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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음…나를…사랑했던 순간을 흑,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하…”
상우는 그동안 절대 재영에게 ‘기억’해달라고 재촉하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입 밖으로 표현하고 말아서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치고 그대로 방으로 피신해 버렸다.
거실에 남겨진 재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큰 고민에 휩싸였다.
그들의 문제는 기억을 하는지, 사랑을 하는지 두 가지 경우의 수로
끝이 나는 게 아니었다.
재영은 ‘간단한 목표 설정’을 위해 질문했는데, 절대 간단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재영은 이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자신이 더더욱 없어졌다.
‘병원…가야겠다.’
-------
****
상우와 재영은 서로 내면에서 금기시 여겼던 것들을
입 밖으로 낸 이후로 급속도로
또 다시 눈치 보는 사이가 되어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다.
그 날 밤 상우는 방으로 들어가 혼자 감정을 삭히다 잠에 들었는데,
그 때는 재영의 진실의 방이 열린 순간이었다.
상우의 방에는 먼저 잘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본인을 기억해 달라며
훌쩍이던 얼굴이 쉽게 잊혀 지지 않아 굿나잇 인사는 해주고 싶었기에
상우의 방으로 향해봤던 것이다.
“자?”
방 안 쪽으로 고개를 틀어 상우를 보며 한동안 말이 없던 재영이다.
언젠가 상우도 본인의 방에 들어와 지긋이 쳐다보던 때가
있었을까, 자고 있는 본인 얼굴에 대고 푸념하던 때가 있었을까.
문득 궁굼해 질 찰나였다.
“오늘 이렇게 보니까 나 같아도 했겠다, 푸념.“
사랑하는 이의 자는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건네는 것만큼 낭만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재영은 상우의 이부자리를 다시 정돈 해 주고
상우의 머리카락도 쓰다듬어 봤다가, 콧대도 쓸어 봤다가 하는 등
애정 어린 손길로 상우의 얼굴을 매만져 봤다.
“우리 이제 그만 울고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재영은 아주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고 상우의 잠든 눈 위에
가벼운 뽀뽀를 해주고 방을 나섰다.
그 날 이후로 재영은 병원을 들러 상담치료를 받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상우에게 본인이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나중에 짠하고 알러주고 싶은 마음에 당분간 이는
재영만 알고 있기로 마음 먹었다.
*****
“…형이…음…나를…사랑했던 순간을 흑,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하…”
상우는 절대 재촉하지 않고 싶었는데 아픈 사람에게
생떼쓰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곧장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울음 속에 내비친 진심을 말해버렸을 때, 내심 속시원함도 있었지만
동공이 크게 떨리는 재영의 표정을 보아하니 꽤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아 후회가 몰려왔다.
'괜히 말 했어...'
상우는 씁쓸했지만 한동안 재영의 스킨쉽 빈도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해 보았다.
다시 처음처럼 너그럽게 기다리는 성숙한 입장이 되어보겠다고
다짐했고 내일 눈 뜨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루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렇게 상우와 재영은 잠시 잔잔한 물가처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너무 들떴다고 다가가서
스킨쉽을 더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곁에 있어주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순간에 다가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으나,
그들의 잔잔한 물가에 돌맹이는 그렇게 던져졌다.
"형 저 이번에 엔지니어링 컨퍼런스 행사랑
외주 때문에, 6번가 트리타워로 출근했다가 늦게 와요"
"응 알고 있을게."
"형 회사랑 가까우니까 어쩌면 지나칠 수도
있을 거예요."
"응 그러게 맞네. 오늘도 잘 다녀오자!"
재영은 먼저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고 상우의
앞머리 부분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빗질 해주듯
어루만진 후 출근했다.
상우는 속으로 '키스 안 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둘 사이의 미묘한 배려 아닌 배려가 주는
긴장감 때문에 서운한 티를 내지 않기로 했다.
상우도 뒤이어 식탁을 정돈하고 7분 후
차고지로 나서기를 생각하며 출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행사장엔 다국적기업들의 인사들과 수많은 인파들로
그룹들이 꽤 형성되어 있었다. 상우는 어서 오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길 바라며 일에 몰두했고 약 3시간 후에
있을 자율시간 및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컨퍼런스 행사는 어느 정도 막바지에 다다랐고 상우를 비롯한
팀원들은 어느새 녹초가 된 모습으로 행사장 뒷정리를 간신히
시작했다.
"추, 우리 오늘 근처에 있는 10인치 수제 버거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키엘과 보이헨이 상우에게 물었는데 상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니. 나는 외근 결정 났을 때부터 정해둔 식당이 있어."
그들은 상우의 거절 답변을 듣고 '그럴 줄 알았어' 시선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우는 오랜만의 대낮 도심에서의 여유를 만끽할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어쩌면 근처에서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 있을 재영과 만나서 식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설레기도 했다.
[형, 나는 지금 점심시간인데 형은요?
형 이쪽으로 나올래요?]
<나는 아직이야 :( 아쉽지만 식사 맛있게 하고
이따가 집에서 봐>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조금 걷다가 식당과 카페가 늘여진
길가에 발길이 닿았다. 계획대로 상우는
본인이 정해둔 식당에 도착했고 인터넷 리뷰로
보았을 때 한적하면서 안정감이 드는 테라스 쪽
자리로 앉고 싶다고 표현했다.
다행히 상우가 원하는 대로 테라스 쪽으로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커다란 식물들과 보헤미안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가진 식당이었지만 식사로 나온 메뉴는 그래도
정갈하고 맛있어 보였다. 상우는 음식을 한 입 먹고,
바깥 구경하고를 반복했다.
그때 건너편 건물 카페 테라스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이목구비는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늘 입고 나간 의상하며 시원하고 단정하지만
멋도 포기하지 않은 저 헤어스타일은 분명 재영이었다.
건물 근처에 주차된 차를 보아하니 그는 재영임에
틀림없었다.
'점심시간 아니랬는데,'
그리고 그런 재영의 옆에는 상우가 처음 보는
여자가 함께 있었다.
그녀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한눈에 봐도
훤칠한 키를 자랑했고,
‘스튜어디스 언니’
기다란 팔을 뻗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우아함이 사람으로 태어난 듯 했다.
‘무용과 언니’
그리고 그녀는 급기야 재영의 머리 위에 손을 가져가
살포시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 날, 상우의 하루는 그렇게 망가졌고
그들의 잔잔한 물가에 돌맹이는 이렇게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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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처신 잘해 ✊🏻✊🏻✊🏻
ㅈ됨 ㅈ됨 ㅠ.ㅠ
상우 어떡함 ㅠ.ㅠ
이번 편도 제발 그대들 재밌게 봐주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