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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17년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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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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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 년 동안 우리 가족 곁에 있던 루리가 2016 년 12 월 9 일 오전 12 시 20 분에 세상을 떠났어 며칠 전부터 애가 먹지도 않고 물도 겨우 먹는데다가 얼마 걷지도 못하고 쓰러지길래 설마 했지만 안 좋은 예감은 늘 틀리지 않더라 자다가도 일어나서 숨 쉬는가 안 쉬는가 확인하고 그때마다 30 분씩 앉아서 혹시나 나 없는 사이에 어디라도 갈까 봐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 쉬는 것만 계속 보고

어느 순간 빤히 쳐다보면 눈을 피했어 눈 피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꾸 고개 돌리고 나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고 언제 한 번 강아지들은 죽기 전에 없는 곳에서 죽는다길래 설마 해서 더 지켜보고 그랬지

12 시에 알바를 마쳤어 마치자마자 루리 보려고 택시 타고 집까지 요란하게 뛰어가니까 죽은 듯이 누워만 있던 루리가 비틀거리면서 서있더라 나한테 오는 줄 알고 바로 달려가서 두 팔 벌렸지 아무 것도 못 먹으니까 힘도 없고 다리도 다 앙상하게 말라서 그래서 비틀거리면서 내 앞으로 오는데 그 와중에 꼬리는 또 흔들더라 그리고 내 앞으로 오자마자 앞으로 쓰러졌어 고개도 못 들고 숨만 색색 거리다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더니 살면서 아무리 아파도 소리 한 번 안 내고 엄살 한 번 안 부리던 애가 소리 지르면서 그대로 죽더라

태어나서 누군가가 죽는다는 거 자체를 처음 겪어 봐 여태 같이 지냈던 반려동물들도 다들 입양 보내거나 했으니까 진짜 진짜로 너무 허무하더라 허무한 게 아니라 진짜 내가 방금 보고 들은 게 뭔가 싶었어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숨 쉰다고 배가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쓰러지고 나서 움직이지도 않아 몸이 휜 채로 그대로 굳었어 진짜 이건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야 1 년 2 년도 아니고 17 년이야 나 기억도 안 나는 세 살 때부터 키워서 나 기어다니고 걸음마 떼는 것부터 시작해서 초중고등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다 본 애가 그렇게 한순간에 어떻게 갈 수가 있어

우리 아빠가 늘 그랬잖아 내가 시집 갈 때까지만 살자고 우리 큰 언니 중학생 때부터 지금은 결혼해서 조카도 낳고 이젠 중학생이던 우리 작은 언니도 결혼하고 그러는데 왜 나는 안 기다려주는 거야 평소처럼 먹고 자기만 해도 되는데 뭐가 그렇게 급했던 거니

안아달라고 할 때 조금만 더 오래 안아줄 걸 다리 아프다고 바로 내려놓지 말고 조금만 더 안아줄 걸 혼자 어두운 거실에서 잘 때 한 번이라도 더 데려와서 같이 잘 걸

왜 사람들이 반려견이 곁을 떠나고 나면 다시는 안 키울 거라고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 진짜 너무 아파 지켜보는 게 너무 아파 강아지들은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진짜 너무해 벌써부터 몸 한 쪽이 잘려나간 것 같아 집에 온 가구를 다 들어낸 것 같다


나 너무 울면 너 좋은 데로 못 간대 루리야 죽는 순간까지 안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생각 많이 했어 너 이상할 때마다 병원 데려가도 나이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얘기 듣고 자연스럽게 데려 갈 애를 우리가 너무 욕심 부려서 데리고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그냥 두는 게 널 더 생각하는 길이 아닐까

그동안 많이 갑갑하고 괴로웠을텐데 그래도 그래도 버텨줘서 너무 고마워 루리야 많이 괴로웠을텐데 옆에서 더 못 해줘서 너무 미안해

다음 생에도 꼭 만나자 다음에도 꼭 만나 내가 먼저 너 알아보고 꼭 안아줄게 진짜 너무 미안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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