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년
몽골야생말은 야생에서 멸종됐음
서양인들이 포획해 유럽 동물원에 데려간
일부 개체들만 간신히 살아남았고
그들끼리 어렵게 번식시켜서
가까스로 멸종을 피할 수 있었음
이후 1992년부터
이 말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재도입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몽골, 중국 등의 야생으로 풀어주기 시작했음
그 결과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몽골야생말이 가장 많이 살고 있음

프랑스 르 빌라레 보호구역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
완전 야생은 아니지만 유럽 일부 국가에는
몽골야생말을 위한 반야생 보호구역이 있음

그중 프랑스에는
르 빌라레(Le Villaret)
몽다쥐르(Monts d'Azur) 보호구역
두 곳이 대표적인 몽골야생말 서식지로 꼽힘
몽골의 후스타이 국립공원과
프랑스의 반야생 보호구역을 보여주는
프랑스 다큐멘터리가 있음
(2012년쯤에 제작된 걸로 추정)
여러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구성이 조금 복잡하지만 한번 따라가볼게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Hustai National Park)
대초원과 숲과 언덕이 공존하는 곳

몽골야생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음
더위에 지친 몽골야생말 한 마리가
물웅덩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음
아따 시원하다~
몸 대차게 적셔주고
기어나옴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몽골야생말들

몽골야생말은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서
멀리 있는 사람도 포착해서 저놈 뭔가 하고 쳐다봄
그래서 카메라랑 아이컨택하는 경우가 많음
어디론가 가고 있는 어느 하렘
우두머리 종마는 맨 뒤에서 따라가며
한 마리도 낙오되지 않게 후방을 떠받쳐줌

이 말들은 어떻게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살게 됐을까?

몽골야생말을 처음 포획한 그룸 그리쉬마일로 형제


포획되어 유럽에 도착한 망아지들
1879년
러시아의 군인이자 탐험가였던
니콜라이 프셰발스키가
몽골야생말을 처음 발견한 이후
20세기 초
서양에서 '몽골야생말 열풍'이 불었음
몽골과 중국의 고비사막 일대로
수많은 탐험가, 동물 수집가들이 몰려들었음
잡기 힘든 성체 말들은 사살되고
어린 망아지들은 포획되어
유럽과 미국으로 무더기로 보내졌음

하지만 정작 몽골에선 개체수가 급감했고
1969년
고비 사막에서 한 마리가 목격된 것을 끝으로
야생에서 완전히 멸종했다고 선언됐음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당시 서양의 동물원들이
포획해 간 말들을 데리고 있었다는 점임

번식 프로그램에 동원된 13마리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엔
동물원에도 겨우 12~13마리만 남아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거였음
몽골야생말 멸종 위기를 느끼면서
유럽 동물원들은 힘을 모아 번식 프로그램을 시작했음
번식 가능한 13마리를
서로 교환하고 선별 교배하면서
개체수가 쭉쭉 늘어났고
1984년에는 총 552마리가
유럽과 미국 동물원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음

급한 불 끄고 나니까
이제 새로운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음
"이제 몽골야생말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때 빛과 소금처럼 등장한 사람들이 있었음
바로 네덜란드 출신 보우만 부부
보우만 부부는 프라하 동물원을 방문했다가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자학하는
몽골야생말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음
그날 이후 몽골야생말을 꼭 고향으로
돌려보내야겠다고 결심했음
생물학자도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이었지만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선봉장이 되었음

1977년
보우만 부부는
몽골야생말 보존 및 보호를 위한 재단(FPPPH)
이라는 이름도 긴 재단을 설립했음
전문가들을 설득해 가면서
몽골야생말 번식 프로그램과 재도입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했음
그리고 약 15년의 준비 끝에

1992년 6월 15일
마침내 16마리의 몽골야생말이
고향 몽골로 돌아오는 순간이 찾아왔음

울란바토르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는 비행기

착륙


몽골야생말이 돌아온다고 들뜬 몽골인들

도착할 말들을 실어나를 트럭도 대기 중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몽골야생말 도착

말들이 먹을 건초 내리고

말들이 들어 있는 수송 상자도 조심히 내림
16마리라 많다 많아

이 안에 몽골야생말이 있다꼬?

녜
안에서 열심히 건초 받아먹는 말의 주둥이
아직 다 온 거 아니란다
수송은 사람도 고생이고 말도 고생임
말은 스트레스로 이동 중에 죽을 수도 있음

이제 목적지인
후스타이 국립공원까지 트럭으로 실어나름

말들을 싣고 가는 기다란 트럭 행렬

드루와 드루와
현지인들의 환대를 받고 있는 보우만 부인

이 재도입 프로젝트의 공을 인정받아
잉게 보우만(오른쪽에서 두번째)
얀 보우만(일찍 세상을 떠나셨음)
그로네펠트 부인(오른쪽 끝)
세 사람은 은색 카네이션 상을 수상했음
드디어 역사적인 첫 방사의 순간
오랜 시간 동안 서양을 전전하다가
드디어 고향 땅으로 돌아온 말들

와 초원이다ㅏㅏㅏㅏ
바로 야생은 아니고
적응 울타리에서 적응한 뒤 야생으로 풀려날 거임
이 16마리를 시작으로
1992~2000년까지
2년에 한 번씩 5번에 걸쳐
총 84마리가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재도입됐음

고생해서 온 초기 멤버들이
자식을 낳고 계속 뿌리내려서
오늘날 후스타이 국립공원에는
2022년 기준으로 423마리가 살고 있음

하지만 이게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몽골야생말은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2500여 마리에 불과함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심각한 멸종 위기종임
아직 갈 길이 멀었음
그래서 재도입 지역마다 레인저들이 상주해서
몽골야생말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음
이름, 나이, 번식 기록, 소속 무리
이동 경로, 출생 여부, 사망 시기 등
세세한 개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유럽 기관들과의 정보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짐
야생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떤 원인 때문에 죽는지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가축 말과 교잡 위험은 없는지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
특히 그 중에서도
몽골야생말을 보유한 전 세계 기관들이
예민하게 신경 쓰는 문제가 하나 있음
바로 근친교배 문제
몽골야생말을 포획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을 괴롭혀 온 문제임
물론 동물원들끼리 개체를 교환하며 시행한
국제 번식 프로그램 덕분에
멸종 직전에서 말들을 기적처럼 살려내고
개체수를 늘려 왔지만
오늘날 살아있는 몽골야생말들은
모두 초기 13마리의 후손임
즉, 서로서로가 사촌인 거임
근친교배는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갉아먹고
결국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을 깔아줌

연구에 따르면
몽골야생말은 근친교배 때문에
얼굴이 심각하게 비대칭해졌다고 함
그 결과 이빨도 비대칭이 됐음


윗니 아랫니가 제대로 안 맞아서
씹는 게 안 맞고 이빨이 이상하게 마모됐음
이건 상당히 치명적인 거임
근데 문제는
몽골야생말은 하루 14시간이나 풀 뜯는 동물이라
풀을 뜯을수록
안면 비대칭과 치아 마모가 더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에서 못 벗어남
20년 동안 죽은 말들 중 92%가
이 안면 비대칭이랑 연관돼 있다고 함
결국 안면 비대칭이
몽골야생말의 기대수명을 심각하게 줄이고 있음
지금 살아 있는 말들 모두
초기 13마리의 후손이라
어떻게든 멸종은 막았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서 생긴 부작용을 겪는 중임
말 그대로 근친교배의 희생자들임

프랑스 타크 협회에서 보낸
몽골야생말 얼굴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레인저
이분은 과거에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후스타이에서 고비 B로 7마리를 보낸 적이 있음
근데 하필이면 2009~2010년 겨울
조드라는 초대형 재앙이 고비 B를 덮쳐서
몽골야생말의 70%가 죽는 대참사가 일어났음
그래도 몽골야생말의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각 나라끼리 말을 교환하는 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
프랑스도 마찬가지임

프랑스 르 빌라레(Le Villaret) 보호구역


르 빌라레 보호구역은
야생은 아니고 울타리가 있음
하지만 목적은 최대한 야생처럼 살게 하자는 거임
넓은 땅에서 뛰놀고, 야생성도 유지시키고
자연에 적응하게 해주는 중간 단계임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비슷한 보호구역이 몇 군데 있음

르 빌라레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세벤느(Cévennes) 국립공원에 속하면서
코스메잔(Causse Méjean) 고원에 자리 잡고 있음
해발은 1000m
면적은 400헥타르나 되는 꽤 넓은 땅인데
겨울엔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춥고
기후랑 생태 환경이 몽골 대초원이랑 꽤 비슷해서
몽골야생말의 반야생 서식지로 선택된 곳임

그리고 몽골야생말 재도입을 위해 설립된
'타크 협회' 본사도 바로 이 르 빌라레에 있음
타크 협회는 2004년 · 2005년에
몽골 호민 탈로 몽골야생말 22마리를 보냈음
몽골야생말의 야생 복귀를 계속 도우면서
지금도 호민 탈과 꾸준히 교류 중임
종마 볼레로(Bolero)
르 빌라레에서 태어났고
2005년 2살 때 몽골 호민 탈로 건너갔음

그런데 평화롭기만 하던 르 빌라레에
뭔가 수상한 낌새가 감돌기 시작함
어디선가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가
슬그머니 르 빌라레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

어디 보자

염탐 당하는 것도 모른 채 멍 때리는 말

계속 말들을 염탐하다니 수상하다 수상해
배때지 보소
고놈들 참 토실토실하고 탐스럽게 생겼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암말 한 마리를 갖기 위해
11마리의 총각말들이 싸우고 있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3개의 하렘 무리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낯선 남자
저 아저씨 뭐임?

몰라?
내가 아냐고 긁긁긁

나도 아까부터 신경쓰였어
그냥 무시해

아저씨 늑대세요? 왜 자꾸 우리 염탐함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짓는 아저씨

아저씨: 가만 좀 있어봐
사실 이분은 타크 협회 소속 관리자 세바스찬 씨임
왜 몽골야생말을 염탐하고 있냐고?
전말은 이러함
르 빌라레에는 3개의 하렘 무리가 살고 있음
각 하렘은
우두머리 종마 한 마리
암말 3~4마리
그리고 망아지들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서
하렘 당 대략 10마리가 있음
총각 무리까지 합치면
전체 개체수는 30~40마리 정도 됨
몽골야생말은 한 마리당 최소 10헥타르가 필요함
잘 먹고 잘 살려면 넓은 땅이 필수임
그런데 르 빌라레 보호구역의
전체 면적은 총 400헥타르
계산해 보면 지금이 딱 수용 한계치임
즉, 이대로 계속 늘어나면
풀이 모자라서 말들 굶어야 되는 상황이 옴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몇 마리를 골라서 다른 데로 보내버려야지

르 빌라레의 종마 3~4마리를
다른 데로 보내려는 세바스찬의 계략이었음
어디로 보낼 거냐면


스페인의
산 세브리안 들소 보호구역(San Cebrián de Mudá)
울타리가 쳐진 200헥타르 규모의 보호구역임
멸종 위기종인 유럽들소가
2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음
근데 왜 하필 스페인이냐
물론 스페인은 몽골이나 중국처럼
몽골야생말의 원래 서식지는 아님
하지만 흥미로운 단서가 하나 있음

스페인에서 발견된
알타미라(Altamira) 조각과 동굴 벽화
여기엔 몽골야생말과
거의 똑같이 생긴 말이 그려져 있음
실제로 약 4000년 전
이베리아 반도에 그런 말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음
하지만 지금 이베리아 고원은
옛 명성을 잃고 야생이 사라진 상태임
그래서 유럽들소처럼 고대 종들을 다시 들여와서
생태를 회복하려는 '재야생화' 움직임이 있음
몽골야생말 도입도 이 흐름에 합류하는 거임
마침 르 빌라레는 수용 한계에 부딪혔고
이 스페인 보호구역은 새로운 말들이 필요하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임

나 나쁜 아저씨 아니라고 ㅠㅠ
자기 자식이나 다름없는 말들을 보내야 해서
그저 가슴이 찢어지는 세바스찬 씨...

중간 울타리 문을 쫙 열어둠
울타리 바깥 잔디는
안쪽보다 더 푸르고 풍성해서
몽골야생말들의 식욕을 자극할 거임
그럼 자연스럽게
저 울타리 바깥으로 모여들 거임
약간의 물과 소금도 뿌려서
말들을 더더욱 유혹시킬 거임... 후후

이 무리는 4마리의 수컷으로 구성된 총각 무리임
이중 3마리를 선발해서 보낼 예정임

후보1: 엉굴르번(Engouleven)
이마에 흰 무늬가 사선으로 나 있는 종마(왼쪽)
13살로 총각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성격이 가장 불같음
엉굴르번: 니가 어리면 다냐!! 어리면 다냐고!!
아벤: 아벤 살려ㅕㅕㅕ
그래서 틈만 나면
더 젊고 차분한 종마인 아벤(Aven)을 공격해댐

쉬지 않고 아벤을 쫓는 엉굴르번과
계속 형한테 쫓겨다니는 아벤
이러다가 말들이 지치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얼른 결정해야 함

엉굴르번이 스페인행 당첨됐음
아벤한테 해를 끼칠 수 있어서
엉굴르번만 보내고 아벤은 같이 안 보낼 거임
(아벤은 몇 년 뒤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가게 됨)

아벤(뒤)은 이제 엉굴르번과 분리됐음
대신 엉굴르번은
다른 종마 2마리와 같이 가게 될 거임
사린(Saryn)
아폴론(Apollon)
둘 다 4살 동갑내기임

왼쪽 뒤 = 엉굴르번
이마쪽 가마가 길게 난 왼쪽 녀석 = 사린
흉터 없는 오른쪽 녀석 = 아폴론

엉굴르번 · 사린 · 아폴론
이 셋은 사이가 아주 좋음
4년 동안 세바스찬 씨한테
말썽 한 번 안 부린 조용한 트리오임
말을 새로운 환경으로 보낼 때는
가능한 한 최상의 조건을 맞춰줘야 함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랑 같이 보내는 거임

엉굴르번 · 사린 · 아폴론은
며칠 후 르 빌라레를 떠나
피레네 산맥을 건너 스페인으로 가게 될 거임


스페인으로 떠나보내는 전날 아침
말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되도록 적게 개입하고 약간의 물만 제공함
뭔가 억울하게 생긴 엉굴르번

건초 먹는 아폴론
떠나기 전 최후의 만찬임 ㅠㅠ

2012월 10월 24일
드디어 그날이 왔음
스페인 보호구역 사람들이 말을 데리러 왔음



뭔가 장비들이 살벌해 보이는데요 ㄷㄷ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투닥거리며 놀고 있는 장난꾸러기들

탕

퍽
갸아아아악
사린이 제일 먼저 마취총에 맞고
당황해서 이리저리 날뜀
터덜터덜...헤롱헤롱...하더니
이내 풀썩 하고 쓰러짐


이렇게 실려가고 있음

무기력하게 트럭으로 옮겨지는 중

혀 빼꼼 ㅋㅋ
사린 작업 완료
몽골야생말을 이송하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움
말들은 예민해서 이송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도 있으니까 신중하게 실행해야 함
사린은 금방 끝냈지만 엉굴르번은...
마취약을 이겨내려고 마지막 발악을 함
한편 왼쪽에 있는 아폴론은
"난 아닐 거야... 난 아닐 거야..."
사린과 엉굴르번이 차례로 당하는 걸 보고
쫄려서 은근히 눈치보고 있음 ㅋㅋ
엉굴르번은 미친듯이 저항함
"잠들지 않을 거야 잠들지 않을 거야...."
이러면 어쩔 수 없음
복용량을 늘려야 됨

결국 엉굴르번은 마취총 한 대 더 맞았음
아폴론은 옆에서 움찔함 ㅋㅋ
털썩
두 번째 마취총에 푹 주저앉는 육중한 몸

ㅋㅋ큐ㅠㅠㅠㅠ
갸아아악
아폴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털썩......

아이고오 아폴론 살려
표정만 보면 다 죽어감 ㅠㅋㅋㅋㅋ

트럭으로 옮겨지는 아폴론

나란히 수납된 사린과 아폴론

3마리 모두 포획 완료했음
이제 스페인으로 출발 출발~

해질녘까지 부지런하게 이동해서

도착하니 한밤중임
여기가 스페인의 산 세브리안 들소 보호구역임

문을 열어주니까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두리번거리는 엉굴르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함

엉굴르번: 어? 아저씨다
익숙한 세바스찬 씨를 보고 마음이 놓였는지
바로 풀썩 뛰어내림
사린은 제법 과감한 발걸음으로 하차함

아폴론은 내릴까 말까 간보다가
터덜터덜 조심스럽게 걸어나옴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말들
엉굴르번 · 사린 · 아폴론 삼총사는
새로운 땅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
세바스찬: 우리 애들 잘 지내고 있나
음 일단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군
새로운 땅에서도 불안해 하지 않고 부비대는 말들
서로 친해서 적응력도 빠른 것인가

이제 세 총각들은 스페인 관리자한테 맡기고
세바스찬 씨는 르 빌라레로 돌아가야 함

그런데 세바스찬 씨가 스페인에 있는 동안
세벤느에서는 비상사태가 일어났음

가축 망아지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음

부검해 보니 의심할 여지가 없음

범인은 바로 늑대였음




국립공원 감시 카메라에 딱 걸린 늑대
둥근 귀와 하얀 주둥이가
이탈리아 늑대의 전형적인 생김새임

세벤느 국립공원에는 마을도 있어서
사람들이 닭, 양, 말 같은 가축을 많이 키움



몰 봐

빼꼼
그런데 늑대가 세벤느에 침입해서
자꾸 가축을 잡아먹어서 골칫거리임

늑대: 배고파서 그래써요 (최대한 불쌍한 표정 짓기)

프랑스 당국: 저걸 콱 사살할 수도 없고!
당국은 늑대를 받아들이면서
목동들과 가축들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했음

그래서 고안된 것이 바로
국립공원 울타리 근처에
사람 목소리가 녹음된 장치를 설치하는 것
이 장치는 일정한 간격으로 인간의 소리를 재생해서
마치 사람이 근처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킴
그럼 늑대가 먹잇감에 접근하지 못할 거라고 함

사람 없는 곳에서 사람 있는 척 하는 녹음기



한편, 르 빌라레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몽골야생말들은
오랜 동물원 생활과 반복된 포획으로 인해
야생성이 많이 약해진 상태임
늑대뿐 아니라 다른 위협적인 동물들을
스스로 방어할 본능이나 기술도 거의 사라졌음
몽골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음
야생에 풀려난 몽골야생말들은
기후나 지형에는 비교적 빠르게 적응했지만

오랜 사육 생활로 인해
본래의 야생성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음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함
동물원에 오래 갇혀 있던 동물은
알멩이가 없는 껍데기만 남은 존재라고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안
종으로서 가장 본질적인 것을 잃는다고...


여기는 프랑스에서 르 빌라레와 함께
몽골야생말 반야생지로 유명한
몽다쥐르(Monts d'Azur) 보호구역

몽다쥐르는
프랑스 토렌크(Thorenc) 지방에 위치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임
2005년과 2006년 두 번에 걸쳐서
르 빌라레에서 두 무리의 몽골야생말을 들여왔음
현재는 몽골야생말을 비롯해
유럽들소, 유럽사슴, 엘크사슴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

하지만 몽골야생말은 적응을 잘 못했음
먼저 터를 잡고 있던 들소나 사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고 함
특히 유럽들소와의 관계는 최악이었음
체급이 2배나 큰 들소한테 감히 대들기도 했음

유럽들소: 몽골야생말? 그 한주먹거리 말들?

사슴: 뿔도 없는 것드리

어우우우

툴롱대학교 생태학자 2명이
몽골야생말, 들소, 사슴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려고
몽다쥐르 동물들의 소리를 수집 중임
동물 이동 경로에 녹음기를 설치해서
각 동물들의 소리를 도청하는 방식임
원래는 해저에서 다양한 고래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경쟁하는지를 파악하려고
고래들의 소리를 수집해서 분석하던 연구법인데
육상 포유류에 적용하는 건 처음이라고 함
야생성을 잃은 몽골야생말이 다시 본능을 되찾고
다른 동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길 바라는 노력임

약 100개 구역에 녹음기를 놓고
8일간 연속으로 녹음을 함
두려움, 공격성, 도피, 포기, 도움 요청, 경보 등
모든 종류의 울음소리를
식별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함
그렇게 모든 동물 소리를 수집해 분석했더니
몽골야생말은 낯선 종을 마주쳤을 때
오히려 응집력이 강화되는 게 발견됐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
왜 몽골야생말의 '야생성 회복'에
이토록 집착하는 거임?
머스탱이나 브럼비 같은 야생마도 있잖아?

미국 야생마 머스탱

호주 야생마 브럼비
미국 머스탱이나 호주 브럼비는
원래 가축이었던 말이 유기되거나 탈출해
후천적으로 야생화된 말임

반면 몽골야생말은
유일하게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진짜 야생마임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
'말의 조상'
이런수식어가 따라붙음

다만
몽골야생말도 가축의 후손이라는 주장이
2018년에 제기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음
약 5000년 전, 보타이인들이 키웠던 가축 말이
몽골야생말의 조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음
보타이 말이 길들여졌다는 주장에는
치아에 남은 마모 흔적이 근거로 제시됐음
이 마모가 굴레를 끌면서 생긴 자국이라는 거임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몽골야생말도 가축 말의 후손인 거라
세계적으로 꽤 떠들썩했음
하지만 2021년에 반론이 등장헀음
보타이 말의 치아에서 발견된 마모 흔적이
굴레 같은 도구로 생긴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먹이를 씹다 생긴 흔적이라는 거임
게다가 이와 같은 마모 형태는
말이 아직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전이었던
플라이스토세 시대의 고대 말에서도 발견된다고 함
만약 이 반론이 맞다면
보타이 말이 '길들여진 말'이었다는
기존 주장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커짐
그래서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고 함
그리고 설령
몽골야생말의 조상인 보타이 말이
길들여진 말이었다고 해도
그게 5000년 전 일이라면
충분히 '진짜 야생마'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함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발견된
라스코 동굴벽화 속 야생마
몽골야생말과 놀라울 만큼 닮았음
그래서 몽골야생말은
구석기 시대 유럽 전역에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됨
참고로 한반도에서도 화석이 발견돼서
한반도 고유종이라고 보기도 함

갈색 털
꼿꼿한 검은색 갈기
하얀 배
등을 따라 나 있는 검은 줄무늬
하얀 주둥이
특징이 몽골야생말과 똑같음


다리에 검은 양말도 신고 있고
갈기도 꼿꼿하게 서 있음
형태적 특징으로 볼 때
이 동굴벽화 속 말은 몽골야생말이거나
그에 가까운 고대 아종으로 여겨짐
벽화에는 유럽들소와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과거 유럽 대륙을 함께 누비던 당당한 존재였음
하지만 이 야생마는
20세기에 이르러 멸종 위기에 몰리고
포획되어 살아가면서
조상들이 지녔던 야생성을 거의 잃어버렸음
그런 만큼
단순히 야생으로 풀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알맹이까지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
"우린 그런 거 몰라여"
배가 한바가지네 ㅋㅋㅋ



몽골에서도 프랑스처럼
사슴, 당나귀 같은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지만
이 동물들과의 공존은 몽골야생말한테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고 함
하지만 가축인 몽골 말은 다름
몽골은 유목의 땅으로
유목민들은 대규모의 가축 떼와 함께 살아가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이 있음

몽골 말은 그야말로 만능임
강한 저항력과 끈기로
초원에서 최고의 교통수단이 됐고
하루 60km를 달릴 만큼 지치지 않음
게다가 고기, 우유
게르를 짓는데 필요한 가죽까지 제공하고
말린 똥은 겨울이 혹독하고
초목이 드문 몽골에서 귀한 연료로 쓰임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칭기즈 칸이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말 덕분이었음
유목민이 경주 대회에 나갈 말을 잡으려고 하자
말들이 도망다니고 있음
잡혔듬 ㅠㅠ
나가기 시른데 ㅠ
경주대회 당첨이요
몽골은 세계에서 1인당 말이 가장 많은 나라임
의심할 여지 없는 말의 고향임

다만 문제가 있음
가축 말이 몽골야생말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
후스타이 국립공원 주변에
유목민들이 풀어놓은 가축 말들이
반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몽골야생말과 섞일 위험이 있음


가축 말은 염색체가 64개
몽골야생말은 염색체가 66개
유전적으로 구분되지만
서로 교배가 가능하고
정상적인 새끼도 낳을 수 있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새끼는
65개의 염색체를 갖게 되어
더 이상 몽골야생말이 아니게 됨
결국 교잡이 반복되면
몽골야생말의 유일무이한 혈통이 퇴화되고
멸종까지 이를 수 있음
실제로 과거 몽골야생말이
멸종 위기에 처했던 이유 중 하나도
무분별한 사냥, 기후 변화, 목초지 경쟁뿐 아니라
가축 말과의 교잡 때문이기도 했음

타크 협회를 설립한
클라우디아 페는 이렇게 얘기하기도 헀음
"미래에 몽골야생말의 가장 큰 적은 가축 말이다"

가축 몽골 말


몽골야생말
과거에는 유목민들이 말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곳에서 온 새로운 말을
가축 말과 교배시키는 걸 장려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름
몽골야생말의 유일한
유전적 특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축 말과의 접촉 자체를 막아야 하고
무조건 떼어놓아야 함
하지만 뜻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음
어느 유목민이 기르는 가축 말 알간(Algan)
수 km나 떨어진 몽골야생말 친구를 만나러
3번이나 집을 나갔다고 함
그때마다 유목민은
알간을 찾으러 3번이나 쫓아갔고
집 나간 알간은 항상
몽골야생말 친구가 이끄는 하렘에서 발견됐음
몽골야생말 친구가 알간을 자기 하렘에 받아줬음
심지어 베프까지 먹었음 ㅋㅋ
우린 그냥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ㅠㅠ
자신이 선택한 하렘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알간
하지만 알간은
몽골야생말에게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함
실제로 거세됐기 때무네.......
말의 행복권을 보장해주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거세했음

생식력을 잃었지만 행복을 얻은 알간
후스타이 국립공원 주변에는
유목민들이 방목 중인 가축 말들이 널려있음
이 말들이 몽골야생말 무리와
섞일 가능성은 항상 존재함
그래서 두 종을 일부러 떼어놓아야 함
문제는 말들이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이동한다는 거...
결국 레인저들은 매번 오토바이를 타고
국립공원 밖으로 가축 말들을 몰아내야 함
물리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상
이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함
우다다다 쫓겨나는 가축 말들

몽골야생말: 같이 놀게 해줘잉 ㅠㅠ
하지만 몽골야생말에게 위협이 되는 건
가축 말뿐만이 아님
가장 골치 아픈 빌런은…
바로 몽골야생말 본인들임
극심한 하렘 다툼으로 다치거나
심하면 죽는 경우도 있고
종마가 망아지를 죽이는 일도 종종 발생함
야생마 이름값을 하는지
그 싸움은 또 가축 말보다 훨씬 치열함
종마들은 평생 대부분의 에너지를
너저분한 하렘 싸움으로 소모하며 살아감
우두머리 종마가 하렘을 유지하는 기간은
보통 5년이라고 함
여기도 물웅덩으로 가는 길에
종마들이 싸우고 있음
쫓아가서 엉덩이 물어뜯기
뒷발로 차기
계속 쫓아가기
뒷다리로 얻어처맞고
엉덩이 맞대고 기싸움하기
나름대로 스킬도 다양함 ㅋㅋ
저리 가!

니가 가!
야야야
뒷발킥 뻥뻥

이렇게 사이좋게 물 마시면 얼마나 좋아
하렘 싸움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종마들의 삶 자체를 갉아먹음
싸우다 부상당하는 일도 많고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에
종마들의 평균수명은 보통 암컷보다 더 짧음

프랑스 르 빌라레에도
하렘 싸움의 피해자가 한 마리 살고 있음
바로 종마 누르(Nour)
누르는 암말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우다가 다리가 부러졌음
부러진 다리는 구부러진 채로
어떻게든 아물긴 했지만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 자체는
말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고임
누르에게는 이제
하렘을 꾸릴 수 있는 희망이 전혀 없음
그럼에도 누르는 굴하지 않고
4년 동안 이 넓은 초원에서
절름발이로 꿋꿋이 살아가고 있음

절대적인 고독을 선고받은 듯한 누르...
이 세상에는 누르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말들이 많음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에도
이 방면의 유명인사가 한 마리 있음

종마 우브(Uv)
우브는 하렘을 놓고
투시그(Tushig)라는 종마와 싸우다가
발굽에 차여 두개골이 손상됐음
푹 꺼진 얼굴과 상처만 봐도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짐작할 수 있음
누르와 우브처럼
종마들은 하렘 싸움 중에
치명적인 부상이나 죽음을 맞기도 함
이런 소모적인 싸움으로 종마를 잃으면
미래에 태어날 망아지들도
빛을 못 보니까 장기적으로 손해임
하지만 모든 종마가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건 아님
지금부터 소개할 종마처럼

후스타이의 어느 초겨울

레인저들은 러시아제 차량을 타고
모니터링하러 가고 있음

초겨울인데도 눈이 꽤 쌓여 있음
몽골 겨울은 9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고
영하 40도까지 떨어지지만
몽골야생말은 이 정도 혹한쯤은 충분히 견딤
아마 말들은
눈이 덜 쌓인 곳으로 가서 풀을 뜯고 있겠지?

어 아니네

이게 웬일이야
레인저들은 깜짝 놀랐음

벌러덩
말들이 다 누워있는 거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말도 있고
망아지들도 발라당 드러누웠음

이날은 웬일인지
말들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음
말은 보통 서서 잠
서서 자면 위험이 닥쳤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임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눕는다는 건
완전 평온하고 아무 걱정 없는 상태인 거임

남산 만한 똥배 오르락내리락



여기도 쿨쿨 저기도 쿨쿨
다들 배때지를 드러내 놓고 자고 있음



꿀잠 잔 후 하나 둘씩 깨어남
읏쌰 일어나자

이 하렘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는 것일까?
그런데 저 멀리서
어느 외톨이 총각말이 이 하렘을 주시하고 있었음

하렘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고...

"저 하렘... 내꺼였으면..."
총각말은 하렘을 부러운 듯이 보고 있었음

이때
하렘의 우두머리 종마 카랑가(Kharanga)가 나타났음
카랑가가 총각말을 발견하고 다가가고 있음

그러자 총각말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함
카랑가는 아예 속도를 높여서
총각말한테 달려가기 시작함

레인저들은 우려하기 시작했음
"이거 또 하렘 싸움 한바탕 벌어지겠네 ㅉㅉ"
자식들처럼 아끼는 말들이
싸우다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들이 그런 마음을 알아줄 리가...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음
총각말한테 다가간 카랑가는
폭력을 쓰지 않고 총각말을 부드럽게 설득했음
총각말은 신중하게 듣더니
체념하는 태도로 조용히 그곳을 떠났음
그런 뒤 카랑가는
내 영역이라고 주장하며 똥을 쌌음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는데
카랑가는 침착하게 나서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음
나 일 잘하쥬~??
머리를 자신감 있게 흔드는 카랑가
스스로 뿌듯해 하고 있는 거임
이제는 여유롭게 하품까지 함
카랑가는 종마의 임무를 완수하고
자신 있게 하렘으로 돌아왔음
이 집 종마 일 잘하네
자자~ 이제 가자~
카랑가는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가족을 보호했고
자신의 권위도 지켜냈음

레인저들은 아빠미소로
카랑가를 뿌듯하게 관찰하고 있음
이런 종마를 보면 레인저들도 상당히 흐뭇해 함
한 마리가 부드러운 본능을 재발견했다면
다른 말들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레인저들은 몽골야생말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음
싸우느라 빛을 못 본 종마들이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평생 불행하리라는 법은 없나봄

다리 부러진 종마 누르
4년 간의 외톨이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단짝 암말을 찾았음
누르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임
어두운 시련에서 이제 벗어났기를 바람

발굽에 차여 이마가 함몰된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종마 우브
우브도 드디어 짝을 찾았음
하지만 뭔가 쉽지 않음
암말은 딴 생각을 하고 있음

암말은 사실
왼쪽에 모여 있는 하렘에 들어가고 싶어 함
그래서 그쪽으로 가고 있음

하렘의 우두머리 종마가
암말과 우브를 발견하고 다가가려고 함
암말은 하렘 종마한테 가고 있음
우브는 다급하게 똥을 싸서
이 땅이 내 영역이라는 표시를 한 다음
암말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암말을 따라감
"왜 따라와!"
암말은 우브를 거부함 ㅠㅠ
따라오지 말라고!
우브는 암말을 어렵게 얻었기 때문에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임
투닥거리다가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두 말

하렘 종마: 쟤네 뭐하는 거임

몽골야생말의 근친교배 문제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몽골,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에서 끊임없이 싸워왔고
스페인에서도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
이 보이지 않는 노력들로
언젠가 결실을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 끝 -


프랑스 르 빌라레에 사는
다리 부러진 종마 누르(Nour)
2005년 7월 31일생
혈통번호 4580
누르의 근황은 몰랐는데
2021년 1월에 누르가 떠났다는 소식을 봤음 ㅠㅠ

#출처
15살 종마 누르가 이번 주말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는 강인한 성품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그는 5살까지
엄마 사브리나(Sabrina)와 양아빠 알타이(Altai)와
함께 지냈기 때문에
탕귀(Tanguy)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어요.
* 탕귀: 프랑스판 캥거루족
그는 싸움 중에 앞다리에 부상을 입었는데
이 부상으로 무릎 관절이 완전히 꺾여서
보행에 큰 장애를 겪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르는 장애에 적응해서
여전히 뒹굴고, 빨리 걷고, 질주하고
다른 종마들과 의식을 치르고
심지어 대부분의 수컷들을 압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혹독한 날씨와 신체적 장애로 인해
그의 투지가 꺾여버렸어요.
프셰발스키말 센터에 방문하시거나
연수 과정을 수강하시면
누르에 대해 꼭 알려드릴게요.
Hélène Roche의
행동과 자세(Comportements et postures)에서 발췌

양아빠 알타이와 5살 때의 누르(오른쪽, 5살 때)


누르를 보니 떠오르는 녀석이 있음
중국 서호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영썬 마견강(马坚强)
하렘 싸움 중에 다리가 부러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았음
현재 아빠 올드킹, 친구랑 같이 지내고 있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길...
☞ 관련글: 다리가 부러졌지만 살아남은 몽골야생말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종마 우브(Uv)
혈통번호 3113
1997년에 태어나 5살에 하렘을 형성했고
9살에 투시그(Tushig)라는 종마랑 싸우다가
발굽에 맞아서 이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음
피부 상처는 잘 아물었지만
코뼈가 골절돼서 코를 잘 못 골았다고 함
부상 이후에도 8년을 더 살았고
2015년 17살에 무지개다리 건넜음

우브를 발굽으로 깐 종마 투시그(Tushig)
혈통번호 3193
우브보다 1살 더 어림
지금은 무지개다리 건넜을 가능성이 크지만
오래오래 살았기를 바람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종마 날스타이(Narstai)
혈통번호 2820
위 다큐에는 안 나왔지만
후스타이 박물관에 우브와 함께 전시되어 있음
하렘 때문에 싸우다가
귀와 꼬리가 잘렸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함
1995년생이고
자식 목록을 보니까
최소 2007년까지 살았던 거 같음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현명한 우두머리 종마 카랑가(Kharanga)
혈통번호 3380
스터드북에는 사망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지만
2013년 10월 16일
13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 건넜다고 함ㅠㅠ
다큐에 등장하고 불과 1~2년 뒤임
몽골야생말은 아니지만
하렘 싸움 때문에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가 또 있음
이탈리아 칼바나 산의
유명 야생마 감바토르타(Gambatorta)
감바토르타의 친구 피에트로(Pietro)는
올해 1월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감바토르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음
암말이랑 교미하는 장면도 목격돼서
내년에 2세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함

르 빌라레에서 스페인으로
사이좋게 떠난 종마 3마리
엉굴르번 · 사린 · 아폴론의 그 후

엉굴르번 스터드북 프로필
종마 엉굴르번(Engouleven)
혈통번호 4141
1999년 5월 21일생
종마 사린(Saryn)
혈통번호 5590
종마 아폴론(Apollon)
혈통번호 5585
사린과 아폴론은 나이가 어려서
기존 스터드북에는 등록이 안 되어 있음
2017년 이후 스터드북 시스템으로 넘어간 듯함

아폴론 #출처
모두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엉굴르번은 다리가 부러져서
다음 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함 ㅠㅠ
관리자들이 깁스를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엉굴르번이 입으로 붕대를 다 찢어버렸다고...
사린은 아무 증상없이
어느 날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함
아폴론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음
아폴론이 외로워하지 않게
어딘가에서 데려온 암말 한 마리랑 살고 있음

2012년 10월 24일
엉굴르번과 아폴론

왼쪽부터
사린 / 아폴론 / 엉굴르번

앞: 엉굴르번
뒤: 사린
산 세브리안에서 지낸 초기 모습인데
이때는 3마리가 다 있었음
2018년의 모습
하지만 이때는 2마리밖에 없음
엉굴르번이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사린과 아폴론만 남았음


2020년
이마에 긴 가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린인 듯



아폴론과 사린
2020년
투닥거리는 사린과 아폴론
2020년까지만 해도
사린과 아폴론이 같이 있었지만




2023년 4월
사린이 언제인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아폴론과 암말 한 마리가 같이 지내고 있음



2023년 6월
아폴론과 암말
둘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함
다같이 살아서 잘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산 세브리안 보호구역에는
루시노말(Losino)이 새로 들어오기도 했음
루시노말은 이베리아 반도에
서식하는 세 가지 토종 말 품종 중 하나임
먹을 거 받아먹는 거 ㄱㅇㅇ

산 세브리안 보호구역 외에도
몽골야생말들이 스페인에 도입되고 있음
그 중 하나가 알토 타조(Alto Tajo) 자연공원임
알토 타조 자연공원은
카스티야 라 만차(Castilla-La Mancha)와
아라곤(Aragón) 평원 사이에 걸쳐 있음
원래 식생도 풍부하고
야생동물도 넘쳐나던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터전을 침범했음
결국 동물들이 떠나가면서
야생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해버렸음
그런데 1950년대 이후
이곳의 인구가 반토막이 되면서
집 나갔던 동물들이
다시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음
사슴, 멧돼지, 무플론, 이베리아 아이벡스 등등
사람들은 버려졌던 야생지가
되살아나는 걸 보며 희망을 품기 시작했음


특히 버려진 땅 체르노빌 금지구역에
몽골야생말, 유럽들소 등이 도입되며
야생동물의 터전으로 되살아나는 걸 보고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음
관련글 ☞ 의외로 체르노빌에 살고 있는 몽골야생말

체르노빌이 되살아난다고?!
이게 되네?

저 망한 땅 체르노빌도 되는데
우리 이베리아 고원도 충분히 한다 이거야

그래서 2023년 5월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에서 살던
몽골야생말 10마리가 스페인에 재도입되었음
(암말 7마리, 종마 3마리)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에서
마취총 쏘고 포획해서 데려왔음

알토 타조에 도착한 몽골야생말들은
17헥타르짜리 적응 울타리 안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5700헥타르가 넘는
넓은 숲에 풀려나서 자유롭게 살고 있음
서유럽에서
반야생이 아닌 야생에 풀어준
최초의 재도입 사례라고 함
그리고 2023년 9월에는
헝가리 호르토바기 국립공원에 살던
총 16마리의 몽골야생말이
알토 타조에 추가로 도착했음
(암말 12마리, 종마 4마리)
호르토바기는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4대 국립공원 중 하나임

https://www.instagram.com/reel/C1ZlwrOKD6J/
헝가리 호르토바기에서 출발해
48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늦은 밤
알토 타조 자연공원에 도착한 몽골야생말들
https://www.instagram.com/p/C0RoF3hMlJz/
운반하는 동안 말들이
매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함
그래서 도착한 직후에
쉴 수 있도록 적응 울타리에 넣어줬음

날이 밝으면 문을 열어줌


지금은 숲으로 자유롭게 풀려나서
프랑스 몽다쥐르에서 먼저 왔던 10마리랑
같이 잘 지내고 있음

총 16마리 중 7마리에는
말을 추적할 수 있는 GPS 목걸이도 장착했음
https://www.instagram.com/p/C4YZy9otiLP/
이베리아 고원에서 살게 된 몽골야생말들
https://www.instagram.com/p/CxvTHybqIhK/
이곳의 관리인인 파블로 씨
평생 말한테 몸 바쳐 살아왔는데
자기 고향에서
지구상 마지막 야생마인 몽골야생말을
담당하게 돼서 행복하다고 함

몽골야생말 재도입에 진심인 스페인
대체 뭘 노리는 걸까
첫째
말을 방목시키면
초원에 쌓인 가연성 초목들이 제거되어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함
스페인의 많은 농촌 지역은
수십 년 동안 인구가 줄고 가축 방목도 사라지면서
온갖 잡관목과 풀들이 무성하게 쌓여온 상태임
이로 인해
치명적인 산불이 점점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고 있음
하지만 말들은 하루 종일 풀을 뜯으며
이런 초목을 자연스럽게 관리해 줌
덕분에 남유럽 농촌의 산불 문제 해결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 함
둘째
몽골야생말은 전 세계에
약 2500마리만 남아 있는 멸종 위기종임
이런 몽골야생말을 도입하면
야생 개체수를 늘리면서
몽골야생말 보존에도 일조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음

셋째
이베리아 고원의 생물다양성도 강화될 거임
초식동물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
서식지가 더 풍부해지고
말들이 남긴 배설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줌
이로 인해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떠났던 야생동물들이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됨

넷째
같은 맥락에서
붉은사슴, 노루 같은 다른 초식동물들도
더 질 좋은 목초지를 누릴 수 있게 됨
말들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면서
다른 동물들한테도 윈윈이 되는 셈임
다섯째
이 프로젝트 덕분에 관광지가 되면
마을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도 제공해주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음

몽골야생말을 도입한 건
이베리아 고원을 자연 그대로 되살리려는
'유럽 재야생화' 프로젝트의 일환임
요즘 이베리아 고원에는
여러 동물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최상위 포식자인
이베리아 스라소니, 이베리아 늑대, 불곰은
여전히 한 마리도 없다고 함
그래서 생태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로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이베리아 스라소니, 이집트독수리, 그리폰 독수리를
일부러 풀어놓을 계획이라고 함
하지만 가축 피해가 걱정돼서
늑대는 풀어놓지 않을 거라고...

몽골야생말: 아싸 개이득(?)
<참고한 자료>
• 네덜란드인이 세운 몽골야생말 보존 및 보호를 위한 재단
•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에는 몽골야생말 3마리가 살고 있다
• 이베리아 고원의 재야생을 강화하기 위해 서유럽 최초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몽골야생말
• 이베리아의 재야생 계획이 '텅 빈 스페인'을 다시 채우는 방법
• 스라소니, 야생마, 독수리가 스페인 동부로 돌아온다
• 2018년 스페인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의 몽골야생말 1 (30:30)
• 2020년 스페인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의 몽골야생말 2
• 2023년 스페인 산 세브리아 보호구역의 동물 소개 (몽골야생말 10:46, 루시노 말 14:17, 유럽들소 21:31)
• 야생이 되살아나는 이베리아 고원 풍경에 몽골야생말 16마리 도착
• 지역 주민 파블로가 모니터링하는 알토 타조의 몽골야생말 1
• 지역 주민 파블로가 모니터링하는 알토 타조의 몽골야생말 2
• 지역 주민 파블로가 모니터링하는 알토 타조의 몽골야생말 3
• 이탈리아 칼바나 산의 다리 부러진 말 '감바토르타' 근황
<참고한 영상>
• 마지막 야생마: 프셰발스키말 (프랑스 다큐)
Les DERNIERS chevaux sauvages : le cheval de Przewalski
https://youtu.be/9XGjDXRiExU
<관련글 모음 - 스압>
• 몽골야생말 이야기
― 01. 평화롭고 뚱쭝한 몽골야생말 움짤
― 02. 몽골야생말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 03. 동물원 덕분(?)에 멸종을 피한 몽골야생말
― 04. 19세기 말~20세기 초 꽤 잔인했던 몽골야생말 포획 과정
― 05. 몽골야생말을 멸종에서 구한 두 암말 '루카'와 '올리카'
― 06. 쓸모없는 잉여 종마였지만 훗날 재평가된 몽골야생말 '쿠포로비치'
― 07.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은 몽골야생말 '용보'
― 08. 며칠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서울대공원의 몽골야생말 '용보'
― 09. 아쉽게 끝난 우리나라의 몽골야생말 번식
― 10. 야생으로 처음 방사된 몽골야생말의 수난
― 11. 야생에 처음 방사됐다가 혹한에 실종된 몽골야생말 찾기
― 12. 야생성 잃어버린 몽골야생말을 중국 야생에 처음 풀어준 이야기
― 13. 의외로 체르노빌에 살고 있는 몽골야생말
― 14. 몽골야생말을 이베리아 고원으로 보내는 사연
― 15.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1)
― 16.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2)
― 17.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외전)
― 18. 몽골야생말이 사는 곳 중 유럽의 사바나라고 불리는 곳
― 19. 하렘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몽골야생말
― 20. 야생에서 다리 부러졌는데 살아남은 몽골야생말
― 21. 야생에서 다리를 다치고 하렘을 뺏긴 몽골야생말 '번개'
― 22. 체르노빌에 살던 몽골야생말이 최근에 사망한 이유
― 23. 2024년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된 몽골야생말
― 24. 2024년 미국에서 도축 직전의 몽골야생말을 구조한 사건
― 25. 미국 경매장에서 구조됐던 몽골야생말의 안타까운 근황
― 26. 몽골야생말을 거의 초토화시켰던 몽골의 자연재해
― 27. 생후 3개월에 고아가 된 몽골야생말 '츠우트'의 치열한 삶
• 야생마 이야기
― 01. 야생에서 목격된 야생마들의 장례식
― 02. 트레일캠에 포착된 곰을 피해 도망치는 야생마들
― 03. 야생에서 보기 드문 11월에 태어난 야생 망아지
― 04. 야생에서 부상당한 야생마가 자연 치유되는 과정
― 05. 엄마를 잃고 두 종마한테 양육된 야생 망아지
― 06. 캐나다 아이벡스 밸리에서 일어난 야생마 실종 사건
― 07. 야생 망아지의 생존 확률이 낮은 이유
― 08. 말이 다리가 부러지면 안락사되는 이유
― 09.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들의 이야기 (1)
― 10.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들의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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