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정상에서 한번도 내려와 본 적 없는 이클립스
매번 1분컷 전회차 매진
구 체조경기장 현 KSPO돔
360도에 돌출무대 구성
제발 하나님석도 좋다 지붕에 매달려서라도 보고싶다 간절히 원하는 맘을 들어주기 위해서 시제석 모두 없애서 원형무대를 구성한다>
이번 콘서트에 대해 쓴 기사를 보며 웃고 있는 솔을 보니 나도 흐뭇하다
솔이 몇날 며칠을 졸라댔다
겨우 팬 한명의 요구로 이뤄지지 않을 것은 알지만 건의는 해볼 수 있지않겠냐며 중얼거린다
밴드그룹이니 다들 악기 연결 선 등 여러 제약때문에
무대에 고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지만
솔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한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클립스인데?!
"고등학교때 국어랑 수학 공부 안해서 모르는거야? 왜 정면만 고집해?"
"여기서 국어 수학이 왜 나오지?"
"국어를 모르니 주제 파악이 안되고 수학을 못하니 분수를 모르지 지금 이클립스가 어떤 수준인지 몰라? 피켓팅에 피눈물 흘린다고, 한자리가 아쉽다고 우린!
무대 위 회전 무대를 올릴 수 있다면 이동 무대도 올릴 수 있잖아?
돌출 밑에 리프트로 뮤지션 올리잖아
드럼 기타 옮겨서 올리면 되잖아
아이돌 무대 보면 장치타고 관객석 사이 사이 타고 다니는데 한 두 곡 정도 기타 베이스 램프 옮겨서 돌아다녀 달라고 ㅠㅠ
무대 자체를 넓게 해서 모두 다 보게 해줘"
랩퍼야? 한 숨에 와다다다 쏟아지는 말폭탄에 연타로 가득 말보따리를 안겨주는 솔을 보며 감탄만 나온다
"제이 베이스 치다가 살짝 세워서 끌어안을때 뒷 모습이 매력적인거 알지? 현수씨 드럼 칠 때 옆선 본 적 있어? 난리 나 난리 나. 인혁인 45도에서 보면 픽업 히팅 죽여 줘 "
"숨 쉬면서 얘기해 워워~~그런데 왜 애들을 유심히 본거지?"
"조용히 해 지금은 카펠라가 말하는거야 집중!!"
단호한 표정
더 말붙였다간 맞겠다
"생각 안 해본 건 아니겠지만 공연으로 카펠라가 행복해 하는 거 보면 자기도 행복하잖아 응?응? 한번만 생각해주라 자기야 한번만"
"자기....라고 부른거 ...맞어?"
"응 응 자기야~~앙 "
솔이가 자기라고 불렀다
자기 소리가 그리도 좋은가 묻는다면 당연하지
솔은 닭살 돋는다지만 대패로 빡빡 밀면 된다
그렇게 불러달라고 삐침과 협박, 짜증에도 부르지 않았던 호칭
<자기야>
콧소리 뽜악 넣어서 애교부려본다
"자기가 내 소원 한번만 들어주라 해달라기보단 의견 한번만 내줘"
"공연장....안갈거잖아"
"어머어머 온라인 중계하잖아 공연실황 DVD도 나오잖아 볼 방법은 많어 "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얘기라도 해보고 싶었다
우리 카펠라가 바라는 무대 구성 세트 리스트를 말해보고 싶었다
15년동안 쌓였던 불만 아닌 불만을 말할 생각을 하니 나도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며칠 뒤 소파에 앉아 테블릿으로 보고 있는데 마치 보란 듯이 각도를 솔을 향해 비춘다
평소같으면 그냥 보여줄텐데 이렇게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이는 행동은 꼭 봐달라는 것이니 솔은 알아채겠지?
"뭐 봐? "
"별거 아니긴 한데 볼래?"
무대 구성도를 보여주었다
"까악 360도다 드디어 나도 내가수 360도 본다"
내 팔을 마구마구 흔들며 소리친다 저렇게 좋을까?
공연 기념으로 싱글 낸다고 연습하고 저녁마다 합주 맞추고 바쁘다
영화 촬영때와는 다른 설렘이 있다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무대위에서 노래할때니까
가장 행복해보이는 모습이니까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도 힘든 기색 하나없이 신나게 즐기게 되는 것이 좋다
"솔아 솔아 나 왔어"
조금은 지친 듯한 목소리로 집에 들어섰다
어두운 건 싫다면 집안 불을 다 켜놓는데 오늘은 다 꺼져있다
혹시 일찍 잠들었나?
딸깍
빔프로젝터 버튼이 눌리는 소리
지난 공연 DVD 영상이 플레이 되고 소파 구석구석에 세워 놓은 응원봉 전원이 모두 켜진다
어리둥절해하며 들어서는 나를 향해 환호성을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고 화면에서 등장하는 모습에 맞춰 응원법을 크게 외치는 솔이 보인다
아주 잠깐 얼어있었지만 자켓을 던지고 화면 앞에 서서 열창을 한다
3곡 연속으로 열창을 하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집안 가득 울리는 음악소리와 응원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날 살아있게 한 힘 .
음악
누군가를 살아가게 한 힘
응원
"자기 노래로 내가 살았으니까 지금도 자기 노래로 희망 가질 누군가를 위해 계속 노래해 줘 팔순 잔치도 디너쇼로 하자"
"우리 결혼식도?"
"그건 안된다 절대! 결혼식날이 제삿날이긴 싫다"
응원봉으로 한대 이마를 꽁 때리지만 아프지않다
고개를 돌려 화면을 봤다
무대 위의 내 모습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는 솔
쉼없이 노래와 응원법까지 쭉 해내는 솔 보며 감탄했다
"그걸 다 외워? 옛날 곡도?"
"맨날 듣는 곡이 이클립스인데 못 외우는게 이상한거지.
아 맞어 웃긴건 15년 전 노래는 지금도 건들면 툭하고 나오는데 요즘건 1절 2절이 헷갈려 나이먹었나봐"
류선재 ! 백인혁! 강현수! 제이! 이클립스!!
태양을 향해(향해!) 힘껏 날아(날아!)
내 질문에 답하면서도 응원 박자는 안 놓치고 신나게 따라한다
옆에 있는 난 안보고 화면만 본다
"솔아 나 여기 있어 류선재 여기 있어"
"응 알어"
"나 좀 봐봐"
"응"
화면 앞에 서서 시선 교란을 하지만 솔은 몸의 방향을 틀어가면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게 뭐지? 분명 나인데 저 안에 있는 것도 나인데 왜 질투가 나지?
잠시 후 토크영상 vcr이 나오자 그제서야 솔도 물 한모금 먹으며 숨을 고른다
빔을 껐다
솔이 눈이 황소만해지더니 찌릿 째려본다
"질투 나"
"왜?"
"화면 안에 있는 사람이 난데 왜 난 안보고 화면만 봐?"
"이클립스 선재는 내 별이니까 별보며 감탄하는게 뭐 어때서"
"그럼 난?"
"넌 ...."
솔의 입에서 나올 소리에 초집중
"넌 내꺼! 청년 류선재는 내꺼! 저기 화면 속 가수 선재는 카펠라꺼"
"달라?"
"웅 전~~~~혀 달라"
꺼버렸던 빔을 다시 켜더니 또 목터져라 노래 따라하며 응원봉 색도 바꿔가며 바쁘게 응원 한다
무대 위에서 보면 예쁘다고만 생각했다
나보다 더 많이 노래 듣고 응원 연습하고 환호성 지르고 웃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새롭고 신기하다
누군가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환호성을 외쳐줄 수 있는 사람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내 편인 사람들
카펠라......
별이 반짝인다
하늘 가득 빛나던 별이 화면 가득 눈 앞에 쏟아져내린다
"행복하다"
마음 속 진심이 튀어나온다 목이 메어 크게 말하진 못했지만
카펠라가 외치던 사랑한다는 말 행복하라는 말이 다시 가슴으로 들어온다
"선재야 앞으로도 계속 노래해줘 그리고 행복해야 해 팬으로서 부탁할게"
"나도 노력할게"
공연장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넌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내가 미안해할까봐 온 힘 다해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널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
공연 리허설
무대 구성, 음향 상태 등을 살피고 있다
무대 한 가운데서 빈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이면 반짝이는 별이 가득할 것이다
누군가의 빛나는 별로 자랑스럽기 위해 더 열심히 반짝일 것이다
저기 초대석 구역에 솔이 앉아있는 상상을 해본다
자랑스럽게 내 무대 보여주고 싶은데 절대 안된다고 거절한다
서운하리만큼 너무나도 격렬하게 반대하니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섰지만 어떤 방법이든 써보고 싶다
그래서 .....
3층 출입구
딱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 위치
하지만 내 모습은 잘 보일 수 있는 높이
동석이에게 부탁해서 솔을 공연장에 데려왔다
공연 마지막 곡을 남기고 공연장에서 빠져나가기로 약속하고
마지막 동석의 문자까지는 그랬다 별일 없다고
<류선재 사랑의 도피현장>
사랑의 도피? 의문의 여성?
왜 왜 도피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랑한게 죄는 아니잖아를 외치던 드라마 속 인물 말처럼
왜들 가만히 못 두는건지
솔이 얼굴 예쁜데 왜 모자이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하는건지 속상하다
그리고 이미 결혼한다는 것도 다 아는데
의문의 여성이라니!!
솔이 이름도 직업도 다 알면서 왜?
지켜주려면 아예 기사를 쓰면 안되는거잖아
솔이 보고싶어서 뒷풀이 가기 전 잠깐 얼굴 보러간건데
그 사이에 사진이 찍혔다
회사는 이미 다 예상했던 일이라 별 타격 없다고 금방 기사 내렸지만
금세 캡쳐해서 돌아버리니 그게 문제지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봐 봐 내가 뭐랬어? 어디든 다 우릴 보고 있다니까 파워 집순이를 여친으로 둔 걸 고마워해야해 "
"그래서 후회해?"
"뭐를? 공연장 간 거? 가서 실제로 보니까 좋긴하더라"
"아니 그거 말고"
괜히 심통이 났다
날 너무 감추는 것이
널 너무 숨기는 것이
우리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류선재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 없지
류선재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 그것도 없지 후회란 있을 수가 없지"
"누가 그런 말 하래? "
짜증이 범벅이 된 말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솔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매번 말하잖아 네 그늘에 있을거라고 그거면 된다고.
그리고 기자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하지 않아 류선재의 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궁금한거지 딱 그거야.
그런데 먹이를 던져줘버리면? 더군다나 난 평범하지도 않은데말야"
솔의 시선이 다리로 꽂힌다
언제나 그렇듯 양쪽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다
"너무 특이한 여친이라 미안해"
오늘도 난 한 뼘 자란다
바보같은 아이가 조금은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란다
나밖에 생각 못한 아이가 조금은 시야가 넓어진 사람으로 커간다
"특별한 색시라 사랑해 바보 남편 거둬줘서 고마워"
방긋 웃던 솔이 뭔가 떠오른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좀 이상한 일이 있긴했어 누군가가 날 따라오는 느낌? 기자같지는 않았구 좀 그랬어"
"이상한 낌새? 어땠는데?"
"글쎄 뭐라 말하기 애매한......좀 그랬어......"
"오늘부터 나가려면 동석이랑 같이 나가 요즘은 항상 연습실이니까 그 사이 시간 여유 있어 꼭 동석이 데리고다녀"
"괜찮은데....."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내 말 들어줘 꼭 같이 다녀 "
"응"
제발 아무 일이 없길......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더욱 불안한 날들
떨치고 싶으나 떨쳐지지 않는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 기우이길....
솔이 뛴다
신나게 뛰며 웃는다
솔의 웃음에 나도 행복해진다
솔이 뛴다 뛴다 뛰어 간다
점점 멀어진다
웃으면서
언제나처럼 햇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뛰어 가버린다
"선재야 정신차려 한동안 괜찮더니 왜 또 힘든 꿈일까?"
내 가슴을 도닥이며 아무일도 아니라고 달래는 솔의 표정
그리고 이불을 걷었다
이불 속에 감춰져있던 솔의 메마른 다리가 보인다
근육이 말라버려 뼈가 앙상한 다리를 보이기 싫다고 항상 긴 옷만 입는 솔이 언젠가부터 반바지도 짧은 치마도 입으면서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시선이 닿았음이 느껴졌을까
이불을 급히 당겨 가린다
나쁜 생각이지만
근육이 말라버린 솔의 다리
날 버리고 가지 못할 것이란 너무나도 불량하고 못된 마음이 날 위로한다
"네가 날 두고 가버린 꿈을 꿨어"
"난 반대 꿈 꿨는데?"
놀란 토끼눈이 한껏 치켜올라간 눈썹을 끌어당기며 내게 되묻는다
"그래서 내 다리가 정상인지 본거야? 확 도망가버릴까봐?"
아니라고 말 못했다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인걸 알지만
"하긴 나라도 그랬을거야 꿈에선 내 다리가 정상이더라"
"네 꿈은 어땠는데?"
"네가 도망갔어 같이 살자고 내가 붙잡았는데 확 밀치고 가더라 서운하던데"
삐쭉 튀어나온 입
꿈에선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날 위로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건 느껴진다
"예전에 내가 했던 말 취소할게"
"어떤 말?"
"내가 싫어지면 보내주겠다는 말 취소할래. 네가 나 싫어해도 미워해도 밀어내도 같이 있을래 껌딱지 할래"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온 눈물을 슬쩍 닦았다
불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제발
운명이 우릴 이대로 놓아줬으면
가만히 놔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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