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주의
이 이야기는
호주 스노위 산에 산불이 덮치기 전
어느 야생마 가족의 이야기임

스노위 산맥(Snowy Mountains)
호주 알프스의 최고봉을 자랑하는 산

이곳에는
호주의 야생마 브럼비들이
약 200년 이상 살고 있음
.
.
.
때는 2019년
스노위 산맥에 전설적인 종마가 있었음

#출처
그 이름은 페일페이스(Paleface)

#출처
페일페이스는 이름처럼
창백한 털빛을 가졌음

#출처
압도적인 정면샷★

인자한 부처 같은 눈★

#출처
흡사 산신령 같은 포스
머리숱 찢 었 다
https://youtu.be/tE0A750nthU
페일페이스는
2010년대 초반에 처음 목격된 후
수많은 작가와 기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호주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됐음
사람들은 페일페이스를 이렇게 불렀음
"코지어스코의 왕"
"지역의 유산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존재"
"스노위 산맥 브럼비의 아이콘"
페일페이스는
오랫동안 가족도 이끌고 있었음

#출처
우두머리 암말 마마(Mumma)
페일페이스 가족의 중심이자 버팀목

마마는 2018년에 딸 페이스(Faith)를 낳았고

2019년 9월 3일에는
밤색 털을 가진 막내딸 애니(Annie)를 낳았음

페이스랑 애니는 1살 터울 자매임
페일페이스 ♂
├── 🌸 마마 ♀
│ ├── 페이스 ♀
│ └── 애니 ♀

#출처
그리고 든든한 두 번째 암말 미스티(Misty)
미스티는 4마리의 자식을 두고 있음

#출처
미스티의 듬직한 장남 애쉬(Ash)
몸은 회색인데 얼굴은 하얀 수말임

애쉬는 아빠한테 야단 맞아도

덩치로 개길 수 있음 ㅋㅋㅋ
덩치는 큰데 호기심이 많아서
사람한테 겁도 없이 잘 다가오기도 함
근데 애쉬보다 더한 녀석이 있으니

미스티의 둘째, 딸 아미고(Amigo)
까만 털이 매력적인 사랑스러운 아기
애쉬보다 더 사람을 좋아함
#출처
이렇게 사람만 보면 다가와서
쓰다듬받는 걸 좋아했던 아미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초
뱀에 물려 죽은 채로 발견됐음 ㅠㅠ

미스티의 셋째, 딸 그레이스(Grace)
무채색 무리 속에서
붉은 로안* 털을 가져서 눈에 띄는 암말
한창 연애 중이심 (연애 상대는 뒤에)
* 로안 털: 흰색이 섞여서 희끄무레한 털

그리고 미스티의 막내, 아들 아치(Archie)
2019년에 태어났고
얼굴에 흰색 그라데이션 무늬가 있음

페일페이스: 우리 아치 이리 온 (깨물며)

아치: 엄마, 아빠가 이상해 ㅠ
미스티: 저 인간이 왜 자꾸 저런댜 (ㅋㅋ)
페일페이스 ♂
├── 🌸 마마 ♀
│ ├── 페이스 ♀
│ └── 애니 ♀
│
├── 🌸 미스티 ♀
│ ├── 애쉬 ♂
│ ├── 아미고 ♀ (사망)
│ ├── 그레이스 ♀
│ └── 아치 ♂

이상 페일페이스 가족 소개 끝!

잠깐!! 날 빼면 섭하지
? 니가 누군데

나? 부관* 종마 포스터보이(Posterboy)
* 우두머리를 보좌하는 서열 2위 종마
짙은 밤색 털을 가진 포스터보이
2016년부터 페일페이스를 따라다녔고
페일페이스가 받아줘서
몇 년째 부관 종마로 활약 중이심
가끔 2인자를 받아주는
너그러운 우두머리 종마가 있음
페일페이스 ♂
├── (부관) 포스터보이 ♂
│
├── 🌸 마마 ♀
│ ├── 페이스 ♀
│ └── 애니 ♀
│
├── 🌸 미스티 ♀
│ ├── 애쉬 ♂
│ ├── 아미고 ♀ (사망)
│ ├── 그레이스 ♀
│ └── 아치 ♂

페일페이스와 포스터보이
둘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포스터보이는 가끔 이렇게
페일페이스한테 대들기는 해도
꽤 충직한(?) 부하임

게다가 페일페이스의 딸 그레이스랑
진지하게 썸도 타는 사이임
맨날 이렇게 단둘이 붙어 있음

꽁냥꽁냥 비밀(?) 연애 중

아치: 둘이 뭐해!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포스터보이, 나 잡아봐라❤️

언덕을 슉슉 뛰어내려가는 그레이스

좋다고 그레이스 잡으러 가는 포스터보이
니네 페일페이스한테 허락받았냐

헥헥 나 왔어
포스터보이 눈에서 꿀 떨어지네
둘이 거의 뭐 잉꼬부부임 ㅋㅋㅋ
#출처
사람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그레이스
손 냄새 킁킁
무섭지만 궁금해
그레이스 옆에선
남동생 아치가 나뭇가지에 긁고 있음
포스터보이: 애기야 가자
포스터보이가 나타나자
그레이스도 졸졸 따라감
둘이 아치랑도 잘 놀아줌 ㅋㅋ
페일페이스 무리는 오랫동안 건재했지만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음
|
안개 속에서
장비를 챙겨서 달려가 보니
안개가 걷히자 그 광경이 보였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이 함정은 새로 설치됐는데
- 후략 - |
2018년
덫에 걸려 포획될 뻔한 적도 있었음
포획되면 도살장 직행임

또 어떤 날에는
떠돌이 밤색 총각말 댄(Dan)이 찾아왔음
댄은 페일페이스의 암말을 노리고
졸졸 따라다니며 기회를 엿보곤 했음

페일페이스: 어쭈구리?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부관 종마 포스터보이 몸빵 시전!

댄: 꾸에엑

이날도 한바탕 설치고 간 댄
댄은 혼자 나타났다가 휙 떠나곤 했음
#출처
댄: 누가 내 얘기 하나
아이구 시원해
시원하게 긁고 홀로 떠나는 댄
댄은 언젠가 암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모았는데
슬프게도 2018년 9월 20일
빛을 보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음 ㅠㅠ..

|
셋이 평소처럼 마주쳤던 날
우렁찬 싸움 소리는 잊지 못할 거예요.
댄은 갈비뼈가 크게 다친 듯해도
댄은 평소처럼
하지만 댄은 2018년 9월 20일에
댄은 종마로서 늘 고군분투했고
언젠가 그가 가족을 꾸리길 바랐지만
결국 그는 다른 무리를 찾아
그를 기억하기 위해 |
가족을 가져보지도 못하고
홀로 떠돌다가 세상을 떠나버린 댄 ㅠㅠ
그리고 페일페이스 무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리가 하나 있음

바로 포켓 로켓 무리

이 집 종마 이름이 포켓 로켓(Pocket Rocket)임
강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함
두 무리의 인연이 깊은 이유는

#출처
포켓 로켓의 부관이 다름 아닌
페일페이스의 장남 보공(Bogong)이기 때문임

보공은 2015년에 태어났음
어릴적엔 동생 아미고의
장난감(?)이 되어 늘 시달렸지만
성년이 된 후 집을 떠나
포켓 로켓 무리에 합류했음

밤색 뽀시래기에서
회색빛 근육마로 성장한 보공
아빠 페일페이스를 빼닮았음
포켓 로켓의 부관 노릇하면서
새끼 2마리도 번식해냈음
포켓 로켓 ♂
├── (부관) 보공 ♂ (페일페이스의 아들)
│
그리고 포켓 로켓 무리에는

페일페이스의 집 나간 딸 진카(Jinka)도 있음
진카는 생후 2주 밖에 안됐을 때
엄마 미세스 얀(Mrs Yan)이
뱀에 물려 세상을 떠나버렸음
그 뒤 아빠의 보살핌을 받다가

어느덧 다 커서 무리를 떠나
포켓 로켓의 암말이 된 거임

포켓 로켓과의 사이에서
빌리 B(Billy B)랑 플리카(Flicka)도 낳았음
포켓 로켓 ♂
├── (부관) 보공 ♂ (페일페이스의 아들)
│
├── 🌸 진카 ♀ (페일페이스의 딸)
├── 빌리 B ♂
└── 플리카 ♀
즉,
페일페이스의 자식인
보공이랑 진카가 독립한 뒤
포켓 로켓 무리에서 살고 있는 거임
따라서 포켓 로켓 무리는
페일페이스의 사돈 무리라고 할 수 있음

포켓 로켓 무리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보공 & 진카 남매

보공은 삼촌으로서
조카 빌리 B랑도 잘 놀아줌
그런데
아담한 포켓 로켓 가족을 노리는
수상한 녀석 두 마리가 있음

총각말 찰리(Charlie)

그리고 총각말 찰리 짝꿍(Charlie's mate)
어떻게 이름이 찰리 짝꿍
둘이 늘 콤비로 붙어다녀서
찰리 & 찰리 짝꿍이라고 불림
마치 덤 앤 더머같은 너낌 ★
포켓 로켓 ♂
├── (부관) 보공 ♂
│
├── 🌸 진카 ♀
│ ├── 빌리 비 ♂
│ └── 플리카 ♀
│
★넘을 수 없는 벽★
│
├── 찰리 ♂
└── 찰리 짝꿍 ♂
둘은 2017년 말부터 쭉
포켓 로켓 무리를 스토킹해왔음
가끔 포켓 로켓 무리인 척도 함 ㅋㅋ
그래서 포켓 로켓 무리 주변에서는
매우 높은 확률로
찰리 & 찰리 짝꿍을 목격할 수 있음

포켓 로켓: ? 어째 등 뒤가 따가운데...

스윽 돌아보니 찰리 & 찰리 짝꿍;;

갑자기 딴청 피우는 척하는 노답 콤비 ㅋㅋㅋ

#2019년 5월 12일 ─ 찰리 & 찰리 짝꿍이랑 노는 보공
찰리 & 찰리 짝꿍은 보공이랑도 친하고
페일페이스 무리와도 가끔씩 어울림

한 번은
페일페이스의 아들 애쉬가
집 나간 형 보공을 만나러 왔음
오랜만에 만나서 씐나 죽음

그 둘을 보는 포스터보이와 찰리

얼씨구
보공이랑 애쉬 둘이 자알 논다

찰리: 꺄올~~ 우리도 놀자!!
포스터보이: ..... (묵묵부답)
찰리는 덩달아 신났지만
포스터보이는 아무 말이 없음
그 대신...

♥♥~ (?????)

포켓 로켓: 아 쉬바 내 눈 (ㅋㅋㅋ)
오늘도 우당탕탕 스노위 산골 라이프 ❄️

찰리 · 보공 · 포켓 로켓 · 진카 · 빌리 B
룰랄라 룰라
실컷 놀고 떠나는 포켓 로켓 무리
(찰리 넌 왜 꼈냐)
그런데 2019년 10월이 되자
보공의 마음 속에 변화가 찾아왔음

#출처
보공:
이 몸을 담기엔 포켓 로켓 무리는 너무 좁다...
더 이상 포켓 로켓의 부관으로 썩을 순 없어!!
보공은 마침내 결심했음
암말을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로
그래서 혼자 훌쩍 떠났음
그리고 며칠 뒤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날
비를 홀딱 맞으며 서 있는 포켓 로켓 가족

아기 플리카는
엄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포켓 로켓: 응? 저게 뭐지?
저쪽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린 포켓 로켓

???

우다다다다
보공이 달려오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 ??
아마 전직 부관으로서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
이렇게 또 10월의 하루가 지나갔음
보공이 생쇼를 벌이고 며칠 뒤

풀밭에서 햇볕을 쬐는 페일페이스 가족

아치: 드르렁~

포스터보이와 그레이스는
가족들이 낮잠 자는 틈을 타
몰래 꽁냥대는 중

페일페이스는 아는지 모르는지 풀 뜯어먹다가

애니 뒤에 발라당 주저앉았음

코까지 곯음 ㅋㅋㅋ

미스티: 우두머리가 저렇게 나약해서야 ㅉㅉ

하지만 미스티도 아치 옆에 풀썩

그 와중에 딸 애니 옆에
꼿꼿이 서 있는 암말이 있었으니
우두머리 암말 마.마.
이게 바로 우두머리의 품격이다

그치만 마마도 졸려,,,
결국 애니랑 페일페이스 사이에 드러누웠음

앞에서부터
애쉬 - 미스티 - 페일페이스
둘이 쌍둥이? 아님 ㅋㅋ
브럼비는 혈통상 그레이 털이 많음

조금 전까지 꽁냥댔던
포스터보이랑 그레이스도 나란히 쿨...zzZ

포스터보이는 누가 잡아가도 모를 듯 ㅋㅋㅋ

페일페이스: 자자 기상!! (넌 언제 일어났냐)

우리 막내 애니도 얼른 일어나자

미스티는 글렀슈 ㅋㅋㅋ

미스티: 나 불렀어? (번뜩)

아치는 아직도 꿈나라에 가 있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10월이었음
그리고 10월이 끝나갈 무렵

#출처
찰리 & 찰리 짝꿍도 우연히 만났음
이번엔 매버릭(Maverick)이라는 친구랑 놀고 있음

장꾸들이 만드는 찰리 샌드위치 ㅋㅋ
매버릭(오른쪽 회색 말)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총각말인데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모처럼 다시 나타난 친구임
그리고
찰리 & 찰리 짝꿍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근처에 있는 포켓 로켓 무리 ㅋㅋㅋ
|
페일페이스를 찾으러 나갔다가 발견한 총각말 3마리.
한동안 앉아서 좀 지켜봤어요.
몇 달씩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어디로 사라지는지 정말 궁금해요.
몇 년 전에는 셉 무리와 함께 지내더니 요즘은 이 친구들과 놀고 있어요.
찰리 & 찰리 짝꿍은 매버릭과 몇 년째 단짝처럼 놀고 있는데 아직 암말을 못 구해서 장난치고 싸우며 사이좋게 지내요.
찰리와 찰리 짝꿍은 항상 포켓 로켓 무리 옆에서 발견되거든요. |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10월이 흘러갔음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음
위 사진이 찍히고 불과 5주 뒤
거대한 산불이 스노위 산맥을 집어삼켰음

산불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지만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스노위 산맥 주요 지역을 덮치기 시작했음
산불은 이듬해 2020년 초까지 이어졌음
2020년 1월 4일
스노위 산맥 인근 하늘 색깔 변화
|
오늘 스노위 산맥은 정신없이 바빴어요.
코지어스코 국립공원과
저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며
- 중략 -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

#출처
2020년 1월 12일에 촬영한
코지어스코 국립공원의 키안드라 평원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월 사이
브럼비들의 핵심 거점이었던
키안드라 평원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음
많이 걱정된 사람들은
2019년 말부터
하루에 꼬박 14~16km씩 걸으며
브럼비들, 특히 지역의 아이콘인
페일페이스 무리를 찾아 나섰음

불에 덜 탄 구역에서는
살아남은 무리들이 간간이 목격됐음

코가 조금 그을린 어느 우두머리 종마


망아지들과 다른 가족들도
조금씩 불에 그을린 모습


수색중에 만난 레지(Regi) 무리
불길을 피해 가까스로 살아남았음


#출처
참고로
산불에서 살아남은 레지 무리는
3개월 후에 이렇게 회복했는데
얄궂게도 2022년 산불로 떠나버렸음

이 밤색 총각말도
얼굴이 좀 탔지만 생존 신고했음

위 밤색 총각말이 속한 총각 무리
모두 무사하지만
한 녀석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나??
ㅋㅋㅋㅋㅋㅋㅋ

토르(Thor) 무리
기적처럼 생존한 또 다른 야생마 가족

검게 탄 숲의 경계에 서 있는 종마 술탄(Sultan)
술탄과 가족들도 모두 살아남았음
술탄은 이 인생샷을 계기로 유명해졌음

그나마 불에 덜 탄 지역에서는
브럼비들이 가끔 목격됐지만
불길이 지나간 지역은 참혹했음

|
화재 후 키안드라 주변을 살펴보니
말들은 모두 불난 방향을 등지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인데 정부는 왜 브럼비가 2만 마리라고 할까요?
산불 이후 개체수를
우리 환경부장관은 |
검게 탄 나무 숲과 들판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수많은 브럼비의 시신들...
단 하루 동안
18마리의 말의 시체가 발견됐고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끔찍했음
산불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와 반 브럼비 단체는
"브럼비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으니
공중 사살로 도살해야 한다"
라고 주장해서
브럼비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었음
관련글 ☞ 야생마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호주 상황

살아남은 브럼비도
죽어버린 브럼비도 곳곳에서 보였지만

#출처
페일페이스와 그의 가족은 보이지 않았음

|
저 멀리 회색 말이 보이는데 아쉽게도 페일페이스는 아닙니다... |
아무리 수색해도 흔적조차 없었음
결국 유해도 찾지 못한 채
페일페이스와 무리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음

저는 10년 동안 이 지역에서
브럼비들을 촬영해 왔어요.
특히 처음 8년은
페일페이스를 따라다니며 기록했는데
그는 산불로 죽고 말았어요.
오랫동안 지켜본 말을 잃는 건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출처
웅장한 페일페이스
"산의 왕"
2019~2020년 산불로 안타깝게도 소실
↓ 페일페이스 추모글

#출처
페일페이스의 영혼 - 코지어스코의 왕
한 점의 흔적도
털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허공으로 사라진 것처럼.
발굽 자국도, 말똥의 흔적도 없는 길.
언덕에는 그들이 부르던 노래도 온데간데 없다.
그들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달아나는 밤처럼 소리없이.
그들이 무사하길 바라지만
그들의 도주를 두려워한다.
지켜보는 이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늘 그 길을 걷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춘다.
혹시 상처 입은 창백한 종마가 나타날까.
혹은 그의 동료, 큰 체구의 밤색 말일까.
혹은 불이 번지기 전에 태어난 새끼들일까.
하늘과 땅에서
수많은 눈들이 그들을 찾아 헤맸지만
페일페이스와 그의 무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불길이 지나간 뒤 발견된 수많은 시신들.
죽음이 남긴 으스스하고 씁쓸한 미소들.
불에 타 훼손된 비참한 광경은
아무리 애써도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속에 사라진 회색 종마라고
확신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살아남아 도망치지 않았을까.
애써 희망 끝자락을 붙잡았다.
하지만 벌써 아홉 달이 넘었고
현실은 우리에게 잘못됐음을 일깨운다.
그가 살아남아 먼 곳으로 도망쳤다면
옛날 지배했던 산으로 돌아왔을 텐데.
유칼립투스가 튼튼하게 자라는 하얀 비탈로,
풀이 길게 자라 무성한 평원으로,
딩고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치는 곳으로,
독수리가 토끼를 쫓아 스릴을 만끽하는 곳으로.
그래.
신의 뜻이라면 반드시 돌아왔을 텐데.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랐음에도.
그러니 나는 이제
이 자랑스런 산의 왕에게 작별을 고한다.
사진이 남겨준 추억에 감사하며.
언젠가
또 다른 회색 말이 갈기를 늘어뜨리고
북쪽에서 나타날지도 몰라.
회색으로 빛나는
암말들과 새끼들을 거느리고서.
그는 틀림없이
페일페이스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산은 또 한 번 메아리치겠지.
하지만 설령 그날이 온다 해도
페일페이스의 기억은 영원히 남겠지.
- 2020년 6월 11일

블랙 서머 (Black Summer)
2019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호주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산불
영국 크기와 거의 맞먹는
1,700만 헥타르의 땅이 불에 탔음
가장 심각한 불길은
2019년 12월 ~ 2020년 1월에 집중됐고
브럼비 피해도 이 시기에 발생했음
이 산불로 소방관 2명을 비롯해
최소 33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약 30억 마리의 동물이
죽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음
일부 종은 멸종됐을 가능성도 있음
경제적 손실은 최소 1,000억 달러
호주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됐음
https://youtu.be/1LkfbHGmros

#출처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브럼비들의 거점 중 하나인 키안드라 평원
총각말 댄이
교통사고로 떠났던 바로 이곳에서
수많은 브럼비들이 한 줌의 재가 됐음...
|
2020년 5월 10일
페일페이스 무리는 화재 이후 아직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살던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찰리 · 매버릭 · 찰리 짝꿍 · 페이스 · 그레이스 애쉬 · 마마 · 미스티 · 아치 · 페일페이스
모두 실종 상태입니다.
키안드라 지역에서 죽거나 불에 탄 브럼비들을 많이 촬영했고
더 많은 브럼비들이 사망으로 추정되는 실종 상태입니다.
|
산불이 덮치기 불과 한 달 전

장난스럽게 놀던
찰리 & 찰리 짝꿍, 그리고 매버릭

찰리 & 찰리 짝꿍 근처에서 만난
포켓 로켓 가족

포켓 로켓을 향해 돌진하던 보공


#출처
그리고 햇볕 아래서 쉬던 페일페이스 가족
이 순간들은
그들이 남긴 마지막 모습이 되었음
.
.
.
페일페이스가 산불로 사라진 뒤

#출처
포스터보이가 페일페이스의 후계자가 됐음

#출처
알다시피
포스터보이는 페일페이스의 부관 종마였음
- 다음 글에 계속 -

★예고★
포스터보이는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그런데 최악의 산불을 피했더니
이번엔 공중 사살?!
포스터보이와 친구 세바스찬 가족을 노리는
어.두.운.그.림.자.
공중 사살 디데이는 점점 다가오고...
과연 이들의 운명은?🔥
다음글 ☞ 공중 사살을 앞둔 야생마들에게 일어난 일

페일페이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https://youtu.be/r66d0hWZaNY
2019년 9월 25일
페일페이스를 찾아서
그들은 아이코닉하고 찾기 힘든
스노위 산의 실버 브럼비를 찾아
말을 타고 산으로 향한다.
눈 덮인 산길을 헤치며
짜릿한 순간들을 함께하다 보면
마침내 유명한 종마 페일페이스와 그의 무리가
눈 속에서 노니는 모습을 만날지도 모른다.
[주요 출처]
• Snowy Mountain Brumby Adventures with Michelle Ian and Friends 페이스북 그룹
• Brumby Action Group 홈페이지
• brumby_strong 인스타그램
• Brumby Action Group Inc. 페이스북 그룹
• Victorian Brumby Association 페이스북 그룹
• Australian Brumby Board 페이스북 그룹
• Mountain Brumby Sanctuary And Rescue Cooma NSW 페이스북 그룹
• Mountain Brumby Sanctuary Inc. 페이스북 그룹
[관련글 모음 - 스압]
• 야생마 이야기
― 01. 야생에서 목격된 야생마들의 장례식
― 02. 트레일캠에 포착된 곰을 피해 도망치는 야생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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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야생에서 부상당한 야생마가 자연 치유되는 과정
― 05. 엄마를 잃고 두 종마한테 양육된 야생 망아지
― 06. 캐나다의 어느 야생에서 일어난 야생마 실종 사건
― 07. 야생 망아지의 생존 확률이 낮은 이유
― 08. 말이 다리가 부러지면 안락사되는 이유
― 09.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의 삶: 감바토르타 편
― 10.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의 삶: 보 편
― 11. 다리를 절뚝거리는 야생마의 삶: 레벨 편
― 12.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의 삶: 윈드 편
― 13. 새끼를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야생마
― 14. 나이가 찼는데 독립 안하는 캥거루족 야생마
― 15. 힘이 약해져서 무리에서 쫓겨난 늙은 야생마
― 16. 야생마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호주 상황
― 17. 야생마 서식지를 덮쳤던 호주의 대형 산불
― 18. 공중 사살을 앞둔 야생마들에게 일어난 일
• 몽골야생말 이야기
― 01. 두꺼운 겨울털을 입은 몽골야생말 움짤
― 02. 몽골야생말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 03. 동물원 덕분(?)에 멸종을 피한 몽골야생말
― 04. 20세기 초 상당히 잔인했던 몽골야생말 포획 과정
― 05. 몽골야생말을 멸종에서 구한 두 암말
― 06. 쓸모없는 잉여 종마였지만 훗날 재평가된 몽골야생말
― 07.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은 몽골야생말 '용보'
― 08. 며칠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몽골야생말 '용보'
― 09. 아쉽게 끝난 우리나라의 몽골야생말 번식
― 10. 하렘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몽골야생말
― 11. 야생에서 다리 부러졌는데 살아남은 몽골야생말
― 12. 야생으로 처음 방사된 몽골야생말의 수난
― 13. 야생에 첫 방사됐다가 혹한에 실종된 몽골야생말 찾기
― 14. 야생성 잃어버린 몽골야생말을 야생에 처음 풀어준 이야기
― 15. 의외로 체르노빌에 살고 있는 몽골야생말
― 16. 몽골야생말을 이베리아 고원으로 보내는 사연
― 17. 하렘을 둘러싼 전쟁: 몽골야생말의 왕위쟁탈전 (1)
― 18. 하렘을 둘러싼 전쟁: 몽골야생말의 왕위쟁탈전 (2)
― 19. 하렘을 둘러싼 전쟁: 몽골야생말의 왕위쟁탈전 (외전)
― 20. 야생에서 다리를 다치고 하렘을 뺏긴 몽골야생말
― 21. 체르노빌에 살던 몽골야생말이 최근에 사망한 이유
― 22. 2024년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된 몽골야생말
― 23. 유럽의 사바나에 사는 몽골야생말 망아지의 성장기
― 24. 미국에서 도축 직전의 몽골야생말을 구조한 사건
― 25. 도축 직전에 구조됐던 몽골야생말의 안타까운 근황
― 26. 몽골야생말을 거의 초토화시켰던 몽골의 자연재해
― 27. 생후 3개월에 고아가 된 몽골야생말의 치열한 삶
― 28. 늑대 무리한테서 망아지 보호하는 몽골야생말
― 29. 2025년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된 몽골야생말
― 30. 엄마한테 버림받은 갓 태어난 몽골야생말 망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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