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

말은 신체 구조상
다리 하나만 부러져도 치명적일 수 있음
사람이나 개, 고양이처럼
다른 다리로 버티며 회복하는 게 거의 불가능함

가능한 모든 수술을 했지만 예후가 안 좋아 안락사된 경주마 바바로
특히 경주마의 경우
경기 중 다리가 부러지면
손쓸 틈도 없이 안락사되는 일이 흔함
찾아보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안타깝게도
경주마 2마리가 골절로 안락사된 사례가 있었음

경주마 오텀브리즈(Autumn Breeze)
경주 도중 낙마하면서 다리가 부러졌고
손도 못 써보고 다음날 안락사된 것으로 보임

경주마 퀸라이런(Queen Lirun)
오텀브리즈가 떠난 지 불과 일주일 뒤
역시 경주 도중 낙마하며 다리가 골절됐고
치료가 불가능해 결국 안락사된 것으로 보임
말에게 다리 골절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음
하지만 수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면
회복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는 함
그렇다면 야생에 사는 야생마의 경우는 어떨까?

몽골야생말 올드킹과 영썬
기르는 말은 치료라도 시도해볼 수 있지만
야생에서 사는 야생마의 경우에는
다리가 부러지면 거의 죽음으로 이어짐
1. 먹이를 못 찾아다녀서 쇠약해져서 죽음
2. 포식자로부터 도망을 못 쳐서 죽음
3. 상처 부위가 감염돼서 죽음

종마 볼트(Bolt)
캐나다 유콘 아이벡스 밸리에 살았던 2살짜리 수말
볼트는 다리에 총을 맞고 완전히 부러졌음
사람들이 포획해서 안락사시키려고 했지만
계속 숨어버려서 찾지 못했던 안타까운 케이스임
관련글 ☞ 캐나다 야생에 사는 어느 야생마 가족 실종 사건
야생동물을 안락사시키는 이유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겪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임
어차피 가망 없는 동물에게 행해짐
야생마에서는 주로 다리 부러진 말들이 대상이 되곤 함
하지만 여러 케이스를 보면
같은 부상에도 예후가 천차만별인 듯함
부러진 다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리 골절이 반드시 말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 희망적인 케이스도 봄
https://www.instagram.com/p/CgfZ7PBsdHU/
감바토르타(Gambatorta)
이탈리아 칼바나(Calvana) 산에 사는 야생 종마
예전에 감바토르타에 대해 글 쓴 적 있었음
관련글 ☞ 다리가 부러져도 생존한 야생마들
그런데 최근에
감바토르타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가 나왔음
그래서 이것저것 추가해서 또 얘기해볼게


이탈리아 피렌체 북쪽
토스카나 지역 칼바나 산 정상에는
100여 마리의 야생마들이 살고 있음


2021년 3월
아직 폭설이 쏟아지고 몹시 추운 어느 날
한 사진 작가가 산에 올라
야생마 무리를 촬영하고 있었을 때
숲에서 회색빛 종마 한 마리가 절뚝거리며 걸어나왔음

그런데 오른쪽 앞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있었음

자세히 보니 피도 흘리고 있었고
몸 곳곳에는 물린 자국이 가득했음
가죽이 뜯겨져 나간 흔적도 있었음
이건 종마들끼리 싸울 때 생기는 상처들이었음

그 말의 다리와 상처들을 보자마자
이건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함
곧바로 칼바나 야생마 보호협회에 전화를 걸었음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

아 걔? 2013년부터 그랬음

뭣...?
그러하다 ㅋㅋ
감바토르타의 이야기는 2013년부터 시작됐음

2013년 6월에 찍힌 감바토르타
감바토르타가 다리 부러진 상태로
처음 목격된 건 2013년 6월이었음
당시 감바토르타의 나이는 5~6살이었음

오른쪽 정강이뼈가 완전히 부러졌음
이런 골절은 보통 큰 외상을 겪을 때 발생하는데
발굽이 어디에 걸려 넘어지면서
온몸의 무게가 다리로 실린 것 같다고 함
그런 상태에서
감바토르타는 어느 날 자취를 감췄음
사람들은 감바토르타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 생각했음
지금이야 야생마를 모니터링하는 협회가 있지만
그 당시엔 협회도 없었고 도움을 줄 사람도 없었거든
안락사시켜줄 사람도 없었고...
.
.
.
그런데 몇 달 뒤
감바토르타가 다시 나타났음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아남았지?!"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함

부러진 다리는 굽은 상태로 석회화돼서
완전히 기형이 되어버렸고
걷는 모습이 너무 불안정해보였음
이런 상태로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었음
살아남은 건 다행이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상태가 아닐까?
야생동물은 죽기 직전까지도
아픈 티를 내지 않으니까

그래서 포획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음

두 번 정도 포획을 시도했지만
감바토르타는 그때마다 도망쳐서
6개월씩 자취를 감춰버렸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켜보기만 했더니
감바토르타는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보였음
교감도 하고
간지러운 데도 긁고
부러진 다리에 얼굴도 부비고
고통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너무 잘 지냈음

나 정말 괜찮다구
그때 감바토르타(Gambatorta)라는 이름이 붙었음
뜻은 '부러진 다리'
영어 이름은 브로큰 레그(Broken Leg)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했음
감바토르타를 포획하는 게 정말 최선일까?

감바토르타는 이미 다 큰 성체 종마임
오히려 포획하다가 잘못될 수도 있어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큼
포획된 후의 운명은 안락사되거나
치료가 잘 되더라도 평생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사는 것뿐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음
팔뼈는 길어지고 어깨는 내려앉았고
몸이 그 상태에 맞춰서 아예 적응해버렸거든
그래서 계속 지켜보기만 하는 걸로 결론내렸음
놀랍게도 감바토르타는
그 이후에도 굉장히 잘 살아냈음
정말 야생마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음
뒹굴고
부러진 다리에 무게도 싣고
전력질주도 하고
부러진 다리를 목발처럼 이용하기도 했음
아무 지장없이 무리 생활도 했음
기습공격 당할 때 방어도 잘하고
종마 특기인 '기립해서 복싱'하기도 잘함
그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그 굳어버린 다리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말이 저런 상태로 버티는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다른 종마들과 싸우기기까지 하다니
보고도 믿을 수 없었어요.
그는 장애가 있음에도
정말 존경할 만한 삶을 살았어요.
감바토르타에게는 단짝 친구도 있었음

#출처
밤색 종마 피에트로(Pietro)
피에트로는 겔딩(Gelding), 즉 거세마임

감바토르타와 피에트로는 거의 평생 같이 지냈음
인터뷰 중에 갑자기 지나가는 말 ㅋㅋ
페르실라(Persila)라는 암말이라고 함

피에트로는 감바토르타와 동갑이거나 최소 또래였음
달라붙는 날파리 쫓아내는 피에트로
왕년에 풀 좀 씹은 듯
피에트로한테 달려가는 감바토르타
똥 체크하다가 날벌레 어택당함 ㅋㅋ
나란히 쉬는 중
이렇게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음
피에트로의 존재는 감바토르타한테 큰 의지가 됐을 거임
하지만 2024년 1월 12일...
피에트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음

#출처
오늘 감바토르타의 오랜 친구이자
칼바나에서 가장 나이 많은 종마 중 하나였던
피에트로가 우리 곁을 떠났어요.
지난 몇 달 동안 피에트로가
조금씩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괜찮아 보였기에 더욱 안타까워요.
하지만 야생에서의 삶은
때때로 이렇게 냉정하기도 해요.
이제 혼자가 된 감바토르타는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되었기에
우리는 그를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에요.
안녕, 피에트로. 편히 쉬어.
사망 당시 피에트로의 나이는 18살
이미 몇 달 전부터 쇠약해지는 모습이 보였고
소처럼 머리를 땅에 두고 편한 자세로 떠났다고 함
https://youtu.be/8Id5Zgc022I
피에트로와 감바토르타의 한때 짧은 영상
그런데 감바토르타의 행동이 사람들을 감동시켰음

그 둘은 항상 함께 다녔어요.
말 그대로 다이아드(Dyad), 즉 단짝이었어요.
관찰자들이 감동했던 순간은
피에트로가 죽은 순간이었어요.
피에트로는 편히 누운 자세
즉 소처럼 머리를 땅에 두고 죽었고
감바토르타는 몇 주 동안 그 곁을 지켰어요.
이 광경은 모두를 깊이 감동시켰어요.
그는 명백히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어요.
감바토르타는 피에트로가 죽은 뒤에도
몇 주 동안 곁을 지키며 애도했다고 함
사람들은 남겨진 감바토르타가
충격을 받았을까봐 걱정했음

#출처
하지만 다행히 감바토르타는
곧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음
피에트로를 닮은 외형에 모두가 마음 아파했다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음

종마 스테파노 #출처
스테파노(Stefano)라는
큰 무리를 이끄는 종마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감바토르타는
스테파노의 암말 무리를 따라가기 시작했음
처음엔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다가
점점 간격은 점점 좁혀졌고
결국 스테파노와 눈이 마주쳤음
스테파노가 먼저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두 종마는 짧지만 나름 격렬하게 맞붙었음
그런 후
스테파노는 암말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고
감바토르타는 천천히 뒤따르기 시작했음

그런데 바로 그때

산 쪽에서 웬 암말 한 마리가 나타났음

암말은 감바토르타를 향해 똑바로 다가갔음
암말이 감바토르타를 간택한 순간임

첫눈에 마음에 들었는지 서로 물빨하기 시작했음

아이 좋아
#링크
그렇게 한참을 꽁냥거리다가
갑자기 올라타는 감바토르타
빛의 속도로 교미까지 끝냈음 ㅋㅋ

감바토르타 계 탔음
올해 감바토르타 주니어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데 과연 어떨지??

불과 4일 전 스테파노 #출처
참고로 감바토라타랑 신경전했던
종마 스테파노는 최근에도 열심히 살고 계심
작년까지만 해도 큰 무리의 우두머리였는데
올해 초 아들 중 하나인
라포(Lapo)한테 무리를 뺏겨버렸음
그때 스테파노랑 오래 지냈던
암말 이자벨라(Isabella)가 새끼와 함께 사라졌고
스테파노는 어린 암말과 단둘이 지내고 있음
나이가 많지만 종마 다툼할 정도로 정정하다고 함

아무튼 감바토르타는 야생마의 모든 삶을 누렸음
가끔 감바토르타가 죽거나
병들었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산에 올라와서 확인해 보면
감바토르타는 사람을 쳐다보며
"왜 그래? 나 멀쩡한데?"
라는 듯이 쳐다보곤 했다고 ㅋㅋ

#출처
감바토르타의 불굴의 정신과 거친 질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과 희망을 줬고
칼바나 산 야생마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음
하지만 부러진 다리로
11년간 이어지던 거침없는 질주는
2024년 어느 가을날...
조용히 막을 내렸음

#출처
2024년 9월 15일
감바토르타의 유해가 발견되었음
사체는 이미 늑대들한테 먹힌 상태였음
칼바나 산의 포식자는
이탈리아 늑대가 유일하지만
그 늑대들은 말을 공격하지 않고
더 작은 동물을 사냥해서 먹는다고 함
그래서 사인은 늑대가 아니라
아마 다른 종마와의 싸움 이후에
다리에 또 한번 골절이 생겨서
생존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함

다른 모든 뼈는 발견됐지만
부러진 다리뼈만 사라졌다고...

피에트로가 떠난 지 약 8개월 후
감바토르타도 비슷한 나이에 그 곁으로 떠났음
사망한 나이는 17~18세
하지만 그런 상태로
20년 가까이 살아낸 건 그 자체로 기적이었음
초기에 감염을 이겨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고
그래서 정말 강한 말이었을 가능성이 높음
아라비아 말의 혈통을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음

훨씬 사소한 이유로 생을 마감한 말도 많지만
감바토르타는 그 다리로 11년이나 더 살았음
무리의 우두머리도 해봤고
많은 새끼들도 남겼음

모두가 입을 모아서 얘기함
만약 가축 말이거나 경주마였으면
분명 안락사를 택했을 거라고...
지금도 여전히 말 키우는 사람들 중
"감바토르타는 평생 고통받았을 텐데
그때 왜 안락사 안 시켰냐"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함
하지만 그때 고통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택했다면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감바토르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거임

감바토르타가 자주 서 있었던 언덕
이 자리에 그를 기리는 동상을 세울 거라고 함

그는 정말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어요.
그를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어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정말 슬퍼요.
하지만 그는 칼바나의 전설로 영원히 남을 거예요.

그는 저에게 무엇보다 강렬한 감정을 줬어요.
힘이 넘쳤고, 아름답기도 했죠.

종마 레오나르도 #출처
그가 다른 종마 레오나르도와
싸우는 장면을 담은 사진은 특히 애정이 가요.
그 사진에서 갈기가 부채처럼 펴져 있고
정말 멋진 자세였어요.
레오나르도는 지금 독신 총각말임

그가 그리워요.
덤불 사이에서 불쑥 나타나던 그 모습...
그를 아주 기꺼이 사진에 담았고
그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어요.
그가 싸우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어요.

그는 다른 암말들과 짝짓기를 시도하기도 했고
모든 것이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죠.

#출처
이 말의 정신력은 정말로...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돼요.
모두가 일상에서 고군분투하잖아요.
때론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럴 때 이곳에 와서 감바토르타를 보는 거죠.
정말로 존경받던 그 말은
우리에게 하나의 아이콘이었어요.
그는 오래도록 살아남았고
그래서... 감바토르타는 '삶의 본보기'예요.




#출처
비록 감바토르타는 이제 모두의 곁을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전설로 살아 있음

#링크
칼바나의 산과 숲
즉, 프라토와 피렌체 사이
토스카나 아펜니노 산맥의 보호구역에서
자유롭게 태어나 살고, 죽은 말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감바토르타
칼바나에서 야생화된 말 중 하나였으며
몇 년 전 앞다리에 골절을 입고도
비정상적인 자세로 굳어버린 다리로 살아가며
생존해 온 회색 종마였습니다.
그는 이번 겨울 초에 세상을 떠났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무리의 리더로 살아가며
많은 새끼들을 남겼습니다.
그 망아지들은 그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앞으로 강인함, 힘, 끈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칼바나의 말들을 따라다닌
사진작가 다니엘레 로시(Daniele Rossi)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에게 다큐멘터리 한 편을 헌정했습니다.
다음 상영은 1월 11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프라토의 페치 미술관 시네마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 행사에서 칼바나 협회를 후원할 수도 있고
말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달력과 굿즈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협회는 야생마 무리를 모니터링하며
도움이 필요한 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합니다.
이 협회는 12월 초
공식 SNS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늦은 소식을 용서해 주세요.
감바토르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올해 달력 발행이 연기되었어요.
우리는 그에게 달력을 헌정하기로 결정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바로 이 위대한 존재
용기, 인내, 강인함의 상징이었던
감바토르타에게 표지를 바치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그리울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를 기억 속에 간직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어요. (후략)"
https://youtu.be/NDaKQ3Ksd5k
이상 감바토르타 다큐멘터리와
여러 자료를 긁어모아 써봤음
(다큐 추천함!)

#출처
어제 더운 날씨에도 산에 올라갔어요.
위대한 감바토르타의 흔적을 모두 모아
그를 추모하는 작은 묘지를 만들었어요.
위대한 말이 세상을 떠난 지
거의 1년을 맞아 그를 기리며...❤️
2025년 8월 18일
감바토르타의 유해를 모아 만들어진 추모 공간
+
감바토르타와 짝짓기했던 암말

#출처
지금은 종마 도리아노(Doriano) 무리에 있음
암말 옆에 몇 주 전에 태어난 수컷 새끼가 있는데
아빠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론적으로는 감바토르타의 아들일 거라고 함

#출처
종마 도리아노는 이렇게 생겼음
약 11~12마리의 암말과 새끼를 돌보고 있음
5년째 자신의 무리를 잘 지켜왔고
잘 해낸 멋진 녀석이라고 함
+
칼바나 산에는 감바토르타 외에도
다리 부상으로 화제됐던 야생마가 또 있음

#출처
밤색 종마 네리(Ner)
2019년 8월
네리는 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상태로 발견됐음
다친 지 이미 1년이 지났고
오른쪽 앞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어 있었음
며칠 후 네리를 포획하려고 했지만
잽싸게 도망쳐서 찾을 수 없었음
사람들은 당연히
늑대한테 잡아먹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음
.
.
.
그런데 2019년 12월 1일
다리를 다친 영양실조 상태의
어린 말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음
달려가서 확인했더니

믿을 수 없게도 네리가 거기에 있었음
착한 종마 친구 한 마리가
네리를 옆에서 지켜주고 있었음
친구는 두툼한데 네리는 말랐음 ㅠㅠ

네리의 다리는
ㄱ자로 꺾인 상태로 아예 굳어버렸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있었음

네리가 다친 걸로 보이는 흔적
#출처
네리는 절뚝거리면서 걷을 수는 있었지만
부러진 다리는 그저 질질 끌리기만 하고
세 다리로 가까스로 지탱하는 상태였음
이런 상태로 몇 개월이나 버텼다니...
이대로는 점점 쇠약해져서 죽을 거임

그래서 구조팀이 출동했음

네리 포획 시도

마취해서 포획 완료

구출한 지 며칠 뒤
간단한 치료와 엑스레이 검사를 했음
여러 전문가의 의견 끝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음
하지만 네리가 체력과 에너지를
회복해야만 수술이 가능했음

그래서 치료와 함께 살을 찌우기 시작했음
치료비와 약값을 모금받고
보충제와 특수 사료도 지원받았음
네리는 다리에 통증이 심해도 잘 견뎌줬음

2019년 크리스마스 샷

네리는 4개월 동안 수술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체력을 회복했음

수술을 며칠 앞둔 상태
다리는 여전히 뒤로 꺾여 있고 붕대를 감아놨음

2020년 4월 16일 대수술 돌입

5명의 수의사가 투입됐고
수술은 7시간이나 걸렸다고 함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중

마취에서 깨어났음

다리 엑스레이 사진
오래된 굳은 살과 조직을 제거하고
판과 핀을 삽입해 뼈를 고정시켰음

네리와 수술해준 박사
네리는 깁스를 한 채 한 달 동안 입원했음

수술 3개월 후
깁스 제거했음

지지용 편자도 대줬음
큰 관문은 지나갔지만 지금부터가 또 시작임
재활을 잘 견뎌야 함

2020년 8월의 네리
상태가 제법 괜찮아 보임

2020년 9월
목초지에 있는 네리
뜀박질도 할 수 있게 됐음
슬슬 걷기도 하고
뛸 수도 있고
#출처
다른 무리와 합류해서 무리없이 지낼 수 있게 됐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 듯함
네리는 이런 종류의 다리 골절 수술을 받은
세계 최초의 말이라고 함
https://youtu.be/Ff2Uk0dX2vM
네리 구출과 수술, 재활 과정을 담은 짧은 동영상
하지만 네리는 희망 편이고...
안타깝게 끝난 경우도 있음

#출처
2살 수말 다니엘레(Daniele)
애칭은 다니엘리노(Danielino)


다니엘레의 엄마는 회색 암말 피아마(Fiamma)이고
아빠는 종마 도리아노(Doriano)임
감바토르타와 짝짓기했던 암말이
현재 몸 담고 있는 무리의 우두머리 종마임

다니엘레는 쑥쑥 자라 어느덧 2살이 됐음

하지만 무리에서 쫓겨나는 과정에서
아빠인 우두머리 종마한테 걷어차였고
그 충격으로 오른쪽 뒷다리가 부러졌음
발목 부위가 뒤로 꺾여 있고
부러진 다리를 아예 못 쓰고 있음
스스로 회복될 줄 알고 개입하지 않고 있었는데
여러 목격담에 따르면
상태가 점점 악화돼서 며칠 동안 꼼짝도 못했다고 함

#링크
그래서 구조 작전에 돌입했음

숲에 숨어 있는 다니엘레 발견
약점이 드러나면 포식자의 타겟이 되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자꾸 숨으려고 함

장비 내리고

포획을 위해 밀당하기

잡아당기고

밀고

버티는 다니엘레
잘 못 먹어서 등뼈가 앙상함 ㅠㅠ
억지로 미니까 절뚝거리면서 따라옴
마취해서 짐처럼 싣고가기

#링크
깨어나니 마방
밥부터 멕이기
일단 성공적으로 구출 완료해서
간단한 치료를 할 수 있었음

#출처
2022년 4월에 태어난
다니엘레라는 수컷 망아지예요.
회색 암말 피아마와
종마 도리아노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그를 무리 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한 달도 훨씬 전의 일이었어요.
아마도 우두머리 종마가 무리에서 쫓아냈고
걷어차인 충격으로 인해 다리에 골절이 생겨
절뚝이게 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여요.
그로부터 얼마 뒤
그는 더 아래쪽에서 절뚝이며 걷는 모습으로 목격됐고
우리는 모두 그가 스스로 회복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러 차례의 목격담을 통해
그가 계속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정상적으로 걷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결국 그는 점점 심하게 말라갔고
그렇게 두면 분명히 죽음에 이르렀을 거예요.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감바토르타는 다리가 산산이 부러진 뒤에도
어떻게 감염을 견디고 살아남아서
암컷을 두고 싸울 수 있을 만큼 회복하게 됐을까.
이 모든 여정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니엘레는 구출된 후 가볍게 치료받으면서
예정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음

하지만 수술을 이틀 앞두고
전반적인 몸 상태가 쇠약해지기 시작했음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새벽 무렵 급격히 악화되었음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돌보았지만
2024년 4월 5일 아침
다니엘레는 끝내 생을 마감했음

#출처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어린 다니엘레가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틀 전,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안드로메다 동물병원에 그를 데려갔습니다.
하지만 그 전 이틀 동안
그의 건강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상태였고
이송 과정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뒤
우리는 그를 윈치(기계 리프트)로 들어올렸고
혈장과 수액을 투여하고
다시 한 번 혈액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다니엘레는 매우 약하고 지쳐 있었으며
월요일 밤부터 설사가 시작되어
체중이 더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는 이틀 동안 집중 치료와 관찰을 받았고
어제는 관절에 대한 첫 치료가 시작됐지만
오늘 새벽,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설사는 심해졌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늦은 아침
다니엘레는 눈을 감았습니다.

#출처
우리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앞으로 구조될 수 있는 다른 말들을
더 잘 도울 수 있도록 부검을 요청했습니다.
다니엘레를 위해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해피엔딩을 꿈꿨고
그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했지만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작은 다니엘레야, 편히 잠들렴.
짧은 시간이었지만
넌 이미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단다.
부검 결과 소장에 농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마취를 잘 견뎌냈다 해도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출처
어린 나이였는데도 몸 상태가 악화돼서
수술조차 할 수 없었던 다니엘레 ㅠㅠ
이처럼 다리 골절 이후의 예후는
개체마다 크게 다를 수 있음
치료나 수술 없이도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낸 감바토르타
심각한 골절에도 구조 후
성공적인 수술 덕분에 회복한 네리
그리고 수술을 앞두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떠나버린 다니엘레
이런 사례들을 보다 보면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서
안락사시키는 것이 항상 최선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함
혹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
비용이나 편의의 문제로 인해
그 기회를 아예 날려버린 경우도 있지 않을까
답은 모르겠음...😢
여기까지 칼바나 산에 사는
다리 부러진 야생마들의 고군분투 이야기였음!
다음에는 다리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다른 지역 야생마들도 얘기해보겠음 ㅎㅎ
이어서 하려고 했는데 길어져서 다음 편으로 ㅋㅋ

#출처
감바토르타: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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