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주의...

호르토바기 국립공원(Hortobágy National Park)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약 184km 떨어진 곳에 있는 보호구역
넓고 탁 트인 평원과 습지가 펼쳐져 있음
무려 75000 헥타르 규모로
유럽 최대의 평야 보호구역이자
2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통 목축지이기도 함

이 국립공원의 중심부에는
펜테주크 야생마 보호구역(Pentezug Wild Horse Reserve)
이 자리하고 있음
1997년
헝가리 호르토바기 관리국과
독일 쾰른 동물원이 손잡고
이곳을 몽골야생말 보호구역으로 만들었음

그리고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몽골야생말을 데려오기 시작했음
초기에는 20마리 정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약 300마리 정도의 몽골야생말이
30개 이상의 하렘 무리를 이루면서
야생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음

유럽엔 몽골야생말을 위한 보호구역이 여럿 있지만
호르토바기 국립공원은 그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함
이곳을 푸슈타(Puszta)라고도 부름

https://www.instagram.com/p/CV3BnTyImFW/
WILD HORSES - A Tale From The Puszta
야생마 - 푸슈타의 이야기
작은 야생마 망아지 도트(Dot)를 만나보세요.
그녀는 세계 유일의
진정한 야생마인 프셰발스키말입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이 말의 고향은 몽골이지만
도트는 유럽의 심장부, 푸슈타라고 불리는
헝가리의 초원에 살고 있습니다.
25년 전, 일부가 이곳에 도입되었고
말들은 풍부하고 독특한 야생동물이 있는
이 마법의 땅에 즉시 정착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큰
프셰발스키말 무리 중 하나입니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wCxUviEH4RA
호르토바기의 몽골야생말을
2017~2019년 동안 촬영하고
2021년에 개봉한 헝가리 영화임
갓 태어난 망아지 도트(Dot)를 중심으로
이곳에 사는 몽골야생말의 삶을 보여줌
원래 1시간 20분짜리 영화지만
위 영상은 53분짜리 다큐멘터리 편집판임
호르토바기 평원의 자세한 배경
주인공 망아지 도트의 성장
푸슈타의 다양한 생물들
위 내용 위주로 다큐 내용을 옮겨봤고
호르토바기 몽골야생말 특징도 적어봤음

유럽 중심부에는
아프리카 사바나를 연상시키는 곳이 있음

매일 그 모습이 바뀌어서
때로는 겨울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 풍경이기도 하고


때로는 끝없는 습지가
수백만 마리의 새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함

물이 마르면 무자비한 사막이 이곳을 지배하고

작은 강만이 유일한 생명의 원천이 됨
이곳은 바로 헝가리의 대평원, 푸슈타(Puszta)임



수십 년 전
지구상의 유일한 야생마 무리가 이곳에 왔음

이것은 푸슈타에 사는 야생마 이야기임
어린 봄 강아지풀을
맛있게 뜯어먹는 몽골야생말들

어린 봄 강아지풀은
몽골야생말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임

약 300마리에 가까운 무리가
이 광활한 푸슈타 평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음
멀리서 보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 따로 생활하는
작은 하렘 무리들의 집합체임

하렘 하나에는
우두머리 종마 한 마리
암말 여러 마리
망아지 여러 마리
이렇게 구성되어 있음
5월의 어느 날
어느 하렘에서 암컷 망아지가 태어났음
태어난 지 겨우 30분 만에 안됐지만
망아지는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음

망아지의 이름은 도트(Dot)
이 이야기의 주인공임

출산이 끝나고
도트가 처음으로 일어서 걷기 시작하자
엄마는 조심스레 도트를 데리고 무리로 돌아감
도트는 쫑쫑거리며 엄마를 잘도 따라감
망아지는 태어난 지 1시간 내에 걸을 수 있음
하지만 도트아빠가 지켜줄 거야

모유 먹으려고 엄마 젖을 찾는 도트
그런데 아직 서툰 도트는
엉뚱한 자리에서 헤매고 있음
거기가 아니라 여기란다
엄마가 고개를 돌려서 올바른 위치로 갖다대 줌

양수도 아직 채 마르지 않았고
다리엔 피도 덜 마른 도트...
그런데 도트는 또
엉뚱한 데서 엄마 젖을 찾으려고 함
웅? 여기가 아니라 여긴가?

거기가 맞단다 아가야
경험이 풍부한 엄마가
도트한테 다시 부드럽게 알려줌
왼쪽에서 다가오는 도트아빠
도트아빠는 이 하렘의 우두머리 종마임

도트아빠는 가족 14마리를 다 모았음
슬슬 이동할 때가 됐음
말들은 대이동을 시작했음
몽골야생말은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풀을 먹음
따뜻한 우유로 배 채운 도트
노곤노곤 잠이 쏟아지려고 함
바로 근처에선 총각말들이 훈련 중임
아직 하렘을 못 꾸린 싱글남들인데
지들끼리는 장꾸스럽게 부딪히고 놀지만
막 태어난 망아지한텐 위험한 존재임
실수로든 고의로든
망아지를 해칠 수도 있음

보고 있던 도트아빠 빡쳤음

에비! 저리 가!

도트아빠는 눈치없는 총각말들을 쫓아낸 후

도트엄마랑 도트를 안전하게 피신시켜 줌

도트아빠: 또 알짱대기만 해봐라 콱

이때 종달새 한 마리가
도트 가족 사이로 날아오르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음
종달새도 푸슈타에 사는 생명체 중 하나임

푸슈타에는 산사나무 꽃가루에 이끌린
장미풍뎅이(rose chafer)도 살고 있고

해맑게 뛰노는 산토끼도 있고

산토끼를 보며 입맛 다시는 여우도 살고 있음

여름이 시작되자
풍뎅이 포식하러 파랑새도 왔고

댕기물떼새도 열심히 사냥 중임
근데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거 같음

댕기물떼새를 구경 중인 이웃새: 쟤 뭐함?
댕기물떼새는 욕심이 과했는지
자기 입보다 훨씬 큰 걸 물고 고군분투 중임
옆에서 구경하던 이웃새가
푸드득 다가가서 스틸하려고 했지만
댕기물떼새는 능숙하게 회피하고서
먹이를 호로록 뽑아먹는 데 성공함 ㅋㅋ

울새들은 습지를 따라 솟은 갈대 위에 앉아서
천적인 개구리매가 나타나는지 감시하는 중임

개구리매는 몽골야생말 주변을 날아다니며
말 근처에서 사냥하는 걸 좋아함

도트는 발라당 누워서
오후의 낮잠을 즐기고 있음
망아지들은 원래 잠이 많아서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냄
그런데 잠든 도트 곁에서
도트엄마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음
왜일까
무리가 떠나기 시작했는데
내 딸이 아직도 꿈나라에 있음...

도트아빠: 안 오고 뭐함?
도트엄마와 도트를 기다리는 도트아빠

도트엄마: 도트가 아직 안 깼다고

도트아빠: 그럼 애 깨워야지
도트 깨우러 가는 아빠
종마가 고개를 땅에 닿을 듯 낮게 숙이는 건
"널 무리로 데려가겠다"라는 뜻임
하지만 도트엄마는
애한테 엄격한 스타일이 아님
도트 깨우는 게 못마땅한지
도트아빠한테 발길질을 해댐
도트엄마: 아 애 자게 냅두라고
도트 깨우려는 아빠 vs 막으려는 엄마
순식간에 부부싸움이 시작됐음

웅...?
그런데 그 소동에 도트가 깨버렸음

거 봐 애 깼잖아!
싸우던 엄마는 바로 도트한테 달려감

아빠도 도트한테 달려왔음
잠에서 깬 도트가 엉거주춤 일어났음

그런데 이때
왼쪽에서 암말 한 마리가 슬쩍 다가왔음
뭐하러 왔나 했더니
도트아빠를 뻥 참
엄마 편들어주러 온 거였음 ㅋㅋ
도트아빠가 잘못핸네

도트엄마 & 도트: 이거지 ㅋㅋ

약간의 해프닝 후
네 마리의 야생마들은 다시 무리로 돌아감

사슴처럼 겅중겅중 뛰는 도트
도트아빠가 신속하게 무리를 모아서
다시 떠나기 시작함

한편, 개구리매는 오늘 사냥 휴업임
야생마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집 지을 재료를 열심히 모으고 있음

푸르딩딩한 수컷이
집 지을 장소를 선택하면

갈색 암컷이
최종 선택해서 허가를 내줌
습지 주변에 있는 땅은
새끼를 보호하기 좋은 인기 장소라서
빨리빨리 선점해야 됨

한편 야생마들은 뭐하고 있나

상호 그루밍을 하고 있음
야생마들은 서로를 무척 좋아함
서로 털을 긁어주며 유대감을 강화함

이빨에 털이 껴도 괜찮아


그루밍도 모자라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붙어있음
어린 망아지는
엄마한테 그루밍하는 법부터 배움

그리고 곧 또래끼리 서로 긁어주기 시작함
같은 무리의 이복형제랑 벌써 죽이 맞음
야 잘 좀 해봐봐

그 사이에 낑겨있는 망아지

그루밍 파티 중인 야생마들

푸슈타에는 끝없는 평원만 있는 게 아님

농경지가 대부분을 덮기 전에는
헝가리 평원 곳곳에 참나무 숲이 자랐음
지금도 특히 강을 따라
몇 개의 작은 숲이 남아 있음

여기는 푸슈타의 고층빌딩 숲임
지붕처럼 우거진 나무숲 꼭대기에는
흰꼬리수리 등 많은 동물들의 은신처가 있음

하늘을 초조하게 올려다보는 흰꼬리수리 새끼들
이미 커서 부모가 먹이를 가져다 주진 않지만

부모새가 여전히 둥지 주변을 감시하고 있음

참새는 독수리 옆에
둥지를 틀 만한 최고의 보금자리를 찾았고

찌르레기는 나무구멍 안에 둥지를 틀었음

나무구멍 안에는 찌르레기 새끼들이 있음
찌르레기는 배고픈 새끼에게
먹이를 주면서 하루를 보냄

새끼들은 일주일 동안 벌거숭이 상태임
어미새는 돌아와서 먹이를 주고
새끼들을 품 안에 넣고 따뜻하게 해줌

갑자기 추위가 몰려오고 있음
유입된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를 위로 밀어올려서 빠르게 냉각되고
이는 강력한 폭풍을 발생시킴

이윽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함

숨을 곳이 없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음
장다리물떼새는 보기보다 튼튼하거든

야생마들은 돌풍을 피해
작은 숲 근처에 바짝 붙어있음

야생마들은 본능적으로 공간을 피하면서
숲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음

그대로 비를 맞으며 계속 견뎌냄
도트도 흠뻑 젖었지만
눈 꾹 감고 비를 견디고 있음
다른 말처럼 튼튼해서 괜찮음

드디어 비가 그쳤음
기분이 좋아진 도트가
갑자기 엄마한테 치대기 시작함
도트엄마: 얘가 왜 이래
망아지들은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갖고 있음
하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음

(도트엄마 힘내)
육아에 지친 도트엄마를 안쓰럽게 보는 말들

폴짝 뛰어서 엄마 등 위로 뾱
도트야 엄마 힘들다니까
쳇 어른들은 재미없어
시무룩해진 도트

(도트엄마 힘내...)
도트는 이제 엄마 버리고
또래 망아지들과 놀기 시작했음
자꾸 등에 올라타려고 함

우사인볼트급 질주 ㅋㅋㅋ
앙 물어버릴 거야

하찮은 뒷발질
갑자기 어디서 망아지들이 몰려왔음
여기가 망아지 맛집인가요
도트는 이복형제자매들과 놀다가
심지어 다른 하렘 망아지들이랑도 친구 먹었음
크와아앙 망아지 합체!

애들은 못 말려

누가 이 장꾸들을 말릴 수 있을까
이제 총각말도 두렵지 않아!

왜냐면 도트는 짱이 될 거거든 ㅋㅋ
나 잡아봐라!

망아지 덮밥 합체!

받아라 망아지킥!
쟤넨 지치지도 않나...?
같은 망아지도 혀를 내두르는 저 에너지 ㅋㅋ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도트는
이제야 자신의 무리로 돌아왔음...

다시 소나기 구름이 몰려오고 있음

더위와 여름 소나기가
마법처럼 푸슈타를 변화시킴

호르토바기 국립공원은
일시적으로 물새들의 천국이 됐음

저수지에는 물고기가 풍부함
대부분은 침입종이지만
왜가리는 먹이를 가리지 않음

푸슈타에는 작은 들쥐도 살고 있음
몸무게가 7g에 불과하고
사초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임

뒷부리장다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 붉은발도요는
얕은 물에서 가재와 수생곤충을 사냥함

겸손한 도요새는 조용히 주변을 관망하는 중

백로들은 몸치장하는 데 여념이 없고

습지의 수위가 모처럼 높아져서
찾아온 제비갈매기들은
야생마들 근처에 둥지를 틀고 있음



말 떼 옆에 집을 짓는 건 회색기러기도 마찬가지
이 평원에 둥지를 틀고 있는 유일한 기러기임

야생마는 새한테 적대적이지 않지만
목마른 말 300마리가 물을 향해 돌진할 때는
새들이 알아서 피해야 함
물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말들
야생마들은 물에서 쉬는 걸 좋아함
재미도 있고 더위도 싹 가시게 해주거든
총각 무리는 지들끼리 따로 놀고 있음
말은 진흙목욕을 최고로 좋아함
몸을 시원하게 해주고 기생충을 없애줌
도트는 소심하게 물장구만 치다가
얼큰하게 진흙목욕하는 아재를 보더니
조심스레 물에 들어가서 몸을 담가봄
이 맛에 진흙목욕을 하는구나
도트는 새로운 재미를 깨달았음
온몸이 진흙범벅이 됐음

말들은 물에 흠뻑 젖은 풀도 뜯어먹음

신선한 풀, 풍부한 햇빛, 그리고 물
야생마들의 지상낙원이 바로 여기인가
아 개운하다
오잉?
이동할 시간이 다 됐는데
총각말들 사이에서 난투가 벌어졌음

하지만 늘 벌어지는 일이라 다들 무시하고 감
이동할 때는 경험이 풍부한
우두머리 암말이 항상 앞장 섬
넘실거리는 습지 위에 남은 야생마들의 발자국
푸슈타에는 어디를 가든 물이 있음
국립공원의 3분의 1이 물이 있는 습지임

바람 부는 평원 위로
수컷 개구리매가 사냥을 가고 있음

작은 새든 들쥐든
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개구리매
수컷 개구리매는 몽골야생말이
자기 사냥감인 작은 동물들을 겁주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각자도생인걸

갈대밭에서 아빠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새끼 개구리매들
태어난 지 2주 된 아기새들임

얘들아 아빠 왔다
드디어 아빠가 쥐를 잡아왔음

엄빠 모두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지만
엄마는 항상 둥지 근처에 머물면서 새끼들을 보호함
먹다가 부리로 싸우는 개구리매 새끼들
이제 먹이를 안 줘도 잘 살겠는데?ㅋㅋ
아빠 2차 사냥 나간다~

몽골야생말 위를 활강하며
다시 사냥을 떠나는 아빠 개구리매

아빠 개구리매는 낮게 날다가

먹이를 발견하고
번개처럼 반응해서 먹이를 낚아챔

아빠 언제 와 아빠 언제 와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새끼들

하지만 아빠 개구리매는
이번에는 둥지로 날아가지 않고
잡은 먹이를 암컷한테 전달해 줌

이 공중 곡예를 하루에 여러 번씩 함
먹이를 받은 암컷은
새끼에게 먹이를 주거나 자기가 먹음
이번에는 자기가 먹을 거임

새끼들의 점심은 취소됐지만

다행히 아직 고기가 남아있네 ㅋㅋ

오붓하게 날아가는 개구리매 부부

늦여름이 되면 이랬던 습지가

이렇게 메말라버림
습지가 완전히 사라졌음

푸슈타의 역설적인 점은
오늘은 습지 평원이었다가도
내일은 유럽에서
가장 건조한 평원 중 하나가 될 거라는 점임

푹푹 찌는 더위를 견디고 있는 야생마들

몽골야생말은 더위를 견딜 수 있지만
필요할 때만 움직여서 에너지를 아낌

찌르레기들이 야생마 위를 날아다님


찌르레기들은 말이 만든 그늘에서 점심을 먹음
새끼들은 최근에 둥지를 떠났음

도트는 더위 속에 쿨쿨 낮잠 자고 있음
찌르레기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음

찌르레기: 소음이 뭐 어때서!
성체 말들은 서서 잠을 자는데
가까이 있는 친구들끼리
서로 꼬리로 부채질 해줌
한낮의 더위에 움직이지 않는 야생마들
그러다 슬슬 갈증이 느껴지면
야생마들은 다시 물을 찾아서 떠남
마른 풀에는 수분이 거의 없어서
하루에도 여러 번 물을 마셔야 함

무리가 떠나는 것도 모르고
도트는 쿨쿨 자고 있음
하지만 무리는 도트를 기다려주지 않을 거임
도트는 이제 스스로
무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꽤 자랐거든

야생마들은 소금으로 뒤덮인
하얀 푸슈타를 거쳐서
생명을 주는 물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음

가뭄에도 불구하고
강에는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음

무리는 쉬지 않고 이동하는데
도트가 이제야 깨어났음

어? 다들 어디갔어?
혼자 남겨져서 당황한 도트
하지만 괜찮아
도트를 기다려 준 이복형제가 있거든
다들 떠났어! 서둘러야 해!
도트랑 이복형제는 열심히 달려서
딱 맞춰서 무리에 합류했음

헥헥 힘들다
도트 바부 ㅋㅋ
말들은 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지만
제방은 가파르고
땅은 미끄럽고 물이 깊어서 위험해 보임

하지만 물은 위험을 감수하고
마실 만한 가치가 있음

꿀꺽꿀꺽

오메 좋은 거
그런데 겁먹은 말 한 마리가
갑자기 뒷걸음질 쳤고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소동이 일어났음
이런 혼란 중에 성체 말은
실수로 망아지를 밟아 죽일 수 있음

다행히 도트는 물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음
모유를 먹어서 그닥 목이 마르지 않거든
모두가 갈증을 해소하고 슬슬 돌아갈 때...
말 한 마리가 갑자기 땅에 철푸덕 쓰러졌음
무슨 일이야?!

응 흙바닥에서 목욕하는 거야 ㅋㅋ
배때지를 드러내고 뒹굴기 시작하는 말

어이구 시원하다
이런 먼지목욕은 곤충을 쫓아내고
젖은 피부를 건조시켜주고 심지어 재미도 있음
그래서 모든 말들이 좋아함

한두 마리가 흙목욕을 시작하면
너도나도 땅에 철푸덕 주저앉아서 등을 돌돌 말아줌
이때 먼지 터는 빌런
님 이건 좀 ㅋㅋㅋ


푸슈타에는 중국늑대거미도 살고 있는데
다행히 몽골야생말은 거미를 무서워하지 않음

여름이 끝나면 중국늑대거미는 매우 분주해짐
이 수컷은 짝을 찾고 있음

이들은 0.5m나 되는 지하 구멍에 사는데
지름이 10cm인 암컷이 지금 굴을 파고 있음
암컷은 집 짓기에 몰두함

완전 멋있다.....
수컷은 암컷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음

하지만 암컷은 더 중요한 해야 할 일이 있음
바로 집 짓는 거

수컷이 가까이 다가오자

암컷은 집 구멍에 숨어서 거미줄로 결계를 침
수컷은 구애의 춤도 춰보지만

암컷이 냉정하게 쫓아내버림 ㅋㅋ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커서
자칫하면 순식간에 잡아먹을 수도 있음
수컷 화이팅...


선선한 밤이 지나고
첫 아침 안개가 찾아왔음
날이 따뜻해지면
옅은 안개가 빠르게 사라지고
가을의 손님들이 물가에 나타나기 시작함

바로 두루미임
이곳은 따뜻한 가을날 인기 있는 입욕장이 됨
그래서 여기로 온 거임

세수를 싹 마치고 몸단장하는 두루미들
먹을 게 많은 푸슈타에서 몇 주 동안 머물 예정임

말과 두루미가 한적하게 노닐고 있지만

여우는 걔네가 뭘 하든지 관심없음
겨울을 대비해 먹을 걸 찾아서
살 찌울 생각만 하고 있음
여우는 몇 번의 점프 끝에 사냥에 성공했음
올해는 쥐와 설치류가 충분해서 걱정 없을 거임

저녁에는 두루미 떼가
몽골야생말 무리 위를 지나서
거대한 낚시 단지로 이주함

호수의 일부는 마치 거대한 호스텔처럼
밤새 물을 찾아 온 8만 마리의 새들로 북적거림

두루미 가족들은
적당한 잠자리를 찾으려고 맴돌고 있음


점점 더 많은 새들이 도착하고 있는 호수


푸슈타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지만
여전히 빛 공해를 겪고 있음
하지만 맑은 밤에는 별빛이 반짝임


가을이 지나고 이제 겨울이 찾아왔음
두루미들은 첫눈이 덮이자마자 이곳을 떠났음

첫눈이 갑자기 푸슈타를 덮쳤음
야생마들은 눈보라를 고스란히 맞고 있음
이제 두꺼운 겨울털로 갈아입었지만
겨울은 말한테도 힘든 계절임
이제부터 진짜 생존에 집중해야 함

일부 하렘은 심지어 하렘을 합쳤음
몽골야생말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하렘을 합치기도 함

바람을 막기 위해 나무 가까이에 모여 있음
추위를 피하려면 서로 거리를 좁혀야 됨
북쪽에서 날아온 찌르레기들은
몽골야생말과 합류했음
찌르레기들은 봄까지 여기서 머물 거임
아 얘네 귀찮네
발로 찌르레기들 쫓아내는 몽골야생말 ㅋㅋ

배고픈 여우는 눈보라 속에서 토끼를 발견했지만

토끼가 번개처럼 빠르게 튀어서 저녁 메뉴 실패
야생마가 먹이를 찾아 눈을 파헤치는 동안
찌르레기는 씨앗과 얼어붙은 곤충을 찾고 있음
몽골야생말은 죽은 관목도 뜯어먹음
좋아하는 먹이는 아니지만
지금은 음식을 까다롭게 따질 때가 아님

눈발이 더 거세졌음
그래도 말들은 우직하게 눈을 맞고 버팀

움직이지 않고 똘똘 뭉쳐 서서
눈보라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에너지를 절약함

눈이 그치자 뭉쳐있던 말들이 듬성듬성 흩어졌음
마른 풀을 찾으려면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함

도트아빠는 두꺼운 겨울털로 갈아입었고

도트도 아빠처럼 털이 두툼해졌음
이런 겨울털로 추위를 견딜 수 있지만
도트 발굽에 고드름 만한
얼음덩어리가 달라붙어서 걷기가 힘듦

엄마아빠랑 꼭 붙어다니는 아기 도트

어린 흰꼬리수리는
말 근처에서 먹이를 찾다가 절망했음

흰꼬리독수리: 에라이 말 밖에 없네

호수쪽으로 가보자
전지적 흰꼬리수리 시점

얼음이 녹기 시작한 강 표면에는
마치 거대한 레이스 식탁보처럼
하얀색 기포가 점재해 있음
물 위가 꽁꽁 얼었지만
얼지 않은 몇몇 구멍들이 있음
이런 곳을 리호고(lihogo)라고 부름

항상 움직이는 물새들이 노를 저으며
얼음 구멍이 얼지 않도록 막아줌


수천 마리의 야생오리와 거위가
포식자로부터 탈출하려고 이곳에 모였음
그 수가 많을수록
공중 공격을 더 잘 막을 수 있음

어디 사냥 좀 해볼까?
흰꼬리수리는 사냥각 쟀지만

새들이 떼지어 날아오르자

어어어 이거 뭐야
새 떼 사이에서 우왕좌왕함 ㅋㅋ
수백 개의 날개가 퍼덕여서
독수리의 의욕이 꺾였음

독수리: 일단 후퇴하고 존버하자

그런데 독수리의 판단이 맞았음
시간이 좀 흐르자
날씨가 급변해서 눈보라가 몰아치고
호수는 감옥이 돼서
새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음
서로 뭉치지 않으면
독수리한테 사냥당할 수 있음

푸드덕
독수리가 사냥하러 다시 날아오르자

비상 비상!!
집단 탈출하는 오리들

하지만 이 오리는 뭔가 삶을 포기한 것 같은데...
이런 도태된 동물은 포식자의 먹잇감 1순위임
독수리: 오 거저먹기다 ㅋㅋ
독수리가 낚아채려고 했지만
오리는 물 속으로 쏙 숨어버렸음

그런데 독수리가 지나가자
다시 뿅 하고 나타났음 ㅋㅋ

독수리가 다시 낚아채려고 하자
오리는 또 쏙 숨어버렸음

그런데 독수리가 지나가자
다시 뿅! 하고 나타남
독수리를 놀리고 있네 ㅋㅋㅋ

독수리: 나 낚인 거임?

바보 독수리: 오리 사냥 포기요 ㅠㅠ
독수리는 두어 번 더 시도했지만
영악한 오리한테 백기를 들고 말았음...

봄이 일찍 찾아왔음
얼음이 녹으면
살짝 얼어붙은 물 표면에 마법의 원이 생김
토양에는 염분이 있어서
얼음이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짐

얇은 얼음이 녹으면서 점차 물로 변함
길고 혹독했던 겨울은
이제 헝가리 평원에서도 과거의 일이 되었음


땅이 갑자기 질척해지니까
말들은 적응 못하고 걸음걸이가 어설퍼짐
눈이 녹으면 흙이 부드러지고
진흙땅이 돼서 발이 푹푹 빠지기 쉬움

하얗던 풍경이 이제 갈색으로 변했음
동물들은 이제 새로운 계절에 적응해야 됨

도트 가족도 모두 겨울을 무사히 이겨냈지만
이른 봄이라 방심하면 안 됨

날씨가 온화해지니까 토끼들도 밖으로 튀어나왔음
지들끼리 싸우고 있지만 조심해야 됨

여우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거든

여우를 눈치챈 토끼가 튀기 시작함

여우는 탁월한 후각으로 토끼의 흔적을 따라감
방향은 맞긴 한데 결과는...
응? 방금 뭐가 지나갔죠?

여우는 토끼를 그대로 지나쳤고
토끼는 냅다 튀었음 ㅋㅋ

하지만 여우가 토끼를
그냥 지나친 이유는 따로 있었음(확장편에 계속)


이번 봄은 꽤 혹독함
몇 주 동안 비도 안 내렸고
바람에 웅덩이가 메말랐음

메마른 평원을 걷고 있는 야생마들
푸슈타에서는 가뭄이 드물지 않지만
이른 봄에는 비가 와야 하는데 큰일임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쇼는 계속됨

4월의 어느 날 아침
푸슈타를 뚫고
자랑스럽게 행진하는 느시 떼(들칠면조)
느시는 날아다니는 새 중 가장 무거운 새임
수컷의 몸무게는 최대 15kg에 이름

오늘도 한 자리에 모여
앞뒤로 걸으면서 퍼포먼스 중임

오 쟤네 뭐임?
말들도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음

뭘 봐?
ㅈㅅ
눈 까는 몽골야생말 ㅋㅋ

쇼가 시작되면
모든 구역의 암컷들이 관심있게 지켜봄

얼마나 잘하나 두 눈 부릅뜨고 봄

갑자기 수컷들이
서로 달려들어서 쌈박질하기 시작함

야생마들은 관심없다는 듯 땅만 보다가
수컷 느시들끼리 파이트클럽 개장하니까

싸움병이 옮았는지 지들도 쌈박질 시작함 ㅋㅋ

순식간에 전투장으로 변한 푸슈타
이 싸움의 규칙은 바로 규칙이 없다는 것...

느시들이 싸우는 것에 비하면
종마들의 싸움은 훨씬 우아해 보인다고(?)


정말 그런 것인가....

싸움을 끝낸 종마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 풀을 뜯어먹고

이긴 수컷 느시는
새로운 무리를 데리고 명예롭게 행진함
싸움은 내일도 계속된다

두 달이 지났는데
구름은 비 한 방울 없이 푸슈타 위를 지나감
기후 변화는 치명적이지만
대초원의 삶은 멈추지 않음


카모마일은 먼지가 많은 토양에서도 꽃을 피우며
수백만 마리의 곤충을 유인함

스타일리쉬한 후투티가 꽃집 뷔페 즐기러 왔음
그 와중에 장난치는 새끼 여우 3마리

억울하게 생긴 새끼여우 ㅋㅋ
엄마는 사냥을 나갔지만
위협이 느껴지면 지하 요새로 도망칠 거임

한편
올해 태어난 망아지들이
해맑게 무리 주변을 뛰어다니고 있음
너무 신나 보이지만
엄마한테 가까이 붙어있는 게 좋을 거임
옆에선 장꾸 총각말들이 스파링 놀이 중임

총각말들은 늘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음

얼씨구
망아지가 이런 장난에 휘말리면 스쳐도 주금임

아니나다를까...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수컷 망아지 한 마리가 피해를 입었음
총각말한테 맞아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서 있음

망아지의 아빠가 빡쳐서
뒤늦게 총각말들을 쫓아내느라
뒤쪽이 한바탕 소란스러워졌음
하지만 이미 늦었을지도 모름

목을 물렸는지 꼼짝 못하는 망아지
총각말들은 보통 목덜미를 노리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 같음
엄마는 새끼 주변을 맴돌며 어쩔 줄 몰라함
망아지는 힘겹게나마 걷기 시작함
치명적인 부상은 아닐지도 모름
뭐가 됐든 무리와 함께 있는 게 중요함

말들이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망아지의 상태를 살핌
그런데...
예민해진 엄마가 구경꾼들을 쫓아내려다가
실수로 새끼를 넘어뜨리고 말았음
그 순간 망아지는 여러 번 밟힐 뻔했음
너무 위험한 상황임
부상당한 망아지는
다시 쓰러지면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음

의도치 않게 이 드라마를 관전 중인 도트엄마

어미 말은 새끼를 걱정스럽게 보고는
주변을 물리친 뒤
조심스럽게 한쪽 발을 들어
망아지에게 일어나라고 재촉함
아가야 일어나 넌 할 수 있어
거칠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야생마들 사이에선 격려하는 방식임

무리의 말들도 모두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봄

암말과 새끼의 곁에는 도트엄마가 서 있음
이 위기의 순간에
도트엄마만이 곁에 있는 걸 허락한 걸 보면
도트엄마는 암말의 친구일 것임
그런데...
갑자기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함
슬슬 떠날 때가 된 거임
암말도 따라가야 하지만
어떻게 새끼를 두고 갈 수 있을까?
망아지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가야 일어나야 해
엄마는 끝까지 새끼를 포기하지 않았음
그리고 망아지는 기적처럼 일어섰음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작은 발걸음으로 엄마를 따라 걷기 시작함
걸어가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
총각말이 망아지를 공격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음
우연히 벌어진 사고일 수도 있지만
사실 총각말들은
오직 자신만의 하렘과 자신의 새끼만을 원함
모든 총각말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게 여기는 총각말들이 분명 있음
다행히 망아지는
무사히 따라가기만 한다면 아직 희망이 있음

오랜 가뭄 끝에
마침내 비가 내리고 여름 식물이 살아나고 있음

여름에는 말들이 평원을 가로질러
끝없는 여행을 계속함

가을이 왔고
도트는 몸집이 거의 엄마만큼 커졌음

도트는 이제 튼튼한 젊은 암말로 성장했음

도트는 야생마의 법칙을 배웠고
푸슈타의 모든 구석구석을 알고 있음
이 평원에는 야생마가 있고
이들은 이곳을 집처럼 느낌
이 험준한 풍경은
마치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야생마들을 반겨줌
이제 도트와 그녀의 가족은
이 장소의 역사의 일부가 되었음
- 끝 -
여기까지 53분짜리 편집본이었음
1시간 20분짜리 영화판(#)도 있는데
이건 비하인드 느낌으로 따로 정리했음
+
호르토바기 몽골야생말 이모저모

몽골야생말은 한때 야생에서 멸종됐지만
번식 프로그램 덕분에 겨우 부활할 수 있었음
이 중 일부가 헝가리의
호르토바기 국립공원 푸슈타로 옮겨졌고
1998년엔 종마 1마리와 암말 3마리
1999년엔 성체 20여 마리가 추가로 방사됐음
25년이 지난 지금
약 300마리가 30여 개 하렘을 이루며 살고 있음
이 무리는 훗날 다시 멸종에 가까워진다면
종 보존의 보험 역할을 할 존재임

멸종된 동물 오록스와 비슷한 헝가리소
푸슈타에는 멸종된 오록스를 닮은
야생소도 함께 살고 있음
전체 보호구역은 전기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음
멧돼지, 산토끼, 여우, 노루 등은
자유롭게 울타리를 드나들 수 있지만
몽골야생말과 소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뒀음

호르토바기는 초목이 풍부하고
포식자도 없는 폐쇄적인 환경임
하지만 그렇다 보니 번식이 너무 과하게 잘됐고
결국 보호구역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게 됐음
초기에는 20여 마리로 시작했지만
매년 50마리 이상의 망아지가 태어나며
2017년엔 329마리까지 증가했음
이에 따라 당국은 개체수 조절을 위해
세 가지 방법을 도입했음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수출된 몽골야생말
1. 수출
다른 보호구역이나 동물원으로 개체를 보내는 방식
2016~2018년 -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30마리 수출
2023년 - 스페인 이베리아 고원으로 10마리 수출
2025년에는 카자흐스탄 알틴 달라로 보낼 예정임
수출은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음
받아줄 곳을 찾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음

2. 도살
전문 사냥꾼이 총으로 개체를 제거하는 방식
컬링(culling) 혹은 도태라고도 함
이 방식은
극도로 약한 개체
심각한 부상 또는 유전적 문제가 있는 개체
이미 새끼를 많이 낳은 개체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됨
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개체별 상태를 평가한 뒤 시행되고
당국의 허가가 필요함
도태된 개체는 보호구역 밖으로 옮겨져
말로하자(Malomhaza) 야생동물공원의
늑대나 독수리 먹이로 주어짐
비용과 노동력이 적게 들고
효과적으로 개체수를 줄일 수 있지만
멀쩡한 동물도 제거될 수 있어서 윤리적 논란이 큼
그래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방식임
https://www.instagram.com/p/CrTWzUsPJZi/
독일 테넨로허 보호구역의 종마 볼프강
다만 유럽의 일부 보호구역에서는
여전히 이 방식이 쓰이기도 함
최근 독일 테넨로허 보호구역에서는
공격적이라 컨트롤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건강한 9살 총각말 볼프강(Wolfgang)을 안락사시켜서
동물원 사자의 먹이로 제공했음
야생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을 텐데...

PZP 피임약이 들어있는 바늘이 장전된 공기총을 발사해서 투여함
3. 피임
암말에게 PZP 면역 피임 백신을 주사하는 방식
이 백신은 미국에서 개발한 건데
수정을 막아서 일시적으로 임신을 못 하게 만듦
한 번 맞으면 4~5년 동안은 번식이 안 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임신이 가능하다고 함
발정 주기에는 영향을 안 줘서
암말은 정상적으로 발정은 할 수 있음

PZP 백신 투여 후 줄어드는 망아지 출생율
실제로 PZP 백신을 맞은 뒤에
망아지 출생률이 확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음
그런데 단점도 있음
일부 암말은 다시 임신 능력을 회복했지만
대부분은 불임 상태가 계속돼서
출산 능력을 완전히 잃은 경우도 있었다고...
또 번식을 못 하는 암말은
하렘에서 밀려나거나 자발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있어서
하렘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음
요즘은 이 PZP 투여 방식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라고 함

호르토바기의 몽골야생말 개체수는
2017년에 328마리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8년엔 267마리로 크게 줄었음
이때 감소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1. PZP 피임 백신을 2013년부터 꾸준히 투여하면서
망아지 출생 수가 점점 줄었고
2. 2016~2018년 사이에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36마리를 수출했고
3. 2018년 3월엔 폭설과 혹한이 닥쳐서
90마리가 죽고, 8마리가 도살됐음
특히 3번은
2009~2010년 겨울 몽골에
조드(dzud)라는 혹한이 닥쳤을 때
고비 B 지역으로 재도입된 말 중
약 70%가 사망했던 재앙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됨
당시 호르토바기는
계속된 가뭄에 말과 소의 개체수 증가로
초목이 이미 부족한 상태였는데
거기다 폭설이 덮치면서 피해가 더 컸던 거임
그래도 다행히
2019년 이후로는 다시 개체수가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라고 함

호르토바기 몽골야생말의 특징 중 하나는
전체 개체수가 늘어도
하렘 규모는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임
보호구역 내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하렘의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지만
하렘당 평균 멤버 수는
5~15마리 선에서 계속 유지됐음
이건 다른 재도입 지역과도 비슷한 양상인데
한 종마가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암말과 망아지 수가
자연스럽게 조절되기 때문이라고 함
반면에
총각말은 전체 개체수 증가에 비례해서 늘어났음
한 하렘 안에 수컷이 여러 마리 있었던 경우는
단 2번만 관찰됐다고 함
그만큼 하렘 구조가 뚜렷하고
종마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임

한편 호르토바기 몽골야생말한테서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특이점이 하나 관찰됨
바로 하렘들이 뭉쳐서
거대한 연합 무리를 만든다는 것

볼레로 하렘 (몽골 호민 탈)

올드킹 하렘 (중국 서호 자연보호구역)
보통 몽골이나 중국처럼
재도입된 다른 야생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5~15마리로 구성된 각 하렘은
서로 영역을 구분해서 독립적인 사회를 구성함

그런데 호르토바기에서는 다름
여러 하렘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연합 무리를 이루고
행동도 동기화되고 이동할 때도 같이 함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님
처음 10년 정도는
다른 지역처럼 각 하렘이 독립적으로 살았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뭉치기 시작한 거임

2014년 관찰 결과를 보면
하렘 무리들은 중심부에 몰려 있고
총각 무리들은 바깥쪽에서 따로 움직임
각 하렘이 영역을 겹쳐 쓰고
총각말들은 하렘 영역을 피해서 지냄
또, 새로 생긴 하렘은 처음엔 겉돌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연합 무리에 낌
이 연합 무리는 보호구역 내에서
1년 내내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고 함

2023년
헝가리 연구진들이 드론 2대를 띄워서
몽골야생말 연합 무리의 움직임을 분석했음

각 개체의 이름을 특정하고
개별 이동 경로를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된 모든 하렘 데이터도 전부 추적했음

네모 : 종마 / 동그라미 : 암말
또 모든 개체의 DNA를 샘플링해서
모계와 부계 혈통까지 전부 추적했음
이렇게 드론으로 관찰한 이동 양상과
계보를 추적한 데이터를 합쳐서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음

다양한 색깔의 도형 : 하렘 무리 / 검은색 x : 총각 무리
각 하렘 무리는
다양한 색과 도형으로 구분돼 있는데
하렘들은 대부분 중심부에 모여
일종의 하렘 연합을 형성했음
반면, 검은 x로 표시된 총각 무리는
늘 주변부를 맴돌았며 겉돌았음
이건 하렘 종마들이 총각말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은 결과라고 함
하렘들끼리 뭉치면 종마는 에너지를 아끼고
우두머리 임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음
그리고 망아지가 총각말에게
덜 공격당할 수 있으니 암말한테도 이득임
게다가 무리지어 다니면
날파리 같은 해충도 덜 달라붙는 효과까지 있음
말 그대로 일석삼조임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오래된 하렘일수록 연합 내에서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거임
그만큼 알고 지내는 하렘이 많고
사회적 네트워크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고 함
오래된 하렘일수록
알고 지내는 하렘이 많다는 거임

겉보기엔 무질서한 하나의
거대한 연합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말이 스스로
움직임과 거리를 조절하고 있었음
서로 친할수록 가까이에 있고
덜 친하면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이런 식으로 말들은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었음
이 사회적 유대감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는 2가지가 있었음
바로 친족 관계와 친밀감

특히 종마 사이의 사회적 거리는
친족일수록 더 가까웠다고 함
1순위: 친형제
거리가 가장 가까움
2순위: 이복형제
친형제보다는 멀지만 다른 하렘보다 가까움
3순위: 유전적으로 관련 없는 타 하렘 종마
혈연 관계보다 거리가 더 멈
4순위: 총각 무리의 총각말
거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음
흥미로운 건
형제 종마가 이끄는 하렘끼리는
암말 교환도 더 자주 있었다는 거임
결국 종마들은 혈연일수록
더 강한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낌

암말의 경우엔 좀 달랐음
암말은 같은 하렘에서
오래 함께 지낸 경험이 많을수록
친밀감과 사회적 유대감이 강해졌음
하지만 유전적 친족 관계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음
이는 암말이 본능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함
예전에 함께 지냈던 암말끼리는
가까이 붙어다니고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함
또 다른 하렘으로 함께 이동하기도 했음
즉 암말에게 중요한 건
혈연보다 함께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 속에서 쌓인 우정이
친밀감과 유대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침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하렘끼리나 개체끼리
네트워크 거리가 짧을수록
서로 더 가까이 다니고
움직임이 더 동기화된다는 거임

그런데 놀랍게도
이 현재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미래의 하렘 구조까지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함
예를 들어
서로 다른 하렘에 속한 암말이라도
비슷한 경로로 자주 움직이면
2년 안에 같은 하렘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았음
즉, 아직 하렘은 다르지만
서로 가까이 붙어다니는 경향이 보이면
2년 후에 같은 하렘에서 만났다는 거임
이를 통해 연구진은
현재의 이동 패턴만 분석해도
앞으로 어떤 암말이 어떤 하렘으로 옮겨갈지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함

정리하면
호르토바기에서만 나타나는
이 연합 무리 현상은
친족 관계, 오랜 시간 쌓인 친밀감
그리고 총각말들한테 하렘을 뺏기지 않으려는
종마들끼리의 연합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임
그리고 이 구조는
꼭 종마들만 주도하는 게 아니라
암말들이 주도해서 바꾸기도 함

겉보기에는
종마가 암말들을 거느리고 있다가
어느 날 새로 온 총각말이 싸움에서 이겨서
하렘을 뺏는 단순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했던 거임
종마들은 형제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이고
암말들은 마음 맞는 친구들 따라
하렘을 옮기기도 하고
이런 관계들이 겹치면서
하렘이 나뉘거나 다시 합쳐지기도 했던 거임
결국 몽골야생말(야생마)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유동적인 사회였음
https://youtu.be/H2BhFjEbZDE
드론으로 밝혀낸
호르토바기 야생마들의 복잡한 사회

한편 호르토바기에서는
야생마를 모니터링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있음
보호구역 직원 1~2명이
일주일에 두 번 현장을 돌면서
말들을 직접 찾아가고
쌍안경이랑 카메라로 개체별로 관찰해서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둠
말들이 사람에 익숙해서
20~50m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다고 함
여름털일 때 모습
겨울털일 때 모습 다 따로 찍고
이름이랑 혈통번호, 부모, 털 색, 다리 줄무늬
이마 가마 위치 같은 걸 전부 기록함
개체별 사진 정보는 1년에 최소 두 번
각 하렘 무리에 대한 정보는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된다고 함

그런데 말이 278마리나 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일일이 기록하는 건 손이 많이 가고
실시간으로 변하는 무리의 역학 같은 건 놓치기 쉬움
그래서 요즘엔 이걸 보완하려고
인공지능 기술까지 도입됐음
드론을 띄워서 하늘에서
말들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추적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중임
https://youtu.be/YCnU863X7Jw
인공지능 기술과 드론으로
호르토바기 야생마를 식별하는 연구원들


드론이 하늘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AI가 분석해서 개체 하나하나를 식별하고



연합 무리 안에서도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놀랄 만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음



굳이 가까이 다가가거나
망원경 들고 일일이 찾아볼 필요 없이
한 번에 많은 개체를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으니까
관찰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정확도도 높아졌음
전 세계의 다른 국립공원에도
이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 거라고 함

호르토바기에서는 매년 태어나는 망아지들에게
그 해에 해당하는 알파벳으로
이름을 지어주는 관행이 있음
1998년에 태어난 말은 "A"로 시작되고
1999년에 태어난 말은 "B"로 시작됨
그래서 같은 해에 태어난 망아지는 첫 글자가 같음
이름 뒷부분은
유명한 헝가리 소설 캐릭터 이름을 참고해서
'보르네미스자' '비쿠스' 같은 걸로 짓거나
디저트를 참고해서
'누텔라' 같은 이름으로도 짓는다고 함

이렇게 태어난 말들 중 일부는
세계 곳곳으로 보내지기도 했음

2016~2018년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총 36마리가 수출됐음
☞ 관련글: 전쟁 사랑 우정 배신이 난무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1)

2023년
이베리아 고원 재야생화를 위해
스페인으로도 16마리 보냈음
☞ 관련글: 몽골야생말을 이베리아 고원으로 보내는 사연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되는 장면
그리고 2025년
카자흐스탄 2차 재도입으로
호르토바기 개체 일부가 이동할 예정임
2024년 6월 초에는
체코와 독일 동물원 출신 말 7마리가
카자흐에 선발대로 재도입되었음

도트: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https://youtu.be/RP8FGof_9KI
영화 티저
https://youtu.be/NhiOjtOc310
영화 예고편
https://youtu.be/J3On2DPYaEQ
영화 인트로
영화 BGM 플리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mUjmJAjjnq5EwGUB4dZlphR5G-vDFnNgg
[참고한 자료]
• 호르토바기 몽골야생말의 인구 통계, 유전학, 사회구조 동향
• 헝가리 연구자들이 드론을 통해 야생마의 복잡한 사회를 밝힌다
• 야생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 헝가리 연구진, 드론으로 복잡한 야생마 사회를 공개하다
• 무리의 움직임은 마지막 야생마의 복잡한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
• 프셰발스키말을 통해 대규모 집단 운동은 다층 사회의 현재, 과거, 미래 역학을 드러낸다
[관련글 모음 - 스압]
• 몽골야생말 이야기
― 01. 평화롭고 뚱쭝한 몽골야생말 움짤
― 02. 몽골야생말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 03. 동물원 덕분(?)에 멸종을 피한 몽골야생말
― 04. 19세기 말~20세기 초 꽤 잔인했던 몽골야생말 포획 과정
― 05. 몽골야생말을 멸종에서 구한 두 암말
― 06. 쓸모없는 잉여 종마였지만 훗날 재평가된 몽골야생말
― 07.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은 몽골야생말 '용보'
― 08. 며칠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서울대공원의 몽골야생말 '용보'
― 09. 아쉽게 끝난 우리나라의 몽골야생말 번식
― 10. 야생으로 처음 방사된 몽골야생말의 수난
― 11. 야생에 처음 방사됐다가 혹한에 실종된 몽골야생말 찾기
― 12. 야생성 잃어버린 몽골야생말을 중국 야생에 처음 풀어준 이야기
― 13. 의외로 체르노빌에 살고 있는 몽골야생말
― 14. 몽골야생말을 이베리아 고원으로 보내는 사연
― 15.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1)
― 16.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2)
― 17. 전쟁 사랑 우정 배신 막장극 펼치는 몽골야생말 이야기 (외전)
― 18. 몽골야생말이 사는 곳 중 유럽의 사바나라고 불리는 곳
― 19. 하렘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몽골야생말
― 20. 야생에서 다리 부러졌는데 살아남은 몽골야생말
― 21. 야생에서 다리를 다치고 하렘을 뺏긴 몽골야생말
― 22. 체르노빌에 살던 몽골야생말이 최근에 사망한 이유
― 23. 2024년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된 몽골야생말
― 24. 미국에서 도축 직전의 몽골야생말을 구조한 사건
― 25. 미국 경매장에서 구조됐던 몽골야생말의 안타까운 근황
― 26. 몽골야생말을 거의 초토화시켰던 몽골의 자연재해
― 27. 생후 3개월에 고아가 된 몽골야생말의 치열한 삶
― 28. 늑대 무리와 대치하는 몽골야생말
― 29. 2025년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된 몽골야생말
― 30. 엄마한테 버림받은 갓 태어난 몽골야생말 망아지
• 야생마 이야기
― 01. 야생에서 목격된 야생마들의 장례식
― 02. 트레일캠에 포착된 곰을 피해 도망치는 야생마들
― 03. 야생에서 보기 드문 11월에 태어난 야생 망아지
― 04. 야생에서 부상당한 야생마가 자연 치유되는 과정
― 05. 엄마를 잃고 두 종마한테 양육된 야생 망아지
― 06. 캐나다 아이벡스 밸리에서 일어난 야생마 실종 사건
― 07. 야생 망아지의 생존 확률이 낮은 이유
― 08. 말이 다리가 부러지면 안락사되는 이유
― 09.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의 삶 - 감바토르타 편
― 10.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의 삶 - 보 편
― 11. 다리를 다친 야생마의 삶 - 레벨 편
― 12. 다리가 부러진 야생마의 삶 - 윈드 편
― 13. 나미브 사막 말 - 새끼를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야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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