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니1집 이건 싱글 4집 요건 정규2집
ㅍㅅ 모델로 찍은 ㄹㄷㄹㅇ 광고랑 포토카드
ㅇㄹㅌ 교복 모델 포스터
ㄱㄹㅅ 핸드폰 광고 브로마이드
초콜릿 포장지
스포츠브랜드 모델때 입은 옷
화수분처럼 마구 쏟아지는 물건들
데뷔부터 팬이라더니 앨범은 기본
모든 광고 관련 물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정성껏 모아놓았다
방안 가득 붙어있는 브로마이드에 블라인드까지
온통 이클립스와 내얼굴
콘서트 응원봉 버전마다 다 있고
심지어 나도 갖지못한 지금은 절판된 정규1집까지
모두 하나같이 추억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것들이 가득하다
"솔이 방 처음이죠? 솔이가 그동안 이클립스랑 선재씨 덕에 힘내고 산 증거들이예요"
현주가 침대 밑에 있는 상자들을 꺼내면서 그 안 가득 담긴 나의 시간을 보여주었다
앨범 나올때마다 프로마이드 바꿔 달고 a3파일에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서 작게 남긴 메모들까지
어떤 것 하나에도 솔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앨범을 포장도 안뜯고 보관만 했어요?사진 열심히 찍었는데...디자인도 참여했는데......."
"모르세요? 포토카드 모아야하니까 꺼내고 다시 포장해두죠 음원으로도 듣지만 씨디로 들으면 소리가 다르니까 들을 것 하나만 빼고
또 앨범 포토북 볼때 장갑끼고 봐요 손때 묻는다고 아주 조심조심"
"장갑까지?"
"선재씨는 모를거예요 솔이에게 선재씨가 어떤 의미였는지...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솔의 짐을 챙기러 온 날 현주와 함께 짐을 쌌다
먼저 방안 전체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혹시라도 솔이 불편하지 않게
모든 물건이 손에 익숙한 그자리에 있어야하니
철저하게 기록했다
현주의 도움으로 며칠동안 꼼꼼히 기록하며 정리했다
"솔이는 모르게 해주세요 나중에 서프라이즈 하려구요"
"어차피 그 집에 옮겨놓으면 보게 될거잖아요? 또 여기 집에 와보면 자기 짐이 다 없어진 걸 알텐데 왜 비밀로 해요?"
"그니까 현주씨가 도와주세요 하루라도 솔이가 편하게 적응하도록"
마음에 새 사람을 들인다는 것
내가 살아온 세계와 그녀의 세계가 만난다는 것
수십년을 따로 살아왔던 두 세계의 충돌은 충격이며 신비며 설렘이고 아픔일 수도 있다
너무 커다랗고 낯설기때문에 완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 관점 관계를 통해 이세상 가까워지고 한 걸음 더 넓은 세상과 만나게 된다
때론 설레게했던 신선함이 별남으로
편안함이 익숙을 넘어선 무심함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때면 처음을 생각할 것이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걸어왔던 시간들
꿈에서조차 생각 못한 일이
현실이 된 지금을 감사하게 살자
"뭐 벌써부터 이렇게 다 싸가면 나중에 솔이 오면 어디에 있으라구? 아직 시집간 것도 아닌데 짐은 왜 챙겨가?"
입이 댓빨이나 나와서 투덜거리는 솔이 오빠를 보며 솔이와 금형님의 사이가 무척 가까웠다는 걸 느꼈다
외동으로 자라서 형제애가 뭔지 잘 모른다
아무리 형제같이 지내는 인혁이가 있다지만 ..
짜증을 내면서도 물건 하나하나 정성껏 챙기는 걸 보면 동생을 위한 마음이 보여서 부럽기까지 하다
"솔이 서재를 만들어주는건 알겠는데 침대는 왜 챙겨가? 둘 각방 써? 나이가 몇인데 각방이야 기왕이면 새거 사주지 쓰던걸 왜 가져가"
"오빠 선재씨가 돈이 없겠어? 솔이가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한다잖아 차근차근 바꾸면 되지 다 생각이 있겠지"
"저도 각방 반대입니다 싸워도 잠은 같이 자야죠.그런데 작업하다보면 몸이 좀 힘들때 언제 침실까지 왔다갔다 하겠습니까 그럴때 잠깐 쉬라는 의미지 절대 절대 솔이 혼자 안재웁니다"
밉다밉다 하면서 솔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은근히 우리 둘이 행복하길 바라는 투덜거림이 듣기 좋았다
책장 정리를 하던 중 눈길을 끄는 사진하나
"솔이 교복 사진이네요 이때도 예뻤네 언제예요?"
"사고 나기 전에 찍은 거예요 고3 늦봄인가 여름쯤?"
"여름이네요 처음 봤을땐 춘추복이였어요"
"진짜 우리 솔이 그때부터 좋아한거예요? 왜 한번도 못봤죠? 내가 딱 붙어다녔는데?"
"그땐 용기가 없어서 뒤에서만 봤어요"
"그래도 이 훤칠한 꽃미남을 못봤을리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현주를 보며 나도 작은 한숨이 나왔다
조금만 용기 내 볼 걸
그랬으면 좀 더 일찍 행복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후다닥
현주가 무언가를 금형님에게 몰래 넘기고 방 밖으로 빼내려한다
"그게 뭐예요? 솔이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져갈거예요"
작은 상자를 빼앗아 들었다
당황해하는 둘의 표정을 보니....짐작이 간다
"김태성 관련된 물건인가봐요"
"김태성이랑 사귄거 알아요?"
"네 알아요"
쿨한척 했지만 속에선 천불이 나기 시작했다
워낙 물건 안버리고 다 챙겨놓는 스타일인건 알지만
하다하다 김태성의 편지도 가지고 있다니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도 계속 조수석에 놓인 상자에 신경이 쓰였다
거실 테이블에 올려 놓은 상자를 한참 째려보다가 열어보았다
태성이... 에게 . 이것도 태성이... 에게?
온통 쓰기만했지 전해주진 못한 편지 뿐이였다
솔이도 쑥맥인지 쓰기만하고 상자 안에 숨겨만 놨다
치 별거 아니였네
안도의 한숨과 곧이어 나온 신세 한탄의 한숨
나라고 다를 건 없었다
서재 책장 맨 밑 그리고 그 깊숙한 곳에 넣어둔 상자를 오랜만에 꺼냈다
나 역시 솔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수십통과 일기가 그곳에 잠들어있다
한가득 담긴 편지들이 색도 바라지 않은 채 들어있었다
변하지 않은 내 마음과 같은 걸까?
딱 열아홉 사춘기 소년의 서툰 마음이 담겨있다
지금이라고 별 다르진 않지만......
"선재야 그게 뭐야?"
얼마나 넋을 놓고 있었는지 솔이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솔이 재빠르게 달려와서 상자를 채가버렸다
따라가려했지만 생각보다 바퀴가 빠른 것 같다
어느때보다도 큰 소리로 웃고 있는 솔의 목소리가 방밖으로 마구 튀어나왔다
침실 문을 한참 두드리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보조 열쇠로 따고 들어갔다
눈물까지 흘리며 웃는 솔에게서 상자를 낚아챘지만 이미 편지는 한통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때부터 내가 예뻤구나? 내가 웃는게 그렇게 예뻤어?숨을 쉬는 법을 까먹을 정도.....로? 잠깐만 "
들킨걸까?
내가 짝사랑한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떻게 시작된 건지는 모르는데...
"혹시 노란 우산을 건네줬다던 첫사랑? 라디오에서 말했던 그 첫사랑? 그게 나였어?"
"응 그게 너였어"
한참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만 껌뻑이는 솔의 표정을 보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것 같다
부끄러워서 온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비밀을 들켜버려 당황한 뱀신랑처럼
허물이라도 뒤집어쓰고 뿅하고 사라지고 싶다
"내 첫사랑이 너라고 했잖아"
"난 나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린 줄 알았지 정말 그때부터였어?"
"난 실없는 소린 안해 진짜 그때부터였어 지금까지.....쭉 너밖에 없어"
" . . . . . 사랑해"
"사....랑한다고? 갑자기?"
솔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다가온다
예상못한 타이밍에 받은 사랑고백이라
어안이벙벙하지만
좋다 헤~~~
"오늘부로 편지 전체 수신 완료!!! 내용 수리는 천천히 해봅시다 그중 제일 먼저 고등학교 가보자 집은 재개발되서 가볼 수 없지만 학교는 그대로니까 가보자 선재가 어떤 곳에서 내 생각 했었는지 보러가자"
앞장서서 나서는 솔의 뒷모습이 신이 나보인다
그런데 뭔가 약점 잡힌 것 같은 이기분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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