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 안되면 차라리 중소들어가서 차근차근 더 나은데로 이직 하면 어떻냐는 물음이 꽤 많아서 개인적인 썰 품.
(2.5배라고 해도 초봉이 너무 콩알만해서 대기업에 비빌수있는 연봉이 아니므로 그 점은 감안해야함..)
나는 취업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과를 졸업함. 나름 학교는 네임벨류 있는 인서울 학교였지만.
그리고 과 아싸인데다가 술처먹고 놀기만 해서 취업에 대한 정보도 전무한 상태였음.
당연히 좋은 데 갔을리가 없음.
그것마저도 졸업후 1년동안 준비해서 겨우 붙은 데.
처음 직장은 대기업 하청업체였음. 회사는 오지게 이뿌고 사장님도 이뿐데 연봉은 이뿌지 못했음.
초봉 2200. 이것도 원래 대학원 졸업해야 받을 수 있는 연봉인데 나 처음 면접볼때 팀장이 잘못 알고 안내해서 그나마 잘받은 연봉이었음.
여기 2년 다녔는데 진짜 힘들었음. 새벽 4시까지 일하는건 기본. 회사엔 침대가 있었음.
울기도 많이 울었고, 추석연휴 직전까지 밤 11시까지 야근하니 완전 멘붕와서 추석연휴 후 바로 퇴사함.
여긴 워라벨도 워라벨이었는데, 의미없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쓴다는 생각이 맨날 들어서 더 견딜 수 없었음. 매번 하는 일이라곤 대기업이 시키는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문서작성하는 일밖에 없었음.
심지어 영어도 잘 못하는데 500장짜리 문서 영어 번역한 적도 있음 ㅋ 당연히 이년동안 연봉협상도 못함.
급하게 퇴사하고 붙은데가 왕년에 잘가던 중소기업. 자사 서비스가 망해가서 대기업 하청 받는 일을 시작한 상황.
당연히 경험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날 급하게 뽑음. 덕분에 2700으로 연봉 올림.
근데 여기서도 또 똑같은 일 하려니 짜증나고, 팀장이 내쪽 직무를 너무 몰라서 3개월만에 파워 퇴사.
이후 연봉 그대로 받고 스타트업 이직함. 여기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야망 뿜뿜한 회사였음.
날 뽑자마자 내 직급에 맞지 않는 말도 안되는 규모의 일을 맡겼는데, 나는 처음으로 대기업 간섭 받지 않고 일하는게 너무 좋아서 진짜 몸을 불살라서 일함.
첫번째 회사에서는 울면서 야근했다면 여기에서는 웃으면서 야근함. 동료들도 다 나랑 또래라서 무슨 대학교 과제하듯이 신나서 일했음.
런칭한 사업 성공. 3200까지 연봉 올림.
그리고 그대로 잘됐으면 좋겠지만, 규모가 좀 커진 스타트업은 내 위에 팀장을 밥먹듯이 갈아치웠고 세번째 팀장에게 맨날 개기고 싸워서 이후 연봉협상은 고작 100만원 올림.ㅎ
당연히 그 연봉 보고 홧김에 퇴사.
(이때까지 보니 다 충동적으로 퇴사.)
그리고 중견기업에 입사함. 이름대면 다들 아는데.
임원면접을 잘 본데다가, 연봉테이블 자체가 이전 직장들에 비해 높은 곳이라 4000까지 올리고 입사함.
처음 일년은 팀장이 나에게 좋은 일을 주지 않아서 조금밖에 돈을 못올렸음. 4150만원 까지밖에 못올림.
근데 팀장이 좀...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랄 맞아서 팀원들 다 탈주....
나는 마침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할 수가 없었음. 원래 퇴사를 잘하는 사람인데 ㅋ 참음ㅋ
팀에 사람이 없으니까....내가 좋은 프로젝트들을 맡을 수 있어서 이후 일년은 미친듯이 일함.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팀장님 저 일 더이상 못해요 하고 GG 친 적도 있는데 팀장이 알았다고 납득할 정도.
그래서 그런지 이번해 연봉협상에서 약 1000만원 올려줌; 지금 연봉 5100만원.
그동안 적금만 하기 바빴는데 여유가 생기니 첨으로 투자도 해봄.
물론 대기업공채인 내 동생 연봉이랑 보너스 들으면 좀 현타가 오긴 하는데 ㅋㅋㅋㅋ
여튼 밑바닥부터 기어올라와서 여기까지 온건 나름 감회가 새로움.
좋은기업에서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닌 연봉이지만 나는 ㅜ 초봉이 ㅠ 2200이었기 ㅠ 때문 ㅠ 에 시발 ㅠ
근데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고 정병올거같은 순간들이 참 많았음.
20대부터 차근차근 해온 야근때문에 다크서클도 장난아니고..
운도 좋았음. 세번째로 들어간 스타트업이 사업 대박난것도 사회 시류에 적절하게 맞았기 때문이지 5년만 더 빨리/늦게 런칭했으면 망했을 사업임.
지금 회사도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팀장 눈에 들었는데 타이밍 삐끗했음 나는 지금 회사에서는 짜투리 일만 하고 있었을거임.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 정말 선택지가 없을때는 중소기업을 들어가는게 나음. 대학교 때 자기가 해둔 게 없다면.
=> 하지만 진짜 진짜 왠만하면 중소기업 가지마 심신이 파괴됨. 하다못해 중견, 안되면 최소 건실한 중소로 찾아봐야함.
중소라도 최소 100명은 넘는 기업으로 가야지 회사 재정, 업무프로세스나 워라벨이 어느정도 보장됨. 나 다니던 스타텁도 원래 40명이었는데 100명 넘어가는 순간부터 안정되는게 눈에 보였음
=> 업계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때까진 퇴사가 두렵지 않았음. 어차피 잃을게 없다라는 느낌. (지금은 조금 겁남)
내 개인적인 성장이 없는 회사는 계속 다닐 필요가 없음.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