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모루 "차송주가 참고인으로 연행됐다구요?
예! 제가 종로서에 연락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국장님! 그 날 차송주와 함께
도박을 하셨다는 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 알겠습니다, 국장님."

마모루 "아, 우에다입니다, 회장님!
저도 방금 소식 들었습니다. 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제가 그래도 보안과장 아니겠습니까.
그런 걱정은 당연히 안하셔도.. 여보세요?"

송주가 종로서로 불려갔단 소식에
그날 밤 송주와 마작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고위관리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송주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마작을 하고 있었다고."
강구 "그게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야."

송주 "글쎄요. 시계를 보지 않아서.
마작이라는게 그렇잖아요?
한 방에 여러 남자들 개털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고 짜릿한 긴장감도 그렇고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와 똑같은 쾌감이 들거든요."

코우지 "이강구 순사부장 지금 어디있나."
김순사 "지금 살인사건의 참고인을 취조중이십니다."

코우지 "이 새끼가 보고도 없이 단독수사를 해?"

강구 "같이 마작한 놈들 있지?"
송주 "물론이죠. 마작이나 사랑이나 혼자할 수는 없는 게임이니까."

강구 "그게 누구야?"

송주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강구 "지금 나랑 놀자는거야!?"

송주 "어쩌나. 이런 일로 이름이 오르내린걸 아시면
상당히 불쾌해하실텐데. 사람 목숨줄까지는 아니어도
밥줄 정도는 가볍게 끊어버릴 수 있는 분들이거든요, 그 분들이."
강구 "감히 나를 협박하는거야 지금?!"

송주 "경무국장님, 재무국장님, 식산은행장님..
또 누가 있었더라. 아, 동양척식주식회사.."



코우지 "이 건방진 조센진 새끼!"

수현 "장소를 옮겨서 말씀하시죠, 선배님."

코우지 "지금 같은 조센진이라고 편드는 건가 이수현?!"

수현의 이름이 들리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송주

수현 "일단 밖으로 나가서.."
코우지 "시끄러!"
강구 "먼저 취조를 마치고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취조를.."

코우지 "나중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와! 당장 나와 새끼야!"


이내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
.
.

송주 "놔!"
"아니 이 년이 주둥이 못 닥쳐!?"

송주 "이거 놓으란 말이야! 나는 죽어도 기생같은건 안 할거야! 안 해!!"

"이 년아! 니가 기생을 하든말든 그건 니 애비한테 따지란 말이야, 이 년아!"

수현 "이유는 모르겠지만 힘 없는 여자아이에게 너무 심하신 것 같습니다."
"뭐? 나 참! 이건 또 뭐야!"


수현 "들어보니 억지로 끌려온 아이같은데.."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자식이 대낮부터 기방에 들락거리면서
뭐가 어째? 얼른 안 비켜? 아니, 이 자식이!"

"왜이리 시끄러운게야! 학생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야!"


"얼른 와! 와, 이 년아! 어서 오란 말이야!"

수현의 만류는 아무런 힘이 없고 결국 기방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어린 송주


'네 이름은 이제부터 연홍이다. 차연홍. 그게 네 이름이야.'







수현 "김범모 선생님이 보내신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기방의 누군가를 만나러온 수현을 멀리서 지켜보는 송주




송주 "언젠가 꼭 고맙다는 얘길 하고 싶었어요."
수현 "그 말 하려고 날 기다린거야?"

송주 "저.. 밀서를 전달하는걸 봤어요.
그런 분이라면 절 도와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수현 "도와주다니..?"

송주 "절 이 곳에서 꺼내주실 수 없나요?
그렇게 해주실 수 없다면 절 기생으로 팔아넘긴 제 아비를 죽여주세요."

송주 "제 아비의 땅을 빼앗아 노름꾼이 되게 만든 일본 순사도 죽여주세요."

수현 "미안하지만 아직 내겐 그런 힘이 없어."

수현 "그래도 살아. 식민지 조선에서 그래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어.
모두들 그럼에도 살아가는거지. 그러니까 너도 살아.
살아가면서 니가 품은 분노를 풀 데를 찾아.
세상을 이 따위로 만든 적들을 찾아 복수해.
그게 세상과 너를 변화시키는 힘이야. 그게 유일한 복수야."

수현 "죽지마. 절대로 살아.
고통은 너를 강하게 만들 뿐이란 사실을 보여줘, 세상한테."


수현 "나는 이수현이라고 해. 너는?"
송주 "차송주."


"듣자하니 니가 화초머리도 올리지 않고 버텨온 이유가
그 경성고보 학생 때문이라는데 사실이냐?
사실이라면 이젠 마음을 접도록 해라.
그 학생 지난 달에 이미 동경으로 떠났다."


"내 그동안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만
오늘도 손님께 폐를 끼친다면 더는 가만 두지 않을게야.
오늘 네가 모셔야 될 손님은 총독부에게까지
그 세력이 뻗어 있는 세도가니라.
영광으로 알고 절대 거부하지 말아라."



송주 "차연홍입니다. 나으리를 모시게 되어.."




결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온 송주는
거친 남자의 손길을 거부해보지만



결국 기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세상을 떠나고자 마음먹는데

'죽지마. 절대로 살아.
고통은 너를 강하게 만들 뿐이란 사실을 보여줘. 세상한테.'

'세상을 이 따위로 만든 적들을 찾아 복수해.
그게 세상과 너를 변화시키는 힘이야. 그게 유일한 복수야.'




귓가에 울려퍼지는 수현의 목소리처럼 복수의 걸음을 내딛는 송주
.
.
.

수현 "당신이 죽였습니까?"
송주 "취조자가 바뀐건가요?"

수현 "질문에 대답부터 하시죠."
송주 "죄송해요. 질문이 뭐였죠?"

수현 "고리대금업자 민한식. 당신이 죽였습니까?"

송주 "꽤나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질문이군요?
아니라면 믿으시겠어요?"

수현 "얘기를 들어보고 믿을만하면 믿어보죠."

송주 "그렇다면 저도 같은 방법으로 대답해 드리죠.
아니요, 안 죽였어요."

강구 "한 번만 믿고 맡겨 주십시오!
제 육감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코우지 "또 그 놈의 육감 타령인가!?
이러니까 조센진들을 미개하다고 하는거 아니야!"

강구 "일선에서 뛰는 사람은 접니다.
이 정도의 수사 권한도 없이 무슨 수사를 어떻게 진행합니까!"
코우지 "너 계속 이따위로 건방지게 굴거야!? 순사복 벗고 싶어!?"
강구 "아, 글쎄 순사복을 벗고 안 벗고는 사건을 해결하.."
코우지 "이 새끼가..! 건방진 조센진 새끼! 일어나 새끼야!"


"저.. 저기..."

순사 무리에 조심스레 다가가는 한 남자와
밖으로 새어나오는 코우지의 폭언을 숨기려는듯
바쁘니까 나중에 오라며 돌려보내는 김순사

"그게 아니라요! 제가 살인자를 목격한 것 같거든요!"


목격자라는 소리에 반응하는 둘




송주 "당신이 목격한 살인자가 전가요?"

강구 "빨리 대답 안해, 이 새끼야!"

목격자를 무슨 용의자 취급하는 강구를 향해
겁먹은 눈빛으로 고개를 젓는 목격자


송주 "아니라네요."


송주 "취조하느라 고생들 하셨어요.
언제 명빈관에 한 번 오세요. 친절하게 모실게요. 그럼."


코우지 "이게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육감이라는건가?"

비아냥거리는 코우지의 말에 눈을 질끈 감는 강9






할 말이 많아보이는 눈빛을 하고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둘
떠나는 송주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

목격자 "살인자가 틀림없습니다.
제가 그 날 상갓집에 밤 샐 요량으로 갔다가
아무래도 혼자 계신 어머니 걱정이 되서 그냥 집으로 왔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쾅!"

코우지 "총소리를 들었나?"
강구 "모두 몇 발이었지?"

4

코우지 "용의자는! 도주하는 용의자는 봤나?
여자였나, 남자였나? 모두 몇 명이었지?"

강구 "쥐똥싸듯이 찔끔찔끔 흘리지 말고
한 번에 다 털어놓으란 말이야 새끼야!"

목격자 "남자아이였어요. 틀림없이 그 녀석이었어요.
그 녀석이 굉장히 빠른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걸 봤어요."
강구 "그 녀석이라니? 아는 놈이었어?"

목격자 "순사님도 아실걸요?"

강구 "그게 누군데?"
목격자 "인숙이."

김순사 "인숙이? 남자라며?"

목격자 "그럼.. 인철이?"



김순사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임마! 제대로 본거 맞아?!"
목격자 "집에 갈래요.. 보내주세요.."

강구 "이 새끼가! 아가리를 찢어놓기 전에 제대로 말 못해!?"

코우지 "뭐해! 당장 내보내지 않고!"

제 정신이 아닌듯 신빙성 없는 진술을 횡설수설하는 목격자 때문에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망치 "고정하세요, 나으리. 그냥 미친 개한테 물린 셈 치시고.."
강구 "입 닥쳐! 미친놈이지만 그 새끼 분명히 뭔가 봤어. 분명히 뭔가 봤다고!"

강구 "조금만 더 밟아놓으면 다 불 판인데.. 멍청한 쪽바리새끼!"
망치 "그만 잊으세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놈
팬다고 제정신이 돌아오겠습니까?"

강구 "반드시 잡는다. 내 손으로 반드시
그 살인자를 잡아내서 그 새끼 면상에다 갖다 던져놓을거라고!"
.
.
.


탁구 "오래간만입니다, 송주씨."
송주 "오랜만이에요, 배구씨."

탁구 "제 이름은 배구가 아니라 탁구입니다, 김탁구."
송주 "미안해요. 같은 구기종목이라 자꾸 혼동되네요."

탁구 "아니 저 공의 크기가 다르고 게임의 룰이 다른데.."
송주 "배구씨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스릴 있는
게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탁구 "아니 저기 배구가 아니라.."

송주 "맞아요. 배구가 아니라 나잡아봐라죠."
탁구 "네?"

송주 "나를 잡아볼테면 한 번 잡아봐라.
세상에서 가장 스릴있고 재밌는 게임이죠.
잡힐듯이 안 잡혀주면서 애간장을 태우는 재미가 아주 근사하거든요."


탁구 "아~ 나잡아봐라! 그거 정말 스릴 넘치는 게임이죠.
말나온 김에 우리도 한 판.."

송주 "다이아나! VIP룸에 누가 있지? 나 노래 한 곡 부르고 싶은데"

완 "나 참 기가 막혀서. 요조숙녀인 척은 독판 다 하면서
걸핏하면 주먹질에 발길질에 칼 하나 쥐어주면
아주 망나니처럼 멱 딴다고 덤비겠더라."
세기 "연애는 말이다, 완아.
과정이라는게 없어요. 처음과 시작만 있을 뿐이지."

완 "서론이 길다. 본론 들어가지 그만?"

세기 "시작과 첫인상이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야.
첫끗발이 개끗발인데 설마 너
이 내기가 성공할 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왕골 "무슨 소리! 절대 포기하면 안 돼, 완아!
조마자가 워낙 강적이라 십 분 안에 넘어오진 못했지만.."

왕골 "씁.. 그러고보니 벌써 열흘이 넘었나?
뭐 설마 열 달은 넘기겠어? 또 뭐 열 달을 넘기면.. 열 받겠지..?"



낄낄거리며 내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셋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 선 송주의 목소리

송주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러분."

송주 "청춘의 특권이 허락되지 않는 척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을 위해,
그럼에도 살아가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불러요."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명빈관 앞에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는 수현의 모습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상처받고 아픈 표정을 짓던 송주를 내내 걱정했을 수현,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던 수현을 그리는 송주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완 "무슨 노래를 그렇게 청승맞게 부르냐?
동냥그릇 들고 나가면 만땅 채우겠더라."

완 "무슨 일 있었냐 오늘?"
송주 "내 평생 사는 동안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개차반으로 변했드라."

완 "저런. 어쩌다 개차반이 됐는지 물어보지 그랬어?"
송주 "날 모르는 척 하던데?"

완 "최악이네. 왜?"
송주 "글쎄. 자기 과거를 아는 내가 부담스러웠나?
아니면 변해버린 내가 실망스러웠나?

완 "천하의 차송주를 누가."

송주 "천하는 무슨, 그래봤자 기생인데."

완 "선우완의 영원한 디바를 무시하는 그 개자식이 누군데!"

송주 "나한테 작업거는거야 지금?"

완 "걸면 넘어올래?"

송주 "그대는 지금 아주 중요한 내기 중일텐데. 잊었어?"

완 "잊을리가 있나."

송주 "잘 해. 나도 쌀 열 섬이나 걸었어."

완 "어디다 걸었는데?"

송주 "그대가 독립투사가 된다는 데."

완 "오 저런. 성공하면 어쩌려고?"
송주 "성공에 걸었어."

완 "뭐? 독립투사에 걸었다며? 그건 실패했을 때의 벌칙이야!"

송주 "성공을 해도 왠지 독립투사가 될 거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완 "너 자꾸 불길한 소리 할래!?"

크게 소리내어 웃는 송주
.
.
.






누군가 지나가는듯한 소리에 문 밖으로 나와 살펴보는 여경,
바닥에 떨어져있는 편지 하나를 발견하고

'선생님의 강직함과 애국심을 존경하며
항상 멀리서 지켜봐온 사람입니다.
조국해방과 민중세상 건설을 위해 선생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조만간 저희 쪽에서 사람을 한 명 보내겠습니다.
덧붙여 말씀드립니다. 선생님의 제자는
저희가 잘 보호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멀리서 밀서를 읽는 여경을 지켜보는 그림자,
그리고 은밀한 내용의 편지를 흔적이 남지 않도록 태워버리는 여경



다음날 아침 여경의 눈에 띈 낯선 이의 뒷모습

'조만한 저희 쪽에서 사람을 한 명 보내겠습니다.'


간밤에 받은 편지의 내용을 상기하며
혹시나 싶어 은밀하게 다가가는 여경

여경 "저..."




완 "아니 이런 우연이! 여기가 마자씨 서점이었어?"


여경 "여기서 뭐 하시는 거에요 지금?"
완 "아침 산책 길에 우연히 감수성을 자극하는
서점을 발견해서 개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완 "개점은 했나? 어이쿠! 했네? 시집이나 두어권 사볼까?"


또 무슨 꿍꿍이인가싶은 수상한 그의 행동이 맘에 안드는 여경

완 "너는 두려워하느냐? 사는 것을!"

완 "너는 아파하느냐? 청년인 우리들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도표인 '나이'가 하나둘 늘어가는 것을!"

여경 "저기요! 벌써 세시간째거든요!?"


완 "쉿! 아, 이 부분 너무 좋아.. 너무 설레.."

완 "영리한 새여!
아직도 양심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조그만 심장이여!
불룩 내민 그 귀여운 가슴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소리쳐라!"

여경 "아 사실거에요 안 사실거에요!"

완 "아 진짜!"

여경 "저 점심 준비하러 가야되거든요?
조금 있다 저희 어머니가 오실테니까 사실거면 어머니한테 말씀하세요!"


완 "우연도 안 통해, 시도 안 통해, 쟤 뭐야 진짜!"


수현 "또 뵙는군요?"
여경 "그 때 그 고구마..?"

수현 "점심 준비하시는 겁니까?"
여경 "아, 네. 근데 여긴 어쩐 일로.. 설마 직접 장보러 나오셨어요?"

수현 "뭐.. 안 됩니까?"
여경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좀 의외여서요."

수현 "하숙집 밥이 좀 질려서요.
점심시간 내서 어렵게 나왔는데 뭘 어떻게 해야될지 난감하네요."

여경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수현 "도와주시겠습니까?"






노트에 메모까지 하면서 여경에게 장보는 법을 배우는 수현

여경 "그런 다음 갖은 양념을 해서 무치면 돼요.
시금치를 삶을 땐 소금을 약간 넣어주면 좋아요.
색깔도 선명해지고 아삭거리는 맛이 살아나거든요."

수현 "감사합니다. 이제 굶어죽진 않겠는데요?"
여경 "에이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되죠.
솔가지나 칡뿌리로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있는데."

수현 "아이구.. 제가 실수했네요. 죄송합니다."
여경 "저한테 죄송할 건 없구요."

여경 "필기하시는거 보니까
학생 때 아주 공부를 잘했을 것 같은데요?"

수현 "역시 선생님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학생으로 보이는군요?"

여경 "어? 제가 선생님인거 어떻게 아셨어요?
말씀드린 적 없는 것 같은데."

수현 "오늘 저한테 좋은 선생님이었다는 의미였습니다.
정말 선생님이십니까?"
아차싶은 수현은 곧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고

여경 "정식은 아니고 야학을 하거든요.
근데 손님은 뭐 하시는 분이세요?"

수현 "직업.. 말입니까?"

여경 "실례가 되나요?"

수현 "실례라기보단.. 들으시면 실망하실텐데요."

여경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뭐. 일본 경찰만 아니면 되죠."

수현 "좀 더 친해지면 그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아한 여경


여경 "좀 더 친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더 친해지자는 얘긴가?"



수현의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향하는 중
집 담벼락 밖으로 호탕한 남자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시선을 돌리는데


어머니와 단 둘이 있는 완을 발견하고 분노하는 여경


완 "아니 이런! 이런 우연이 있나!?"

여경 "도대체 왜 이러세요?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왔어요?"

완 "아니 나는 한복명인에게 한복을 맞추러 왔을 뿐인데
왜 이러시냐고 물으시면 한복을 맞추러 왔다고 말할 수 밖에."

학희 "우리 애를.. 알아요?"



완 "우리 애라면.. 설마 따님? 아 진짜?
와! 난 꿈에도!! 세상에 이런 인연이!"

속이 훤히 보이는 완의 발연기에 얼탱터지는 여경

학희 "아니 두 사람이 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어머니에게 그날밤 일에 대해 말할까봐
조마조마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여경


완 "이거 참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한데..
혹시 명빈관이라고 아시는지.."


여경 "손님! 한복 완성되는대로 인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여경 "안녕히 가세요!"
다급히 완의 입을 막고 내보내려는 여경의 재빠른 몸놀림

학희 "아니 손님한테 이게 무슨 버릇이야 얘가?
아직 치수도 안재셨는데!"

여경 "저 어머니.. 그게.."

학희 "치수 다 재고 점심 먹고 가요.
제가 청년한테 밥 한 번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여경 "어머니!"

계획대로 되는 있다는듯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완

학희 "많이 먹어요. 간이 맞나 모르겠네."
완 "너무 맛있습니다."

학희 "돌아가신 어머니 솜씨만은 못하겠지만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려니 생각하고 많이 먹어요.
가끔 생각나면 들러서 먹기도 하고."

완 "고맙습니다.."

학희 "찬이 없어 흉보겠네. 우린 그냥 이렇게 먹고 살아요."

완 "너무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왠지 모르게 애정이 넘치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여경은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고



여경 "정체가 뭐에요 도대체?"
완 "이제야 나한테 관심이 생기는건가?"

여경 "솔직히 말해요. 정말 우연이에요? 그것도 두 번씩이나?"

완 "문학을 사랑하고 우리 옷을 사랑하는 것도 죄가 되는건가?"

여경 "조국에 터럭만큼의 도움도 안 되는 모던보이가
우리 옷을 좋아하고 임화 시인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완 "아주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네?
뭘 좋아하든 그건 내 자유 아닌가?"

여경 "무슨 수작이에요? 나한테 원하는게 뭐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이에요?
아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거냐구요 도대체!"

'아 진짜 말 많네. 왜는 왜야, 빌어먹을 내기 때문이지.'

완 "그렇게 짖어댔으니 목이 마르겠군.
카페에서 칼피스나 한 잔 하면서 나에 대해 천천히.."


여경 "됐다고 봅니다!"

완의 손길을 단호히 뿌리치고 돌아서는 여경

완 "아나 진짜. 나 이거 계속 해야돼?"


완 "조마자씨! 조마자양! 마자씨!"

여경 "아 그만하세요 제발!"

여경 "필성아!"
필성 "선생님.."


여경 "너 왜그래? 어디 다쳤어?"
필성 "그게 아니구요.. 내일이 엄마 생일이거든요?
근데 엄마 고무신이 없어요.. 그런데요..
백화점에서 경품 행사를 하는데요, 거기서 고무신을 주거든요?
그런데.. 애들은 안 된대요.."

자초지종을 설명하다가 서러운지 울음을 터트리는 필성

여경 "엄마한테 고무신을 선물하고 싶었구나.
염려마. 선생님이 필성이 대신 행사에 참가해서.."

필성 "여자는 안 돼요..."


그러면서 여경 뒤에 멍하니 서있는 완을 빤히 쳐다보는 필성
필성 "근데.. 남자 어른은 돼요."


여경 "남자 어른은 된다네요?"

완 "?나?"

졸지에 경품 행사에 참가하러 행사장 앞까지 오게 된 완


완 "꼬마야, 이건 형이 도와줄만한.."
필성 "나랑 약속했잖아요!"


[오케이 백화점 창립기념 권투대회]



시합 링에 심판에 글러브 끼고 연습 중인 참가자들까지
제대로 각 잡고 준비 중인 권투대회 현장


완 "꼬마야, 형이 아예 고무신 하나 사줄까? 물 건너온 걸로?"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완은 그냥 사주겠다며 회유해보지만
직접 쟁취하고 싶은 필성은 가만히 고개를 젓고

"자 참가자 없습니까? 없으면 접수 마감하겠습니다!
자, 오케이 백화점 창립기념 권투대회를..!"





여경,필성 "아니요! 여기 있어요!"


도망치려던 완을 붙잡아 억지로 들이미는 여경과 필성

상품인 고무신 앞에서 기대감에 부푸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뒤로 기삿감을 찾아헤매는 지라시 삼인방

왕골 "백화점 창립기념 행사 수준이 뭐 이렇게 조악해?
뭐 하나 볼 게 없네!"
세기 "에이 형 그냥 접고 돌아가자.
이거 뭐 유명한 기생이 싸인회라도 열면 모를까
이거 뭐 무슨 소학교 운동회도 아니고 이게 뭐야 이게!"
탁구 "아이고 오늘은 특종 하나 딱 걸려야 될낀데.."


그리고 어느새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올라선 완


왕골 "키야 어떤 자식이 저렇게 완이랑 닮았어?"
세기 "그러게. 저거 딱 선우완 판박인데?"


탁구 "그러고보면 세상에 비슷한 사람 참 많어? 쟨 딱 조마자구만."
세기 "으하하. 그러게! 저거 딱 조마자 판박이.."

"...가 아니라! 조마자다!"
※역동적인움직임주의 화질구지주의※


완 "야 얼굴 때리지마! 얼굴은 안돼! 잠깐!!!"

완 "에이씨 내가 얼굴 때리지 말랬지 이 새끼야!"




상대의 계속되는 얼굴 공격에 열받아 폭주해버린 완, 얼결에 1승+





딱 봐도 쎄보이는 덩치를 만나 도망만 다니다 어쩌다 날린 펀치 한 방에 2승+


연이은 승승장구에 풀충된 자신감으로 가볍게 3승+

그런데 왠지 모르게 여경과 신나서 응원하던
필성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데

거의 링 밖 코치가 된 냥 어느새 완에게 강력하게 화이팅을 불어넣는 여경

완 "아직 왼손은 쓰지도 않았어. 요번에 쓸라고!"













거침없이 달려드는 상대를 피할 새도 없이 그저
쭉 뻗었을 뿐인 주먹 하나로 준결까지 얼렁뚱땅 해치워버린 완




승리의 열기에 취해 얼싸안고 하이파이브에 난리난 완과 여경







그리고 하이텐션의 두 사람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는
기레ㄱ.. 아니 지라시 식구들



그들만큼이나 광기어린 음악캠프st 2007년식 장면전환..
광기인 캡쳐에요..


여경 "미안하다 필성아, 4등을 했어야 되는데
아저씨가 흥분을 하는 바람에 그만 2등을 해버렸네..?"

완 "아니 결승진출 했다고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한게 누군데!"
여경 "이왕 결승 진출한거 황소라도 타던가요 그럼!"

완 "황소만한 사내들하고 하루종일 주먹질한 사람한테 너무한거 아니야!?"

필성 "그만들 좀 싸우세요! 고무신 하나도 못탔으면서!"



기분이 안됴은 필성이는 고무신 대신 솥단지 갓챠-


머쓱

완 "왜 웃어? 기분 나쁘게."

여경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완 "병 주고 약 주십니까 지금?"

여경 "고무신 하나가 세상 전부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이에요.
그만큼 순수하고 또 그만큼 가난해요."


여경 "그런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늘 당신은 그 아이에게 세상 전부를 갖게 해주셨어요."

완 "고무신도 아니고 솥단진데.. 세상은 무슨.."

여경 "필성이 그 녀석, 분명 오늘 안에
그 솥단지 팔아 고무신으로 바꿀걸요?
워낙 말솜씨가 좋아서 십 분이면 팔아치울 수 있을거에요."

완 "하긴. 날 링 위로 끌여들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


여경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럼."


완 "어이! 말로만? 음료수 한 잔 사!
너 땜에 오늘 땀을 한 바가지 쏟았더니 갈증나 죽겠어."


여경 "저.. 저기요! 이 손 좀 놓고...!"
이때싶 여경과 가까워질 자리를 가지려는 완



완 "안 마셔?"


절대 안 마신다는듯 제 앞에 있던 잔을 멀리 옮겨놓는 여경

완 "아 왜?"

여경 "한 끼 식사를 못해 풀죽을 끓여먹는 사람이 조선 땅에 한둘이 아니고
고무신 하나가 없어 거친 흙땅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지천인데
이런 양음료 하나에 아까운 돈을 쓸 수는 없어요!"

완 "내가 사면 되잖아, 내가."

여경 "이 돈이면 고무신이 다섯 켤레.."

완 "열 켤레 사줄게 내가, 열 켤레!"

여경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여경 "나는 도무지 여기 모인 사람들의 가치관이 이해가 안가요.
당신들처럼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인텔리들이 조금만 힘 써주면 조국이.."

완 "편견의 벽이 아주 만리장성이구만."

여경 "편견이라구요?"

완 "어떻게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을 하나?"


완 "겉으로는 우리 옷을 입고 우리 것을 사랑하는 척 하면서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사람이 지천이야.
독립투사의 탈을 뒤집어 쓰고 변절하고 밀고하고
또 필요하면 애국지사인척 하는 사람이 지천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

여경 "당신의 궤변이야말로 만리장성이네요.
더 길어지기 전에 가겠어요."




완 "어이! 마자야! 조마자!"


사치코 "선우상!"


완 "아.. 오랜만입니다. 아니 근데 제가 지금 바빠서..!"
사치코 "잠깐!"

완 "저기 제가 지금.."

사치코 "선우상을 위해 총독부 보안과에 책상 하나 들여놓으라고 했어요."

총독부라는 소리에 무슨 얘긴가 싶어 돌아보는 여경


사치코 "책상 디자인은 내가 직접 했어요.
디자인 특성상 오동나무를 쓰려고 했는데
그거는 관짝 짜는데 쓰는 나무라고 하더군요.
불길해서 장미나무로 했어요. 괜찮죠?"

완 "고맙지만 사양하겠..!"
사치코 "장미나무는 사양하겠다? 역시 대단한 심미안이군요.
알았어요, 다시 오동나무로 바꾸죠."

완 "책상이 문제가 아니라.."
사치코 "총독부에 들어가 일본제국의 선진정치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죠?"


기가 차는 여경

사치코 "소원대로 천황폐하와 일본제국을 위해 온 몸 바쳐 일해봐요."
완 "그건 제 생각이 아니라 제 어머니 생각!"

사치코 "조만간 내 환영파티가 있을 거에요.
거기서 난다긴다하는 일본 관리들을
내가 전부 몽땅 싸그리 다 소개시켜드리죠."


완 "마담. 저는.."
사치코 "대신 나하고 춤 한 번 쳐줘요. 그럼."

자기 할 말만 하고 쌩하고 가버리는 쿨찐녀


완 "마담! 마담! 사치코! 아우씨 왜 남의 말을 딱딱 잘라먹고 난리야!"

여경 "편견의 벽이 만리장성이라고?"


완 "뭔가 오해를 했나본데 아까 저 여자는.."



완의 말은 전혀 들어볼 생각이 없는듯 주먹부터 나가는 여경

완 "또 맞을 것 같냐?"


오른손이 잡히자 왼손을, 왼손마저 잡히자 냅다 박치기 해버림


여경 "어머. 총독부 관리가 되실 분한테
제가 너무 버릇없이 굴었군요?
잠시나마 마음이 참 따뜻했던 분이라 오해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여경 "아울러 앞으로 다시 제 눈에 띄시면
오동나무 책상이 다시 관짝이 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오
.
.
.

영화 "보안과장 전화 받으셨죠? 왜 보자는 거에요?"
관 "또 돈 얘기겠지 뭐."


영화 "이제는 친일만이 대세인거 알죠?
만나면 덜컥 돈만 넘겨주지 말고
흑인지 백인지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주세요.
난세일수록 사람이 줄을 잘서야 살아남아요."

관 "완이 놈은 만나봤어?"

영화 "저번에 양복 한 벌 맞춰주고 왔어요.
간 김에 보안과장 사모한테 인사도 시키구.."

관 "당신!"

영화 "아껴둬서 뭐해요? 이럴 때나 쓰지."

관 "그렇다고 사내 놈을 여자 앞에 볼모로 내놔?"

영화 "이이가 근데! 볼모는 무슨, 다 저 잘 되라고!
아이고 관둬요. 아이고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나 혼자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면 뭐하냐구요 글쎄!
남자들이 협조를 해줘야 말이지."

관 "그러지말고 신경 좀 써.
정 붙일 곳이 있어야 집에 붙어 있을 거 아니야."

영화 "그게 왜 내 잘못이에요? 당신 잘못이지.
아이고 어렸을 때부터 그냥 수현이 수현이..
아니 누가 보면은 수현이가 친아들이고 완이가 머슴 아들.."


관 "당신 증말 이거 계속 할거야!?"

관 "언제 들어왔냐."

완 "내일 또 총독부 들어가세요?"
관 "아직 저녁 전이면 들어가 한 술 떠라."


완 "가시기 전에 청심환 하나 드시고 가세요. 아버지까지 잃고싶지 않으니까."

영화 "무슨 소리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갑자기 청심환은 또 뭐야?"

완 "챙겨드리세요 꼭. 젊은 나이에 든든한 돈줄 잃기 싫으시면."

영화 "으이그! 저게 말 끝마다..!"

뜬금없이 뭔 소릴 하나 싶은데
.
.
.

관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나랏일 돌보시느라고 고생이 많지요."

마모루 "아이 말씀도 마십시오.
요즘 경성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닙니다.
총독부를 상대로 도발을 해오질 않나,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를 하질 않나,
아니 정말이지 민족성이 어찌나 냄비처럼 들끊는지
이 조선인들 다루기가 아주 힘들어요."

마모루 "사장님께서는 요즘 어떠십니까.
혹시 소작인들이나 공장 노동자들이 쟁의를 일으키지는 않습니까."

관 "뭐 다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러는 것이니
되도록이면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마모루 "이렇게 물러서야. 조심하십시오.
요즘 사회주의니 계급타파니 뭐니 해서
세상을 갈아엎겠다는 불온한 움직임들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말이죠, 그런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언제든지 경찰력을 투입해드릴테니까."

관 "주시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총독부 사정은 어떻습니까."

마모루 "안 좋습니다. 특히 자금 사정이 어려워요.
뭐 가끔 나라를 걱정하는 유지 분들께서
조금씩 보태오고는 있습니다만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 "부족하나마 내가 총독부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마모루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야
저희로서는 한시름 더는거죠. 근데 얼마나.."





결국 완의 우려대로 떡하니 마주치고 만 수현과 선우관



수현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르신."
마모루 "자네도 사장님을 알고 있었나?"

수현 "부친께서 어르신 댁의 소작농이셨습니다."

마모루 "그런 인연이 있었구만.
그럼 혹시 자네를 후원하셨다면 독지가 분이.."

수현 "예. 어르신이 맞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수현 "덕분에 대일본제국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황국신민의 자질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년 만에 마주한 수현이 뱉어내는 이질적인 발언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는 관

마모루 "훌륭하십니다!
역시 인재를 발굴해내는 탁월하신 안목! 하하하."


차마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을 눈빛으로 나누는듯한 두사람

집사 "어디로 모실까요 어르신."

관 "완이놈 일하는 곳이 어딘가."

한편 권투대회 때 찍은 사진을 현상하며 세상 신난 셋

세기 "타이틀 제목은 <남자는 힘!> 이걸로 가는거야?"
탁구 "임마, 좀 더 자극적으로. <S군, 다 벗었다>"
왕골 "에이. 그건 사기다!"

탁구 "끝에 물음표 하나 딱 붙혀!"
세기 "<S군, 다 벗었다?>"
탁구 "알고보니 시합 중에 글러브 벗었다!"

왕골 "이야 물음표 하나면 다 해결되는구나!"
탁구 "그게 바로 우리 지라시의 생존 전략이지."

그렇다. 현 기레기가 탄생하기까지 태초에 월간지라시가 있었다.


세기 "와.. 완아.. 너.. 너 언제 왔어?"
완 "왜 그렇게 더듬어? 뭐 죄 졌어?"


세기 "더.. 더더.. 더듬긴 누가 더듬었다고.."
완 "아 거 참 되게 더듬..!"



완 "어쩐 일이세요 여긴?"
관 "얘기 좀 하자."

완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절더러 누굴 만나라구요?"

관 "수현이. 이수현이 그 놈."
완 "아버지!!"

관 "네가 만나서 직접 물어봐라 한 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수현이 그 놈이 그럴 놈이 아니야.
뭔가 사정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냐."

완 "사정이 있었으면요?
사정이 있었으면 그 자식이 용서가 돼요?
죽은 형이 살아돌아와요!?"

관 "그 놈이 제 입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 않니. 그저 소문이었잖니.
한 번쯤 자신에게 확인해주길 바랬을 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

완 "총독부 직원이에요, 아버지.
무슨 확인이 얼마나 더 필요해요?
그 자리를 꿰차려면 어떤 공을 얼마나 세워야 하는지
아버지 정말 몰라서 하시는 소리에요?"


완 "확인하시려면 아버지가 직접 하세요.
나는 죽어도 그 자식 용서 못 하니까."

질끈관

갑작스런 만남으로 선우관 못지않게 심난한 수현


코우지 "자네 종로서로 좀 가 봐."
수현 "사건입니까?"

코우지 "사건이 아니라 없는 사건도 만들어내는
그 잘난 조센진 새끼 좀 감시하라는 뜻이야.
출세에 눈 먼 조센진들이 사건을 조작해서 공을 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참 희한한 민족성이야."


수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군요.
그건 민족성의 차이가 아니라 인성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코우지 "조센진들은 하극상이 미덕인가?"

수현 "가보겠습니다."

코우지 "빠가야로 조센진."

시발의 민족에게 겨우 저딴 큣-트한 욕이라니
코웃음 치고 가볍게 스루하는 수현

그시각 사건 현장인 명빈관 앞을 다시 찾은 이강구

'남자아이였어요. 틀림없이 그 녀석이였어요.'

'그 녀석이 굉장히 빠른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는 거 봤어요.'

'그 녀석이라니 아는 놈이었어?'

'순사님도 아실걸요?'

증언을 토대로 사건의 그림을 그려보는데


'당신이 우리 아버지 데려다가 실컷 부려먹곤 죽게 만들었잖아!

'내 동생 북간도에 팔아 넘긴 것도 당신이잖아!'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모드로 눈빛을 번뜩이는 추리왕 구난

강구 "지금 당장 강인호 수배내리고 현상금 광고 만들어서 붙여!
총기가 사용된 걸로 봐서 절대 그 자식 혼자한 일이 아니다.
배후세력이 있는지 조사하고."
김순사 "저기 부장님.. 보안과에 보고는 올리셨는지.."

강구 "너 이새끼?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김순사 "무시하는게 아니라 나중에 추궁을 받으실까봐.."

강구 "지금부터 강인호 주변인물들을 샅샅히 조사해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놈이 있으면 싹 잡아들여 전부 고문수사한다. 알았나!?"

"나선생! 인호 녀석 무슨 일 저질렀어?"

여경 "인호가 왜요?"

"방금 전에 순사가 한 명이 왔다 갔어.
여기 관둔지 오래됐다고 하니까는 혹시라도 연락이 오면 반드시 신고하라대."

여경 "신.. 고요..?"

"살인용의자라나 뭐라나.."


긴장하는 여경




강구 "오랜만입니다. 나여경 선생."


김순사 "이야 그림 잘 그리네 이순사.
그림 전공했어? 직업을 바꿔. 그게 빠르겠는데?"



김순사 "저.. 안그래도 지금 막 보안과에 보고를 올리려고.."


수현 "이강구 순사부장 지금 어디있나."

강구 "강인호가 여기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제야."
여경 "한 달도 넘었다고 했잖아요."

강구 "그 자식 살인사건이 있던 날 밤 여기 왔었지?"
여경 "몇 번을 말해요! 한 달 전부터 야학에 나오지 않았다고."

강구 "어디로 빼돌렸어 그 자식."
여경 "그건 내가 당신한테 묻고 싶은 말이네요."

강구 "뭐야?"
여경 "그 아이에게 도둑 누명을 씌웠다면서요?
경성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죽지 않을만큼 때렸다면서요?
당신이라면 그런 누명을 쓰고 계속 이 곳에 살고 싶겠어요?
그 앨 떠나게 만든건 당신이잖아요!"


강구 "여전히 기고만장 하구만.
끌고가서 고문이라도 해야 불겠어? 어?"

수현 "그 손 놓고 얘기하지!"


수현 "감정이 섞인 수사는 위험하다고 분명히 경고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강구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역시 흥미 내지는 관심입니까?"

수현 "하극상을 보이는 부하직원에 대한 경고라고 해두지."

부하직원이라는 말에 갸웃하는 여경


수현 "나여경씨."
여경 "네."



수현 "총독부 보안과에서 나온 이수현입니다.
이번 살인사건 참고인으로 종로서까지 임의동행 부탁드립니다."

근덕 "아니 무슨 시합을 도대체 어떻게 하셨길래
이 근육이 돌덩이처럼 땅땅 뭉쳤습니까."
완 "감정 싣지마 너."

근덕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시는 도련님이
이 정도 목숨 걸 정도면 상품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뭐 집 한 채 정도 됩니까?"
완 "그 정도 하나에 목숨을 걸었겠냐 내가?"

근덕 "아니 도대체 집 한 채보다 더 한 상품이 뭡니까?"
완 "고무신.."

근덕 "도련님도 참 농담도 잘 하십니다."

감정 가득 실린 근덕의 파워마사지에 아프다고 빼액 소리지르는 완


송주 "그만 좀 해! 누가 들으면 독립투사 데려다가 고문하는 줄 알겠어!
1등도 아니고 꼴랑 2등 해놓고 엄살은."

근덕 "꼴랑 2등하셨습니까?"


완 "저 여인이 진짜!"

완 "도대체 누구냐? 니 돈 받고 내 뒷조사 하는 인간이."
송주 "착각도 지나치셔라. 그딴 일에 피같은 내 돈을 왜 써?
가만히 있어도 귀에 들어오는 정보를."

완 "근덕이 너 아니야?"
근덕 "생사람 잡지 마세요. 기껏 안마까지 해줬더니만."

완 "그럼 영랑이냐?"
영랑 "언니!"

때마침 송주를 부르며 다급하게 뛰어오는 영랑
완 "영랑이 맞구만?"

영랑 "송주언니! 소문 들었어요?
조마자 언니가 경찰서에 연행되었대요!"


송주 "또 생사람 하나 잡는군. 무슨 혐의로 잡아들인거래 또?"

영랑 "그게 뭐 중요해요?
이강구한테 잡혀들어갔다는게 중요한거지.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사람이잖아요."

송주 "가봐야 되는거 아니야?"

완 "내가 왜?"

송주 "친일파 아버지 뒀다 언제 써. 이럴 때 실력 좀 발휘해봐."


완 "아 글쎄 내가 왜."

송주 "그새 내기를 잊었어? 지금만큼 절호의 찬스가 어디있어?
한 방에 백마탄 왕자가 될 수 있는 기회잖어."

완 "됐다고 본다."


영랑 "이강구한테 끌려갔으니 팔 하나 정도는 못쓰게 되지 않을까요?"
근덕 "남은 평생을 누워서 지내야 될 지도 모르지."
송주 "안됐네. 예쁜 아가씨였는데."

모른척해보려 하지만 쉴새없이 흔들리는 눈동자

송주 "어디가?"

완 "사무실 간다 왜!"

송주 "종로서로 간다에 쌀 한 섬 걸겠어."

근덕 "쌀 한 섬 받고 한 섬 더!"

머릿 속이 복잡해보이는 완

수현 "강인호 학생이 평소에 민한식에 대한
분노나 원망을 말한 적이 있었습니까?"

여경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던 말, 취소해도 되겠습니까?"

수현 "사건이 있던 당일날 그 학생이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요?"
여경 "아니요. 누구처럼 겉과 속이 다르질 않아서
옳은 말만 하고 바른 행동만 했던 아이였습니다."

수현 "나여경씨."

강구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말로해서 들을 계집이 아닙니다."


강구 "죽지 않을 만큼 밟아놔야!"
여경을 우악스레 잡아 끄는 ㅈ구

수현 "그 손..!"






그 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박차고 취조실로 들어와
여경을 잡고있는 강구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완


완 "내 여자한테 손대지마."



'내 여자' 라는 단어에 격하게 반응하며 여경을 흘겨보는 강구와
영문을 알 수 없는 완의 행동에 깜짝 놀라는 수현과 여경

그리고 왠지 매우 화가나 보이는 얼굴의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