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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57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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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06:22
920 7

오랜만에 틀어 놓은 라디오

선재의 전화로 날 살아있게 해줬던 고마운 매체

누군가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진심이 전해지기 좋은 방법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결승선 끝에서 네 손 잡아줄게>

 

지금은 떨어져있고 멀어진다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꼭 우리처럼

항상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린 선재처럼 

 

평행선같은 삶이 좋다고 생각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어가는 삶

너와 나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도 서로를 지켜주며 살아갈 수 있는 삶

한번쯤은 만나고 싶기도 했지만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 한번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서로

만나 접점을 이룬 순간

교차점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멀어져가게 만든다

내 욕심이 영원한 상실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WtzwDP

 

 

선재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였다

가까이하면 안되는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운명의 수레는 탈선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아니까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 특별한 별의 만남은 누가봐도 이상하고 기이한 일일테니

선재가 다가올수록 뒤로 물러났다

벼랑 끝에 몰려 한발짝 디딜 곳 조차 찾지 못하게 된 순간

뒤로 넘어가 떨어지려는 날 잡아

자신의 몸에 묶어버린 선재가 있었다

나의 인생에 자신의 인생을 던져버린 선재가 만든 점 하나는

어긋나기만했던 우리 두 인생을 

하나의 매듭으로 

완전한 마침표로 

운명의 끈으로 이어져

인생의 마지막은 함께 할거란 믿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지켜주는 사람이 선재 뿐이 아니였다

내게 인생을 던진 선재의 삶 속 무수히 많은 인연의 끈들이 매듭을 지어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다

 

 

 

"선재 오빠~~~~ 맛난 커피 만들어주세요~~"

"언제는 아저씨라더니~~"

 

 

툴툴대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감추려 재빠르게 고개돌리는 선재를 보며 나도 따라 웃는다

뒷통수에서도 웃음이 새어나온다

 

xVTAJr
 

"그래? 원하면 불려줘? 선재 아저씨"

"오랜만에 들으니 좋네 그날 네가 부른 아저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고등학생한테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기분 안나빴어?"

"너잖아 천사가 하늘에서 강림하시며 부르시는데 감히 기분이 나쁠리가 있겠어? 천상의 소리가 머리 속 가득 종소리를 울리는데?"

"종소리? 정말 들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첫사랑에 빠지는 순간, 첫키스의 두근거림이 종소리와 함께 온다던데

정말일까 궁금했다

 

 

"난 그랬어 말했잖아 숨쉬는 법을 까먹은 것처럼, 눈도 깜빡이지 못했구 네가 내 손에 우산 쥐어주며 닿았던 부드러운 감촉이 계속 남아있었어

그날 밤새 네 손이 닿은 손을 꼭 쥐고 있었어 "

 

 

그날 기억이 떠오르는지 수줍게 웃는 모습이 꼭 고등학생이 된 듯해보였다

반짝거리는 눈이 더욱 초롱초롱해지면서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날도 저랬을까?

한참동안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나를 보고 있다

깊은 눈 속에 빨려들어갈 것같은 흡인력의 원천은 사랑이라 느껴진다

 

 

"눈 감으면 네가 사라질까봐"

"사랑해 선재야 "

 

사랑한다면 표현해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

사랑을 대신 할 표현이 있다면 아낌없이 다 말해주고싶다

 

 

"솔아 네가 오기 전 내 인생은 별로였고 재미없었어 

네가 내게 와줘서 내 삶 모든 것이 아름다워졌고 많이 변했어

앞으로도 더 찬란하게 빛나게 해줄래?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줘"

 

선재의 고백

매일매일 함께 하는 순간들이 소복소복 눈처럼 쌓이고

그 눈이 녹아내릴때쯤 다시 사랑의 눈이 내려온다

오늘도 선재의 사랑이 내린다

 

 

"솔아 이번 공연 마치고 같이 여행가자 우리 둘만 가자"

"저들이 이미 들은 것 같은데?"

 

 

문 앞에 팔짱끼고 서서 우리를 째려보는 하숙생들

꼭 떼어 놓고 갈거야

 

선재  아시아 투어가 시작됐다

중간에 왔다 갔다 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연도 하고 화보나 뮤직비디오도 찍고 오는 스케줄을 꽉 짜놔서 1주에서 2주는 어쩌면 그 이상 못보게 되서 

일분 일초가 아쉽다

절절하게 서로를 부르며 작별인사를 하고 보냈다

 

 

 

 

 

 

 

 

 

 

.....

 

"제대로 안 해? 점점 몸이 안 움직인다? 팔굽혀펴기가 언제부터 땅바닥에 붙어 있는 거지?"

"인혁이 기타 쳐야 해 손이 보물이야 손 들라고 해"

"들었지? 솔이 너 살렸다 손들고 앉어"

"넵.."

 

 

우리 집 거실이 복장 검사 걸려 혼나는 남학생들이 벌 받는 고등학교 운동장 같다

입이 댓빨 나와 있으면서도 선재 눈치만 보고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인혁이를 보면 불쌍.....하지 않다  오늘은 약간 밉다

 

 

"우리가 며칠 더 늦었으면 어쩔 뻔 했어? 오늘은 다행히 우리가 빨리 왔지만 유럽 투어 갔을때였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

"나만 생각한 게 아니라...."

"알지 알지 네가 우리를 생각해 주는 건 알겠는데 왜 왜 그것을 우리집으로 보내냐고, 보내더라도 나눠서 했어야지"

 

 

 

 

 

 

 

 

.....

 

문이 열리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퀴를 단단히 고정해 놓고 양 팔로 밀어봐도 개미 눈꼽만큼 열릴 뿐, 

방향을 바꾸어 어깨로 밀어보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계속 쭉쭉 밀리기만 한다

15년 휠체어 인생 손바닥에 굳은 살도 제법 있고 팔 힘도 몸에 비해 꽤 있는 편인데 이렇게 단단하게 닫힌 문은 처음이다

겨우 몇 센티 열린 틈으로 보니 커다란 상자들이 눈 앞을 턱하니 막고 있다

상자들......한 두 개도 아니고 크기도 엄청나게 크고 담겨있는 물건의 무게도 육중한 것 같다

뻔하지....인혁이가 우리집으로 보낸 택배들이겠지

 

 

 

우선 우리집 하숙생을 소개합니다

하숙생 1  현수 오빠  

듬직하고 과묵하고 착하지만 가끔 너무 순수한 생각으로 사람 당황시키는 사람

하숙생 2  인혁          

선재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잘 아는 친구.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마지막까지 선재 편이 되어 줄 사람. 

정이 넘쳐서.......오지랖 넘쳐서 사고 치는  사람

하숙생 3  제이          

우리 막내,  예전 데뷔 초기에 당시 활동하는 각 팀마다 막내온탑 담당하는 멤버들이 있었는데 우리 제이도 마찬가지

돌직구도 잘하고 돌려까기도 잘하면서 눈치도 있다 인혁과 톰과 제리 중 제리를 맡고 있는 사람

하숙생 4 동석           

함께 한 시간동안 예민한 선재 케어하느라  지금은 나까지 신경쓰느라 무척 바쁜 착한 사람 

매니저로서의 능력도 좋지만 인간적으로도 좋아서 나중에 회사 차리면 같이 갈거라고 선재가 믿는 사람

 

 

결혼 전에도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선재의 예민도가  날이 갈수록 너무 심해서 가까이 하기 어려웠다고 했지만

인혁의 말로는 일부러 선재 집이 보이는 층에 집을 구해서 불이 들어오고 꺼지는 것을 보면서 선재가 무사하길 바랐다고 

말은 하지 않아도 선재의 안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두껍고 단단한 결계가 쳐 있던 선재 집에 

올망졸망 모여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면서 온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선재가 몰랐던 멤버들의 보살핌이 구석구석 스며있었다

그것이 문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숙생2 인혁이가 언젠가부터 우리집으로 택배를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재택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했는데 요즘 비대면 배송이라 별 상관 없을텐데도 계속 보내는 이유를 물으니 나름 분명한 논리가 있긴했다

퇴근 후 방앗간처럼 우리 집을 꼭 들리고 자신의 집으로 가기때문에 

우리 집에 배달 시킨 물건의 일부만 챙겨 가면 자기 집에 갔다  물건 가지고 우리 집 왔다 다시 돌아가는 동선도 줄어들고 합리적이지 않냐는 주장

그동안 선재의 일상 생활 용품의 대부분을 인혁이 챙겨주고 있었다

자기 것 사는 겸사겸사 하나 더 산 것 뿐이라고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신경이 얼마나 쓰이는 것인지 다 아는데 한번도 티를 내고 생색을 내지 않아서 선재도 잊고 살았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부터의 자취 경험이 풍부해서 별일 아니라지만 

그 핑계로 선재를 들여다보며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인혁의 손길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결혼도 했고 이젠 내가 있으니 내 취향으로 꾸려갈 것이라 생각하고 더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안주인이 떡하니 있는데 어찌 감히 건드리겠냐며 손을 뗐는데

 

 

문제는 내가 꽝이였다는 것이다 

나라는 인간의 약삭빠름이 이런 순간 튀어나와 성악설을 증명할줄이야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태생적 악함을 감추기 위해 교육을 통해 순화 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의 노력이 쌓여 점차 인간 다운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는 순자의 성악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인간이 나였다

장애가 있다는 핑계로 집안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엄마, 오빠도 신경 안 쓰게 미리미리 해주시기도 했고 

나도 밖에서는 남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소리쳐 놓고 집에서는 장애를 무기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내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모든 것이 항상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철 없이 생각 없이 늘 한결같은 삶, 모두가 나를 위해, 내 위주로 돌아가고 있음을 망각한 어리석은 인간의 삶이었다

이런 꽝인 내가 선재와 함께 하게 된다고 해서 단번에 바뀔 리 없지

음식도 꽝 집안일도 꽝 

해보려 노력 안 한 건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똥손을 가진 나는 .............이런 저런 변명들로 방패 삼아 이익만 챙기며 기생하고 있었다.

우렁 각시가 사라지고 나니 온 집안이 텅텅 구멍이 뻥뻥......

화장실 휴지가 없고 샴푸도 떨어지고 등등 이걸 채우면 저게 떨어지고 다시 채우면 또다른 것에서 .....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우리의 우왕좌왕을 보다 못한 인혁이 다시 잔소리를 하면서 챙기기 시작했다

 

 

"솔아 ** 떨어질 때 되지 않았어?"

"아니 아직 남았어"

"잘 살펴 봐봐 "

"...진짜네...."

"너네 나 없이 어찌 살래?"

 

우리보다 더 우리 살림을 잘 아는 인혁이가 있다 

한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혀를 차지만 구석구석 살피며 챙겨주는 인혁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숙생2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우리 집 욕조를....안방 욕조라 이젠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유일하게 허락하는 사람이 인혁인 이유다

 

 

그런데 이번엔 좀 심했다

많아서도 문제지만 밖에서 치우지 않으면 절대 문이 열리지 않게 물건이 쌓여있었던 것이다 

인혁의 잘못은 아니지만 상황이 좀 그랬다

특별히 나를 배려해서 우리 집 물건은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것은 관리 센터에서 허락해주기까지 했는데 

배달 업체에선 그런 내막까지는 잘 모를테니 ....

 

 

이클립스의 해외공연으로 돌아오려면  2일이나 남았다

엄마 할머니 아부지 오빠 현주가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그들도 돌아오려면 3일이 남았다

마지막 희망은 김태성이였는데.......전화를 안 받는다....... 

지금 당장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파워 집순이라 집안에서 나름 할 일도 놀 일도 많아서 일주일 넘게 나가지 않은 적도 많으니 금방 마음을 바꾸어 문을 닫고 들어왔다

그런데 사람이란 동물은 청개구리임이 분명하다

선재가 나가자고 조를 땐 들은 척도 안하고 집안에서만 며칠씩 있어놓고

나가지 못하게 되자 막막 나가고 싶어졌다

정 못견디겠으면 경비직원에게 부탁하면 될테니 괜찮다 괜찮다 되내이지만.....몸이 근질거린다.....

다시 한 번 시도 해보자

전동으로 세게 밀면 밀릴까 싶어 추진력을 높여보지만 바퀴만 헛돈다

그렇다고 문이랑 부딪히면 둘 다 고장 날꺼구.....

 

 

갑자기 서러워졌다

정말 별일 아닌 것들이 나의 상황을 다시 인식하게 한다

나만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만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세상에

또 한번 부딪히고 넘어진다

하루에도 몇번씩 .

 

 

밀물과 썰물이 밀려오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뻘만 널려진 서해를 보고 허탈했던 기억

푸른 바다를 기대했던 

나의 무지함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식한건 배우면 되니까 기억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어지럼증이 갑자기 올 때면 

한동안 약도 잘 안 챙기고 백혈구 수치도 유심히 보지 않았던 것을 그제야 깨닫고 

약 서랍을 열 때 풍기는 역한 약 냄새에 찡그리면서 수십년 째 익숙해지지 않는 내 표정이 거울 속에 담겨 있다

고장난 건널목 신호등 아래  눈치껏 차들 사이를 싹싹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멀리 떨어진 다른 횡단보도를 찾아 바퀴를 돌릴 때 욱씬거리는 팔의 통증을  느낀다

5센티도 안되는 낮은 턱에 걸려 가고 싶은 곳으로 지름길로도 가지 못하고 뱅뱅 돌아가야 하는 때에 한 겨울도 땀복 입은 듯 땀을 쏟아내곤 한다

 

 

나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해서 

모든 것이 내 뜻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평범'이란 단어는 나와 거리가 먼 단어라는 것을

'일반적'이란 말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라는 것을

 

 

너무 앞서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상'을 살아가기 힘든 나는

그동안 연애도 결혼은 더더군다나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런 내가 용기를 냈는데..... 

내 세상이 무너지는 결심으로 선재의 손을 잡고 그의 세계로 들어왔는데

그와 함께 있지 않을 수도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길 잃은 아이처럼

울지도 웃지도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뿌리 박힌 채 멈춰있다

고장난 다리만 보며.....

 

혼자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한 나약한 존재이고싶지 않았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올라 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무능함 무력감 무가치 허무함 허상을 좇는 멍청이 

단어들이 머리 속을 맴돌다 눈앞을 지나가며 내 몸을 꽁꽁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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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아 괜찮아?"

 

문 틈으로 다급한 선재의 목소리가....들린다

 

"선재야....선재야.. 선재야......"

 

층층이 쌓아 올린 설움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아기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선재 이름만 부르며

머릿속엔 어떤 단어도 얼굴도 떠오르지 않았다

선재 목소리만 들리며

어두운 현관에 있었다

 

 

요란한 소리를 뚫고 

커다란 손이 나를 흔들었다

컴컴했던 내 세상에  

불이 들어왔다

선재가 왔다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비행기 시간도 바꾸어서 날아왔는데

환하게 웃으며 내가 반겨 줄 거라고 생각하며 날아왔는데

산처럼 쌓인 상자와

안에서 낑낑 대며 문을 열어보다 지쳐 한숨조차 쉬지 못하는 우울한 내 표정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한다

미안해서 머리를 긁적대는 숙생2의 표정에 화는 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참아지지는 않고

숙생2가 먼저 엎드려뻗쳐하면서 팔굽혀 펴기 100번하겠다고 선수치며 선재의 화를 풀어주려 애를 썼다

악의 없음을 알기에 우리를 위한 것임을 알기에 더  뭐라 하지는 못하지만......

나의 비참한 현실을 되새기게 된 것이 쓰라릴 뿐이다

 

 

"널 어떻게 하면 좋으니 ..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말하라고 했는데 왜 또 혼자 끙끙대니"

"나 혼자서 해보려고 했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으니까  하면 되니까  이번에도 될 지 알았지"

"도전 의식은 좋다 그래도 다음엔 꼭 불러 내가 달려올테니까"

 

 

선재의 다독임에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할 수 없는 일을 포기하는 것도 용기

실패할것을 알면서도 도전해 보는 것도 용기

시도도 하기전에 포기한 일이 많아서 이제는 그러고싶지 않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겨도 내 스스로 해볼거야

내가 선재를 쟁취한 것도

불가능할 일이였으나

해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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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네가 이어준 내 삶에 대한 보답이니까

네 사랑으로 

네 아픔으로 

무럭무럭 자란 

잔인한 시간이지만

내 몸을 살린 첫 매듭

내 맘을 살린 두번째 매듭

내 인생을 구원한 마지막 매듭을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이 

널 항한 내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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