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야생에서 멸종됐을 때
서양인들의 포획으로 유럽에 잡혀 있던 개체들끼리
겨우 번식되어 멸종을 피한 몽골야생말
1992년부터 야생에 풀어주는 재도입 프로젝트로 몽골과 중국 야생에 방사된 결과
현재 전 세계에서 몽골의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가장 많이 살고 있음
프랑스 르 빌라레 보호구역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
유럽에도 몇몇 국가가 설정한 반야생 구역에 몽골야생말들이 살고 있는데
그 중 프랑스에는 르 빌라레 보호구역, 몽다쥐르 보호구역이 대표적인 몽골야생말 반야생 서식지임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과 프랑스에 있는 반야생 보호구역을 교차 배경으로
몽골야생말을 관리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2012년쯤에 제작된 프랑스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여러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구성이 왔다갔다 복잡하지만 한번 따라가볼게
주의 : 원덬은 프랑스어를 모름
번역기가 초벌 번역 달달하게 해주고 ㅋㅋ
애매한 부분들은 관련 기사 등 공식 정보들을 뒤져보고 빈틈을 메꾸려고 노력했음
완벽한 직역은 아니지만 내용 오류는 아마 없을 거임(아마도)
추가 : 이놈의 프랑스 다큐멘터리 이 글 쓸 때만 해도 영어자막조차 없어서 개고생했는데
최근에 뒤늦게 영어자막에 한국어자막까지 추가해줬음 ㅠ
몽골의 후스타이 국립공원(Hustai National Park)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몽골야생말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유명한 야생지이자 관광지임
대초원과 숲과 언덕이 공존하는 곳
몽골야생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물... 물이 필요해...
더위에 지친 몽골야생말 한 마리가 물을 찾아 들어가는 중
오메 시원한 거~
몸 대차게 적셔주고
기어나옴
느릿느릿 지나가는 말
카메라와 눈 마주치기
몽골야생말은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서
멀리 있는 사람도 바로 포착해서 저놈 뭔가 하고 쳐다봄
그래서 카메라랑 아이컨택하는 경우가 많음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어느 하렘
맨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가는 건 우두머리 종마인데
무리에서 한 마리도 낙오되지 않게 후방을 보호하고 떠받쳐줌
초원과 비슷한 털색을 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말들
얘네들은 어떻게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살게 됐을까
몽골야생말을 처음 포획한 그룸 그리쉬마일로 형제
포획되어 유럽에 도착한 망아지들
1879년 러시아 군인이자 탐험가인 니콜라이 프셰발스키가 첫 발견한 이후
20세기 초 몽골야생말한테 흥미를 가진 서양인들이 몽골과 중국으로 유행처럼 원정을 떠났음
성체 말들은 도살되고 망아지들이 대거 포획되어 유럽과 미국으로 마구마구 보내졌음
하지만 막상 몽골에서는 몽골야생말 씨가 말라서
1969년 고비 사막에서 외톨이 종마 한 마리가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멸종됐지만
유럽 등 서양 동물원에서는 포획한 말들을 데리고 있었음
번식 프로그램에 동원된 초기 13마리의 번식 상황
네모는 수말, 동그라미는 암말, 번호는 혈통번호, 상단 맨 왼쪽 DOM은 가축 암말
비록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동물원에도 12~13마리밖에 안 남았지만
몽골야생말의 멸종에 경각심을 느낀 유럽 동물원들은
번식 가능한 13마리로 동물원끼리 교환해 가며 열심히 번식시켰음
번식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개체수가 쭉쭉 늘어나
1984년에는 552마리가 많은 유럽과 미국 동물원에 분포되어 살았음
급한 불 끄고 나니까 이제 새로운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음
슬슬 몽골야생말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때 빛과 소금처럼 나타난 네덜란드 출신 보우만 부부
오른쪽에서 두번째 빨간옷 입은 분이 잉게 보우만이고 남편인 얀 보우만은 일찍 사망하셨음
또다른 공로자인 그로네펠트 부인(맨 오른쪽)과 함께 찍은 사진임
보우만 부부는 프라하 동물원에 갔다가
콘크리트 위에서 자학하는 몽골야생말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서
말들을 고향으로 돌려주겠다는 도전을 결심하게 되셨다고 함
생물학자도 뭣도 아닌 그저 일반인분들이었지만
단지 그 생각 하나로 이 거대한 재도입 프로젝트의 총대를 메주셨음
1977년 이름도 긴 '몽골야생말 보존 및 보호를 위한 재단(FPPPH)' 설립
몽골야생말 번식 프로그램과 재도입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했고
약 15년 뒤
1992년 6월 15일
16마리의 몽골야생말을 몽골의 후스타이 국립공원으로 수송해 풀어주는 날이 왔음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는 비행기
착륙
몽골야생말이 돌아온다고 현지 몽골인들 개큰 기대중
도착할 말들을 실어나를 트럭도 대기 중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몽골야생말 도착
말들이 먹을 건초 내리고
말들이 들어 있는 수송상자도 조심히 내리고
16마리라 많다 많아
이 안에 몽골야생말이 있다꼬?
녜
안에서 열심히 건초 받아먹는 말의 주둥이
아직 다 온 거 아니란다
재도입할 때 이동은 사람도 고생이고 말도 고생임
말들은 이송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이동 중에 사망할 수도 있음
이제 방사될 장소인 후스타이 국립공원까지 트럭으로 실어날라야 함
말들을 싣고 가는 기다란 트럭 행렬
드루와 드루와
현지인들의 환대를 받고 있는 보우만 부인의 빅웃음
이 재도입 프로젝트의 공을 인정 받아 보우만 부인(오른쪽에서 두번째)은 일찍 사망한 남편의 몫과 더불어
또다른 공로자인 그로네벨트 부인(오른쪽 끝)과 함께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왼쪽)과 베른하르트 왕자(왼쪽에서 두번째)로부터 은색 카네이션 상도 수상하셨음
드디어 첫 방사의 역사적인 순간
포획되어 오랜 시간 동안 서양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고향땅으로 돌아온 말들
와 초원이다ㅏㅏㅏㅏ
바로 야생은 아니고 적응 울타리에서 몇 개월 적응하다가 야생으로 풀려날 거임
처음에 이렇게 16마리가 풀려난 것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5번에 걸쳐 총 84마리가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풀려났음
고생고생해서 온 초기 방사 멤버들이 자식을 낳고 계속 뿌리내려
오늘날까지 별일없이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몽골야생말들
2022년 기준 423마리가 살고 있음
하지만 이게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전 세계 개체수 2500여 마리로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심각한 멸종 위기 동물이라 아직 갈 길이 멈
그래서 각 재도입 지역마다 관리인들을 둬서 국가적으로 몽골야생말을 모니터링하고 있음
이름, 나이, 번식 정보, 소속된 무리, 이동한 무리, 출생 여부, 사망 여부 등의 데이터를 작성하고
유럽 유관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정보 교류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데
몽골야생말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떤 원인으로 죽는지, 기후는 어떤지, 가축말과 교잡은 안 하는지 등등
신경 쓸 요소들이 참 많음
그 중에서 야생이든 반야생이든 동물원이든
몽골야생말을 데리고 있는 기관들이 특히 신경 쓰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근친교배 문제임
근친교배는 몽골야생말을 포획해 데리고 있던 유럽 국가들이 직면했던 문제로
동물원 시절부터 끊임없이 괴롭혀 왔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음
동물원끼리 교환하는 번식 프로그램으로 기적적으로 말을 멸종에서 살려내고 보존해 냈지만
현재 몽골야생말들은 모두 유럽 동물원에서 번식 프로그램에 동원됐던 초기 13마리의 후손으로
서로서로가 사촌인 거임
근친교배는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시키고 멸종을 야기할 수 있음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근친교배로 인해 몽골야생말의 심각한 안면 기형을 유발했고
이로 인해 이빨 비대칭이 생겼다고 함
윗니와 아랫니가 더 이상 서로 올바르게 마주보지 않는 명백한 비대칭임
비대칭은 실제로 심각하고 치명적인 치아 마모를 유발함
심지어 몽골야생말은 하루에 14시간을 풀을 뜯기 때문에
비대칭과 치아 마모가 더더욱 심해지는 지옥의 굴레에서 못 벗어남
20년 동안 죽은 말의 92%가 이 심각한 안면 비대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함
즉 안면 비대칭이 몽골야생말의 기대수명을 심각하게 줄이고 있는 거임
초기 13마리를 통한 번식 노력 덕분에 멸종에서 겨우 벗어났고 지금의 후손들이 있는 거지만
그 결과 안면 비대칭이라는 질병을 얻게 된 근친교배의 희생자이기도 함
프랑스 타크 협회에서 보낸 몽골야생말 이미지를 보고 있는 후스타이 국립공원 관리인들
이분은 근친교배를 막고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고비 B에 있는 타킨 탈에 말 70마리를 보낸 적도 있었는데
2009~2010년 겨울 재앙 조드가 덮쳐 타킨 탈의 말들이 큰 피해를 입어 70%가 사망했다고 함
몽골야생말 보존을 위해 각 나라끼리 교환하는 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음
그건 몽골야생말을 데리고 있는 프랑스도 마찬가지인데
여기는 프랑스에 있는 르 빌라레(Le Villaret) 보호구역임
프랑스에는 이런 몽골야생말 반야생지가 르 빌라레 보호구역, 몽다쥐르 보호구역
이렇게 두 군데가 있음
야생은 아니고 울타리가 있는 반자유 반야생 보호구역이지만
몽골야생말을 최대한 야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뛰놀게 해주고 싶다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다른 유럽 국가에도 이런 비슷한 반야생 구역들이 여러군데 있음
르 빌라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세벤느(Cévennes) 국립공원 코스메잔(Causse Méjean)에 위치했고
1000m 높이의 고원에 400 헥타르의 부지를 갖고 있음
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고 몽골 대초원과 유사한 생태학적 환경을 갖춘 곳이라
몽골야생말의 반야생 서식지로 선택됐다고 함
르 빌라레는 몽골야생말 재도입을 위해 설립된
또 다른 기관인 '타크 협회'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함
타크 협회는 2004년, 2005년 몽골 호민 탈로 총 22마리를 재도입시킨 이력이 있고
지금도 호민 탈과 꾸준히 적극 교류하고 있음
르 빌라레에서 태어나 2005년 2살 때 몽골 호민 탈로 방사됐던 볼레로(Bolero)
르 빌라레는 볼레로의 고향이기도 함
그런데 평화롭던 르 빌라레에 어떤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음
르 빌라레로 잠입하고 있는 웬 수상한 남자
어디 보자
니 딱 걸렸다
염탐 당하는 것도 모른 채 멍 때리고 있는 말
계속 말들을 염탐하다니 수상하다 수상해
배때지 보소
고놈들 참 토실토실하고 탐스럽게 생겼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암말 한 마리를 갖기 위해 11마리의 총각말들이 싸우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3개의 하렘 무리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
저 아저씨 뭐임?
움냐?
내가 아냐고 긁긁긁
나도 아까부터 겁내 신경쓰였어
그냥 무시해
아저씨 늑대세요? 왜 자꾸 우리 염탐함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짓는 아저씨
아저씨 : 가만 좀 있어봐
사실 이분은 타크 협회 소속 관리자 세바스찬씨임
전말은 이러함
르 빌라레에는 3개의 하렘 무리가 살고 있음
각 하렘은 우두머리 종마 1마리, 3~4마리의 암말, 망아지들을 합쳐 약 10마리로 구성되니까
총각 무리까지 합치면 약 30~40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 거임
몽골야생말이 잘 먹고 잘 살려면 한 마리당 10헥타르의 땅이 필요하다고 함
즉 이 말들을 제대로 먹이려면 400헥타르의 보호구역이 필요한데
말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이 초과된 거임
그래서 어쩐다?
몇 마리를 뽑아서 다른데로 보내버려야지
르 빌라레의 종마 3~4마리를 다른 데로 보내려는 세바스찬씨의 계략이었다
어디로 보낼 거냐면
스페인의 산 세브리안 들소 보호구역(San Cebrián de Mudá)
울타리가 있는 200헥타르에 달하는 보호구역임
멸종위기에 처한 유럽들소가 2년 전부터 이미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함
근데 왜 스페인이냐
물론 스페인은 몽골이나 중국처럼 몽골야생말의 자생지는 아님
하지만 단서가 있음
스페인에서 발견된 알타미라(Altamira) 조각과 동굴 벽화
옛 이베리아 반도에는 몽골야생말과 매우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야생마들이 한때 돌아다녔는데
약 4000년 전에 멸종되어 사라졌음
이 벽화에 그려진 말은 적어도 몽골야생말이거나 몽골야생말의 아종일 거임
안 그래도 이베리아 고원은 기존 야생동물들이 멸종하거나 다 떠나가고
야생지로써의 역할을 못하고 있어 옛날의 명성을 다 잃은 상태임
그래서 유럽들소 같은 고대 종들을 반입해 보호구역에 풀어놓고 있는데
몽골야생말도 이베리아 고원을 회복하는 프로젝트에 한 획을 그어주기를 바라는 거임
거기에 때마침 용량 초과로 고민하고 있던 르 빌라레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
나 나쁜 아저씨 아니라고 ㅠㅠ
자기 자식이나 다름없는 말들을 보내야 해서 그저 가슴이 찢어지는 세바스찬씨였다
포획 시간이 다가와서 울타리 문을 활짝 개방하는 세바스찬씨
울타리 안쪽보다 더 푸르고 무성한 잔디가 몽골야생말들의 식욕을 자극해 유인할 거고
약간의 물과 소금도 뿌려서 정욕을 자극할 거임
얘네는 4마리의 총각말들로 구성된 총각 무리인데
여기서 3마리를 선발할 예정임
간택된 후보 : 엉굴르번(Engouleven)
이마에 흰 무늬가 사선으로 나 있는 왼쪽 종마임
엉굴르번은 총각 무리에서 가장 나이 많은 13살배기 종마지만 성격이 가장 불같아서
엉굴르번 : 니가 어리면 다냐!! 어리면 다냐고!!
아벤 : 아벤 살려ㅕㅕㅕ
더 젊고 차분한 종마인 아벤(Aven)을 공격하기 일쑤임
아벤을 자꾸 위협하며 쫓아가는 엉굴르번
계속 쉬지 않고 아벤을 쫓는 엉굴르번과 도망다니는 아벤
이러다가 말들이 지치거나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얼른 결정해야 함
너로 정했다
엉굴르번 스페인행 당첨
아벤한테 해를 끼칠 수 있어서 엉굴르번만 보내고 아벤은 같이 안 보낼 거임
(아벤은 몇 년 뒤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가게 됨)
아벤(뒤)과 분리된 엉굴르번
대신 엉굴르번은 4살배기 종마 2마리와 같이 가게 될 거임
이름은 사린(Saryn), 아폴론(Apollon)
왼쪽 뒤=엉굴르번
이마 가운데에 있는 가마가 긴 녀석=사린
흉터 없는 오른쪽 녀석=아폴론
엉굴르번, 사린, 아폴론 이 셋은 적대감이 없고 친함
4년 동안 세바스찬씨한테 말썽 한번 안 부린 고요한 트리오임
말을 새로운 환경으로 보낼 때는 가능한 최상의 조건을 맞춰줘야 함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랑 같이 보내는 거임
이렇게 엉굴르번, 사린, 아폴론은
며칠 후 르 빌라레를 떠나 피레네 산맥을 건너 스페인으로 가게 될 거임
스페인으로 떠나보내는 전날
마지막날이라 애지중지하고 싶지만
말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적게 개입하고 약간의 물만 제공함
건초 흡입하는 억울하게 생긴 엉굴르번
아폴론도 냠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풀 뜯는 세 친구들
최후의 만찬 ㅠㅠ
2012월 10월 24일 아침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말들을 모시러 스페인 보호구역에서 온 사람들
뭔가 장비들이 살벌해 보이는데요 ㄷㄷ
야 너네 그러고 있을 때 아냐
몇 분 후 자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투닥거리며 즐겁게 놀고 있는 말들
탕
퍽
갸아아아악
마취총 맞고 당황해 이리저리 날뛰는 사린
터덜터덜...헤롱헤롱...하더니
이내 풀썩 하고 쓰러짐
무기력한 궁둥이 ㅠㅠ
속절없이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음
혀 빼꼼 ㅋㅋㅋ
사린 작업 완료
몽골야생말을 이송하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움
말들은 예민해서 이송 도중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도 있으니까 신중하게 실행해야 함
사린은 금방 끝냈지만 엉굴르번은 만만치 않음
마취약을 가까스로 이겨내려 하고 있음
아폴론 : 난 아닐 거야... 난 아닐 거야...
왼쪽 아폴론 주목 ㅋㅋ
사린과 엉굴르번이 차례로 당하는 걸 보고 쫄려서 눈치보고 있음
엉굴르번 : 잠들지 않을 거야 잠들지 않을 거야....
미친 듯이 저항하는 엉굴르번
이러면 어쩔 수 없음
복용량을 늘려야 함
마취총 한대 더 맞는 엉굴르번
아폴론은 옆에서 움찔 ㅋㅋ
털썩
두번째 마취총에 푹 주저앉는 육중한 몸
ㅋㅋ큐ㅠㅠㅠ 여지없이 이동장 신세
갸아아악
아폴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털썩......
아이고오 아폴론 살려
표정만 보면 다 죽어감 ㅠㅋㅋㅋㅋ
무기력하게 트럭으로 옮겨지는 아폴론
나란히 수납된 사린과 아폴론
3마리 모두 포획 완료
이제 스페인으로 출발 출발
해질녘까지 부지런하게 이동해서
도착하니 한밤중
여기가 스페인에 있는 산 세브리안 들소 보호구역임
문을 열어주자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두리번거리는 엉굴르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엉굴르번 : 어? 아저씨다
익숙한 세바스찬씨를 보고 마음이 놓였는지 풀썩 뛰어내리는 엉굴르번
사린은 제법 과감한 발걸음으로 하차함
아폴론은 내릴까 말까 간보다가
터덜터덜 조심스럽게 걸어나옴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말들
엉굴르번, 사린, 아폴론은 새로운 땅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
세바스찬 : 우리 애들 잘 지내고 있나
세바스찬 : 음 일단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군
새로운 땅에서도 불안해 하지 않고 부비대는 말들
서로 친해서 적응력도 빠른 것인가
세바스찬 : 잘 지낼 거 같고 좋은 곳인 것 같음
스페인 관리자 : 여기는 이제 우리가 잘 관리할 테니까 걱정마쇼
이제 엉굴르번, 사린, 아폴론은 스페인 관리자한테 맡기고
세바스찬씨는 프랑스 세벤느에 있는 르 빌라레로 돌아가야 함
그런데 세바스찬씨가 스페인에 있는 동안
프랑스 세벤느에서는 비상사태가 일어났음
가축 망아지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부검해 보니 의심할 여지가 없음
범인은 바로 늑대였음
국립공원 감시 카메라에 딱 걸렸는데
둥근 귀와 하얀 주둥이가 이탈리아 혈통 늑대의 전형적인 생김새였던 거임
세벤느 국립공원에는 마을도 있어서
사람들이 닭, 양, 말 같은 가축을 많이 키우고 있는데
몰 봐
빼꼼
늑대가 세벤느에 침입해 자꾸 가축을 잡아먹어서 골칫거리임
늑대 : 배고파서 그래써요 (최대한 불쌍한 표정 짓기)
프랑스 당국 : 저걸 콱 사살할 수도 없고
당국은 늑대를 받아들이면서 목동들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했는데
그래서 고안한 것이 국립공원 울타리 근처에
사람 목소리가 녹음된 녹음기를 설치하는 거임
인간의 존재를 시뮬레이션한 사운드를 일정한 간격으로 방출하면
늑대가 먹잇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나
사람 없는 곳에서 사람 있는 척 하는 녹음기
사실 르 빌라레에서 뛰놀고 있는 몽골야생말들은 오랜 포획 생활로 야생성이 많이 사라져서
늑대는 물론이고 다른 동물을 방어할 수 있는 본능이나 야생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듦
몽골의 경우도 몽골야생말이 처음 풀려났을 때
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몽골의 기후와 영토에 적응하긴 했지만
그간 동물원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었기 때문에
야생에 풀려나도 본래의 야생성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음
특히 동물원에 갇힌 동물은 알멩이가 없는 껍데기라고 함
동물원의 동물은 종의 필수적인 모든 부분을 잃는다고...
여기는 프랑스에서 르 빌라레와 함께
몽골야생말 반야생지로 유명한 몽다쥐르(Monts d'Azur) 보호구역임
몽다쥐르는 토렌크(Thorenc) 지방에 있는 보호구역으로
2005년, 2006년 두 번에 걸쳐 르 빌라레에서 몽골야생말 두 무리를 들여와
몽골야생말, 유럽들소, 유럽사슴, 엘크사슴이 공존하며 살고 있음
하지만 몽골야생말은 이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음
먼저 들어와 있던 유럽들소나 사슴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돌았다고 함
특히 유럽들소와의 관계가 제일 형편없었는데
자기보다 체급이 2배나 더 높은 유럽들소한테 감히 대들기도 했다고 함
유럽들소 : 몽골야생말? 그 한주먹거리 말들?
사슴 : 뿔도 없는 것드리
어우우우
툴롱대학교 생태학자 2명이 몽골야생말, 들소, 사슴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기 위해
몽다쥐르에 사는 동물들의 모든 소리를 수집하고 있음
동물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장소에 녹음기를 설치해서 동물들의 소리를 도청할 거임
이건 원래 해저에서 다양한 고래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어떻게 경쟁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고래들의 소리를 포착하고 수집해서 분석하는 방법인데 육상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수행된 적은 없었다고 함
야생성을 잃은 몽골야생말이 야생성을 극복하고 어깨를 맞대서
다른 동물들한테 당당히 맞서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노력임
약 100개 구역에 놓고 8일간 연속으로 녹음을 실시하려고 함
두려움, 공격성, 도피, 포기, 도움 요청, 경보 등
모든 종류의 울음소리를 식별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함
그렇게 온갖 말 울음소리와 소 울음소리를 수집해 분석했더니
반대 종을 만났을 때 몽골야생말의 응집력이 강화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함
여기서 의문점 하나
몽골야생말이 야생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왜케 목 메는 거임?
야생마는 흔하지 않음?
미국 야생마 머스탱
호주 야생마 브럼비
미국 머스탱이나 호주 브럼비 같이 흔히 야생마라고 불리는 말들은
가축 말이 야생으로 탈출한 경우로 진정한 야생마라고 볼 수는 없음
후천적으로 야생화된 가축 말임
하지만 몽골야생말은 현존하는 진정한 야생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야생말들이 멸종하고 남은 유일한 야생말임
선사시대부터 살았던 동물로 빙하기 등을 거치면서 한번도 사람 손을 타지 않았음
그래서 '말의 조상',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함
하지만 2018년에는 약 5000년 전 보타이인들이 키웠던 가축말이
몽골야생말의 조상이라는 발표가 나와서 시끌했음
이게 사실이라면 몽골야생말이 보타인들이 길렀던 가축말의 후손인 거니까
진정한 야생말이라고는 할 수 없게 됨
그런데 2021년에 새로운 반대 증거가 나와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임
보타이 가축말에서 발견된 치아 마모 형태가 굴레를 끌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마모 형태라는 것임
말이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훨씬 전인 플라이스토세 원시 말에서도 같은 마모 형태가 발견됐다고 함
몽골야생말은 보타이 가축말의 후손이다 vs 진정한 야생말이다
그리고 만약 보타이인들이 길렀던 가축말의 후손이라 해도
5000년 전 일이면 야생말로 인정해줘야 한다 라는 의견이 우세하긴 함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발견된 라스코 동굴 벽화
몽골야생말은 구석기시대 호모 사피엔스의 동굴 벽화 모델이었던 이 말과 매우 흡사하기도 함
그래서 먼 옛날에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서도 살았던 것으로 여겨짐
참고로 한반도에서도 화석이 발견됐었고 고유종으로 여겨져 왔대
갈색 털, 꼿꼿한 검은색 갈기와 하얀 배도 똑같고
장어 줄무늬라고 불리는 등을 따라 나 있는 검은 줄무늬도 똑같고
하얀 주둥이도 똑같음
다리 절반을 덮은 검은색 양말 등등 그 형태의 측면으로 봤을 때
몽골야생말이거나 최소한 몽골야생말과 흡사한 고대 아종으로 여겨짐
이 동굴벽화에서는 유럽들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고대를 당당히 누볐던 야생말이 야생성을 잃고 힘을 못 쓰게 된 건 안타까운 일임
이런 원시 말을 20세기에 멸망시켰고 잡아서 포획생활 하게 만들어서
조상이 가지고 있었던 훌륭한 야생성을 대부분 상실하게 만든 책임이 있는 만큼
몽골야생말을 단순히 야생으로 되돌려보내는 것뿐 아니라
그 알멩이까지 회복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음
몽골야생말 : 우린 그런 거 몰라여
배가 한바가지여 ㅋㅋㅋ
몽골의 경우도 프랑스처럼 사슴, 당나귀 등 다른 야생동물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
이 동물들과의 동거는 딱히 해가 되지 않고 몽골야생말에게 오히려 이득이 된다고 함
하지만 가축 말의 경우는 다름
몽골은 전통적인 유목 국가로 유목민들이 대규모 가축 무리를 이끌고 살고 있음
말은 몽골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축으로
몽골 말은 혜자 그 자체임
저항력과 끈기가 강해 초원에서 이상적인 운송수단이고
의지가 강하고 지치지 않아 하루에 60km의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음
심지어 고기와 우유도 제공하고
게르를 짓는데 쓰이는 가죽도 줌
말린 똥은 초목이 드물고 겨울이 혹독한 이 나라에서 연료로 사용됨
오래 전 세계를 제패했을 뿐만 아니라
징기스칸이 역사상 가장 큰 제국 중 하나를 건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로자도 몽골 말이었으니 말이 필요없음
경주 대회에 나갈 말을 잡으려는 몽골 유목민과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다니는 몽골 말의 기싸움
잡혔듬 ㅠㅠ
잡혀서 슬픈 말
경주대회 당첨이요
몽골은 세계에서 1인당 말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함
의심할 여지 없는 말의 고향임
다만 문제가 뭐냐면
유목민들이 방목하는 이 말들은 후스타이 국립공원 주변에도 반자유롭게 살고 있는데
몽골야생말한테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는 거임
같이 섞여 놀다가 가축말과 교잡이라도 하게 되면
힘들게 보존한 몽골야생말의 혈통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됨
가축말은 염색체수 64개, 몽골야생말은 66개
염색체수도 다르고 유전자가 다르지만
서로 교배할 수 있고 정상적으로 새끼를 낳을 수 있음
하지만 교잡되면 몽골야생말은 정체성을 잃고 혈통이 퇴화되어버림
실제로 몽골야생말이 멸종했던 원인도
무분별한 사냥, 목초지 경쟁, 혹독한 기후 등이 있지만
가축말과의 교잡도 원인 중 하나였음
타크 협회를 설립한 클라우디아 페는 이렇게 얘기한 적 있음
"미래에 몽골야생말의 가장 큰 적은 가축말이다"
가축 몽골말
몽골야생말
과거에는 유목민들이 말의 새로운 특성을 추가시키기 위해
다른 곳에서 온 새로운 말과 가축말의 교잡을 장려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름
몽골야생말의 특성을 보존하기 위해 서로를 무조건 떼어놓아야 함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케이스도 있음
어느 유목민이 기르는 가축 말 알간(Algan)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몽골야생말 친구를 만나러 3번이나 집을 나갔다고 함
그때마다 유목민은 알간을 찾으러 3번이나 쫓아갔고
집 나간 알간은 자꾸만 몽골야생말 친구가 이끄는 하렘에 껴서 지냈다고 함
골 때리는 게 몽골야생말 친구가 알간을 자기 하렘에 받아줬음
심지어 베프까지 먹음 ㅋㅋ
우린 그냥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ㅠㅠ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는 비련의 주인공들
자신이 선택한 하렘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알간
하지만 알간은 몽골야생말에게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함
실제로 거세됐기 때무네.......
말의 행복권을 보장해주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거세한 듯
생식력을 잃고 행복을 얻은 알간
니가 행복하면 됐다
후스타이 국립공원 주변에는 가축말들이 방목하고 있는데
몽골야생말과 뒤섞일 위험이 있음
그래서 가축말과 몽골야생말을 일부러 떼어놓어야 함
말들은 지칠 줄 모르고 움직이기 때문에
매번 오토바이를 타고 국립공원 밖으로 몰아야 됨
물리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상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우다다다다 쫓겨나는 가축말들
몽골야생말 : 같이 놀게 해조라 ㅠㅠ
하지만 가축말 외에도 몽골야생말의 빌런이 또 있음
바로 몽골야생말 자신들임
심한 하렘 싸움으로 죽거나 종마가 망아지를 죽이는 현상은 은근히 발생함
야생말 이름값을 하는지 그 싸움은 또 가축말보다 더 치열함
종마들은 생애의 대부분을 지저분한 하렘 싸움으로 에너지를 소모함
보통 하렘 종마가 늙거나 힘이 약해지면 더 힘 쎈 젊은 종마한테 하렘을 빼앗김
우두머리 종마가 하렘을 유지하는 기간은 보통 5년이라고 함
여기도 물웅덩으로 가는 길에 싸우고 있는 말들이 있음
쫓아가서 궁뎅이 물어뜯기
뒷발로 차기
계속 쫓아가기
뒷다리로 얻어처맞고
엉덩이 맞대고 기싸움
저리 가!
니가 가!
야야야
뒷발킥 뻥뻥
사이좋게 물 마시면 얼마나 좋아
하렘 싸움 때문에 부상도 많이 당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종마들의 평균수명은 보통 암컷보다 짧음
르 빌라레에도 이런 하렘 싸움의 피해자가 한 마리 살고 있음
이름은 누르(Nour)
누르는 암말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우다가 다리가 부러졌음
부러진 다리는 구부러진 채로 최선을 다해 아물었지만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 자체는 말에게 가장 치명적인 재앙임
누르에게는 하렘을 꾸릴 수 있는 희망이 전혀 없음...
하지만 누르는 굴하지 않고
4년 동안 이 광대한 초원에서 절름발이로 꿋꿋하게 살아왔음
절대적인 고독을 선고받은 것 같은 외톨이 누르
이 세상에는 누르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말들이 많음
후스타이 국립공원에도 이 방면 유명인사 한 마리가 있는데
종마 우브(Uv)
우브는 하렘 때문에 투시그(Tushig)라는 종마랑 싸우다가 발굽에 차여 두개골이 손상됐음
푹 꺼진 안면과 상처는 싸움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짐작하게 해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브는 하렘을 갖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음
누르나 우브처럼 종마는 하렘 때문에 싸우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함
이런 소모적인 싸움 때문에 종마를 잃음으로써
미래에 태어날 망아지들도 빛을 보지 못하니까 장기적으로 손해임
하지만 모든 종마들이 꼭 치열하게 싸우는 건 아님
지금부터 소개할 종마처럼 말이야
몽골 후스타이의 어느 초겨울
러시아제 차량을 타고 시찰하러 가는 관리인들
초겨울이지만 눈이 쌓인 곳이 꽤 있음
몽골의 겨울은 9월부터 6월까지 지속되고
영하 40도까지 내려가지만 몽골야생말은 이 정도 혹한쯤은 견딜 수 있음
아마 말들은 눈이 안 쌓인 곳으로 가서 풀을 뜯고 있겠지?
엥 아니네
이게 웬일
벌러덩
말들이 다 누워있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말
망아지들도 발라당
이날 웬일로 땅바닥에 드러누운 말들
말은 걱정이나 위험이 느껴지면 서서 잠을 잠
서서 자다가 위험이 닥치면 즉각적으로 방어할 수 있음
근데 이렇게 대놓고 디비져 있다는 건 걱정 없이 엄청 평온한 상태라는 거임
남산만한 똥배 오르락내리락
여기도 쿨쿨 저기도 쿨쿨
다들 배때지를 드러내놓고 자빠자고 있음
꿀잠 잔 후 하나 둘씩 깨어나는 말들
읏쌰 일어나자
이 하렘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는 것일까
저 멀리서 어느 외톨이 종마가 저 멀리서 이 하렘을 주시하고 있었음
하렘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고...
외톨이 종마 : 저 하렘... 내꺼였으면...
하렘을 바라보는 외톨이 종마의 아련한 눈빛
종마 카랑가(Kharanga)
카랑가는 이 하렘의 우두머리 종마임
카랑가 : 어쭈구리
카랑가가 외톨이 종마를 발견하고 다가가고 있음
외톨이 종마는 카랑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하고 있음
그러자 더욱 속도를 내서 외톨이 종마를 만나러 가는 카랑가
아주 자신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중
관리인들 : 이거 또 하렘 싸움 한바탕 벌어지겠는데?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까봐 우려하는 관리인들
하지만 외톨이 종마한테 다가간 카랑가는
폭력을 쓰는 대신 외톨이 종마를 부드럽게 설득했고
외톨이 종마는 신중하게 듣더니
순종하는 태도로 단념하고 길을 떠났음
그리고 카랑가는 내 영역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신호로 똥을 쌌음
자칫 큰 싸움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카랑가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음
나 일 잘하쥬~??
머리를 자신감 있게 흔드는 건 일을 잘했다는 표시임
총각말을 쫓아내고 여유롭게 하품까지 하는 카랑가
카랑가는 종마의 임무를 완수하고 자신감 있게 하렘으로 돌아왔음
이 집 종마 일 잘하네
자자~ 이제 가자~
가족들을 통솔하며 자리를 옮기는 카랑가
카랑가는 완벽하게 하렘을 보호했고 자신의 권위도 지켜냈음
관리자들 : 음 카랑가가 하렘을 순조롭게 이끌고 있군
아빠미소로 뿌듯하게 관찰하는 국립공원 관리자들
이건 공원 책임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임
한 마리의 말이 이런 부드러운 본능을 완벽하게 재발견했다면
다른 말들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관리인들은 몽골야생말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음
싸우느라 빛을 보지 못한 종마들이 많기 때문임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계속 불행하리란 법은 없나봐
다리 부러진 말 누르
4년 간의 외톨이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동반자를 찾았음
누르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임
어두운 시련에서 이제 벗어났기를 바람
발굽에 차여 이마가 함몰된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종마 우브
우브도 드디어 짝을 찾았음
하지만 뭔가 쉽지 않음
둘이 사이좋게 걷다가
슬금슬금 딴 생각하는 암말
암말 : 저 하렘에 들어가고 싶다...
암말은 왼쪽에 모여있는 어느 하렘을 보고 그쪽으로 다가감
암말을 놓아주기 싫은 우브는 뒤에서 암말을 따라가고 있음
하렘 종마 : 쟤네들은 웬놈들이지?
하렘의 우두머리 종마가 우브와 암말을 보고 슬금슬금 앞으로 나옴
우브는 암말을 따라가다 말고
그 장소의 주인이 나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 똥을 싼 다음
암말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따라감
머리를 낮추고 걷는 건 암말을 원하는 곳으로 몰겠다는 뜻임
암말 : 왜 따라와!
암말은 우브한테 발길질을 해댐
암말 : 따라오지 말라고!
우브는 암말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아무래도 암말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임
잠깐 투닥거리다가 오붓하게 사라지는 두 말
하렘의 우두머리 종마 : 쟤네 뭐하는 거여
몽골야생말을 근친교배의 파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워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몽골,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싸우고 있음
몽골야생말을 받아들인 스페인에도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
이런 그림자 같은 노력으로 언젠가 결실을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 끝 -
르 빌라레에 사는 다리 부러진 종마 누르(Nour)
혈통번호 4580
2005년 7월 31일생으로 살아 있다면 현재 18살임
동반자랑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를
누르를 보니 떠오르는 중국 서호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우리 영썬이 마견강(马坚强)
하렘 싸움 중에 다리가 부러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았음
현재 아빠 올드킹, 친구와 같이 지내고 있음
관련글 : https://theqoo.net/square/3092693052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우브(Uv)
혈통번호 3113
나름 유명인사임
1997년에 태어나 5살에 하렘을 형성했고
9살에 투시그(Tushig)라는 종마랑 싸우다가 발굽에 맞아서 이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음
상처는 잘 아물었지만 코뼈가 골절돼서 코를 많이 골지 못했다고 함
8년을 더 살고 2015년 17살에 무지개다리 건넜음
우브한테 발굽 어택 가한 종마 투시그(Tushig)
혈통번호는 3193이고 우브보다 1살 더 어림
나이상 지금은 무지개다리 건넜을 가능성이 크지만 오래오래 살았기를 바람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종마 날스타이(Narstai)
혈통번호 2820
다큐에는 안 나왔지만 후스타이 박물관에 우브 옆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녀석임
하렘 때문에 싸우다가 귀와 꼬리가 잘렸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함
1995년생이고 자식 목록을 보니까 최소한 2007년까지 살았던 거 같음
지금은 나이상 무지개다리 건넜을 텐데 업뎃이 안 된 듯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현명한 우두머리 종마 카랑가(Kharanga)
혈통번호 3380
스터드북에는 사망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지만
알아보니 2013년 10월 16일 13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 건넜다고 함ㅠㅠ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고 불과 1~2년 뒤에...
몽골야생말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칼바나 산의 유명 야생마 감바토르타(Gambatorta)
절친 피에트로(Pietro)는 올해 1월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감바토르타는 현재 아주 잘 지내고 있어서
2세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함
그리고 르 빌라레에서 스페인으로 사이좋게 떠난 종마 3마리
엉굴르번, 사린, 아폴론
엉굴르번 스터드북 프로필
엉굴르번(Engouleven)
혈통번호 4141
1999년 5월 21일생
사린(Saryn, 혈통번호 5590)과 아폴론(Apollon, 혈통번호 5585)은 스터드북 페이지에서 못 찾았는데
아마 나이가 어려서 2017년 이후 현 스터드북 시스템으로 넘어간 듯
https://www.facebook.com/BisonBonasus/posts/pfbid0RkuGDNSLQuKvYrQhBqyAhHokEvuWhc4xY2PVXts6Mm3Tfftqy3G3L1YLzBnKhshul
모두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엉굴르번은 다리가 부러져서 다음해에 별로 떠났음 ㅠㅠ
관리자들이 깁스를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엉굴르번이 입으로 붕대를 다 찢어버렸다고...
사린은 아무 증상없이 어느 날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함
아폴론만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데려온 암컷 한 마리랑 단둘이 살고 있음
엉굴르번과 아폴론
왼쪽부터 사린-아폴론-엉굴르번
앞 : 이마에 흰 얼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엉굴르번
뒤 : 엉덩이에 검은 얼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린
산 세브리안에서 지낸 초기 모습들
이때는 3마리가 다 있었음
2018년의 모습
하지만 이때는 이미 2마리밖에 없었는데
엉굴르번이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사린과 아폴론만 남았음
2020년 이마에 긴 가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린인 듯
왼쪽 아폴론, 오른쪽 사린
2020년 투닥거리는 사린과 아폴론
2020년까지만 해도 사린과 아폴론이 같이 있었는데
2023년 4월
언제인지 사린이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리고
남은 아폴론과 어딘가에서 데려온 암컷 한 마리가 같이 지내고 있음
2023년 6월 아폴론과 암컷
직원분 왈,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고 함
다들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다같이 살아서 잘 지냈으면 좋았을텐데 속상하네
산 세브리안 보호구역에는 루시노말(Losino)이 새로 들어오기도 했음
루시노말은 이베리아 반도에 서식하는 세 가지 토종 말 품종 중 하나로
이제 산 세브리안은 몽골야생말, 유럽들소, 루시노말이 공존하는 팔렌시아 지방의 주요 관광명소가 됐음
먹을 거 받아먹는 거 ㄱㅇㅇ
스페인에는 산 세브리안 외에도 몽골야생말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알토 타조(Alto Tajo) 자연공원임
알토 타조 자연공원은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와 아라곤(Aragón) 평원 사이에 걸쳐 있음
이곳은 원래 식생과 동물이 풍부한 야생지였는데
오래 전 동물들이 떠나가면서 야생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해버렸음
그런데 1950년대 이후로 인구가 반 이상이 줄면서
집 나갔던 동물들이 다시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음
사슴, 멧돼지, 무플론, 이베리아아이벡스 등등
사람들은 버려진 야생지가 되살아나는 걸 보고 희망을 품게 됐음
특히 버려진 땅 체르노빌 제외구역이 살아나는 걸 보고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음
뭐? 체르노빌이 되살아난다고?
이게 되네?
저 망한 땅 체르노빌도 되는데 우리 이베리아 고원도 한번 살려볼까?
이렇게 된 거임
그래서 2023년 5월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에 살던 몽골야생말 암컷 7마리와 수컷 3마리, 총 10마리를
스페인의 알토 타조 자연공원에 데려와 재도입시켰음
이때도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에서 마취총 쏘고 포획해서 데려왔음
스페인 알토 타조에 도착한 직후에는 17헥타르의 적응 울타리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5,700헥타르 이상의 넓은 숲에 풀려나서 자유롭게 살고 있음
서유럽에서는 반야생이 아닌 야생에 풀어준 첫번째 재도입 사례라고 함
그리고 2023년 9월에는 헝가리 호르토바기 국립공원에서
암컷 12마리, 수컷 4마리 총 16마리를 알토 타조에 추가로 재도입했음
호르토바기 국립공원은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4대 국립공원 중 하나임
https://www.instagram.com/reel/C1ZlwrOKD6J/
헝가리 호르토바기에서 48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밤에 도착한 몽골야생말들
https://www.instagram.com/p/C0RoF3hMlJz/
운반하는 동안 말들이 매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함
그래서 도착한 직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적응 울타리에 넣어주고
날이 밝으면 문을 열어줌
지금은 숲으로 자유롭게 풀려나서
프랑스 몽다쥐르에서 먼저 왔던 10마리랑 잘 지내고 있음
총 16마리 중 7마리에는 말을 추적할 수 있는 GPS 목걸이도 장착해놨음
https://www.instagram.com/p/C4YZy9otiLP/
이렇게 이베리아 고원에 살게 된 몽골야생말들
https://www.instagram.com/p/CxvTHybqIhK/
평생 말한테 몸 바쳐 살아왔는데
자기 고향에서 지구상 마지막 야생마인 몽골야생말을 담당하게 돼서 기쁘다는 행복한 파블로씨
앞으로 여기 사는 몽골야생말들을 모니터링하실 예정임
뭔가 몽골야생말 재도입에 진심인 스페인
대체 뭘 노리는 걸까
첫째
몽골야생말 방목을 통해 가연성 초목이 제거되면 산불을 방지할 수 있음
스페인의 많은 지역에서는 수십 년 동안 농촌 인구가 감소하고
가축 방목이 사라지면서 관목들이 많이 쌓였음
이로 인해 치명적인 산불이 늘어나 남유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말들을 방목시키면 식물을 많이 먹어서 산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함
둘째
몽골야생말은 전세계에 25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야생 개체수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임
셋째
이베리아 고원의 생물다양성이 강화될 것임
초식동물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서식지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함
말들이 싼 배설물이 토양을 풍요롭게 해주고
야생동물들이 살 수 있는 지형으로 바꿔줘서 집 나간 야생동물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해줌
넷째
같은 맥락으로 붉은사슴, 노루 같은 다른 초식동물들을 위한 목초지 퀄리티가 향상됨
다섯째
관광지화 해서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주는 등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
몽골야생말 재도입은 이베리아 고원 재야생화 프로젝트의 일환인 거임
재도입 등으로 많은 동물들이 이베리아 고원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최상위 포식자인 이베리아스라소니, 이베리아늑대, 불곰은 남아 있지 않음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의 먹이사슬을 위해 이집트독수리, 그리폰독수리를 비롯해
주로 소형 동물을 잡아먹는 이베리아스라소니를 일부러 풀어놓을 예정임
하지만 가축 피해를 염려해서 늑대는 풀어놓지 않을 거라고 함
몽골야생말 : 아싸 개이득(?)
<몽골야생말 관련글 - 모두 스압주의>
• 몽골야생말 이모저모
└ 쓸모없는 잉여 종마였지만 훗날 재평가된 몽골야생말 '쿠포로비치'
└ 최근 미국에서 도축 직전의 몽골야생말을 구조한 사건
• 우리나라 서울동물원
└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은 몽골야생말 '용보'
└ 며칠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서울대공원의 몽골야생말 '용보'
• 중국 칼라마일리 자연보호구역
└ 야생에 첫 방사됐다가 혹한에 실종된 몽골야생말 찾기
└ 야생성 잃어버린 몽골야생말을 중국 야생에 처음 풀어준 이야기
└ 야생에서 다리를 다치고 하렘을 뺏긴 몽골야생말 '번개'의 삶+로드킬 이슈
• 몽골 호민 탈 / 중국 서호 자연보호구역
• 프랑스 르 빌라레, 몽다쥐르 보호구역 /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
•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 러시아 오렌부르크 프리-우랄 대초원
└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1편
└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2편
└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외전+근황 업뎃
• 헝가리 호르토바기 국립공원
└ 몽골야생말이 사는 곳 중 유럽의 사바나라고 불리는 곳
• 기타
<참고한 자료>
• 네덜란드인이 세운 몽골야생말 보존 및 보호를 위한 재단
• 프랑스 타크 협회
•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에는 몽골야생말 3마리가 살고 있다
• 이베리아 고원의 재야생을 강화하기 위해 서유럽 최초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몽골야생말
• 이베리아의 재야생 계획이 '텅 빈 스페인'을 다시 채우는 방법
• 스라소니, 야생마, 독수리가 스페인 동부로 돌아온다
• 2018년 스페인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의 몽골야생말 1 (30:30)
• 2020년 스페인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의 몽골야생말 2
• 2023년 스페인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의 동물 소개 (몽골야생말 10:46, 루시노 말 14:17, 유럽들소 21:31)
• 야생이 되살아나는 이베리아 고원 풍경에 몽골야생말 16마리 도착
• 지역 주민 파블로가 모니터링하는 알토 타조의 몽골야생말 1
• 지역 주민 파블로가 모니터링하는 알토 타조의 몽골야생말 2
• 지역 주민 파블로가 모니터링하는 알토 타조의 몽골야생말 3
• 이탈리아 칼바나 산의 다리 부러진 말 '감바토르타' 근황
<참고한 영상>
• 프셰발스키말 - 기적의 종 (프랑스 다큐)
Przewalski's Horse: The Miraculous Species - Animaux du monde
https://youtu.be/Z0kttAIpYeY
#몽고야생말 #타키 #프셰발스키말 #프르제발스키말 #야생마 #Przewalski's ho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