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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39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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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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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TMwxuO


서늘한 바람이 날카롭게 꽂힌다

창밖은 푸릇푸릇하나 방안은 색을 잃었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하얀 얼음막이 한겹 한겹 더해지며

서리가 얇게 깔려 숨이 내려 앉을 때마다 천둥소리 치고

숨을 들이 마실때마다 뼈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온몸으로 부딪히다 넘어진다

몸에 피가 도는 소리마저 온 집을 쩌렁쩌렁 울리며

침 넘기는 울렁임이 출렁이는 파도 소리처럼 철썩거린다



"선재.... 자기야...오빠야..."

"자기 금지 오빠 금지"

"네...."



눈만 또르르 굴리고 있다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미안해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도저히 가만히 넘길 수가 없다




솔의 두번째 작품

첫 작품의 성공으로 본시네마가 재빠르게 계약 성사시켜서 하게 됐다

상 받은 뒤였다면 몸값도 더 뛰었겠지만

솔은 처음부터 돈은 고려사항이 아니였다

자신의 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자체에 행복해서 계약을 하고싶어했고 나는 솔의 결정을 지지했다

연예 기획사에서 작가와 계약 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면에서 돕고 싶어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난 임솔 작가 매니지먼트 소속사의 일원으로 방문을 한 것이였다 



의심을 했어야했다

의문을 품었어야했다

무방비에 당한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본시네마 회의실에 있어야 할 솔이 보이지 않는다

왠수같은 김태성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일로 태성에게 특별히 솔 경호를 부탁해서 함께 있다면 별일 아니지만 무언가 바뀌면 분명 연락주기로 했는데 아무런 얘기도 없이 둘이 모두 없다

오늘 갑자기 촬영장에 갔다고 주소를 알려주는 직원의 말



충주호 근처 풍경 좋은 장소로 유명해서 촬영지로 손꼽히는 몇군데 중 하나

햇빛도 다른 곳과 다르게 쨍하며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여서

대체로 여배우들 실루엣을 찍을 때 가는 장소 중 하나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뿌옇게 신비한 느낌 주는 그 이미지가 딱인 장소

카메라 기법, CG기술 필요 없을 정도인 곳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라 선호하는 감독들이 많다



오늘 촬영이 어떤 장면인지는 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그리워하며 환상을 보는 곳

뒷모습에서 고개돌리는 옆 얼굴이 빛에 가려져 희뿌해지고 줌 아웃되는 장면

첫사랑의 아련함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장면



촬영장 특유의 부산함이 없다

오늘 촬영이 차분한 감성을 담아야 해서 다들 숨죽이고 있는가싶어서

소리 죽여 천천히 다가갔다

나와 눈을 마주친 스태프들마다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 뒷걸음질 치며 급박하게 무전을 주고받는다

연예인 류선재가 나타나서 놀란 것은 아닌 분위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촬영장소로 갔다




WaxyBq

내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실루엣

역광에 감싸여 포근히 안겨있는 모습

아우라에 둘러싸여있다고 해도 

여신의 강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여주인공이 저렇게 예뻤나? 

분명 그 배우의 이미지는 아닌데?

눈에 익숙하다

익숙하다 못해 

온몸으로 느껴지는 감각까지 전해진다

나와 접점이 없는 배우의 뒷모습에서 감각을 느끼다니

내가 변태인건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실루엣 


그런데 왜 왜 왜

그 아련함과 신비함을 솔이 보여주고 있는 걸까?



"쉿! 매니저님 촬영 방해하지 마시고 뒤로 물러나주세요"


김태성이 내 입을 막으며 촬영팀 뒤로 끌고갔다


"이게 어떤 상황이지?"

"어쩔 수 없었어 우리 류선재씨가 이해해 줘"


여주인공 대역이 오던 중 사고가 났고 실루엣정도라서 스태프 중 한명을 대신 찍어도 되는 장면인데 딱 맞는 체형이 없었다고 

우연처럼 딱 맞는 체형과 머리길이를 가진 사람이 솔이였다고

절대 얼굴이 나올 일 없으니 한번만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감독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상처받는 것 같아서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고



그래 그럴 수 있다

솔이처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이라서

부탁을 쉽게 거절 못하는 맘 약한 사람이라서

얼굴 드러내기 싫어하는 솔이가 결정한 것이라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을 거란걸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어찌 감히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애정씬을?



OLXBsR


감독이 현장에서 대본을 고쳤다고 한다

솔의 실루엣이 너무 아름다워서

단순히 뒷모습에서 만족할 수 없어서

단독환상씬으로만 담기 아까워서

키스씬을 넣었다



"감독님 꼭 넣어야 하나요?"

"선재씨도 이해해줘요 현장에서 바뀌는 경우 많잖아요"

"네 그건 이해해요 그런데 상대가 왜?"

"이 장면이 짝사랑에 대한 환상이잖아요 다른 사람과 애정 장면을 보면서 속상해하는..."

"그러니까요"

"알만한 분이 왜이러실까?"

"알만하니까요"



나의 등장으로 웅성거렸던 촬영장이 다시 차분해졌다

눈치보며 살금거리며 걷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계속 촬영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촬영팀 사이로 파고 들었다

성큼 성큼 발소리도 크게 나도록 힘을 주어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익숙한 내 걸음소리를 알아챈 솔의 어깨가 점점 굳어간다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숨죽인 채 정면만 보던 솔의 어깨를 잡아

내 쪽으로 돌렸다

놀람과 미안함, 당황함을 담은 눈빛으로 동그래진 눈이 내 얼굴을 올려다 보는 솔을 보며 

웃었다. 환하게.



https://img.theqoo.net/jtrCFe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촉촉촉촉 버드 키스

깜짝 놀라 눈만 껌뻑이는 그때

순수하고 감미롭게 입을 맞추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행복한 첫키스

첫사랑의 풋풋함이 담긴 청록의 입맞춤







**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알만하니까요. 어차피 주인공 상상이니까 상대가 누구든 상관 없잖아요 상대가 멋질수록 그 여인이 더 귀하고 갖고 싶은 사람으로 환상을 줄 수 있잖아요 "

"그렇긴... 하죠"

"그래서!! 제가 이 류선재가 할게요!!"

"아니 뭐 안될 건 없긴 한데..."

"혹시 개런티? 걱정마셔요 특별출현 아니 우정출현 노개런티"

"오케이 류선재 준비시켜"




솔이 촬영장 구경을 간 것 뿐이였는데 우연히 촬영을 하게됐다면

나도 그렇다

나도 촬영을 접을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현장을 만나

우연히 운명처럼 출현을 한 것일 뿐이다


절대!! 샘이 나서 질투나서가 아니다 


또 한번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했을 뿐이다






***

https://img.theqoo.net/DkeexK


"선재.... 자기야...오빠야..."

"자기 금지 오빠 금지"

"네...."

"어쩔 수 없었다지만 왜? 그리고 내게 미리 말 할 수도 있었잖아"

"네가 화 낼까봐..."

"소문이 안 날까? 영화 상영하면 안 볼까? 이 바닥에서 내가 모를 수 있을거라 생각해?"



나도 안다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예상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변수가 더 많아서 일기예보가 더 딱 맞고 고마운거란걸

하지만 톡이라도 한번 보내서 물어봐줬다면 어땠을까

솔의 삶에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순간에 나도 고려 대상에 들어가길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

그것이 속상하고 아쉬운 것이다

솔의 인생은 솔의 것이지만

나는 모든 것의 중심은 솔인데

나는 솔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



"앞으로는 뭐든 여보랑 상의할게 꼭 약속해"

  


여보...라고 했다 ...

새어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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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흠 앞으론 같이 의논하자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아냐 다만 나도 네 삶에 중요한 존재이고싶어"

"그런데 왜 그랬어?"

"뭐가?"


솔의 눈빛이 달라진다

의심 가득한, 나의 흑심을 파악한듯한 표정으로 찌릿 째리며 바라본다



"내꺼 내가 지킨거다!! 아무에게도 널 양보할 수 없어 네 입술은 내꺼야 나도 멜로 안 해"

"멜로 해. 네 말처럼 미리 얘기만 해줘 그럼 내가 맘의 준비하고 있을게"

"아냐! 안 해 멜로 안해도 내가 연기파 배우라 장르물 많이 하면 돼"



오늘 일로 느꼈다

일이라서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솔이가 속상했을것이다

내가 연기를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멜로연기는 앞으로 안 할 것이다



"해도 돼 류선재하면 멜로잖아 재능 썩히지 말고. 미리 알려만 줘"

"응 미리 알려줄게 미리 연습하고 다 너랑 먼저 할게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들어온 대본에 베드씬이 있는데 ~~~~"

  


그래 그래 미리미리 예습하고 복습하자

솔아 류선재 성실한 배우다!!!

오늘부터 각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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