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야생말, 또는
프셰발스키말이라고 불리는 이 말은
19세기 후반
니콜라이 프셰발스키에 의해 처음 발견됐음


그런데 발견되자마자
몽골야생말을 탐낸 유럽인들로 인해
무분별한 사냥과 포획이 이어졌음
당시 53마리의 망아지가 유럽 각지로 잡혀갔고
결국 1969년
몽골 야생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음
말 그대로 야생에서 멸종된 거임

1957년 뮌헨 헬라브룬 동물원에 있던 무리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유럽의 몇몇 동물원에 13마리가 남아 있었음

초기 13마리 번식도
13마리를 동물원끼리 교환하고 교배시키면서
조금씩 개체수를 늘려나갈 수 있었음
그렇게 멸종의 문턱에서 부활한 몽골야생말은

1992년부터
재도입 프로젝트를 통해
일부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

몽골 고비 B로 재도입됐던 종마 지구르(Sonid)

몽골 호민 탈로 재도입됐던 종마 본투비와일드(Born To Be Wild) 외 10마리

몽골 호민 탈로 재도입됐던 종마 볼레로(Bolero)
1992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와 FPPH라는 단체가 주도해서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으로 말을 보내주기 시작했고
같은 해인 1992년부터
독일 재단과 체코의 프라하동물원이 힘을 합쳐
몽골 고비 B 엄격보호구역으로 재도입을 진행했음
그리고 2004년부터는
타크 협회가 프랑스의 르 빌라레에서
몽골 호민 탈로 말을 보내주기 시작했음
중국 야생에 첫 방사됐던 윈드체이서 하렘 27마리

서호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올드킹(오른쪽)과 아들 영썬
몽골뿐만 아니라
중국도 자체적인 재도입을 했음
1988년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몽골야생말을 들여와서
오랫동안 사육하며 번식시켰고
2001년
신장 칼라마일리 보호구역에
27마리를 야생으로 처음 방사했음
이후 2010년과 2012년에는
둔황 서호 보호구역에 시험적으로 방사했고
2023년엔
이곳에 살던 40마리를
본격적으로 야생으로 풀어줬음

프랑스 르 빌라레에서 오렌부르크로 첫 재도입된 아벤 하렘

헝가리 호르토바기에서 오렌부르크로 재도입된 말들
러시아도 재도입에 나섰음
2015년
프랑스 르 빌라레에서 6마리를 데려와
오렌부르크 초원에 처음 방사했고
2016년 ~ 2018년 동안
헝가리 호르토바기에서 총 36마리를
오렌부르크로 데려와서 풀어줬음

카자흐스탄 알틴 에멜 국립공원
그리고 바로 올해
드디어 카자흐스탄도 재도입을 시작했음!
사실 카자흐스탄은 2003년에 이미
알틴 에멜(Altyn Emel) 국립공원에
몽골야생말을 재도입한 적이 있긴 함

2003년 알틴 에멜에 재도입됐던 몽골야생말
2003년
독일 뮌헨 동물원에서
종마 4마리랑 암말 4마리를 데려왔지만
모두 동물원에서만 지내던 개체들이라
야생 환경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 있었음
게다가 알틴 에멜은
독일처럼 습한 기후가 아니라
건조하고 기온 차가 큰 대륙성 기후라서
말들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음

2003년 알틴 에멜에 재도입됐던 몽골야생말
결국 암말 3마리는
피로플라즈마병에 걸려 무지개다리 건넜고
2마리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1마리는 아시아당나귀 쿨란이 있는 쪽으로
탈출해버렸다고 함

2003년 알틴 에멜에 재도입됐던 몽골야생말
살아남은 건 성체 수컷 2마리와
수컷 망아지 3마리뿐이었는데
다 수컷이다 보니 더 이상 번식은 불가능했음
그래서 2008년에
새로운 개체들을 다시 들여왔는데
안타깝게도 이 말들 역시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 죽고 말았음

이 실패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원인을 분석했음
알틴 에멜은 겨울이 비교적 온화하고
도로 접근이 쉬워서 관리하기는 편하지만
문제는 초지가 너무 메말라 있었고
영양가 있는 풀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는 거임
게다가 중가르알라타우 산맥과
일리 강에 둘러싸인 지형은
몽골야생말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기에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고 함
무엇보다 주변에 가축 말들이 돌아다니다 보니
유전적 교잡의 위험성도 컸음
이렇게 첫 시도가 실패한 이후
카자흐스탄은 한동안 몽골야생말 재도입을 멈췄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춘 뒤
다시 재도입을 시작하게 됐음

하지만 알틴 에멜은 이제 놉

알틴 달라 예쓰!

중부에 있는
알틴 달라(Altyn Dala)라는 지역이
새로운 재도입 장소로 주목받기 시작했음


알틴 달라는
'황금 대초원'이라는 이름값처럼
넓고 비옥한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지역임
비록 접근성은
예전 알틴 에멜보다 떨어지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살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함
일단 가축 말이 없는 지역이라서
유전적 교잡 위험이 없고
물도 충분하고 풀도 풍부해서
야생에서 말들이 자립하기에 아주 적합함

이런 장점들 덕분에
카자흐 정부는 알틴 달라 보호구역에
알리바이(Alibi) 재도입 센터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두 번째 재도입을 준비했음

카자흐 정부:
준비 다 됐으니까 몽골야생말 데려올래

하지만
몽골야생말 재도입을 주관하는 국제기관들이
아직은 안 된다며 거부했음
그 이유는 하나
카자흐 정부가 몽골야생말을 법적으로
보호할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멸종 위기종을 다른 나라에 재도입하려면
그 종이 그 나라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존재여야 하는데
당시 카자흐에는 그런 법적 지위가 없었던 거임
그러자 카자흐 정부는
몽골야생말을 국가 레드북에 후딱 등록하고
법적 지위를 '보호종'으로 격상시켰음
2021년
몽골야생말은 드디어 카자흐 법에서
공식적인 보호종으로 인정받게 됐고
이제야 재도입을 위한 기본 조건이 갖춰졌음

그 다음 카자흐 정부는
재도입 경험이 풍부한
체코의 프라하 동물원에 도움을 요청했음

콜!
프라하 동물원은 흔쾌히 OK했음
프라하 동물원은 1990년대부터
야생마의 귀환(Return of the Wild Horses)이라는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몽골의 고비 B 같은 지역으로
몽골야생말을 여러 번 보내준 전문 기관임
그리고 이제
카자흐스탄 재도입도 맡겠다고 약속했음

2023년
재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되면서
드디어 몽골야생말의
카자흐스탄 재도입이 공식 확정됐음

프라하 동물원

베를린 동물원
체코 프라하 동물원에서 4마리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4마리
총 8마리의 몽골야생말이
카자흐스탄 알틴 달라로 가게 됐음
수송은 체코팀/독일팀으로 나뉘어서 진행될 거임

재도입은 국제적인 대작전이라
의약품 확보부터 수송 방식까지
하나하나 까다롭고 섬세하게 준비해야 함
특히 말을 비행기로 옮기는 일은
아무리 조심해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날 수 있음
극히 드물지만 운송 도중
말이 수송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도 있음
그래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동물학 디렉터와 수의사도 화물칸에 탑승하고
프라하 동물원장도 같이 동행함

8마리를 수송하기 위해
체코 공군이 지원한 CASA C-295M 군용기
체코팀 1대
독일팀 1대
총 2대의 군용기가 투입됐음
프라하 동물원은 예전부터
체코 군대와 긴밀하게 협력해왔기 때문에
이런 군용기 지원도 가능하다고 함
이 군용기는 얼마 전에도
서부 저지대 고릴라 두니(Duni)를
스페인에서 프라하로 수송할 때 사용됐다고 함

이번 몽골야생말 수송 경로는 다음과 같음
체코 크벨리(Kbely) 군공항에서 출발 (체코팀)
독일 베를린 공항에서 출발 (독일팀)
↓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아제르바이잔 바쿠 경유
↓
카자흐스탄 아르칼릭(Arkalyk) 비행장 도착
↓
트럭을 타고 육로 이동
↓
알리바이 재도입 센터 도착
말 그대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정임
https://www.instagram.com/p/C7vdr7riRDU/?utm_source=ig_web_copy_link
체코 프라하 동물원에서 수송될 말은
암말 제타 II(Zeta II)
암말 입실론카(Ypsilonka)
종마 조로(Zorro)
총 3마리임
원래 체코에서 4마리가 수송될 예정이었는데
출발 직전에 한 마리가 빠지게 됐음
그 이유는
수송 상자에 들어간 종마 한 마리가
계속 불안해하면서 주저앉았기 때문이라고 함
사실 말을 수송할 땐
오랜 시간 서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말이 계속 주저앉은 채로 있으면
내장에 압박이 가서 죽을 수도 있음
그래서 무리하게 수송하지 않기로 하고
그 말은 수송 명단에서 제외됐음
우리는 4마리를 수송할 계획이었지만
그 중 한 마리가 불안해하며
수송 상자에 주저앉았기 때문에
수송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이는 그에게 위험할 수도 있어요.
말은 이동하는 동안 서 있어야
다리에 피가 잘 통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장거리 운송 중에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말들은 반드시 서 있어야 해요.
- 프라하 동물원장 -

출발 전 마취당하는 암말 입실론카

수송 전 마취당하는 체코팀 말들

비행기에 실리는 종마 조로
각 수송 상자에는 이름표가 붙어있음
2024년 6월 3일
3마리를 태운 CASA C-295M 군용기가
프라하를 떠나 카자흐스탄으로 향했음
체코팀은 독일팀보다 좀 더 일찍 출발했음

체코팀이 탄 군용기는
이스탄불이랑 바쿠를 경유해서
총 15시간을 날아간 끝에
6월 4일 오전 8시 20분
카자흐스탄 중부의
아르칼릭(Arkalyk) 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음

아르칼릭 비행장에 마련된 특별무대 ㅋㅋ

몽골야생말: 내려줘요...
응 아냐... 더 가야 돼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님
이제부터 육로로 8시간을 더 이동해야 됨
그래서 다시 트럭에 싣고 있음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험난한 지형을 달리는 차량들
홍수로 도로 일부가 유실된 구간도 있었고
여울을 직접 건너야 하는 구간도 있어서
말 그대로 극한의 수송임


그렇게 긴 여정 끝에
6월 4일
체코팀이 태운 3마리의 말은
알리바이 재도입 센터에 무사히 도착했음
프라하에서 알리바이까지의 총 이동거리는
무려 약 6000km에 달했음

체코팀 3마리 방사 준비 완료

https://www.instagram.com/reel/C73-AOJixsE/
가장 먼저 풀려난 암말 제타 II
제타 II라는 이름은
과거에 살았던 제타(Zeta)라는
전설의 암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음

과거 암말 제타의 스터드북 프로필
그 전설의 제타는
1994년에 프라하 동물원에서 태어나
2007년에 고비 B로 보내졌고
2018년에 세상을 떠났음
2011~2012년 겨울
조드라는 치명적인 재해가 고비 B를 덮쳐서
당시 몽골야생말 70%가 떼죽음당했는데
제타는 거기서도 살아남았음

제타의 자식들
생애 동안 9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번식에 크게 기여도 했음
하지만 제타의 자식 중 상당수는
조드(dzud)를 빗겨가지 못한 걸로 보임
프라하 동물원에서 고비 B로 건너간 후
조드도 피하고
많은 새끼도 낳고
24살까지 장수했던 암말 제타
그 전설의 암말 제타를 기리면서
제타 II도 제타처럼
많은 새끼를 낳고 장수하기를 바라며
1등으로 방사했다고 함

풀려나는 제타 II의 눈이
밤탱이가 됐다고 얘기가 좀 나왔던 모양임
이동 중에 수송 상자 안에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지만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고 함
프라하, 이스탄불, 바쿠
아르칼릭, 알리바이 사이를 오가는
30시간 이상의 힘든 여정 동안
말은 수송 상자 안에서
약간의 찰과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는 며칠 내에 치유되며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미한 표면 상처입니다.
하지만 수송 상자는 안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은 비행 중이나
어려운 지형을 이동할 때 멍이 들 수 있고
가벼운 찰과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프라하 동물원 -

두 번째로 방사되는 암말 입실론카
제타 II의 언니임

마지막으로 방사되는 종마 조로
유일한 수컷으로 어린 종마임
현지 시간으로 6월 4일 저녁 6시 40분
3마리 모두 적응 울타리로 방사 완료됐음
이렇게 체코팀 3마리가 풀려나는 동안
https://www.instagram.com/p/C71UL2SI8-l/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암말 4마리도
후발대로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했음
이 말들은 다음과 같음
암말 테사(Tessa)
암말 베스페(Wespe)
암말 옴브하(Umbra)
암말 사리(Sary)
하지만 독일팀 수송은
비행기에 기술적인 결함이 발견되면서
48시간이나 지연됐다고 함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독일팀을 실은 군용기도
아르칼릭 비행장에 도착했음

선발대가 그랬던 것처럼
육로 이동을 위해 트럭에 실리고 있음

지루해... 내려줘...




앞서 체코팀이 그랬던 것처럼
험난한 육로를 8시간 달리고 달려서


현지 시간으로 6월 6일 오후 5시
독일팀 암말 4마리도
알리바이 재도입 센터에 무사히 도착했음
https://www.instagram.com/p/C74AFcCMpGd/

첫 번째로 방사되는 암말 테사

두 번째로 방사되는 암말 베스페

세 번째로 방사되는 암말 옴브하

네 번째로 방사되는 암말 사리
이로써 독일팀 암말 4마리도 방사가 완료됐음

프라하 동물원 출신: 조로, 제타 II, 입실론카

베를린 동물원 출신: 테사, 베스페, 옴브하, 사리
<체코팀>
암말 입실론카(Ypsilonka)
2020년 4월 10일생
혈통번호 7967
암말 제타 II(Zeta II)
2021년 4월 16일생
혈통번호 8280
암말 조로(Zorro)
2021년 5월 10일생
혈통번호 8332
<독일팀>
암말 테사(Tessa)
2019년 4월 21일생
혈통번호 7630
암말 베스페(Wespe)
2019년 7월 29일생
혈통번호 7859
암말 옴브하(Umbra)
2020년 11월 14일생
혈통번호 8222
암말 사리(Sary)
2021년 6월 20일생
혈통번호 8453
이로써 총 7마리의 몽골야생말이
카자흐스탄 알틴 달라 대초원에 첫 발을 디뎠음!
https://www.facebook.com/share/p/18di7E4raC/
체코팀 · 독일팀 재도입 과정 사진 모음
적응 울타리 안에서 뛰어다니는 체코팀
하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일팀 암말 4마리는
체코팀 3마리와 합류하지 않고
나중에 오게 될 다른 종마와 합칠 거라고 함
그리고 곧장 초원으로 방사되지 않고
적응 울타리에서 1년 동안 적응 기간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야생으로 풀려날 거임

알리바이 재도입 센터도
다른 재도입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주 전문 인력들이 배치되어 있음
각 말에게 위치추적용 태그를 부착하고
스노모빌이나 차량을 이용해
꾸준히 모니터링할 거라고 함
초기 1개월 간은
몽골 고비 B에 상주했던
간바타르라는 전문가도 참여할 거라고 함

과거 EBS 다큐에도 나오셨던 이분임 ㅋㅋ
3년 전쯤에 고비 B를 떠나셨다고 들었는데
계속 활동하고 계시는 모양임
https://youtu.be/jCVGB6qFGbU
고비 B의 몽골야생말 레인저를
취재한 EBS 다큐멘터리
.
.
.

체코팀 종마 조로

물웅덩이에 있는 독일팀 암말들
프라하 동물원장이 전하는 7마리 말들의 근황
(밑에 6줄 요약 있음)
주말 동물학: 야생마의 새로운 집
우리는 카자흐스탄 황금 초원에 있는
드넓은 적응 울타리를 걸으며
이곳에 풀어준 3마리를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못 찾았어요.
멀리서 움직임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그건 고독한 사이가 한 마리였어요.
슬슬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볼 수 없는 구역을 확인하려고
드론까지 조종해서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기쁘게도
물웅덩이에 있는 키 큰 갈대숲에서
3마리의 말머리가 나타났어요.
조로, 입실론카
그리고 "나의" 제타 II.
3마리는 우리를 더 잘 보려는 듯
더 가까이 다가오다가 조심스럽게 도망갔어요.
그들은 이틀 밤낮을 그곳에서 보낸 뒤 집에 도착했어요.
두 번째로 울타리에 풀어준
4마리의 "베를린" 암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며 울타리에 붙어 있었어요.
우리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아르칼릭을 경유해 프라하로 돌아왔어요.
카자흐스탄 동료들
고비 베테랑인 간바타르
우리 직원 3명
이렇게 재도입 센터에 남아서
말들이 잘 적응하는지 모니터링했어요.
며칠 전 첫 번째 비행기가
아르칼릭에 도착했던 감격의 순간 이후
다시 이곳에 돌아오면서
지역 주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에스프레소를 마시러 갔더니
카페 손님들이 저를 알아보고 질문하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했고
군인 한 분은 야생마를 데려온 사람이라며
이발을 무료로 받았다고 해요.
동료들이 지역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입장료도 안 받고 직접 가이드를 해줬어요.
야생마의 귀환은
카자흐스탄 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고
그 영향은 점차 전 세계로 확산 중이에요.
제타 II의 방사 장면을 담은 인스타 릴은
이미 600만 조회수를 돌파했어요.
이는 일부 체코 언론이 무관심한 것과 대조적이죠.
우리는 군용기를 타고 두 곳을 경유해서
일요일 하루 내내 걸려 귀국했는데
그 와중에 알리바이 적응 센터로부터
뜻밖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연구원 Martina와 Anča는 이렇게 전했어요.
"오후에 조로 일행을 관찰하러 갔는데
30분도 안돼서 제타 II와의
첫 번째 짝짓기 시도를 목격했음."
"그녀는 도착 후 5일째에 발정 상태였고
종마를 잘 받아들이고 있었음."
귀국 후 짐을 정리하는 사이에도
말들에 대한 소식이 꾸준히 들려왔어요.
베를린 암말들도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있고
카메라에 물을 마시는 모습도 포착됐대요.
조로와 제타 II는 반복적으로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모두 잘 적응 중이고
번식의 징후도 벌써 나타나고 있답니다.
6줄 요약)
체코팀 3마리가
광대한 적응 울타리 안에서 사라져서
드론으로 겨우 찾았음
독일팀 암말들은 불안해하며
울타리에 달라붙어 있지만 슬슬 적응하고 있음
돌아오는 길에 카자흐스탄 주민들한테서
융숭한 대접을 받아서 기분 째짐
이번 재도입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제타 II 방사하는 인스타 릴 조회수도 600만을 돌파했는데
우리나라(체코) 일부 언론은 조용해서 서운함
조로랑 제타 II는 벌써 눈 맞아서 짝짓기 시도 중
.
.
.
한편
체코팀 수송 직전에 겁먹고 주저앉아서
수송이 취소됐던 한 마리는
펠레(Pelle)라는 종마임
펠레는 직전에 수송이 취소되고
다시 동물원으로 보내졌음

펠레: 응? 무슨 일 있었음?
동물원장이 귀국한 날 아침
펠레를 보러 갔더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고 ㅋㅋㅋ
https://www.instagram.com/p/C8CFE7jMqb5/
아침에 동물원에 도착해서 펠레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 프라하 동물원장 -

헝가리 호르토바기에서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재도입됐던 종마 폼페이
펠레처럼 동물마다 성격이 달라서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음
러시아 오렌부르크에 사는 종마 폼페이는
넓은 초원에 풀어줬더니
스스로 문을 열고 원래 살던 적응 울타리로
되돌아간 적도 있음
야생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보다
울타리 안에서 편하게 먹이를 받는 삶이
더 마음에 들었던 거임 ㅋㅋ
그런데 2025년 재도입 중에는
펠레보다 더 크게 사고 친 종마가 나타났다는데...?!
관련글 ☞ 2025년 카자흐스탄에 재도입된 몽골야생말
+

헝가리 호르토바기에 사는 몽골야생말
한편
이번 카자흐스탄 재도입과 함께
몽골야생말을 뜻하는 카자흐어 이름도 탄생했음
카자흐어로 야생마를 뜻하는 Kertagy
(참고로 당나귀는 Kerkulan)
새로운 이름은 몽골야생말의 정체성과
위상을 되살리려는 의미도 담고 있음
이번 재도입 프로젝트는
단발성 방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의 첫걸음임
앞으로 4년간
최소 40마리의 몽골야생말이
카자흐스탄 대초원에 도착할 거라고 함
다음 수송은 내년 봄
유럽에서 가장 많은 몽골야생말을 보유한
헝가리 호르토바기 국립공원에서 보낼 계획임

헝가리 호르토바기에 사는 도트
그럼 혹시 도트나 도트가족도...?
☞ 관련글: 몽골야생말이 사는 곳 중 유럽의 사바나라고 불리는 곳
몽골야생말을 다시 풀어주는 건
단순히 고향에 돌려보낸다는 의미 말고도
여러 이점이 있다고 함


알틴 달라에 살고 있는 사이가
카자흐스탄 알틴 달라에는
영양의 일종인 사이가가 살고 있음
사이가는 알틴 달라의 상징적인 동물인데
좋아하는 풀을 찾기 위해 초원을 이동하며 방목함
그런데 몽골야생말은 사이가보다
훨씬 더 다양한 풀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많고 더 다양한 식물 종을 퍼뜨릴 수 있음
그리고 말들이 싼 배설물은
곤충이나 식물 같은 분해자에게
더 많은 영양분을 제공한다고 함


알틴 달라에 재도입되어 살고 있는 쿨란
알틴 달라에는 2017년부터
아시아당나귀 쿨란도 재도입되어 잘 적응하고 있음

물을 먹기 위해 땅 파는 아시아당나귀 쿨란
몽골야생말, 사이가
아시아당나귀 쿨란 같은 대형 초식동물은
마른 땅이나 눈이 쌓인 땅을
깊게 파고 풀이나 물을 찾아먹음
이렇게 동물이 땅을 파주면
채굴 능력이 없는 다른 생물들도 먹이를 찾기 쉬움
실제로 야생 짬밥이 뛰어난 쿨란이
먹이를 찾기 위해 파놓은 땅은
야생에 막 재도입된
초짜 몽골야생말에게 도움을 준다고 함
먹이사슬 관점에서 볼 때
대형 초식동물의 시체는
대형 포식자와 청소부에게
상당한 양의 음식을 제공해 주기도 함
또 몽골야생말 재도입은 지역사회에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관광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경제성까지 기대할 수 있음

2012년 프랑스 르 빌라레에서 스페인의 산 세브리안 들소보호구역으로 재도입됐던 총각말 3마리 엉굴르번, 사린, 아폴론
스페인에서도 이런 효과를 노리고
2012년 프랑스 르 빌라레에서
스페인 산 세브리안 들소보호구역으로
3마리를 실험적으로 재도입한 적 있음
☞ 관련글: 몽골야생말을 이베리아 고원으로 보내는 사연
https://www.instagram.com/p/C4YZy9otiLP/
2023년에는
프랑스 르 빌라레에서 10마리
프랑스 몽다쥐르 보호구역에서 16마리
총 26마리를 스페인 이베리아 고원에
본격적으로 재도입해 풀어놓기도 했음
망한 이베리아 고원을 되살리자는
유럽 재야생화 프로젝트의 일환임

몽골야생말 재도입은
2019년까지 이어지다가 펜데믹 이후 끊겼었음
그러다가 올해 재개된 거임
2026년에는
몽골 동부 더르너드에 있는
'수도원의 계곡'으로의 재도입도 예정되어 있음
몽골 재도입은 여태까지
서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웬일로 동부로 결정됐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참고한 자료>
• 프셰발스키 말 3마리가 프라하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갔다
• BBC 기사 - 수 세기 만에 카자흐 평원으로 돌아온 야생마들
<참고한 영상>
• 수송 과정
https://www.youtube.com/watch?v=8mCH1HsSUQg
https://youtu.be/9GXtRQDSWNE
https://youtu.be/UGaI3c8MQ1U
<관련글 모음 - 스압>
• 몽골야생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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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동물원 덕분(?)에 멸종을 피한 몽골야생말
― 04. 19세기 말~20세기 초 꽤 잔인했던 몽골야생말 포획 과정
― 05. 몽골야생말을 멸종에서 구한 두 암말 '루카'와 '올리카'
― 06. 쓸모없는 잉여 종마였지만 훗날 재평가된 몽골야생말 '쿠포로비치'
― 07. 우리나라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은 몽골야생말 '용보'
― 08. 며칠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서울대공원의 몽골야생말 '용보'
― 09. 아쉽게 끝난 우리나라의 몽골야생말 번식
― 10. 야생으로 처음 방사된 몽골야생말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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