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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한눈에 봐도
훤칠한 키를 자랑했고,
‘스튜어디스 언니’
기다란 팔을 뻗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우아함이 사람으로 태어난 듯 했다.
‘무용과 언니’
그리고 그녀는 급기야 재영의 머리 위에 손을 가져가
살포시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 날, 상우의 하루는 그렇게 망가졌고
그들의 잔잔한 물가에 돌맹이는 이렇게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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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우는 아직 먹음직스럽게 남아 있는 음식들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어쩌자는 거지?’
심장의 박동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차마 방금 목격한 광경 쪽으로
시야를 옮길 순 없겠는 심정이었다.
허둥지둥 짐을 챙겼고 얼레벌레 계산 한 후 트리타워로 발길을 옮기려 했다.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 버스를 탔어야 했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상우의 눈은 톡! 하면 눈물이 떨어질 정도로
눈물이 맺혀있는 상황이었다.
‘옆자리 여자는 누구지?, 왜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지?’
상우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평정심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컨퍼런스 행사는 마무리 되어 있었지만 팀내 회의와 외주 작업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런 컨디션으로 업무를 해내기에는 비효율적일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저 멀리서 복귀하고 있는 키엘과 보이헨이 다가왔고, 이들은 상우의
표정을 보아 컨디션에 난조가 있음을 눈치 챘다.
“추,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니라고, 아무것도 없다고 그대들이 신경 쓸 일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우는 한참 전에 고장 난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추, 괜찮겠어? 아픈 거 아니야? 좀 있으면 회의도 있고 외주작업도 남았는데.”
공대 출신들은 만국 공통인건지 어쩜 이렇게 정 없이 나오는지,
당장 닥친 일들에 영향이 끼치진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을 굳이 상우 앞에서 하는 둘이었다.
‘씨발…정 없는 새끼들.’
아무래도 오늘 남은 업무들은 상우가 큰 활약을 하진 못할 듯 했다.
그렇게 상우는 오후 일정이 마무리 될 때 까지 재영과의 모든 일들을 다시
되짚어보았고 최근 뚝 끊긴 스킨쉽이 언제부터 적어 졌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
재영은 회사에 출근 하자마자 이멀전시 상황이라며 월차를 냈다.
파트너 이든은 ‘쟤한테 이멀전시가 아닌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막무가내로 계획 없이 월차를 남용하진 않는 것 같아 알겠다고 했다.
며칠 전 처음으로 ‘닥터 Young‘을 처음 뵙게 되었을 때 상담치료 스케줄을 잡았는데
워낙 출장도 잦은 의사라 직접 병원 내원보다는 바깥에서 만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 들었다.
닥터 영은 알고 보니 정신과 의사 중에서 많은 이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유명 인사였다. 나름 트렌드와 멀지 않다고 생각한 재영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는 자연스럽게 나이 먹는 방법 중 하나라고 여겼다.
“미안해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료를 해야 더 효과적일텐데 제가 요즘은
다른 방면으로도 일을 하고 있어서 병원에서만 있다가는 스케줄 소화가 힘드네요.“
그렇게 해서 재영은 닥터 영과 회사 근처에서 편히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넓직한 테라스와 울창한 나무들이 햇살을 적당하게 가려주는
카페로 약속 장소로 정했고, 그들은 그렇게 진료 목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이에요, 제이!”
“반가워요. 닥터 영”
“외부 상담이라 조금 곤란 했을 텐데, 정말 상담이 필요했나 봐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오랜만에 만난 닥터 영은 다시 한 번 악수를 건넸고 새로 바뀐 명함이 있다며
재영에게 건네주었다.
【 Psychiatrist, Silver-young 6】
‘정신과 의사, 실버 영 6? 6은 또 뭐래. 은…영…?’
“한국분이세요?”
“…오마이갓 제이, 한국말 할 줄 알아요?”
“네 저 한국사람인데, 성함이 혹시 ‘은영’이세요? 6은 뭐죠?”
“와우. 저 한국 이름이 육은영이거든요! 저는 9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왔어요.
세상에, 동양인인건 알았지만 한국분이라니 괜히 반갑네요!”
재영은 머릿속에 스치는 많은 유명인사들 중 과거 티비쇼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개과천선으로 이끈 ‘그 분’이 떠올랐고
이름에서부터 오는 신뢰에 벌써부터 기억을 다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왜 진작에 한국분인걸 눈치 채지 못 했을까요 제가? 차트에도
다 나왔을텐데. 에휴 나이 든다는 게 이런 건가 봐요. 아무튼!
우리는 이제 치료 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까, 어떻게 생각 정리는
다 되셨어요?“
“네, 그 제가 사실은 기억을 잃었어요. 왜 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에요. 그리고 생뚱맞게
저는 ‘남자’ 배우자가 있는 몸이 되었어요. 아니, 그렇대요.“
“오…쉽지 않네요. 계속 얘기 해봐요.”
“음, 처음엔 화가 나기도 했어요. 저는 젊은 대학생이었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이 생겼고,
배우자가 생겼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해서는 안 될 말들도 해버리고…“
재영은 닥터 영에게 그동안 있던 일들을 꽤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런 재영의 말을 놓치지 않고 대화가 어느 정도 본격적이게 된
순간에는 닥터 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경청해 주었다.
그러다 평소 두통이 있었다면 어느 부분에서 두통이 있었는지
재영의 머리를 건들여 보기도 한 닥터 영이었다.
“바로 병원으로 왔어도 되는데, 그동안 그냥 있었네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든요, 뭐 어찌되었든 돈 벌이는 하고 살고
있다는 거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일도 저한테 잘 맞았거든요.“
“그러다 치료를 결심한 이유나 계기는 있어요?”
치료를 결심한 이유, 재영은 그저 단 하나였다.
어느 날 짠하고 생겨버린 배우자 상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억해서 함께 행복 하고 싶은 것.
“인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배우자를 사랑한다는 점을요”
“음…”
닥터 영은 재영과의 대화에서 타인이 거론되는 횟수와 관계에
집중해 메모를 남기고 있었다.
“그래도 그 배우자하고 라포 형성이 꽤나 잘 되어있나 보네요?
아, 친밀감 형성이요. 다행이네요 제이를 잘 케어해주고 있으시네요.“
“네, 지극정성이었어요. 처음엔 기가 죽은 듯 했는데
요즘은 이런 저의 모습에 익숙하다는 듯 지내고 있어요.
조금 짠하기도 해요.“
“정말 이런 말을 하면 뻔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요즘 해리성 기억상실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종종 일어나기도 해요.
제이는 지금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하니까 내재 된 무의식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기억 상실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너무 쉽게 판단하는 거 갖죠? 그래도
저는 어디까지나 제이가 기억을 찾고 건강하길 바라요.“
재영은 속으로 그래도 전문가에게 털어놓으니
마음의 짐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그들의 대화는 대략 1시간 이상 이어졌는데 닥터 영의
다음 스케줄 때문에 급히 마무리 해야 했다.
“오늘 그래도 선생님께 털어놓으니까 마음이 나아졌어요.”
“오, 제이 그렇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언제까지나 저는
제이편인걸 잊지 마시고 기시감이나 꿈속에서 보게 되는 일들은
메모로 남기는 습관만 잊지 말아요. 뭐 그렇다고 억지로
쥐어 짜내진 말고요. 오늘 상담이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네요.“
닥터 영은 그렇게 재영에게 신뢰감을 남기는 말을 남기고
먼저 카페를 나섰다.
재영은 카페에 홀로 남아 이때까지의 대화를 복기했고
벌써 기억을 찾은 듯 이후에 상황이 나아졌을 때
진심을 다해 상우를 안고, 만지고, 사랑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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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글은 5 은 young 박사님과는 전혀 상관 없음을 알리며 ;)
상우야 미안해 맨날 너만 울린다 미안해. 조금만 더 울자 미안 사랑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