금마차
태양의 권위를 탐했던 그가
달의 여신의 눈물로 구원받았다
태양을 몰래 훔쳐 볼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함께 할 수 있는 운명으로
나역시 누군가에겐 빛이 될 수 있다고
넌 나의 구원자 savior.......
1 https://theqoo.net/dyb/3288541535
2 https://theqoo.net/dyb/3289541139
3 https://theqoo.net/dyb/3291080369
괜찮다면 솔 시점도 해볼까요 .... 아니면 쭈그리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