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이지만 세상 불편한 새우잠 자세로 얼굴 끝까지 이불을 덮고 눈물은 계속 흐름.
재영이 형 보고싶다.
그동안은 내가 정신차려서 형 기억 찾는거 도와줘야지 내가 강해져야지
할 수 있는 데 까지 참아보려 했는데, 오늘의 장재영은 그동안의 마음가짐을
한 순간에 망가뜨려놓고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어서 세상이 무너진 듯 한
느낌에 이불 속에서 또 울어버린 상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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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도 샤워를 끝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오늘 있던 일을 다시 회상해봄.
분명히 추상우랑 키스하는 것도 좋고 몸이 얘 때문에 달아 올라 미치는 것도 맞음.
그런데 그 놈의 '사랑'이란 감정으로 움직이는게 아님을 인정하게 되니 스스로가
양아치 그 자체인것 같아 이제서야 미안한 마음이 여운있게 생기기 시작함.
샤워실에서도 울었고 거실에서도 풀이 죽어 있던 모습을 생각하니 또 그런 모습만
보고 지내긴 어려울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해버림. 내일은 조금 달라져야지.
조금만 상냥해져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잠 들기 시작함.
다음 날 아침 기억을 잃고 난 후 학습했던 대로 같이 식사하려 하는데
왠걸 추상우는 이전이랑 눈에 띄게 냉랭해져서는 본인 식사에만 집중함.
'그래 나 같아도 정 떨어졌다' 하는 생각에 짜증이 나긴 하지만 눈치 보며
아무말 없이 대화하다가 팔뚝으로 유리컵을 건들여서 깨버림.
아..!
형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네. 그 전에 고양이들 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봐요.
알겠어요. 아 그리고 형도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어요. 다쳐요.
꽤 단호한 추상우 말에 장재영은 그 말 듣고 얌전히 상우가 처리해줄 때 까지
가만히 있었음. 다행인진 몰라도 유리 조각 파편들이 많이 흩뿌려지진 않은 것 같음.
상우씨 괜찮아요? 발에 밟힌 건 없어요?
네 뭐...이런 일이 있을 까봐 유리컵은 많이 두지 말자고 했는데, 집에도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면서 형이 사다둔거예요.
이건 전적으로 형 잘못이니까 나중에 기억 돌아와도 예쁜 컵 없어졌다고 어린 아기 처럼 굴지 않기예요.
{$#% 아기 처럼 굴고^&&#%}
뇌리에 또 들리는 추상우 음성에 머리가 지끈 거리고 답답해 미칠 지경에 재영은
'최대한 상냥하게...'를 되네이며 물어봄.
상우씨..아 음..상우야.
...네. 왜요?
나름 상냥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줬는데 이전에처럼 동공이 커지거나
놀란 기색이 없는 추상우를 보아하니 괜한 서운함도 밀려오기 시작함.
그치만 그동안 지은 죄가 있다보니 양심 없게 굴 순 없어서 굽히고 궁금한거
물어보기로 결심함.
사실 고백할게 있어요. 자꾸 저는 모르겠는 대화가 들리거나 그래요. 근데 그게 다 상우씨 목소리인건 알겠어요.
...뭔데요? 잠깐만요.
거실 책장에 있는 메모지랑 볼펜을 들고 온 상우는 재영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이를 본 재영은 괜시리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함.
어제는 우리가 놀이공원에 갔는데, 상우씨는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귀신 분장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납득하는 목소리였어요. 그리고 방금은... 상우씨가 저보고 아기처럼 군다는 말을 했어요.
자기 말을 다 적어두고 요 며칠 볼 수 없던 미소와 눈을 꿈뻑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귀엽다'라는 생각을 해버린 재영,
상우는 몸을 일으켜 메모지를 소중한 보물 대하듯 두 손으로 쥐고 거실 탁자 위 달력에
떨어지지 않게 붙여 놓음.
그런 상우를 유심히 쳐다보는데 흰 양말을 신은 상우의 발가락 쪽에 빨간 얼룩이 보임.
그 혹시 아까 유리조각 밟은거 아니예요? 발가락 왜 그래요?
네? 그런가?
시선을 내려 본인의 발을 본 상우는 그제서야 '아...'하며 신음함.
재영이 몸을 일으켜 다가가서 혀를 쯧쯧, 차고선 소파에 상우를 앉히고
구급상자를 찾아봄.
...소파 테이블 두번째 서랍이요.
내가 기억 잃고나서 구급상자를 쓸 일이 전혀 없었나보네요. 진짜 같은 집에 살던거 맞나.
라고 말했는데 뒷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직감하고 또 상우 눈치를 보게 됨.
슬쩍 보아하니 상처 받은 표정에 미안해서 곧바로 사과하기를 마음 먹음.
미안해요. 뒷 말은 오해 살 수 있는 말이었다는거 인정해요. 미안해요.
어설프게 벙찐 둘의 대화는 살짝 피가 흐르는 상우의 상처를 보며
일단락 되고 재영은 유리조각이 박히진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며
카드 같은 밀대로 그 근처를 긁어보기도 하고 최대한 정성껏 상처를
치료해줌.
상우는 본인 발 상처를 치료해주는데 집중한 재영의 정수리를 보아하니 어제의 일 때문에
속상했고, 다른 사람 같아서 서운했지만 지금 이 순간의 저 눈빛은 '재영이 형이다..' 싶어서
당장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생각에 일을 저질러 버림.
예고할게요, 머리 쓰다듬어드릴게요. 아, 아니..쓰다듬어줘도 돼요?
....
재영은 얘가 먼저 스킨쉽을 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말이 그동안
있던가 싶어서, 잘못 들었나 싶어 시선을 올려 상우의 눈을 맞춤.
..정 그러고 싶으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섬섬옥수 손바닥이 다가와 자신의 머리를 폭신하게
쓰다듬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재영은 어쩔 줄 몰라 피식하며 미소가 흘러나와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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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너무 좋다 야 얘네 썸 다시 탄다 시발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