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의 시선 >
어떤 말을 이 상황에 붙일 수 있을까
내 방이 ......없어졌다
휠체어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큰방을 쓰고 있어서 여러모로 엄마와 할머니께 죄송했었다
바꾼다면 엄마 방과 바꿔야지 왜? 왜? 오빠랑?
"이 상황을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줄래?"
"조카에게 양보해주라 고모 좋다는 게 이런거 아니겠니? 사랑스러운 동생아?"
"그니까 왜? 내 조카가 어디있냐고? 있지도 않은 조카 타령은 뭐냐고?"
"떽!! 다 듣는다 말 조심해 "
현주를 감싸면서 눈을 부라리는 오빠를 보며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둘이 ....언제.... 부터? 아니 왜 현주 너 제정신이야? 임금이라고 덜떨어진 임금!!"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 골드가 어때서!"
콩깍지 단단히 낀 둘을 보니 한숨도 나오고 걱정도 되지만 현주 아니면 누가 울 오빠를 책임지겠냐싶다
현주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복이 남자복인데 이번에도 좀 아닌듯
"그래서 둘이 어쩌려고?"
"세 식구 방 꾸미는거 보면 모르겠냐? 이미 허락 받았구 곧 식도 올릴거야"
"아무리 외로워도 울 오빤 아닌 것 같어 현주야 다시 생각해 봐"
"시누이께서 올케 언니 생각해 주시는 건 고맙지만 골드만큼 날 아껴주는 사람 없다 지도 눈에 뵈는 것 없는 똑같은 상황에 좀 축하해주라"
현주가 웃는다 참 오랜만에 행복해 보이는데 네 옆에 있는 사람이 울 오빠여서 미안해
"그리고 넌 니네 집 넓잖어 오랜만에 와서는 잔소리야. 계절 옷은 나중에 가져간다더니 뭐 빠뜨린거 있어? 다 챙겨간 것 같은데"
이해할 수 없는 오빠의 말이 귀에 들어오다가 튕겨나간다
그제서야 그동안의 일들이 한 줄에 꿰이듯 정리되기 시작한다
허리 아프다
주먹 쥐고 탁탁 두드려보지만 시원하지 않다
이럴 때 딱 필요한 것이 내 전용 안마봉인 햄찌봉인데
"이거 필요해?"
어깨 너머로 쑥 들어오는 햄찌봉이 너무 반갑다
"완전!! 근데 어디서 났어?"
"가져왔어"
별일 아니란 듯 안마봉만 넘기고 서재를 나가는 선재 뒷통수에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인다
쫄래쫄래 쫓아가봤으나 곧바로 선재에게 차단 당했다
서재도 내게 빼앗겼으니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손님방으로 쓰던 중간방을 선재동굴이라고 명명하고 🚫 출입금지 🚫 팻말까지 걸어놨다
밤에 잠들기 전 자세 고정 위해 사용하는 작은 사이즈의 돼지 인형
애착 이불급 무릎 담요 세트
영상 작업 때 쓰는 팔 받침대 손목 보호대
일상생활 속 익숙하게 쓰던 물건들이 필요할 때마다 내 손에 쥐어졌었는데 왜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선재동굴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돌려본다
역시 잠겼다
이럴 줄 알고 젓가락을 준비했지
구멍에 넣고 밀면 쑤욱~
열렸다
......또다른 판도라의 상자.....
"안돼!!!"
다급히 우당탕 달려오다 넘어져 뒹구는 선재의 신음소리가
영화 음악처럼 배경으로 깔리고
내 눈앞엔 슬로우모션 영상처럼 천천히 펼쳐지는 광경
내 방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15년동안 정성껏 모은 굿즈며 포스터 응원봉
초등학생때 친구들과 나눈 우정노트
자질구레한 쓰레기마저
"아직 안되는데....."
쩔뚝거리며 걸어오는 선재가 다급히 문을 닫으려하지만 바퀴로 막고있는 날 이기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내 눈을 가린다
"손 떼"
"넵"
"설명해보시지?"
"네...그게...저..."
"말 더듬지 말고 돌리지 말고 빠르고 정확하고 간단 명료하게 언능"
"네 집에 내 짐이 있는게 뭐 이상해?"
"네 집 내 짐? 내 집 네 짐 아니구?"
"응 여기 너 솔이 집. 그리고 넌 내꺼니까 네꺼 다 내꺼"
"야 류선재!"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축 쳐져있던 강아지 꼬리가 뿅하고 하늘로 솟더니 머리를 무릎에 부벼대며 애교를 부린다
"나도 새거로 쫙 인테리어 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현주가 새로 살 수도 있지만 새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할거라고 기왕이면 네꺼 가져오면 네가 편하니까 나중에 상황봐서 하나씩 바꾸라고
네가 신중하게 고른 것들인데 내맘대로 바꾸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싹 다 가져왔어 잘했지?"
"아무리 그래도.....이건 아니지..."
"나랑 결혼 안할거야? 우리 두 사람 살림 꾸리는 데 당연히 네거 다 가져와야지, 지난 제삿날 허락 다 받았고 절차 다 밟아가면서 준비하는 건데 뭐가 맘에 걸려? "
당연하다는 듯 당당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말만 놓고 본다면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다만....내가 선재에게 어울리는 사람일지
연인으로 부부로
함께 해도 될까
옆에 있고 싶을 뿐이지 그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선재는 미래를 그리고있었다
"솔아 난 온 세상에 널 자랑하고싶어 날 살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 너라고 말하고 싶어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 욕심이지만 결혼이란 제도로 널 붙잡고 싶어
사실 불안해 네가 사라질까봐 날 버릴까봐"
장난끼가 사라진 진지한 표정으로 내 눈을 뚫어져라 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내가 필요하다고
숨 쉴 수 있게 해달라고
겨우 찾은 행복을 잊지말라고
더이상 울고 싶지 않다고
네 말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니까
"당장 답을 바라진 않아 지금처럼만 곁에 있어줘
내가 질려서, 죽을만큼 미워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지기 전까지.
언제든 보내줄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네 손을 잡아도 될까?
네 아픔을 내 아픔을 서로 품어주며 살아야 할까?
서로를 위해 모른 척하며 살아야 할까?
계속 대답을 바라는 네 눈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말해야 할 때이다
"네가 날 두 번이나 살렸으니까 나도 널 한 번 살려줄게"
"두 번이라니?"
".....15년 전 날 구한 사람 ....선재 너란 거"
내 손을 잡고 있던 선재의 손에 힘이 풀렸다
이미 열려버렸던 판도라 상자인 줄 몰랐던 선재의 두려움과 허탈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변한건 없다
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스르르 내 손에서 빠져나가던 선재의 손을 꽉 잡았다
"내 손 절대 놓지 않겠다며? 겨우 이 정도에 놔 버릴거였어?
그런데 어쩌지? 이미 바뀐 것 같은데"
네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
내 운명 네 운명
새드 앤딩인 줄 알았던
우리의 운명
서로를 위해 아니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 착각한
우리의 어리석음에 마침표를 찍어야한다
"다시 말할게
류선재 너 내꺼하자
죽는 순간까지 내 옆자리에 네가 있어야 해
내가 널 끝까지 지켜줄게"
임솔
두번째 사랑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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