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심장이 떨려온다
정말 드디어 .....
내 머릿속 상상들이 눈 앞에 나온다
아름답게 또는 애절하게
부분 부분 끊어지고
앞뒤 맥락 없이 이어지고
순서도 뒤죽박죽 엉켜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순서대로 하나씩 줄을 지어 서서
나에게 다가온다
'그때 그랬구나. 그땐 그런 마음이었구나'
나에게 계속 물으면서 눈물 짓던 선재를 달래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때의 선재의 마음을 들으며 울먹이던 나를 달래며
우리에게 <기억을 걷는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졌던
기억을 다시 되감아 돌아가 다시 걸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감춰졌던
기억 속 상처를 다시 걷어내 환하고 빛나는 길로 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이 시간은 진정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
<더쿠- 이 작품을 하시면서 다른 때보다 더 몰입해서 연기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꼭 본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는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어떻게 연기하셨나요?
류선재 배우(이하 류)- 네 예전 작품들도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유독 이 작품에 신경을 쓴 것은 사실입니다
제 사심이 가득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을테구요
더쿠- 사심이라면?
류- 이 작품 쓰신 작가와 제가 특별한 관계라 작업 초기부터 제가 꼼꼼히 묻고 많이 괴롭혔습니다
더쿠- 특별한 관계라면?
류- 다 아시면서 하하하 사실 그 질문이 제일 하고 싶으신거잖아요?
더쿠- 말 나온 김에 묻죠 작가님과 관계는? 열애설 사실입니까?
류- 오늘은 작품에 관한 인터뷰만 하기로 했고 절대 다른 이야기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 받았는데.....어쩌죠?
더쿠- 누구에게 어떤 당부를? 혹시 작가님?
류- 분명 인터뷰 나가면 혼나겠지만 제 입이 간지러워서 못참겠네요
류선재 배우가 웃으면서 기자에게 건넨 것은 벚꽃 빛 봉투
그 속에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청첩장이 들어있었다
기자는 운이 좋게 류선재 배우의 결혼을 최초 발표하게 되었다>
"작품 인터뷰를 하랬지 우리 결혼 발표를 하라고 하진 않았는데 이게 뭘까?"
내 눈치를 살살 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속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선재에게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시간 얼마나 아파했을지 알기에
이렇게라도 네 마음의 한 구석이 메워질 수 있다면
뭘 못하겠니
도저히 시사회는 갈 수가 없다
세상이 다 알아버렸지만
그래도 난 그림자로 남고 싶었다
그동안 인터뷰도 모두 사절하고 철저히 뒤에서만 머물고 싶다는 내 뜻을
선재는 이해할 수 없다고 계속 설득하지만
내가 선재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난 내 길을 알고 있었다
운이 좋게 이름이 알려진 것일뿐
나 말고도 필명만 알려진, 인생 전체를 감추고도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있으니
나 역시 그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
아직 아무것도 비치지 않은 하얀 스크린에
곧
내 아픔, 선재의 눈물,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나타날 것이다
조명이 꺼지고 광고가 나온다
수십 개의 광고가 지나가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배급사 로고가 화면 가득 나온다
<비 오는 날
병실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나
그리고 같은 시간 나를 떠올리며 우는 선재>
우린 같은 시간, 같은 감정, 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살아봐요"
날 살아가게 한 선재의 말
서라운드로 들린다
내 오른쪽 귀에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
"사랑해 솔아"
꽉 쥐어오는 네 손의 힘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네 손을 잡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고맙고 미안하다
"영화 보러 왔으면 영화만 봐 내 얼굴 보지 말고"
화면의 반짝임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선재의 눈물
치.... 조금전까지 자기도 내 얼굴만 보고 있어놓구 ......
영화관 불이 켜지기 전 나가려고 하는 날 붙잡는다
"솔아 넌 내가 부끄러워? 부담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난 널 되찾기까지 너무 아팠다 이젠 행복해지고 싶은데, 사람들에게 내 사랑 보여주고 싶어 얼마나 사랑했는지. 죽을만큼 사랑했지만 지켜내지 못한 바보같은 나지만 그래도 다시 행복해졌다고. "
내 말은 이미 선재의 머릿속에 계획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떤 말을 할 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것이다.
다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불도저인 것이다
영화관 불이 켜지고
밖으로 나가려던 사람들이 우리를 아니 선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지고
사람들의 카메라가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예쁘게 찍어주세요 보정 빡세게 해주시구요 저희 행복하게 잘 살게요 "
그렇다고 키스는 아니잖니 ㅠㅠㅠㅠ
카펠라 죽는다 ㅠㅠ 내 돌 연애도 가슴찢어지는데 ㅠㅠ
미쳤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꼭 남자만 이야기하는 한자성어는 아니지만
또 말바꿨음요 하하하핳하하..................
비가 오니까....비가 와서.......머리에 꽃 달고 있음다.........
손 들고 반성하겠음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쓸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