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음악/공연 비전공자가 바이올린 17년 넘게 하고 있는 중기
10,454 40
2021.12.15 23:00
10,454 40
엄청난 셀털이라 글 개 길어

결론주터 말하자면: 악기 배울 여유가 있는 덬들이라면 꼭 했으면 좋겠음...


1. 초기

원덬은 바이올린을 5살 때 부터 했음 (앗 내 나이 공개..ㅋㅋㅋ)

진짜 처음 악기 잡기는 4살이었는데 레슨은 1년 쯤 후에 받게 됨

내 오빠도 바이올린을 해서 부모님은 날 다른 악기를 시키려고 했지만

내가 바이올린만 좋아했다고 함

어릴 땐 연습을 존나 안함 그래도 부모님은 날 방목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습은 해야할만큼 안했지만 그래도 좋아했음

음악 전공을 하려고 딱히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니지만

중학교 때 까지 계속 하다보니...웬만한 입시곡 비슷한 것들(?)을 키게 됨

이때 멘델스존, 브루흐, 뷔니야프스키 2번, 모차르트 협주곡 3,4,5 등등 배움

2. 갑분 유학

예고에 원서를 낼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미국 유학을 오게 됨 이 유학 때문에 내 삶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서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한국 예고 원서는 못내고

대신 고등학교에서도 바이올린을 꾸준히 하게 됨

이때 처음으로 솔로곡 제외한 실내악이랑 오케스트라 곡들을 정말 많이 하게 됐음

3. 졸지에 대학 원서를 음대도 내고 이공계열도 내는 사태 발생

그렇게 난 미국에서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이 되고 대학 원서를 내는 시점이 옴

심각한 결정 장애였던 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꽤 큰 음대 한 3곳, 나머지는 그냥 일반 대학들에 원서를 냄

그리고 존나 후회함 애들 원서 다 내고 놀 동안

난 울면서 음원 레코딩을 해야했었음 (.......)


어떻게 된건진 몰라도 낸 곳 3개 음대 중 한 군데는 붙고

한군데는 예선(?)에서 부터 빠꾸 먹고

다른 한군데는 라이브 오디션을 보러감

4. 라이브 오디션에서 음악을 까먹음

이때 내가 파가니니 카프리스 15번, 시벨리우스 바협이랑 또 뭔 한 곡 했었는데 기억 안남 바흐 뭔 소나타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긴장해서 시벨리우스를 뭔 정신으로 켰는지 모르겠음

그렇게 그래도 꾸역꾸역(?) 잘 키다가

아니 세상에 바흐 하는데...음악을 까먹어버림................................

그 래퍼들이 가사 까먹으면 즉석에서 가사 지어내잖아? 그것마냥

바흐에서 음을 창조하기 시작함 ㅅㅂㅋㅋㅋㅋㅋ

심사위원들은 당연히 알아차리고 ㅇ_ㅇ 쳐다보시다가 걍 그만 켜도 된다고 함

젤 연습 많이 한 곡 중 하나인데 하 ㅠ.. 내 스스로가 너무 어이 없어서

그 날 하루 종일 울었음

그리고 저긴 당연히 떨어짐 ㅋㅋㅋㅋㅋㅋㅋㅋ

5. 음대 진학 안함
사실 라이브 오디션 봤던 곳이 내가 제일 붙고 싶었던 곳이라

"저기 안 붙으면 난 음대는..잘 모르겄다..." 이런 마인드 였음

그래서 저 바흐 사태 이후로 적잖이 트라우마가 생겨서

내가 음악을 업으로 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짐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난 음악을 꼭 업으로 해야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음

전공자가 아니어도 음악을 계속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걍 최종적으로 난 공부가 하고 싶었음


6. 그렇게 미국 동부 쪽으로 대학을 가 이공계 전공을 선택했고

지금도 계속 솔로곡, 실내악, 그리고 주변에 큰 시립 오케스트라에서 퍼스트 바이올린으로 있음 ^0^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지금 사는 곳이

음악적으로 발달이 굉장히 많이 된 곳이라 나같은 비전공자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

중고딩 때도 오케스트라는 했지만

진짜 큰 곡들은 대학생 되서 한 듯

말러 교향곡 1번,3번,4번
쇼스타코비치 5번 10번
라벨의 라 발스, 홀스트 행성 등등등

지난 3-4년간 오케스트라 곡들을 젤 빡세게 배운 것 같음

(이때까지 배운 곡들 혹시 궁금하다면 나중에 댓으로 적을겤ㅋㅋㅋㅋㅋㅋㅋ)

7. 결론
음악 비전공자지만

계속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 같음

그리고 음악하면 제일 좋은게 진짜 스트레스 해소가 됨

물론 연습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는데ㅋㅋㅋ

인간이 음악을 하면서 얻는 정신적인 쾌감이라고 하나

이런 것들이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됐었음

미국 처음와서 말 안통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음악 할 때는 그런 걱정이 없어서 너무 좋았음



난 물론 어렸을 때 부터 한 케이스긴 하지만

만약 악기를 배우고 싶은 덬들이 있다면 꼭 했으면 좋겠음 기회가 된다면ㅇㅇ
목록 스크랩 (0)
댓글 4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넷플릭스x더쿠 팬이벤트🎬] 2025년 가장 미친 (positive) 스릴러, <악연> 시사회 1 03.21 32,36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390,59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972,58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302,26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252,210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9470 그외 처음 환승이직 ing 중인데 ㅈ망한거 같은 후기 2 23:21 136
179469 그외 신발색상 골라줬으면 하는 초기 6 23:15 96
179468 그외 나이들수록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는 중기 5 23:06 177
179467 그외 엄마와의 대화가 힘들다고 느끼는 중기 1 22:59 98
179466 그외 산책하면서 불법주차 신고하는게 취미된후기 8 22:30 406
179465 그외 맨날 나만 여동생한테 매달리는 중기 12 21:55 651
179464 그외 다리를 펴고 앉으면 몸이 심하게 떨리는 중기 5 21:11 525
179463 음식 봄 나들이 추천 서울 맛집 & 카페 후기.jpg (스압) 17 21:11 500
179462 그외 30대덬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해서 고민인데 팟캐스트 추천 받는 중기 3 20:32 380
179461 그외 우울증이 조금씩 낫고있는것같은 중기 2 20:07 294
179460 음식 업무할때 불안감이 심해서 사회생활을 못하겠는 후기 4 19:46 572
179459 그외 피임약 복용법 질문하는 후기 2 19:41 262
179458 그외 나 어제 너무 창피했다..... 친척모임 갔는데 진짜 엄청 낯가려서 나도 나 자신이 싫었어..인 후기 13 17:38 1,718
179457 그외 사서에 관런해 궁금한 초기 8 17:09 750
179456 그외 아무날도 아닌데 엄마한테 선물한 후기 3 16:50 611
179455 그외 엄빠는 회사 그만두라하고 나는 고민중인 후기.. 41 14:57 2,860
179454 그외 대체 왜 빈혈인지 모르겠는 초기 16 14:06 1,024
179453 그외 반년만에 제대로 집정리하다가 슬퍼진 후기 2 13:58 1,089
179452 그외 중이염때문에 고민이야 1 13:45 411
179451 그외 난치병 덬 탈모 이후 붙임머리한 후기 2 13:33 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