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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선업튀 상플 savior 17 ( 태초 솔선이 서로를 만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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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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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의 시선 >



미끌

손에서 핸드폰이 쭉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진다

하필이면 솔의 무릎으로

계속 화면은 깜빡이며 현란하게 눈을 속이고 있다

절대 이럴 수는 없다

떨어졌던 핸드폰을 들어 내 손에 탁소리 내며 올려 놓는다


"솔아 절대 오해하지 말고...."

"오해 안 해"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솔의 눈이 잠시 잠깐 스쳐가는 찰나가 꼭 억겁의 시간같이 느껴진다 

화를 내던가 짜증을 내거나 삐치기라도 했다면 갖은 방법으로 풀어보려할텐데 고요해도 너무 고요하다 

윤슬조차 비치지 않을 것 같은 

빙환으로 다리고 다려 놓아도 이렇게 주름하나 없이 잔잔하고 차분할 순 없을 것이다



<선재씨 어제 촬영 정말 좋았어. 진짜 하는 것같이 느껴졌어. 그동안 어떤 사람도 날 만족시킨 사람은 없는데 어제의 선재씨라면 충분히 좋을 것같아 어때 우리 만날래?>



이번 영화 촬영 애정씬 수위가 좀 높긴했다

노골적이지 않은, 절대적으로 노출씬 하나 없는데 뭔가 묘하게 야한?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잔잔하게, 그러면서도 찐득한 상상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참 예쁘고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분위기



평소같으면 열심히(?) 했을텐데 어제는 달랐다

계속 솔이 얼굴이 떠올라서 마음이 무거워서 미안해서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딱 지문에 나와있는 그대로만 찍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한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고 모두들 칭찬만 했다

그리고 오늘 상대 배우에게 온 문자가 핵폭탄이였다



https://img.theqoo.net/IHvRwN


솔이에게 감출 것도 없고 감추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폰 잠금도 안하고 문자 오면 솔 옆에서 보거나 대신 봐달라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 문자만은 뭔가 쎄해서 내가 먼저 봤지만

손에서 미끄러지며 솔이 앞에 턱하니 놓여있다

보지 않으려 애를 써도 볼 수밖에 없는 .....

버벅대느라 더 시간이 지체되면서 솔이 다 봐버렸다 



"진짜 아무 감정 없었어 절대 딱 대본 그대로만 했어"

"잘했어 프로가 프로답게 해놓고 왜 안절부절 못 해?"



칭찬인듯 칭찬같은 칭찬아닌 말 

그러나 곧 한대 얻어 맞았다 모두 나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불안이였다

쓸데 없는 부질없는 걱정들이였다



"그 대본 내가 썼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당신 생각하면서 썼어 가장 아름다워 보이도록.

그동안 내가 봐 온 당신의 움직임 하나하나 머리 속에 넣어서 제일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신비롭게.

상대 배우마저 그런 당신에게 반했다면 

그건 나의 실력과 당신의 표현력이 환상 호흡이란 생각 안들어?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마 당신 직업이잖아 그정도는 내가 이해해줄게"



새침하게 웃으면서 이마를 톡 건드리는 솔의 표정에 그대로 녹아버렸다

나는 바보였다

나보다 더 큰 그릇이였다

하해같은 솔의 마음을 생각을 헤아리지 못했다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



"억울하다"

"왜? 뭐가? 어느 지점이 억울한거지?"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솔을 빤히 쳐다봤다 정말 내 맘을 전혀 모르는 눈빛에 더 서러워지기까지 했다

한참을 말없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예상 외의 내 행동에 멍하니 쳐다보던 솔이 약간 당황한 듯 머뭇거리며 내 팔을 살짝쿵 흔들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더 속상했다



"선재야 말을 해줄래? 내가 서운하게 한 게 있어?

"서운한거 말하면? 다 들어줄거야?"

"그래 그래 다 들어줄게 말만 해"



두말하지 않고 솔을 안아들었다

당황한 듯 내 목을 꽉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떨림


vdvxUg

천천히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머리부터 살포시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그리고 더욱 강하게 

약간은 거칠게 

솔을 품었다



"앞으론 상상하지마 그럴 필요 없잖아"






EFVgse

눈이 부시다 

옆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없다

분명 어젯 밤에 ....  

환상 속에서 머물렀던 걸까

신기루였나 

이불이며 베개에 어느곳에도 솔의 흔적이 

없다



"솔아..."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와 봤으나 

없다

집안 어느곳에도 



서재 책상 아래 발에 걸리는 구겨진 노란 종이 하나


<안녕......>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분명 함께 하겠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손 놓지 않겠다고 해놓고

날 버리지 않겠다고 마지막까지 안아주겠다고 해놓고



떠났다

거짓말만 남긴채



덩그러니 남겨졌다 

눈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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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야 왜 울어? 무서운 꿈 꿨어?"


눈이 번쩍 뜨였다

눈물로 가려졌지만 너였다


와락 끌어안고 간절히 읊조렸다 


"솔아 버리지마 떠나지마 제발....."

"선재야 절대 너 두고 안 가. 내게 갚아야 할 것이 많잖아 네게 받을 사랑이 많아서 다 받기 전엔 안 가"



다독이는 네 손이 천천히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부드러운 촉감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암흑 속에 혼자 서 있던 과거의 꿈과는 다른,

빛 속에 머물러 있다

아프긴하지만 숨 쉴 수 있다

어쩌면 곧 어둠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잠드는 것이 더이상 두렵지 않을지도 

너만 있으면 .....




<솔의 시선>


눈만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분명 잘못한 것이 있는데 거짓말은 못하겠고 변명하기엔 구차하고

모른 척하는 건 너무 뻔뻔한 것 같아 이도저도 못하는 모습이 눈에 확 띄인다



상대 배우의 노골적 유혹

흔들리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오해하지 않길 혹시 속상해 할까 걱정하는 눈빛이 읽힌다


베드씬 대본 쓰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아름답게 선재를 빛나게 할까 


멀리서 봤던 연예인 선재였을 때 내가 봤던 영상 속 모습과

지금 옆에서 연인의 눈으로 보는 선재의 매력이 다르다


남들이 보는 대로 그동안 보여졌던 대로 쓰려했는데 자꾸만 왜 왜 ....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건지 

우리 둘만의 순간 순간이 나도 모르게 손끝에서 솟아 나온다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계속되는 고민이 겹겹이 쌓여 

이젠 무엇이 우리고 무엇이 허구인지 모르겠다



완전 백지 상태로 다시 돌렸다

처음부터 다시 

선재에만 집중하고 선재만 생각하고 선재만 보이게

우리의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게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한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담아서 



선재는 분명 내가 쓴 대본인 줄 알텐데

미안해하고 있다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동작으로 만든 것일 뿐인데

그건 모르고 너무 자연스럽게 익숙하게 찍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질투는 나지만 이정도는 봐줄게

네 맘에 내자리가 크긴 큰가보다

프로가 아마추어처럼 약한 모습 보이다니 



그런데 운다 

뭐지 이 당황스러움은?

가장 멋지게 만들어줬다는데 왜 억울하다는거지?

고마워해야하는거 아닌가?

도저히 선재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선재야 얘길 해줘 내가 서운하게 한 게 있어? 있으면 말만 해 다 해줄게"


순간 보고말았다

선재 눈에 반짝 번개가 쳤다

비상비상

귀여운 미소 속에 잠들어 있던

맹수의 눈빛

나의 늑대가 또 찾아왔다 





늑대와 함께 즐거움 춤을 추고 노곤해진 몸을 겨우 일으켜 나왔다

오늘따라 침대에서 눈을 마주치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거실로 나와 차 한잔 마시고 있었다



"솔아 솔아 가지마"


선재의 울음 

다시 악몽을 꾸는가보다

놀라 달려가니 눈물이 흘러 베갯잇이 흥건히 젖어있다



dDLvPD



흐르는 눈물을 닦는 내 손을 꼭 잡는다

울음이 점점 줄어들고 힘겹게 눈을 뜬다

그래도 나아지는 표정에 안심한다

조금씩 깊은 수렁에서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나오면 된다

언젠가는 끝이 있으니

네 꿈에 빛이 스며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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