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 중2병+홍대병을 아주 심하게 꽤 오랫동안 앓은 적이 있었어.. 그 때 친구들 다들 H.O.T 좋아했는데, 난 흥 가요 따위 들어 줄 수가 없다...
하고 주로 외국 노래만 들었던 덬이야. 그래서 잠안자고 심야 라디오를 자주 들었지.
특히 신해철 라디오 방송을 좋아했는데 이 때 반 친구들이 잘 모르는 외국 락밴드에 심취해있었어. 사실 후렴구 말고는 노래가사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었어.
싱어롱 상영하는 곳이 몇군데 안남아서 겨우 평일 낮에 스케줄 조정해서 보고 왔는데...아...주말에 볼 걸. ㅠㅠ
극장에 사람이 20명 정도밖에 없었고...거의 나 혼자 싱어롱 했어 ...........나중에 내 주변에서 같이 손뼉친 관객 몇 명 있긴해.
어떤 중년 커플은 싱어롱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표 사서 들어온 커플이었고, 평일 낮이라 그런지 혼자 온 관객들이 꽤 있었고,
대학교 과잠바 입고 온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아마 이들은 나이가 어려서 퀸 노래를 잘 몰랐겠지.
중학교 때 나와 같이 퀸 노래를 들으면서 헤드뱅잉하고 갈릴레오 화음 넣으며 주접떨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랑 같이 이 영화를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릴 때는 노래가사를 잘 몰랐는데, 어른이 되어 같이 따라부른 노랫말은 프레디 머큐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느낄 법한 보편적인 감정들, 고뇌, 슬픔, 상실감, 희열...등이 느껴지더라.
영화 스토리 흐름과 상황에 어울리는 노랫말이 나와서 퀸 노래가사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싱어롱 버전에는 노래가사 번역이 안나와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어.
그리고 영화 중반에 퀸이 뉴욕 메디슨 스퀘어에서 공연하는 장면이 있는데, 내 생각엔 이 장면의 번역이 좀 아쉬웠어.
정확한 표현은 지금 기억이 잘 안나는데, 프레디가 "커다란 사과를 한입 깨문 것 같네요." 뭐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어. 이게 영어를 직역한 건데,
메디슨 스퀘어가 뉴욕의 명소라는걸...한국 관객들은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커다란 사과" 는 Big Apple, 빅 애플, 뉴욕 시티의 별명이야.
프레디 머큐리가 뉴욕에 와서 뉴욕 관객들하고 함께 교감하면서, 이제 뉴욕 맛을 좀 본 것 같다. / 뉴욕 내가 먹었다! (내 번역이 틀릴 수도 있지만)
이런 맥락에서 한 대사같은데, 커다란 사과를 깨문것 같다고 한글 자막이 나오니 좀 뜬금없었어.
내가 30대가 되어서, 난 이제 너무 나이가 많은건 아닐까.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 하면서도 가끔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
자꾸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공허하고, 외롭고, 30대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최근 좀 우울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내가 따라부르는 그 노랫말들이 정말 나를 꿰뚫는 느낌이었어. 난 어릴때 항상 어른들한테 불만이었던 게 많았는데 나도 어느새 그저그런 시시한 어른이 되어있더라구.
이 영화 덕분에 오랫동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롹큰롤 스피릿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ㅎㅎㅎ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장면은 노래 따라부르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씩 나더니 나중엔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우는 와중에 발도 구르고 박수도 치고 노래도 했다.
최근 우울함을 달래보려고 자기계발서, 심리학책 10권 읽어도 아무 느낌 없었는데 영화와 노래가 주는 에너지가 정말 엄청났다.
아직 못 본 덬들 추천해! 난 이번주말에 또 보러갈거야.
이 영화는 정말 극장에서 봐야해. vod로 볼거면 그냥 유투브에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검색해서 보면 됨. 꼭 극장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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