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상담할 곳이 없어서 짧게나마 남겨봐.
거의 30년 이상 다니시던 회사를 갑작스런 사고로 (사내에서 일어난 사고라 산재 처리 받으셨어) 그만두게 되시면서, 지금은 집에 계셔.
큰 수술이어서 몇 달 입원해계시다가 한동안은 통원 치료 받으시고 그때까진 괜찮으셨어.
그런데 최근 통원 치료가 끝나면서 공허한 기분이 많이 드시나봐.
항상 TV 볼륨도 크게 틀고 웃으시던 아버진데,
TV안본지 한달도 넘었어.
진짜 하루종일 아무것도 보시는 게 없으셔.
누워 계시거나.. 소파에 앉아서 눈 감고 계시거나.
어제는 너무 마음이 갑갑하고 힘들어서 죽고 싶으시다는 말씀도 하시고, 더이상은 못견디겠다고 본인을 응급실에 데려다 달라는 말씀도 하셨어.
TV를 안보는 이유도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 때문에 보기 힘드시대.
이럴때 나는 정말 어떻게 해드려야하는지 모르겠다.
불효녀 같은 기분도 드는게 이와중에 난 내 직장일 힘든 것 밖에 생각 안하고, 아빠는 이렇게 힘든데 애살 없는 성격이라며 내핑계 대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하거든..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고치자. 뭔가 말을 걸어보자. 해도.. 막상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도 모르겠어.
걱정해준다고 말한답시고 오히려 상처 드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거든..
처음엔 취미를 만들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전부터 취미도 운동이셨던 분이셔. 직장일 아니면 운동하시는 게 낙이었는데. 사고 이후로 운동도 머뜩치 않아..
아, 아까 아빠는 항상 누워있거나, 소파에 앉아서 눈 감고 계신다고 했었지.
꽤 자주 베란다 밖을 응시하실 때도 있으셔.
그래서 되게 막.. 불안할때도 많아.
엄마도 이젠 지치고 답답한 마음에 그냥 같이 죽자는 말씀도 하시구...
나도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어서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거든.
그래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야..
예전엔 조용히 내 방에 있고 싶고 아빠 TV소리가 정말 시끄럽고 싫었는데 이젠 그게 참 그립다?
이제는 볼륨 최대로 크게 트셔도 짜증 안낼 수 있는데..
그냥 답답한 마음에 속풀이 해봤다. 읽어준 덬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