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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10년 사귄 사람이랑 헤어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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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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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음 정리 다 해서 그렇게 우중충한 글은 아닐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주의 붙여 두고 시작한다.


1. 경위


전 여친이랑은 20대 중반때쯤 도쿄에서 만났음. 여친은 유학중이었고 나는 당시 다니던 회사 사정으로 도쿄 지사에 잠시 근무했을 때였는데 우연찮게 한 이벤트 가서 만나게 되고 사귀게 됨.

그렇게 1년 정도 도쿄에서 같이 시간 보내다가 (같이 살았다는 건 아니고.) 회사에서 복귀명령 내려와서 한국으로 오게 되었을 때, 둘이 이야기 많이 나누고 장거리 결심을 하게 됨.


그리고 한국-일본 장거리를 하면서 초반에는 의견충돌도 잦았고 힘들기도 힘들었지. 그래서 결국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 회사 취직을 결심, 준비를 시작했어. 

운이 좋았었는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 정부에서 보는 모 프로그램에 붙어 일본으로 건너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 역시 장거리인건 마찬가지. 다만 그래도 같은 나라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잘 다니던 한국 회사를 때려치고 도일을 결정하게 되었지.


뭐 그 뒤로도 장거리이긴 했지만 어찌저찌 짜투리 시간 나면 도쿄로 만나러 가면서 (전여친은 학생이었으니...) 10년 정도를 잘 사귀었지. 그러던 와중에 전여친은 석사학위 (이후 설명) 취득에 실패하고 2014년 경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는 운 좋게 일 관계로 알게 된 지역 회사 사장에게 스카웃 받아 일본 기업에 입사하게 됨.


한국으로 돌아 간 전 여친은 처음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고 2년 정도 공부하고 시험을 보았지만 결국 실패. 백수로 지냈음. (아마 지금도...) 나이도 30대 중반에 사회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학위를 딴 것도 아닌데 이상이 높았기에 (공무원 내지는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 대기업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 취업이 힘들 것은 알고 있었기에, 결혼을 하고 일본에서 일자리를 찾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설득, 그렇게 하기로 했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예전에 살던 지역이 약간 외진 곳이라, 전여친이 와서 일 찾기가 힘들거라는 판단에 나는 다시 한 번 이직을 결심, 더 큰 동네로 옮겨오게 됨. 이 과정에서 월급이 3만엔 정도 깎이기는 했는데, '혼자 벌던 거 둘이 벌면 되지 않겠냐'고 합의를 했던 것이기에 감안 했지. 남은 건 전여친이 부모님 설득해서 동거를 시작하건, 아니면 식을 올리건 (양가 상견례는 전여친이 한국 돌아가는 타이밍 -2014년-에 이미 했음) 하는 것 뿐이었어.


그런데 지지난주 수요일? 때 쯤부터 갑자기 전여친 연락이 끊긴거야. 일톡방에서 노는 덬들이라면 내가 쓴 글을 보았을 지도 모르겠는데, 별달리 싸운 것도 아니고 뭔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전날까지는 전화 하면서 하하호호하며 웃던 애가 갑자기 카톡도 안 봐, 전화도 안 받아, 다른 사람들이랑도 연락이 안 되는 상황.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어. 하다못해 내가 같은 나라에 있으면 찾아가기라도 할텐데 다른 나라에 있고, 부모님 연락처를 아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연락처 아는 걔 친구들은 전부 연락이 안 된다고,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나한테 묻고.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날을 일주일 정도 지내고 난 뒤, 갑자기 카톡이 하나 오더라고. 내용이 가관인게... 자기가 너무 힘든데 그게 다 내 탓이다. 라는 얘기였음. 자세한 내용인즉슨 자기는 취업도 안 되고 학위도 못 따서 너무 힘든데 내가 '아무 힘 안 들이고' 이직, 취직 성공해서 자기는 박탈감을 느꼈다. 결혼 얘기 한다고 자기 어머니랑 싸웠는데 (아버님은 나 괜찮게 봐 주시는데 어머님이 날 탐탁찮게 여기셨음. 이것도 나중에 설명) 왜 자기가 어머니에게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 자기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거기에 가는 건 결국 자기가 희생을 하는건데, 어떻게 나 하나 믿고 거길 가냐... 라는 얘기. 


너무 황당하더라고. 맥락도 없어서 얘가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이기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얘기라도 좀 들어보자 싶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안 받더라. 그리고 잠시 뒤 카톡이 하나 왔는데 '난 이제 네가 무서워'라고. 대체 뭐가 무섭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뭔가 되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지만 거기서 들이받았다가는 그냥 깨지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니까 꾹 참았지. 그리고 나서 카톡으로 내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서 보냈어.


'갑자기 왜 이러는 지 모르겠고, 뭔가 계기가 있다면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다. 전화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는 있겠는데 최소한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사귀어 온 사이에 이러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헤어질 거면 헤어지자고 본인 입으로 이야기를 해 주는 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고, 적어도 나는 그 정도 배려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나서 차단당함 ㅋㅋㅋㅋㅋ (이건 다른 사람 통해서 들은 얘기. 잘은 모르는데 차단 당하면 1도 안 지워지고 프로필 사진 바꿔도 예전 사진이 보인다더라고) 


처음엔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하고 해서 전화로 얘기라도 좀 들어볼까 싶기도 했는데, 이미 혼자 전부 완결 내고 나를 나쁜 놈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얘기 하자고 하는 것도 웃기고, 걔의 스토리텔링에 방점 찍어주는 것 같아서 (나쁜 건 자기면서 질척질척하게 들러붙는 전남친? 같은 거) 싫기도 했고, 솔직히 나도 정내미가 전부 떨어져서.


30몇년 살아오면서 연애는 그래도 여러 번 해 봤지만 이렇게 거지같이 헤어지는 건 또 처음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10년이나 사귀었음에도 막 힘들고 슬프고 그렇지도 않아. 그저 그 10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까울 뿐. 



2. 배경 설명


여친이 20대 중반에 유학을 와서 오랫동안 (7년) 유학을 했던건 이유가 있어. 원래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 한 상태였는데, 일본에서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와 있던 거... 인데 팔랑귀라 그런건지 뭣때문에 그런 건 지는 몰라도 일본 와서 새로운 전공을 다시 시작함. 그래서 당초 대학원 석사기간 (2~3년)을 잡고 왔던 유학이 7년까지 늘어지게 된 거...


어머님이 나를 탐탁찮게 보셨던 건 사실 이유를 잘 모르겠음. 뭐, 원래 딸 가진 부모님께서 딸 남자친구를 좋게 보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유독 나를 싫어하셨음. 초기에는 종교가 다르다고 (여친 개신교 나 천주교) 싫어하시더니 나중에는 한국에 집도, 차도 없다고 (애초에 일본에서 회사생활하는데...) 싫어하심. 키가 작다(173, 참고로 전여친은 152~3)던지 능력이 없다 (내 연봉을 아셨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당시 연봉이 420만엔 정도였음) 던지, 여친에게 헤어지라고 자주 얘기 하셨던 듯 싶더라. (전여친 말에 따르면) 정점은 양가 부모 상견례때 우리 부모님 보는 앞에서 'XX군은 살을 좀 빼야겠어. 성인병 같은 건 없지?' 라고... 나중에 집 돌아와서 우리 아버지 노발대발하시는 거 말리느라 진땀 뺐다. 참고로 당시에 최고 체중 찍을 때긴 했지만 일단은 '과체중' 정도였는데... (비만이라 해도 성인병 운운은 너무 예의가 없는 것 아닌가 싶고.)


뭐, 사람 속 모르는 거라고 내가 잘못 한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거 얘기도 안 하고 자기 멋대로 혼자 결정내리고, 혼자 완결시킨 뒤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정말 마음에 안 듦.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건 다름 아니라 저런 사람인 거 알면서도 (연애 초기에 저런 식으로 멋대로 혼자 완결시키고 통보 한 적이 몇 번 있어서 엄청 싸웠음. 적어도 그런 면은 10년이라는 시간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질질 끌어왔던 나 자신의 병신스러움이 가장 화가 난다. 뭐라하지 슬프거나 힘들거나 한 건 아닌데 되게 환멸이 느껴지고 인간불신이 오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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