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써봐
일본에서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는데 몇군데 경험해 본 거 정리해둘 겸,
워킹이나 일본 유학 가는 덬들 집 고민할 때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까 싶어서..
물론 진리의 사바사, 내가 겪은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걸 미리 알아줘~!
글이 길다는 걸 미리 알려주겠어
긴글주의 ㅎ
1. 친구랑 같이 살기
친구랑 같이 산 적은 총 2번이야
한번은 1K (방 하나+키친)
또 한번은 원룸 (방 안에 취사시설이 딸려 있음)
▶ 먼저 1K
오사카의 츠루하시 역 앞이었고 집세는 4만 4천엔 (친구랑 반씩이니까 한사람당 2만 2천엔)
공과금, 인터넷 요금 다 합쳐서 한 사람당 7천엔 정도였던 것 같으니
한달 고정 지출이 3만엔 정도
친구가 먼저 살던 집에 내가 들어간 거라 2층 침대 사서 같이 지냈는데
처음 1달은 잘 지냈는데 점점 친구랑 안 맞아서 엄청 힘들어짐
생활패턴도 안 맞고, 친구가 먼저 살던 습관? 같은 게 있으니까
나도 마냥 다 맞추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3달인가 만에 이사감
▶ 그리고 원룸에서 다른 친구랑 같이 살게 됨
여기는 오사카 닛뽄바시역 (도톤보리 근처) 이었고 집세는 7만엔 (한 사람 당 3만 5천엔)
인터넷 요금은 무료였고 공과금 다 하면 한달에 한 사람 당 5천엔 정도여서 한달 고정지출은 4만엔 정도
알바하던 데서 만난 유일한 한국인 알바랑 같이 살게 된건데
얘도 나도 워킹홀리데이로 간거인데다가 동갑이어서 얘기도 잘 통하고 잘 맞음
근데 내가 누군가랑 같이 살다가 어떤 의미로는 실패한거니까 걱정이 많았음
또 안 맞으면 어떡하나.. 근데 결론으로 말하자면 엄청 잘 맞았고 진짜 잘 지냄
알바 같이 빼고 여행도 다니고, 집에 맥주 박스로 놓고 사다놓고 서로 안주 만들어주면서 매일 신나게 놈
방은 진짜 작아서 가구가 행거 하나, 서랍장 하나, 작은 책꽂이 하나 밖에 없는데도
이불 (2인용) 펴면 2명이 앉을 공간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작았음
근데 맨날 그 이불에서 같이 잠 ㅋㅋㅋㅋ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지만 그것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이 친구랑은 잘 맞았어
워킹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집은 둘 다 나오게 됐지만 아직도 생각난다
2. 원룸
여기는 도쿄 신오쿠보였고 내가 갑자기 도쿄로 가게 돼서 살게 된 집
월세 7만엔에 공과금 포함이었어
근데 이 집은 벌레 나오고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도 별로여서 계약기간 안돼서 금방 나옴
벌레 너무 싫어해서 일부러 철근콘크리트 집에 3층 이상으로 구한건데도 벌레 장난 아니었고
밤에 시끄럽고 정신 없어서 정말 싫었음
내가 살아본 집 중에 비싸긴 제일 비싼데 제일 최악이었음
3. 투룸
이것도 친구랑 같이 산 거긴 한데 2DK (방 2개+다이닝 겸 키친)여서 뭔가 같이 산 느낌이 별로 안듬 ㅋ
도쿄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역이랑 가깝긴 했지만 행정구역상 이타바시구) 였고
집세는 10만엔 (한 사람당 5만엔) 에 공과금 다 합치면 한 사람 당 월 고정 지출 5만 5천~5만 7천엔 정도
일본 부동산에서 구한 집이고, 외국인 가능한 건물을 찾았더니 건물 전체가 외국인 ㅋㅋㅋㅋㅋㅋㅋㅋ
철근콘크리트 5층 짜리 건물 중 5층이었고 지은지 3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 엘레베이터가 없....엇어
방은 각각 6조, 다이닝은 4.5조 여서 꽤 널찍 널찍 했지만 에어컨이 한쪽 방에만 붙어있어서 여름엔 거의 그 방에서만 지냄 ㅋㅋㅋㅋ
에어컨 있는 방에 TV도 둬서 밥 먹고 뒹굴뒹굴 할 땐 기본적으로 그 방
근데 같이 사는 친구랑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서 거의 혼자 뒹굴뒹굴
이 친구랑도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냄
집에는 벌레도 안 나오고 외국인들만 산다고 하지만 마주칠 일도 거의 없어서 딱히 신경 쓸 일도 없었음
그냥 딱 그 금액에 적당한 집 고른 것 같아서 나름 만족
4. 쉐어하우스
여기가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위치는 오사카 타니마치6초메 역 근처
이땐 체재기간이 길지 않아서 가구 같은 거 사기 싫어서 고민하다가 가게 된 곳인데
쉐어하우스 중에도 아파트 형으로 되어 있는데도 있다는데
내가 사는데는 그냥 하나의 집에 방이 10개가 있는 곳이었어
화장실, 욕실, 거실, 베란다는 공용
남녀가 같이 사는 곳이었고 화장실 욕실은 남녀가 따로 있었음
방마다 크기랑 창문 크기가 달라서 그거에 따라 월세도 달랐어
내가 살던 방은 방은 2번째로 작고 창문은 큰 방이어서 월세 (공과금 포함) 5만 8천엔
쉐어하우스 치고는 솔직히 좀 많이 비싼편임
근데 방세가 비싸니까 좋은 점은, 그만큼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
나만 외국인 노동자였고 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일본인이었는데
직업들이.. 대기업 근무, 간호사, 게임개발자, 치과의사, 헬스 트레이너 등등
집세가 비싸도 그걸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는 뜻이라 다들 .. ㅎㄷㄷ이었어 ㅋㅋ
여기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본 그 어떤 집보다 좋았어 ㅠ
일단 느낀 쉐어하우스의 장점과 단점을 써보면
▶ 장점
① 초기 비용 절약 : 부동산 중개료, 보증금 등이 필요 없고 (있어도 소액) 대부분의 가구,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음
②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③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나눌 수 있다
④ 새로운 교우관계가 늘어난다
▶ 단점
① 씻는 시간대가 겹치면 환장 (근데 나는 살면서 2번인가 밖에 없었음 거의 안 겹침)
② 귀찮을 때가 가끔 있음
내가 산 쉐어하우스는 일단 금전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진 않았음
오사카에서는 웬만한 괜찮은 원룸도 얻을 수 있을 금액이었기 때문에
근데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엄청난 위안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
집에 돌아가서 누군가가 리빙에 있으면 '오카에리' 라고 인사해주는 게 그렇게 좋더라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서 항상 집에 돌아가는 게 너무 좋았어
원룸이나 투룸 살 땐 집에 와도 불꺼진 집에 내가 불 켜고 들어와서 혼자 밥 먹는 일이 많아서 ㅠ
그리고 한번은 내가 식중독으로 엄청 고생했음 ㅠ
감긴줄 알고 감기약 있냐고 물어봤더니 3명이 감기약 종류별로 갖다 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알고보니 감기 아니었고 식중독이어서 ㅠ 그 다음날부터 엄청 고생했는데
내가 죽을 끓여 먹으려고 (사먹고 싶었지만 사러 나갈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음) 부엌에 나갔는데
그때 마침 2명 있었는데 내 몰골을 보고 뭐하냐고 막 화를 내더니 앉아있으라고 빨리 앉으라고 ㅠ
해서 식탁에 앉았더니 남자애가 죽 끓여주고 나이 좀 많은 언니 있었는데 그 언니가 슈퍼 가서
이온음룐데 당 안 들어있는 거 잔뜩 사다주고 내일도 먹으라면서 마시는 젤리 같은 거랑 약도 사다 줌 ㅠㅠ
원래 나와 살면 아플 때 제일 서럽다는데 나는 그때 기억이 제일 마음이 따뜻해짐
그리고 벚꽃놀이 가기로 했는데 비와서 다같이 나베파티하고 이때 여자친구, 남자친구들도 불러서 다같이 놈
가끔 내가 요리 할 때 일부러 좀 많이 해서 나눠먹고
몇명이서 밥 먹다가 영화얘기해서 디비디 빌려다가 다같이 술 한잔 하면서 영화도 보고...
원래 외부인 출입금지이지만 서로한테 미리 말하고 짧은 기간이면 상관없다고 암묵적으로 정해둬서
오빠 놀러와서 오빠랑 같이 3박 정도 지낸적도 있고
가끔 같이 사는 애들 남자친구, 여자친구 같이 저녁 먹고 자고 가고 그런 적은 있었음
솔직히 좋은 기억이 100이라면 나쁜 기억은 0.1 정도 밖에 없음 ㅋㅋㅋㅋㅋ
한번 컨디션 안 좋아서 방에 있는데 내 방이 리빙 바로 옆이라 시끄러워서 잠 못 잤던 거 딱 한 번...
그거 말곤 다 좋았어 ㅠ
쉐어하우스는 특히 같이 사는 사람에 따라 완전 다르잖아
그런 면에서 난 정말 행운이 가득한 생활이었어 ㅠ
근데 너무 사바사라 쉽게 추천은 못 하겠고
그냥 주절주절 있었던 일들을 좀 써봤어~!
혹시 궁금한 거 있는 덬 있으면 댓글 달아줘!
늦더라도 확인하는대로 답글 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