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별러서 드디어 체르노빌 오늘 몰아봤음.
(왓챠플레이 가야 되는데 넷플릭스 먼저 가입하는 뻘짓을 함....그거 탈퇴는 어떻게 하지...)
1편은 정신이 없고 이게 뭐지? 싶었는데, 사건들이 연속해서 우다다다 나오는 와중에도 리얼함이 너무 강해서 숨도 참으면서 봤어
2편, 3편, 4편....5편까지 쉴 틈 없이 몰아 보고, 체르노빌 사고의 실제 후일담까지 다 보고 나니까 먹먹해진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라는 대사가 처음에 나오는데, 맨 마지막 편에 똑같은 대사를 또 듣고 나니
지금 일본 후쿠시마 사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아마 더 착잡해진듯 해.
체르노빌 사태는 과연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체르노빌 4호기의 안전 검사가 무사히 끝났다는 보고를 얼른 하는데만 혈안이 됐던 댜틀로프?
댜틀로프 못지 않게 자기 승진과 안위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브류하노프와 포민?
댜틀로프가 모든 쓰레기같은 명령을 하고 이상 징후를 무시하고 무모한 짓거리를 벌인건 사실이지만,
댜틀로프 휘하에 있던 제어실 직원들도 그 직업의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었고.
(그들은 애초에 안전검사 훈련도 받지 못했고 매뉴얼도 한 번 읽어본 적 없었으니까)
모든 원자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국가 기밀로 지정한 구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문제일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체르노빌 사태를 그나마 더 최악으로 몰아가지 않을 수 있던 건 당시 소련이 공산주의였기 때문이었지.
국가의 명령으로 귀한 목숨들을 희생시켜 가면서였다는게 문제지만...
처음 충격받았던 장면은
체르노빌 원전이 불타고 있는데...아무것도 모르는 체르노빌 시민들이 사이렌소리에 못 자고 나와서는
아기까지 안고 마실 것까지 나눠 마셔가면서 그 불꽃을 예쁘다고 구경하고 있던 모습.
그 사람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맨 마지막 후일담이 가슴아팠어. 그들은 몰랐겠지, 그게 뭔지.
두 번째로 충격받은 장면은...물론 많았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건 류드밀라와 바실리. 소방관 남편과 아내.
바실리가 어떻게 체르노빌 현장에 투입됐고 무슨 진압을 했는지도 다 나오고,
잔인하게 피폭돼서 병원으로 옮겨지고 처음에는 멀쩡한 것 같이 동료들과 카드게임까지 하다가 나중엔...
근데 그 마지막 모습 조차도 많이 순화된 모습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할 말이 없었음.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리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피폭 환자인 바실리를 끝까지 옆에서 만져가며 간호하던 류드밀라의 아기는 4시간만에 죽고.
체르노빌은 그래도 어떻게든 뒤늦게 사고를 해결하려고 애썼고 지금은 격납 돔도 몇 년 전에 새로 다시 씌웠다고 하는데.
격납 돔은 커녕 아직 원자로 확인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 후쿠시마 원전은 대체 어떻게 될까..?
나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터진 후 일본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씩 강해져서 이제는 여행 갈 생각이 평생 없지만
3~4년 전에 엄마 모시고 후쿠오카 한 번, 친구랑 둘이 오사카 한 번 다녀온 적 있거든.
반일감정이나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내 경각심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후회되고 화가 난다.
따로 장수를 위해 노력할 생각은 없어도, 방사능 위험이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땅을 내 발로 돈쓰러 갈 필요는 없는데.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다는 생각과 함께,
고통받으며 돌아가신 많은 분들이 이제는 평안히 잠들어 계시기를 바라며
후쿠시마 원전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고 해결을 위해 움직이는 날이 나 살아 있는 동안 왔으면 좋겠다
원치 않지만 바로 이웃나라라서 우리나라도 영향을 엄청 받으니까.
나는 다시는 일본에 가지 않을 거야. 직업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