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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55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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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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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붉은 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새끼 손가락에 운명의 붉은 실을 묶고 있다고 한다

그 운명의 실을 따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인생을 걸어가는 것이다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운명의 붉은실의 가닥 수가 충분히 많지도 않고 촘촘하게 짜여있지 않아서 

타래가 엉켜버리기 때문이다

엉킨 실을 쓸 수 없으니 

운명의 가위로 툭 잘라내는 수밖에

그리하며 잘린 상처로 끝이 풀어진 실이 다시 허공을 맴돌다가 운명의 대상에 손가락에 감기게 되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새끼 손가락 가장 안쪽 마디에 긁힌 상처가 생긴다면

운명의 실을 가진 당신의 맞은 편 가닥을 가진 반쪽이 가까이 와있다는 의미다

'내가 곁에 있어요 날 놓지마세요 나를 봐요'

존재를 알리기위해 실 한쪽을 강하게 잡아 당겨 생기는 상처이니

꼭 주변을 살펴보길

당신을 바라보는 

당신을 기다리는

당신을 사랑하는

그가 있을테니






멍하니 서있다

아주 잠시 잠깐 어디론가 생각이 날아가버린다

나는 어디? 여긴 누구?

눈만 껌뻑일 뿐 옴짝달싹 할 수 없다


"맑은 영혼의 눈이 닫혔어요 훨훨 날아다니셔야 할 분이 여기서 뭐하시는 거래요? 어깨와 허리가 묵직하시죠? 집에 아픈 사람도 있네요 암환자가 보여요"


요즘도 '도를 아십니까'가 있을 줄이야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이제는 포교활동 오프라인에선 안하는 줄 알았는데 그 생명력 참 길다

그런데 이 둘은 만만치 않다

나도 한 말빨 하는데 끼어들 틈을 안준다


"조상님께서 서운해하시네요 더 오래 두면 화가 본인과 집에 미칠겁니다풀어드려야해요"


가만히 듣자듣자하니 우리 조상님들을 분노조절장애에 책임전가에 복을 악으로 갚는 파렴치한으로 만들잖어?


"아니 이보세요 왜 남의 조상을 ...."

"후손님 운이 막혀있어요 운만 뚫어주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요"


역린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보고 판단하며 살아가는 것까지는 뭐라 할 생각 없다

그러나 그들 나름의 원칙이 담긴 포교 방법이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것일 땐 말이 달라진다

마음 가장 약한 곳에 동아줄을 내려줄 것처럼 하지만

썩은 동아줄을 희망인양 구린내 나는 것을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입을 막아서 못알아채게 하는 행태들

그러나 지금은

내 속에 겨우 봉인해 놓은 그것을 건드렸다



"네네 요즘 세상에 디스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학생 직장인 모두 컴,폰,패드 들고 사는데 정상인 몸이 이상한거지? 그리고 요즘은 암이 불치병이 아니예요 고질병이지 평생 함께 가는 동반자예요 100세 시대에 암환자 한 명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요? 왜 암환자가 넘치는줄 아셔요?요즘은 항암에 수술에 의술이 발전해서 웬만한 암은 다 고쳐요 그리고 제사 안지내준다고 자손에게 해꼬지 할 조상이면 악귀죠 악귀 퇴마 해야지 계속 어찌 모셔요? "



욕은 한마디도 섞여있지 않지만 목소리의 서늘함과 시퍼런 살기를 띈 눈빛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한동안 눌러놓았던 마음 한구석의 검은 구름이 울력하듯 쏟아져 나온다

예상 못한 내 말폭격에 얻어맞아 어버버 하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대 더 날렸다


"조상 잘 못 모셔서 제 다리가 이렇게 됐다는데 어쩌죠? 전 이 다리 덕분에 천생연분 만나서 아주 행복한데? 제 조상님은 몇수를 더 앞서 보시는 분인가봐요 이런 현명한 조상님을 모시는 게 제 복인것 같은데"


방실방실  약간은 억울하다는 듯 웃으면서 또박또박 단어 하나하나에 힘 주어 말했다

멀리서 본다면 내가 무척이나 곤경에 빠진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오래시간 교육을 받았다하더라도 사람들의 비난어린 시선은 이겨내기 힘들테니



"자기야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


다정한 목소리로 내 손을 잡으며 눈을 맞춘다

방긋 웃는 표정으로 한없이 미안함을 쏟아낸다



"자기야 여기 두 분 아는 사람들이야?"

"아니"

"더이상 볼 일 없으시죠? 제가 울 자기랑 가야해서요 조심히들 가세요 자기야 가자"


친절하지만 강단있는 목소리로 도를 아십니까를 밀치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남자

나즈막한 목소리로 뒤돌아보지 말고 웃으라고 자연스럽게 표정지으라고 말한다

한참을 남자가 이끄는대로 밀려 갔다

커피 전문점에 들어서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나를 테이블 앞에 고정시키더니 내 앞에 앉는다


"놀라지 마세요 아까 곤란해보여서 오지랖 부렸습니다 저 이상한 놈 아닙니다 "

  

심쿵

영화에서만 보던 위기에서 구해주는 왕자님이 현실에도 있다

찬찬히 뜯어보니 잘생기기도 했다


"만나기로 하신 분이 오실 때까지 같이 있을게요 가끔 도를 아십니까 중에 악질은 한참을 더 따라와서 진짜 일행인지 확인도 하더라구요"


다정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나를 안정시키려 애쓰는 표정이 .....귀엽다

머리 끝까지 가득 차올라있던 서슬 퍼런 기운들이 차분히 가라앉아

평온함 호수 잔잔한 물결같이 고요해진다


"누구 기다리세요? 남친?"


고개만 끄덕였다

입을 풀로 딱 붙인 듯 꼭 다물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내 입에서 잘생겼다는 말과  함께 감탄의 탄성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찡긋 웃는 남자


"남친..있으시구나...역시 예쁜 사람은 혼자일리가 없죠 남친 빨리 오라 하세요 전생에 나라 구한 영웅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말도 청산 유수급으로 줄줄 먼 바다를 향해 막힘없이 흐른다

내가 결혼을 안 했더라면 무척이나 설렜을 말과 상황들이지만

이 순간 선재 얼굴이 떠올랐다

꼭 어디선가 선재도 이렇게 능글맞은 친절을 베풀고 있진 않을까?하는 질투 아닌 질투가 꾸물거린다


선재는 일이 늦어져서 못오게됐다며 동석이 대신 데리러 왔다

동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남자의 표정에 묘한 우월감이 비친다

동석도 눈치를 챈 듯 형수님이라며 큰소리로 날 부르자 그남자의 표정이 다시 가라앉았다

남자를 보내고 돌아오는데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 아직 안죽었써!!!미모가 아직 먹혀!!!!





"여기서 또 뵙네요?"


아파트 공원에서 마주친 그남자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인걸 보니 이웃이였구나

이 곳 터가 좋은 건지 류선재 백인혁 그리고 그남자 모두 잘생긴 사람들만 모여있다


"오늘도 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공원 입구 아주 낮은 턱 하나가 살짝 튀어올라있어 팔에 힘을 주어 넘어가려는 찰나에 그남자를 만나 도움을 받았다


"그날은 잘 들어가셨죠? 동네 주민인줄 알았으면 저랑 같이 왔으면 됐을텐데요 사실 그날 그렇게 헤어져서 아쉬웠어요 명함 받아둘 걸하고 후회했거든요"


버터같은 느끼한 말인줄 아는데도 녹는다


"제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우리 운명같아요

"저는...

"남친 있다구요? 비서까지 둘 정도로 사회적 지위도 있는 사람같긴하지만, 안 왔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본인이 직접 와야죠 여친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제가 아니였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왜이러지

말문을 탁탁 막는, 혀놀림이 기름이 잘잘 흐르는 물고기마냥 요리조리 날렵하고 재빠르다


"유치한 말일수도 있지만 골키펴 있다고 골 안들어 가는거 아니니까 열심히 공 차볼게요 골대가 도망가지는 않겠죠? 전 한 번 정한 목표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보세요 전요 ..."

"전화 오네요 아까부터 계속 오던데 받으세요"


내입에서 나올 말이 뭔지 안다는 듯 화제를 돌려버리는 기술마저 보통은 아니다 싶다



https://img.theqoo.net/BevCaD


<솔아 어디야? 무슨 일 있는건 아니지?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어?>


선재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밖으로 크게 울렸다

내가 그남자에게 홀려 진동으로 해 놓은 전화기를 가방에 넣어둔채 한참을 못 받고 있었기에 선재가 놀랐나보다

곧이어 땅이 울릴만큼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솔아 왜 여기있어? 평소 산책길과 달라서 한참 찾았잖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온 몸 구석구석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선재를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쳐다보지만 그러든 말든 선재는 안중에도 없다


"이 분이 며질전에도 좀전에도 도와주셨어"

"아닙니다...혹시 류선재씨?"

"네 류선잽니다 제. 아.내.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걱정가득한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경계심 가득한 늑대의 눈빛이 강렬하게 쏘아져 나온다

아내라는 글자 하나하나에 온점을 팍팍 찍어가며 강조하는 선재를 보며 나도 살짝 긴장했다

남자의 표정도 잠시 잠깐 굳었지만 다시 확 풀렸다


"전생에 지구를 구하셨나봐요 저렇게 예쁜 분을 아내로 모시다니...부럽네요"

"그럼요 전생 뿐이겠습니까 온 우주의 멸망을 막아서 제가 복 받았지요 오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웃고 있지만 웃지 않는 두 남자의 악수가 계속 이어지고 손이 점점 하애진다


"선재씨 그만~ 보내드려요 ~ 오늘 고마웠어요 "

"나중에 다시 뵙죠 운명이라면"


허걱 닭살 돋긴하는데 듣긴 좋다

남자가 시원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나도 모르게 뭐에 홀린듯 흔들어주었다 

재빠르게 선재의 손이 내 손을 낚아채듯 확 당겨 내리고는 씩씩거린다


"좋냐? 좋냐구?"


내 앞에 4살 꼬마 류선재가 심통난 채 계속 내 팔을 쿡쿡 찌르고 있다


"저사람에게 난 그림의 떡.  콩깍지 낀 네 눈에만 난 예뻐"

"저자식이  너 예쁘다잖아"

"그러니까 온 우주를 구한 영웅이 류선재잖아 난 류선재꺼라고. "

"흐흐흐 내꺼 내꺼 흐흐 "


좋단다

어디나가서 팔불출 소리 조금만 들었으면 좋겠다 제발

사랑 많이 받아서 좋긴하다






며칠 뒤 선재의 표정이 묘하다

밝다고 해야하나 고소해한다고 해야하나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기다리라고만 할 뿐


"이번주 유퀴즈 꼭 봐"

"너 나오는 건 항상 모니터링하니까 볼게"

"꼬옥 봐야해"


선재가 평소보다도 더 강조하면서 같이보자구 스케줄도 안가고 tv를 켰다

유재석님과 류선재가 나란히 앉아 있다

익숙한 얼굴 사이에 낯설지만 익숙한 모순적인 표현으로밖에 설명 안되는 '그남자'가 있었다

신인 배우고 조세호씨 결혼으로 잠시 비운 자리를 매우러 나왔다며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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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텨뷰 내용은 뭐... 

제2의 최수종 안정환 이란 별명을 가졌다고 말하니

스스로 솔친놈이라고 별명 이야기 해버리는 등 그동안 금기시했던 모든 것을 다 터뜨려버렸다


<유재석 신혼인데 정말 행복해 보여요 아내의 어떤 면이 좋은가요?

류선재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 짝꿍이 많이 예뻐요 

            눈이 부셔서 항상 선그라스를 껴야해요 

유재석 저야 결혼식을 가서 알지만 미모가 

           이야~~~정말 아름다우시더라구요

류선재 오늘 나오신 배우님도 같은 동네 살아서  

          제 짝꿍 예쁜거 보셔서 알거예요 진짜 예쁘죠? 부럽죠? 

          결혼 하세요~~적극 추천합니다 

           그리고 선배님  조언 하나 얻고 싶어요

유재석  조언이라면 어떤?

류선재 아내가 제일 서운해 할 때가 임신 했을 때 못해준거라던데 

           선배님은 어떤 방법을 쓰셨나요? 또 육아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유재석 이 질문은? 혹시? 축하드립니다 태명이 있나요?

류선재 아이고 감사합니다 둘이라 한미르 두미르 미르미르라고 불러요>


아이고 두야 

핵폭탄을 던지고 왔구나

내 옆에 앉은 선재나 화면 속 선재나 입이 귀까지 걸려서 헤헤대는 모습에 나도 입이 딱 벌어진다


"그자식 얼굴이 꼭 똥씹은 얼굴이였어 지가 감히 운명 어쩌구를 논 해?

우리가 어떤 운명 속에서 이어져 온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말야"


의기양양한 모습 

그래 좋다 좋아 

무심한 것 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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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손가락에 상처났어 아파 호~~해줘"


어리광부리는 선재의 손가락을 가져다 호~~해주는데


"너도 상처났어?"


나도 같은 자리에 똑같은 크기의 상처가 나있었다


"솔아...월하노인이 묶어준 인연의 실이 있나봐 옆에 운명이 있다고

 알려줄 때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상처가 난다더니 우리 손에 상처가 똑같이 났네"

"글쎄 내 인연의 실이 다른 사람이랑 연결되있어서 가까이 있다고 알려주는건 아닐까?"


농담을 던졌으나

얼음장보다 더한 차가운 표창이 가슴에 내리 꽃힌다



"나타나기만 해보라고 해 그 실 모두 다 끊어다가 네 손가락 내 손가락 손깍지 낀 채로 꽁꽁 묶어서 아에 손을 못 쓰게 할꺼야"

"다리도 못쓰는데 손까지 못쓰게 하려고?"


뜨끔해하는 표정의 선재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투명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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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설에선 붉은 실을 발목에 감는다고도  해 

 그래서 네가 날 살렸을때 그때부터 네가 감아놨었나봐 얼마나 꽁꽁 묶어놨는지 걷지를 못하네"

"......그런가보다"


멋쩍은 웃음

무심코들 하는 관용적 표현인데

별 의미없이 하는 말인데

나를 향해 하는 말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는 표현들

그렇기에 한번 더 생각하고 고심해서 말해야한다는 걸 또 깨닫는다

선재에게 상처줬을까봐 걱정스럽게 표정을 살폈다

반대로 선재도 내 눈치를 보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소심한 것도 닮았네



"우리 운명의 실타래 째로 처음부터 같이 감겨있었나봐 하늘에서 우리 두 실패를 한번에 묶어버린거지 끊으려면 실 전체를 완전 조각조각 다 끊어내야할거야 이래저래 팔자려니하고 나랑 오래오래 살자"


어느순간 득도한 표정으로 온화한 미소와 함께 두팔 벌려 안아주는 선재

나도 한아름 선재를 안고 손깍지 꽉 끼고 절대 놓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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