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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31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2,020 9
2024.07.31 04:09
2,020 9

온몸이 바늘로 찌르듯 날카로운 자극에 파묻힌다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움직여보려고 애써보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버겁다

손가락 발가락을 들어올린다는 작용이 생각보다 우습다는 걸 알까

생각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행동

그러나 의지만으로는 안되는 행동

가끔 이럴 때면 한바탕 웃으면서, 큰 소리로 울면서 풀어내면 된다

바보같은 내 신경에게 비웃음으로 조롱으로. 

저주받은 동화 속 주인공처럼 헛된 희망을 기대하며.

그런데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서재에 선재가 있다



내게 작은 방을 주고 다시 서재를 되찾았다

선재의 서재는 거실과 마주 보고 있고 문이 없다

탁 트인 시야때문에 무척 좋아하는 공간

가장 좋은 곳을 나에게 주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마다했다



숨어 있는 것이 습관이 되버린 나라서,

사람들의 시선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것에 지쳐

적어도 집에서만이라도 동굴 속에 들어가 있고 싶었다

예전 내 방과 완벽히 똑같은 방을 만들어 줄 정도로 

환경 변화에 예민한 것을 이해하고 배려해 준 

선재가 밖에 있다



내가 울면 소리가 다 새어나갈 것이다

공연과 음반 준비로 마음은 즐거워도 몸은 조금 축난 듯해서 최대한 건들지 않으려 하는 중이기에

나 역시 온통 신경이 선재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런 선재를 흔들고 싶지 않다



콘솔 서랍을 뒤졌다

약통이 보인다

다행히 두 알이 남아 있었다

꿀꺽 삼키고 털썩 소리가 나도록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있지만 몸의 신경은 바짝 곤두서있다

하나 둘 셋.....

숫자를 헤아리며 통증을 잊어보려 애를 쓴다

진흙 속에 빠져들 듯 감각이 둔해지길

물에 잠긴 듯 온 몸을 꾹 눌러 감각을 속이길 




https://img.theqoo.net/zPROQi


"솔아...일어났...."



말을 채 마무리도 하지 못한 채 나에게 달려온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지어보려 했으나 나도 모르게 얼굴 근육이 굳어있었나보다

그러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아프냐 괜찮냐 왜 말을 않했냐 등 그 어떤 말도 ...

꽉 안아주기만 한다



다행이다 

선재가 있어서

선재의 품이 있어서

약 보다 더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있어서



선재 약손 덕인지 일찍 몸상태가 좋아졌다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선재에게 괜찮다고 웃어보지만 선재는 시원스레 웃어주지 않는다



"좀 전에 병원에서 연락 왔어 검사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고 내일이라도 다시 내원하래"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니면 병원에서 내원일을 당겨서 잡아주진 않아"

"이번에 교수님 바뀌어서 잘 몰라서 그래. 차트 안보셨나?"



별일 아니라는 듯 대꾸하는 나에게 선재의 목소리가 꽂힌다



"요즘 몸 상태도 별로라서 걱정되서 그래"

"진짜 별일 아니야 내가 제일 잘 알아"

"친구 병원으로 가보자 거기서 검사 다시 받아보자"

"괜찮다니까요 선재 오빠 저 괜찮아요"



자기, 오빠 소리면 껌뻑 넘어가는데 오늘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계속 나만 쳐다본다

저 표정....오랜만인데...싫다......

내가 떠날 것 같은 불안감을 줄 때면 보였던 눈빛.

검은 눈동자만 가득해지며 빛을 잃어가는 눈빛.




핸드폰 사진첩을 열었다

비밀 폴더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폴더


선재가 감추고 싶었던 비밀의 상자처럼

나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보따리를 풀어야한다

벌거벗겨지는 기분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허허벌판에 서 있는 기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한번은 겪어야 한다

오늘도 난 네게 한발짝 더 다가간다


"선재야 이것 좀 볼래? 예전에 다운 받아 놓은 건데"


뚱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폰을 본다


"여기 백혈구 수치 보이지? 정상수치는 4000~11000마이크로리터거든 그런데 난 보통 2100정도야 요즘처럼 몸이 좀 안좋으면 1200에서 800까지 떨어지기도 해"

"그럼 백혈병이야?"

"앞서 나가지 마시고 마저 들어요.  총 백혈구 수치도 중요하지만 호중구 수치가 더 중요해. 이 수치만 심각하게 높거나 낮지 않으면 별일 없어., 염증 수치가 높으면 지금처럼 나올 수 있어"

"어쨌든 나쁘다는거잖아"

"제가 태어날때부터  백혈구 수치랑, 혈소판 수치가 낮게 태어났다네요.  그걸 사고 나서 수술할때서야 알았네요. 모계특성이래요 그때 엄마 할머니 모두 다 검사해봐서 알어 우리 삼대는 4000이상 나온 적이 없어요.  진짜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아무리 설명해도 머리 밖으로 튕겨나가는 것이 보인다

재벌집 의사아들 출연으로 의학지식이 많다고 나름 자부한다해도 대본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안심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얼굴엔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본시네마에서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며 제안이 들어왔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길 태성이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직장인의 매인 몸을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 사양했다

정말 급할때 이용하자며 쿠폰 발행 요청으로 장난처럼 인사하고 돌아섰다

건물 밖으로 나왔다

빌딩 사이 바람이 강하게 분다

소용돌이 치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부딪친다



SZMkLp


기분나쁜 알콜 냄새

병원이구나....


"정신 드세요?"


희미하게 들리는 낯선 목소리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보이는 낯선 얼굴


"누구세요?"

"쓰러져서 병원으로 왔어요"

"고맙습니다"

"아까부터 전화가 많이 왔어요 그런데 안받았어요"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일반적으로 전화 통화 목록을 살펴 최근 통화자를 찾는 게 정상아닌가? 걸려온 전화를 굳이 안 받았다는 건 뭐고 그걸 이야기  하는 의도는 뭐지?


"또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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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진동과 동시에 응급실을 울리는 목소리

선재다


"왜 전화 안받어!"


거친 숨소리, 다급하게 커튼을 걷으며 땀이 송글 맺힌 채 들어선 선재

그리고 내 옆에 있던 그사람을 노려본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

"앞으로 자주 볼테니 너무 날 세우지 마시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남긴채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가던 그사람이 다시 얼굴을 커튼 사이로 들이밀며 웃는다


"앞으로도 작가님 제가 잘 살펴볼게요 저만 믿어요"

"야! 빨리 가!"



이성을 잃은 선재를 다급히 말려보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침대 옆을 계속 왔다갔다하며 씩씩댄다

이럴 땐 가만히 둬야한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터질지도 모른다

커튼 틈으로 분위기를 살피려 빼꼼히 동석의 눈이 보이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고 괜찮냐는 입 모양만 보일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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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로 이동 후 옷을 갈아 입고 있는 내게 선재가 단호하게 말한다


"이번 일 하지마"

"왜? "

"이유 묻지말고"


다짜고짜 하지 말라니

차근차근 설명하며 이해시켜도 될까말까한 일을 상의도 없이 결론을 내리고 통보라니

그것도 내 일을?

평소 선재의 마음씀씀이를 생각하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나역시 선재가 싫어 한다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군말하지 않았겠지만 이번은 아닌 것 같다


대답하지 않는 날 노려본다

차갑다 못해 살갗을 도려내듯 

쭈뼛하고 머리채가 하늘로 솟을 듯

숨소리마저 목을 조르고 있다



또각또각 병실을 울리는 구둣소리가 멀어진다

선재 스케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후....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눈치봐야하나?

숨막혀 죽는줄



창문을 열고 싶은데....

높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딸깍


낯선 손이 창문을 열었다

발자국 소리조차 듣지 못했는데 불쑥 들어온 팔을 보고 놀라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솔이씬 생각보다 둔한 건가? 아니면 자기 슬픔에 너무 함몰되서 못알아채는건가?"



아까 그 사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모습이 소름돋는다





https://img.theqoo.net/MysVQx

"꺼져 당장"



선재의 서슬퍼런

낮고 차가운 목소리 

내 앞을 가로 막고 선다

단순히 그남자와 나 사이에 서는 느낌이 아니다

나를 감추려는 듯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https://theqoo.net/dyb/3288541535

https://theqoo.net/dyb/3289541139

https://theqoo.net/dyb/3291080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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