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은 쓴 가루약을 감싼 케이싱이야. 시간이 지나면 물과 함께, 장기의 소화제에 분해된다.
입 속에선 물의 도움으로 살짝 써지는 것 빼고는 쓴 가루약을 우리는 느끼지 못해
그렇게 넘겨진 알약은 우리도 모른채 몸 속 장기에서 녹아내려 우리를 치유해
다양한 화학 메카니즘으로 우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를 알아가고 치유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지
작가가 말하는 블랙코미디도 그런 류였던것 같아
블랙코미디란 알약을 웃으며 자연스러운 목넘김으로 넘겨 이 적절한 씁쓸함을 느끼도록 한거야
수 많은 은유와 비유 속에서 때론 유치하고 때론 싸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의 악에 대해서 생각하고 먹이게한거야
마치 이건 이래야 하지 않냐는 우리 속 욕망을, 사회의 악에 대한 직설적인 이야기를 애써 돌리고 돌리고 돌려가면서 말야
그게 이 작품의 의의로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였을거야
그런데 우린 너무 미련하게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해서 파고들고 또 파고들고 또 파고들어
차마 다 넘기지 못하고 입에 머물고 있는거야
그 사이 캡슐은 녹아내리고 쓴 가루약이 우리의 감상에 젖어들어가지
그러면서 드러나는 진짜 이야기들, 웃음 속에 드러나는 우울과 절망과 번뇌와 고민 허망 그리고 절규
이 작품을 곱씹을 수록 입맛이 쓴 슬픈 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너무 당연한거라고 보거든
우린 바보같이 너무 좋아했고 너무 즐거워서 잊지 못하고 차마 넘기지 못하는데
이 행위 자체가 사실 이 쓰디 쓴 알약을 입에 물고 있는거랑 똑같은 거겠지 ㅠㅠ
누구나 이 극을 오락극이라 말하겠지만...실제로 인정하는 바지만
왜 이렇게 내 입엔 쓰고 내 몸을 치유하고 내 생각을 자극하는지...
이렇게 슬픈 오락극이 인생드인게 나에겐 기쁨이자 슬픔이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