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어서 이어서 쓰는 글 벨방 덬수리에게 허공에 대고 동의를 구해봅니다.
아니 근데 진짜 그대가 2년 전에 글 쓰고 마무리를 안 해주시잖아요 덬수리ㅠㅠ)
혹시 모르지. 살을 맞대고 붙어 먹다보면 기억이 다 돌아올지.
...... 진짜에요?
상우씨를 사랑하는 장재영이 다시 보고싶다면 알아서 다리를 벌리는 노력쯤은 해야하지 않겠어요?
......
내가 다른 사람을 안지 않는 배려 정도는 베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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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안지 않는다는게 무슨 소리예요? 저 생각하시는거예요?
...뭐 나는 법적인 배우자가 있다고 하니까 예의 측면에서요. 근데 우리 하던거 마저 하면 안돼요?
싫어요. 죄송해요 저 가볼게요.
상우는 기억 잃은 재영이 나를 사랑해서 자자고 하는게 아니라 막무가내에 심심풀이로 자기 찾는 거 같아서
사랑 받는 ㅅㅅ가 아닐것 같아 정신 차리고 자리를 떠버림.
그런 와중에 장재영 표정을 살짝 돌이켜보니 내 기분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성욕 못 풀어서 짜증난다는 얼굴
그 자체여서 상처 받고 눈물 닦으면서 샤워함.
샤워기 물 소리 들으면서 차라리 엉엉 울자 싶어서 물소리 믿고 소리내서 울어버림.
목이나 축일 생각이던 장재영 방에서 나와서 샤워실 앞 지나 부엌으로 향하는데 히끅대는 울음 소리에
어이가 없고 기가 참. 몸은 자길 원해서 그렇게 다 달아놓고 안달나게 만들어 놨으면서 끝까지
이성적으로 행동해놓고 샤워실 들어가서 우는 꼴 보아하니 원인 모를 짜증도 같이 생김.
물이나 벌컥 마셔버리고 내 방이라 하는 공간에 다시 들어와봤는데 문 앞에 서서
방을 찬찬히 살펴보니까 눈에 띄는 인테리어는 진짜 하나같이 다 본인 취향에 맞는거임.
'진짜 내가 사랑해서 결혼하고 지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발걸음을 옮겨서 책상에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관찰해보고 있을 때 쯤
놀이공원에서 미키마우스 머리띠 하고 웃고 있는 본인 사진을 보아하니 기분이 묘해짐.
분명히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이 놀이공원 가자고 하면 금방 지치기도 하고 대기 시간이
싫어서 그닥 좋아하는 데이트 장소가 아니었을텐데, 사진 속 본인은 세상을 다 가진듯이
웃고 있으니까.
'이 사진도 거실에 있는 카메라로 찍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또 희미하게 돌아올 듯 말듯한 기억이 생각나버림.
[상우야 우리 귀신의 집 가자]
{세상에 귀신은 없어요}
[귀신 분장한 알바생들이 놀래키는 거 보러가자]
{네}
놀이공원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진 하나 유심히 봤다고
저런 대화가 내 머리속에 왜 떠올려지는걸까 하며 머리가 아파서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봄.
그때 샤워실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바깥으로 돌아보니 살짝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면서 털레털레 걸어나오는 추상우를 보고 심장은 또 눈치없이 설레기 시작함.
그냥 이건 내가 지금 출처 모를 기억에 머리가 아파서 심장박동도 빨라지는거겠거니 하는데,
...어서 씻으세요. 물기, 없어요. 다 닦았어요.
...네.
사람사는 집 샤워실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샤워했으면 물기야 남을 수 있는데,
내가 그 정도로 융통성이 없을까봐? 기가 차는 마음에 장재영은 괜한 심술도 나버림.
퉁퉁 부운 눈을 하고 한숨 쉬며 거실 정돈 하고 있는 추상우한테 시선을 잠깐 옮겼다가
꽤 고민을 많이 한 장재영은 하나만 물어보자고 생각함.
추상우씨, 우리 놀이공원 가면 저는 뭘 그렇게 좋아했어요?
...그것도 기억 안나요? 놀이공원 가면 뭐 했는지?
네. 기억 안 나요. 근데 전 놀이공원 딱 질색이었는데 사진 속 저 새끼는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는거람.
....맞아요. 형 놀이공원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
재영은 그 말 듣고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에 입술을 삐죽이며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샤워하러 들어감.
상우는 놀이공원 가면 늘 서로 누가누가 더 어린애 같이 사진 찍나 하고 놀았으면서,
귀신의 집 가면 어두우니까 거기서 키스하자고 능글맞던 장재영이 떠올려져서 미칠듯한
그리움이랑 슬픔이 또 찾아오는 기분에 급기야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또 바보같이
울음이 터져서는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구나 하며 방으로 향함.
자기 방이지만 세상 불편한 새우잠 자세로 얼굴 끝까지 이불을 덮고 눈물은 계속 흐름.
재영이 형 보고싶다.
그동안은 내가 정신차려서 형 기억 찾는거 도와줘야지 내가 강해져야지
할 수 있는 데 까지 참아보려 했는데, 오늘의 장재영은 그동안의 마음가짐을
한 순간에 망가뜨려놓고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어서 세상이 무너진 듯 한
느낌에 이불 속에서 또 울어버린 상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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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추상우 울리기 대회 1등 할래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