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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58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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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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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 퐁티는 신체 현상학을 통해 몸은 지각 능력의 총체이자 인간 능력의 토대라고 주장한다

외부 세계와 신체를 바탕으로 한 교감이 반복될 때 

무의식적으로 몸틀이 형성되는데 이를 통해 의미를 획득하고

존재는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원초적이고 생동적인 수많은 경험들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면서 형성된 일종의 인지적 체계가 또다시 무의식적인 작동을 일으킨 후에 비로소 의식적인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음...어렵군 ...

역시 철학은 어려워

인간의 내면과 사유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적용까지 추상적인 관념들이 혼재되어 있는 이 세상을 정립하는 사고체계부터 범인인 나는 따라가기 벅차다

그렇지만 채워야지

배만 채우지 말고 머리 속에 마음 속에 뭔가가 들어가야 한다

언젠가는 그들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긴 오더라

 

현실적 층위의 몸, 습관적인 층위의 몸이라

의식하지 않는 동안에도 무의식적으로 멈춤이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일종의 경험이 지속되면서 암묵적으로 형성된다라

곱씹어 볼수록 사람에게 습관이라는 것, 무의식 속 인식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내가 연구하는 현장에 있지 않은 이상

현실에서 이론이 적용되어 발현되는 과정을 보긴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운이 좋은 편인가보다

매일 매일 놀랄만큼 보고 있으니까

 

 

 

exvbwu
 

"안돼요! 절대 안돼요! 제발 ...절 내버려두세요"

"정신 차리시고 옷 벗어요"

"내 옷은 우리 솔이만 히힛~ 우리 솔이만 벗길 수 있어요~~난요~ 우리 솔이꺼라서 함부로 보여줄 수 없어요!!!"

 

한동안 마시지 않던 술을 잔뜩 먹고 들어왔다

해외투어 마무리 겸사 겸사 회식을 거하게 했는데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했다고 거부하다가 실수로 옆에 있던 사람의 술잔을 물인줄 알고 마셨다고

뜨거운 것을 갑자기 먹어 목이 메이고 혀가 데여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깔끔쟁이가 다른 사람의 잔을 급하다고 썼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이봐요 아저씨 ! 류선재씨!"

"아저씨라고 부르지마요 우리 솔이만 부를 수 있어요"

"네네  알겠구요 그래도 벗고 씻고 자야죠"

"시로! 안해!!우리 솔 불러와요"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선재를 보고 

그날 술에 취해 울부짖던 모습이 떠올라 잠시 몸이 굳었었다

까맣게 색을 잃은 입술, 잔뜩 붉게 충혈된 눈, 푸른 살기가 어린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던 .....

선재를 안고 같이 울었던 그 밤

내 눈물이 닿는 곳곳에 온기가 내려 앉아 어둠 속 포효하던 맹수의 몸부림을 받아내며 지새웠었다

그날과는 다른 오늘

그래도 불쑥 끼어드는 불안감을 지우기 쉽지 않았다

다행인지 지금은 작지는 않지만 자신이 작은 줄 아는 강아지 한마리만 품에 안겨있다

 

 

"선재야 자기야 나 솔이 임솔 자아 이제 말 듣자 "

"히이잇 우리 솔이야? 그럼 말 들어야지"

 

문짝크기의 남자를 옮기는 것도 참 쉽지 않다 

관동별곡 정철이 술에 취해 말 등에 모로 업혀 모래사장을 힘겹게 건너듯

전동휠체어에 내가 앉아 선재를 등에 업듯 널부러진 몸을 걸쳐 끌어보지만 유독 다리가 긴 선재가 질질 끌려오다 만다

에잇 모르겠다

거실과 부엌사이 애매하게 찬바닥인 것이 신경쓰이지만 급한대로 

이불을 가지고 와서 깔고 덮어주었더니 춥긴한지 돌돌 말고 잔다

부동자세로 자던 선재가 갑자기 잠꼬대를 시작한다

 

 

 

 

"솔아~~솔아~~~"

 

또 시작이다

처음엔 잠꼬대에 대꾸해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라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잠꼬대 아니였다고 우겨대면서

진심으로 말하고 싶어서 불렀는데 대답 안해줬다고 삐쳤다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제법 문장까지 완벽구사한다

물론 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도 못하면서 

 

 

"우리 솔이 있어요?"

"응 선재야 솔이 여기있어"

"나 사랑해?~"

"응 사랑해"

"얼만크음~~?"

"너만큼 네가 날 사랑하는만큼"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입술을 삐죽거리며 째려보기 시작한다

듣고 싶은 말이 분명 있는 눈치다

 

"부족해? 네가 날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 그 크기를 따라갈 수가 없어 아무리 해도 네 사랑이 무지 큰데 그 이상을 어떻게 해? "

"진짜? 정말? 내가 너 무지 사랑하는건 아는거지? 그것만 알면 돼 그것만...."

 

오늘도 무한 사랑 고백을 자장가처럼 부르며 잠든 선재를 보며 웃는다

이런게 행복인가보다

갑자기 지난번 파티때 선재가 빌었던 소원이 궁금해졌다

평소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주는 선재가 유독 그날의 소원만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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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야 선재야 자?"

"안 자~~"

"궁금한게 있어 지난번 소원 뭐라고 빌었어?"

"소원? ....몰라 ..."

"잘 떠올려 봐 "

"기억 안 나...."

 

 

좀 전까지 잔뜩 목청 높여 외치던 목소리가 잦아들어가는 걸 보니 분명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게 분명하다

비밀이 없는 선재가 나에게 비밀을 갖다니 

평소엔 말해주겠다고 해도 내가 듣지 않았는데 오늘은 입장이 뒤집어졌다

반드시 알아낼거다

 

 

"잘 생각해 봐 소원 뭔데?"

"......"

 

피....오늘은 진짜로 잠이 일찍 들어버렸다 

오랜만에 마신 술기운을 이기지 못한것같다

낑낑 대며 소파쪽까지 겨우 끌고 밀어서 굴려보내고 나도 소파에서 잤다

선재가 찬바닥에서 자는데 맘편히 침대에서 잔다는 게 미안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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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쨍하게 들어와야하는데 구름이 껴 있는 듯 어둡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니 잠에서 깬 선재가 소파에 기대어 내 눈을 몸으로 가려주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잘자네 어제 여기까지 나 끌고 오느라 힘 썼나보네"

 

아직 내가 잠에서 깬 줄 모르는지 요리조리 유심히도 살펴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눈을 뜰 수 없었다

 

"솔아 내 소원은 말이지~~~"

 

소원? 드디어 말해주는건가?

잔뜩 기대하고 귀를 쫑긋 올리는데

 

"표정이 너무 선명하잖아 내 소원 듣고 싶어서 온 신경이 귀에 쏠려있어"

 

치....당했다

이미 눈치채고 장난치는 것에 홀딱 넘어가버린것이다 

억울하지만 꾸욱 눈 감고 버텼다

 

"일어나 눈 맞추고 들어"

"넵"

 

 

 

https://img.theqoo.net/TPHYdr

 

재빠르게 일어나 앉아 선재의 말을 듣기 위해 눈을 맞췄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주며 풀어주던 선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솔이보다 딱 일주일만 더 살게 해달라고"

"왜 일주일? 남들은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던데 왜 일주일이야?"

"장례식이랑 납골당 안치하는 것까지 모두 다 내 손으로 직접 하고싶어서 네가 편안하게 쉬는거 확인하려면 일주일은 필요해"

"그게 다야?"

 

 

한동안 아무말없이 내 눈을 보라보던 선재 눈에 눈물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슬퍼하는 건 도저히 볼 수 없어서 .... 우는 건 아픈 건 다 내가 하면 잘 견딜 수 있는데 ...솔이가 힘들어 하는 것 .... 생각조차 하고싶지 않아 정말 그렇게 되면 내가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까지도 내 생각뿐인 사람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다는 듯

 

 

"슬퍼하지 않을거야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릴거야"

"내가 죽었는데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인지 차오르던 눈물이 다시 쭈욱 내려앉는다 

점점 벌어지는 입을 손을 받쳐 올렸다

 

"우는 것도 날 달래줄 사람이 있을 때나 하는거야 날 안아 줄 네가 없는데 울 수가 없지 울지 않는게 아니라 울지 못하는거야

선재 네가 사라지면 내 모든 감정은 존재 할 이유가 없어져"

 

내가 네 존재의 이유이듯 

너도 내 삶의 이유니까 

아침 햇살이 이슬 사이에 비쳐 

어느때보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었다

 

 

 

 

 

 

 

 

 

 

 

 

"선재야~~ 이거 꺼내주라~~"

 

..... 맞다 스케줄 갔지....

집안이 휑하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며 나타난다던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멋지게 나타나서 도와줬는데....

 

 

"선재야~~ 뭐해? 왜 이리 조용해? "

 

... 또 까먹었다... 선재 언제 오지?...

 옆에 있을 땐 너무나도 치대서 귀찮았는데  막상 없으니 허전하고 나사 풀린 태엽인형처럼 축 쳐진다

 

 

"선재....히잉.. 또 찾았어  ...."

 

병이다 병이야 

까먹는게 병이 아니라 선재만 찾고 선재에게 의지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선재 여기 여기 여기!!!"

"장난치지마라 백인혁 집에 안 가? 오늘은 제발 가"

 

 

선재 얼굴로 만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와서 장난치는 인혁에게 눈을 한번 흘겼다

자기 자리 비운 동안 지키고 있으라고 인혁에게 특명을 내려 내 옆에 비서 두고 간다고 말하긴했지만 진짜로 그럴 줄이야

언젠가부터 옷방이 인혁이 숙생2방이 되가는 중이라 그러려니했지만

 

 

"선재가 너 부탁하고 갔어 난 한시간에 한번씩 보고해야해

그런데 너네는 전생에 어떤 인연이길래 서로 떨어지면 그렇게 불안해 해? 솔이 넌 선재에게 사랑이 먼저였어? 팬심이 먼저였어?"

"당연 처음은 팬심 나중에 사랑.

이클립스 류선재가 날 좋아할거라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생각 못하지"

"하긴 선재가 짝사랑만 죽을때까지 할 줄 알았지 네게 고백할 거라 생각도 못했지 단 것 싫어하는 애가 유일하게 박하사탕만 가지고 있어 잘 먹지도 않으면서"

"안먹었다고? 인터뷰에선 좋아한다고 했잖아"

"좋아한다고 했지 먹는다곤 안했어 보물단지 모셔놓듯 애지중지 귀하게 모셨어 그게 아마도 네가 준 사탕인가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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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서재 서랍 속 상자를 다시 열어보았다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내 이름표 밑에 볼록한 편지 봉투

그 속에 반쯤 녹아서 비닐 껍질과 엉켜버린 두 알의 박하사탕이 담겨있었다

오랜시간 간직한 마음이 모양은 녹고 찌그러졌어도 아직도 남아 있었다

선재의 삶을 갉아 먹으면서도 차마 떨쳐버리지 못한 죄책감처럼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부터가 죄책감인지 어디쯤이 미련인지 알 수 없게 뒤엉켜버린 

지난 시간이 

봉투 속에 잠들어 있었다

 

 

<솔아 난 그 사탕 볼 때마다 좋았어 네 사진 대신 보고 싶을때면 꺼내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지금은 이렇게 언제든 네 얼굴 보고 목소리 들을 수 있어서 필요없어서 넣어둔거야 >

 

 

인혁이 영상통화로 내 모습을 선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화면 속 선재의 표정에서 오늘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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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상대방 모르게 할 수 있다

매일 매순간 상대를 생각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그러나 

우린 지상에 사는 존재임을 망각하고

하늘을 나는 생각만 좇다보니

상대에 대한 허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나혼자만의 상상과 착각, 허구가 진실인양 변장하고 자리잡고 있는 순간

짝사랑은 ..... 죽는다

 

 

짝사랑의 힘겨움이 함께하는 사랑의 벅참으로 바뀌는 

또다른 세상을 위해 기존의 세계를 깨트려야하는 데미안의 새처럼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꿔버린 한 남자가 있다

 

 

우린 서로 떨어져있었던 시간만큼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서로에게 환상의 허구를 덕지덕지 붙여놓지 않았다는 것

있는 그대로 알아가기도 바쁜

서로의 빈칸에 열심히 답을 채워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빈칸에 정답이 아닌 답을 적는다고 실망하기보단

그 답이 정답이 되도록 자신을 바꾸는 사람과 함께라는 것

그것이 내가 서있는 행복의 중심이다

 

 

<습관처럼>이란 말은 참 무섭다

익숙함과 소홀함 그러나 오랜시간 인이 박혀 캐낼 수 없는 

몸틀에 맞춰져 버린 운명

그러나 내 운명이 바뀐 것처럼

류선재라는 새로운 몸틀에 맞춰진 것처럼

때로는 <습관처럼 > 사랑하고 기대하고 다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녹아버린 사탕을 버리지 못한 <습관처럼>

서로를 애닳아하고 안쓰러워하는 <습관처럼 >

서로가 서로에게 <습관처럼 > 영원히 남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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