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현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변을 철저히 수색해!"
어느새 명빈관 안까지 들이닥친 수현과 순사들

근덕 "아이고 왜그러십니까! 아직 영업중입니다.
주무시는 손님도 계신데 이러시면 안되죠."

수현 "손님들에게는 정중히 양해를 구할테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영랑 "근덕오빠 이게 무슨 일이야!"
근덕 "낸들 아냐. 아니 그 방은 안돼요!"
난데없는 영업방해에 속이 타는 명빈관 관리인 근덕

밖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완과 여경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여경이 긴장을 늦춘 순간 완이 총을 든 여경의 손을 제지하고 돌아눕히는데

여경 "왜 이래요!"
완 "옷 벗어."

뜬금없는 완의 말에 깜짝 놀라 숨을 크게 들이쉬는 여경
완 "내 말 못알아들어? 옷 벗으라고."

김순사 "종로서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협조 부탁드립.."


완 "뭐야?"

김순사 "아..! 안녕하십니까!"

완 "아니 이게 누구야? 김순사 아니야? 뭐야 이 밤중에?"
김순사 "아 그..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완 "그런데?"

김순사 "아 저기.. 수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완 "보다시피 우리 숙녀분이 곤히 잠들어 있어서 말이야."
순사 "죄송하지만 협조를.."

안을 흘긋거리는 김순사의 앞을 막은채로 돌아가라고 연기하는 완

완 "어렵게 꼬신 여잔데 이런 망신을 시켜야겠냐 내가? 대충하고 가라 쫌."

김순사 "용의자가 아니라 살인자라니까요!"


잘 나가는 부잣집 도련님의 거부에
더이상 요구하지 못하고 문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김순사를 본
수현이 다가와 문을 두드리는데

완 "너...!"

수현 "조선총독부 보안과에서 나왔습니다.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완 "총독부.. 보안과..?"

사연이 있는듯한 두 사람
.
.
.


교복 차림의 두 남학생이 뛰어다니는 평화로운 경성의 어느날

수현 "야 선우완! 기차 놓치면 이거 완전 네 탓이다!"
완 "오늘 못가면 내일 가면 되지 뭐가 문제야 임마."
수현 "솔직히 말해 너. 하숙집 딸이랑 이상한 짓 하다 늦은거 아니야?"
완 "넌 뽀뽀가 이상한 짓이냐? 방학동안 못 볼텐데 인사는 제대로 해야지 임마."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나있는 어린 완과 수현



역으로 가던 중 들려오는 여학생의 비명소리를 따라가보는데

여학생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뭐하는 짓이냐고 묻지 않습니까!"
왜놈 "조선 여자들은 배가 고프면 아무 남자라도 좋다며?"


여학생 "뭐라구요??"
왜놈 "뭐야! 별거 없잖아. 난 또 치마 속에 대단한 걸 숨겨놓은 줄 알았지."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저급한 단어로 비아냥거리는 왜놈들


왜놈 "뭐야?"
수현 "사과하십시오."

왜놈 "농담하지마!"
수현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말빨이 딸리자 되도 않는 말로 한껏 조롱한 뒤 튀튀하려는
일본놈을 냅다 발로 까버리는 완


완 "일본에는 예의라는게 없나보지?"
왜놈 "이런 건방진 조센진 새끼들!"



심하게 줘터진 일본놈들과 미미하게 상처입은 K-고딩들

순사 "선우완, 이수현이 누구야?"

순사 "나가! 훈방이다!"

일본놈들과의 싸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처벌없이 전화 한 통에 훈방 조치되는 두 사람



재력가인 완의 아버지 선우관의 힘이었음
일단 경찰서에서 빼내긴 했지만 탐탁치 않아하는듯한 관의 표정


수현父 "죄송합니다요, 어르신! 죄송합니다요!"

관 "됐네. 불의를 보고도 모르는척 하는게 잘못이지,
여기 이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주먹 자랑하자고 벌인 싸움도 아니고
젊은 혈기에 울분을 참지 못해 벌인 일이니까
자네도 너무 혼내키진 말게.



수현父 "너 이노무 자식! 너 일로와 이노무 자식아!
공부하라고 경성에 보내놨드만 싸움판을 벌여?
어? 싸울려면 너 혼자나 싸울 것이지
도련님은 왜 끌어들여! 왜 끌어들여 이 놈아!"



수현父 "너 그러다가 도련님 이력에 빨간줄이라도 가면은
어르신을 무슨 낯짝으로 뵐겨 무슨 낯짝으로!
그 죄를 어떻게 갚을겨 어떻게!! 어떻게 갚을겨 이놈아.."


완 "그만하세요 아저씨."
수현父 "아닙니다요 도련님. 이 놈이요,
사람 취급을 해줬더만 지가 상전인줄 알아요.
이 참에 아주 혼꾸멍을 내줘야 합니다요."

수현父 "야 이 놈아, 어르신이 마음이 좋아서
너 학교 보내고 사람 취급해주시는 것이지
얼굴에 먹칠 하라고 은혜를 베푸신 거여 이 놈아??
야 이 놈아 왜 그래 이 놈아..!"
친한 친구 사이지만 처한 신분은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조선혁명선언]
완 "이거 꽤 위험한 책인데?"

수현 "주세요, 도련님.."

완 "너 우리 형한테 사회주의는 뭐고 민족주의는 또 뭐냐고 물었다며?"


완 "그래서 이 책에는 친구한테는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잘 먹고 잘 사는 놈들한테는 무조건 마음을 열지 말라고 그렇게 써있디?"

완 "민족주의니 사회주의니 그딴거 몰라도
그거 때문에 친구랑 멀어지는거 싫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통받는거 싫어."

수현 "그게 민족주의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품고 행동하는거.
그게 민족주의고 사회주의라고."

완 "그거 연애랑 꽤 비슷하네.
그럼 사랑은 혁명의 가장 위대한 각성제, 연애는 가장 위대한 혁명전술이 되는건가?"

수현 "내가 너랑 무슨 얘길 하겠냐."

완 "그런 의미로 이 엉아가 아주 위대한 혁명전설을 한 권 선물해주지!"

선우완답게 19금 잡지로 화해를 신청하는 중인데

민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아직 형님도 못 본 책을 읽어?"

완,수현 "아 형!!"
수현이도 은근 보고싶었는지 책을 압수하듯 가져가는
완의 형 민을 다급히 쫓아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과 수현, 그리고 민 세 사람의 행복해보이는 모습

관 "고보를 2년 만에 졸업하다니 참으로 대단하구나."
수현父 "이게 다 어르신 덕분입니다요."


관 "자. 양행비다. 이번에 민이랑 같이 동경으로 가거라.
가서 배우고 싶은만큼 욕심껏 배우고 오너라."

민 "이 달 말에 떠날거야.
아버지께서 이미 네 입학 수속까지 다 밟아놓으셨어."

수현 "어르신.."
수현父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하나 둘 셋"

행복하기만 했던 세 사람의 환하게 웃는 초상이 비추고

완 "아버지,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형이.. 죽어요..?"


"민이가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는거 알고 계셨죠?"


"수현이도 함께 했었다는거 알고 계셨습니까?
저희는 그러니까, 민이랑 수현이랑 저는
고보 시절에 독서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일본에서도 함께 활동했었는데.."

문 밖에 우두커니 선 채로 몰랐던 민과 수현의 이야기를 알게되는 완

관 "그 놈이냐? 우리 민이를 밀고한 놈이 이수현 그 놈이냔 말이다."

"그렇습니다.."


함께 독립운동을 하던 수현의 밀고로
형 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되고
가장 아끼던 두 사람을 한 번에 잃고 크게 상처입는 완

영화 "사람들에겐 사고사로 알려요.
독립운동 하다 객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신한테도,
장래가 창창한 완이한테도 이로울게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사고사로 해두자구요."






어디선가 완을 부르는 수현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면


.
.
.

수현 "총독부 보안과에서 살인사건 용의자를 추적중입니다.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완 "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총독부 나으리?"
수현 "혹시 수상한 자가 숨어들거나 이상한 소리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완 "글쎄요.. 지난 밤에 워낙 공사가 다망했던지라
둘 다 곯아떨어진지 좀 되거든요. 둘 다 너무 지쳐서요."


수현 "안을 좀 수색해봐도 되겠습니까."

완 "그건 안 되겠는데요? 워낙 고귀한 가문의 영애라서 말입니다.
남자랑 기생집에 들락거리는걸 들키게 할 순 없잖습니까?"

완의 말에 어깨 너머로 살짝 보이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현과 그 시선을 가로막는 완

완 "신사라면 숙녀의 명예 정도는 지켜주셔야죠.
안그렇습니까, 총독부 나으리?"


수현 "협조 감사드립니다."

완 "신수가 훤해졌다?
조선 총독부 보안과? 줄 한 번 제대로 섰군 그래?
대단한 변신이야. 아니, 대단한 변절인가?"

수현 "아버지 권세를 등에 업고 겁없이 날뛰는건 여전하구나."

완 "총독부를 등에 업은 너만 하겠어?"


수현 "그거 참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군. 오늘은 못들은 걸로 해두지."

완 "개자식.."


숨죽이며 눈치만 보던 여경은 수현이 떠나는 소리에
조용히 벗어놓은 저고리를 집으려 손을 뻗어보는데


하필 그 위에 주저앉아버린 완


수현과의 만남으로 복잡한 마음인 완은 깊은 생각에 빠지고
여경은 이도저도 못하고 그저 난감할 뿐

결국 여경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총독부 무리

근덕 "아이고 이거 수고들 하셨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시면 좋을텐데.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언제 한 번 꼭 들르십시오. 술이 제대로 익었거든요."

근덕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멀리 안나가겠습니다. 안녕히들 가세요!"

근덕 "아나 재수 옴 붙었네. 영랑아! 밖에 소금 좀 뿌려라!"

수현 "아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주변을 철저히 수색해!"

수현도 생각이 깊어보이고

망치 "오늘도 마작하다 가십니까?"
송주 "마작으로 시작해서 화투로 마무리 했어요."

망치 "많이 따셨어요?"
송주 "그냥저냥요. 달이 참 예쁘네요.."





어딘가 쓸쓸해보이는듯한 송주와
그 옆을 지나치는 총독부 나으리..











서로를 돌아보며 과거의 모습이 겹쳐보이고 아련한 눈빛을 주고받는 둘
.
.
.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고 있는 여경


여경 "저.. 저기.."
하필 완이 주저않은 자리에 여경의 옷이 깔려있어 난감한 여경은
완에게 말을 걸려보려 하지만 왠지 심각해보여 크게 소리내지 못하고

여경 "저.. 저기...!"





이마를 감싸쥐는 심난한 완과
그냥 냅다 저고리를 끌어당기다 부욱 찢어져버린 소매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여경


여경의 짧은 외마디 소리에 그제야 뒤를 돌아보는 완
혹여라도 완이 제 몸을 볼 새라 황급히 이불을 덮는 여경

여경 "뭐.. 뭐하시는 겁니까 지금?"
완 "볼 일 끝났으면 나가. 잠 좀 자게."


여경 "당장 이불 속에서 나가주십시오.
아무리 삼강오륜이 바닥에 떨어진 시대라지만 어디까지나 남녀가 유별하고.."

완 "남자 방에 튀어 들어온 건 너야.
그러니까 나가야될 사람은 너지 내가 아니라고."



완의 맞말에 대꾸하지 못하고 찢어진 저고리만 붙잡고 머리를 굴려보는데

여경 "저.. 저기..."

완 "아직 안갔냐 너? 그만큼 도와줬음 됐잖아. 내가 옷까지 입혀줘야돼?"

차갑게 내뱉고 피곤하다는듯 눈을 감아버리는 완의 얼굴에
조용히 총구멍을 가져다대는 여경

완 "뭐.. 뭐야!?"
여경 "옷 좀 벗으세요."

뜬금없는 여경의 말에 깜짝 놀라는 완

영랑 "언니! 언니 왜 이제와요. 난리 났었단 말이에요."
송주 "난리? 무슨 일로?"

난향 "순사들이 와서 살인자를 찾겠다고 손님들 방을 죄 열어보고..!"
송주 "살인자?"

월선 "네! 왜 그 사람 있잖아요. 우리 집에도 가끔 와서 애들 못살게 굴던!"
소홍 "민환식이요! 악덕고리대금업자. 그 사람이 죽었대요."
송주 "귀신은 뭐하나 했더니 얻어먹은 젯밥 값은 하고 있었네."

송주 "그래서 손님들은?"
영랑 "고관대작들 방은 근덕 오라버니가 알아서 처리했는데요,
완이 오라버니가 좀 수상하게 굴어서 조마조마했어요."

송주 "완이가 왜?"
영랑 "자기 방에 생전 여자를 안들이던 사람이
오늘은 여자를 들였더라구요. 고귀한 가문의 영예라는데.."

여경 "옷 벗으세요!"
그 때 밖으로 들려오는 여경의 목소리

완 "싫어! 안 벗어! 절대 못 벗어!"
영문을 모를 내용의 대화 소리에 의아한 송주

여경 "좋은 말로 할 때 벗으세요!"
완 "이게 미쳤나 진짜? 안 벗는다니까!"

완 "그만큼 도와줬으면 됐지 내가 옷까지 벗어줘야돼!?"
여경 "아직 혼례도 안올린 아녀자가 이 모양으로 나갈 순 없잖아요!
이왕 도와주신거 남자답게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그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간절히 부탁하는 내용과는 달리 두 손으로 총을 굳게 쥐고
완에게 정조준하고 있는 겁먹은 눈빛의 여경 ㅋㅋㅋㅋㅋㅋㅋㅋ

완 "에이 진짜!"





끝나지 않는 언쟁에 결국 옷을 벗어 여경에게 던져주는 완


여경 "뒤로 돌아주십시오."
완 "요구사항도 드럽게 많네. 안 봐! 보고싶지도 않아!"

여경 "오늘은 여러가지로 고마웠습니다."

말과는 달리 여경이 옷 입는 모습을 흘긋거리는 완


여경 "양심이라곤 한푼어치도 없는
뻔뻔하고 파렴치한 무뇌아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당신도 조선인이었군요."

완 "너 혹시 지금 그걸 감사의 말이라고 하는거냐?"

여경 "저는 오늘 조선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여경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조선 청년의 패기를 보게 하라
하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 당신은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완 "얼씨구.."

여경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서로 통성명이나 하지요."

완 "하. 거 참."

완 "나는 선우완이다. 넌?"

여경 "저는.."

완의 이름을 듣고 뭔가 생각난듯 멈칫하는 여경

여경 "설마 당신이 월간지라시의 선우완 기자..?"

완 "제대로 알고 있구만 뭘. 모르는척 내숭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지껄이는 완에게 또다시 총을 겨누는 여경ㅋㅋㅋㅋㅋㅋ

완 "아 왜 또!!!"

여경 "독립투사의 이름을 팔아 저질책자를 운반하더니
이젠 남의 불행을 기사로 써서 제 돈벌이에 이용해?!"


여경 "그 뻔뻔함에 치가 떨려 당장이라도 머리에 총구멍을 내고 싶지만!"



그 때 노크소리와 함께 문을 여는 송주
벗고있는 완, 금방이라도 쏠듯한 총을 들고 있는 여경

송주 "와우. 너무 멋진 장면인데요?"


송주의 감상평에 그제서야 제가 든 총을 깨닫고 깜짝 놀라 내려놓음
.
.
.


송주 "도피를 하려면 변장을 해야죠. 변장을."
여경 "저기.."

송주 "간만에 흥분되네요.
존 크래프트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아요?
무전취식하던 손님이 돈 대신 놔두고 간 옷인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네요.
다 됐다. 오케이 퍼펙트! 아, 와이셔츠는.."

송주 "음. 그거면 되겠네요."

여경 "저기.. 저는 이 저고리만 꿰매주시면.."

송주 "뭔 소리에요! 아가씨가 입고있는 옷을 봐요.
그 옷 입고 나갔다간 제대로 의심받지 않겠어요?"


송주 "근데 정말 아가씨가 죽였어요?"
여경 "아.. 아닙니다. 그것만은 믿어주세요."

송주 "아니구나.. 그럼 그 총은 어디서 났어요?"

여경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그 총은 절대 무고한 자를 해치거나 악한 일에 쓰인 물건이 아닙니다.
그건 제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
저기요.. 오늘 일.."

송주 "내가 기생이라는거 알고 있죠?"


송주 "우린 애국지사에서부터 총독부 고위 관리까지 여러 손님들을 모셔요.
입이 근질거릴 때마다 함부로 놀렸다면
나는 벌써 총 맞아 죽었거나 소리소문없이 암매장 당했을걸요?
걱정말아요, 말 안해요. 나도 아가씨처럼 조선 사람이니까."

완 "이게 다야?"
근덕 "도련님, 제가 이 옷걸이는 거시기 하지만요,
이거 셔츠 하나는 명품 아니면 안입는다니깐요?"

완 "에이씨 촌빨 날리는거 봐라 진짜!"


완 "아주 신이 나셨구만 신이?"

송주가 만들어준 변장룩을 입고 어색하게 걸어나오는 여경

송주 "이 아가씨 좀 집까지 에스코트 해줘."
완 "내가 왜?"

송주 "당신만한 방패막이가 어디있어. 친일파 아버지 덕 좀 보자구."
완 "아 글쎄 언제 내 머리에 총구멍 낼 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내가 왜?"

송주 "걱정마. 안죽이셨대. 살인자는 따로 있어."
완 "어쨋든 난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가 않아."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안으로 들어가려는 완을 세우게 하는 송주의 말
송주 "아가씨, 총 좀 줘봐요."

여경 "?네?"

송주 "확 쏴버리게."

완 "이봐. 나한테 너무 하는거 아니야?"

여경 "됐어요! 나 혼자 가겠어요."

완 "거봐. 혼자 가겠다잖아. 가다가 잡히든말든 내가 무슨 상관.."

송주 "아, 총 좀 줘봐요! 확 쏴버리게."

단호한 송주의 반응에 여경을 데려다줄 수 밖에 없음을
몸으로 느끼고 짜증이 차오르는 완

완 "집이 어디냐?"
여경 "됐으니까 그만 가세요."
완 "정말 니가 안죽였냐?"
여경 "전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완 "그거야말로 거짓말이네.
경찰서에서 내 가방을 네 가방이라고 우겼었잖아."
여경 "그건...! 조국을 위한 일이었으니까요."

완 "독립투사냐 너?"

완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여경

완 "거짓말을 하느니 차라리 대답을 안하시겠다?
그거야말로 일종의 대답인데."

여경 "아직은 아니지만 그 분들한테 힘이 된다면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어요."

완 "햇병아리 독립투사군, 그러니까."


여경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완 "왜? 또 총 꺼내게?"
여경 "여기서부턴 혼자 가도 되니까 이제 그만 가세요."

완 "집에 권총말고 또 이상한거 숨겨놨구만?"

정곡을 찌르는 완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이 커지는 투명한 여경이

완 "거짓말 진짜 못하네. 그래가지고 독립투사 될 수 있겠어?"


여경 "오늘 고마웠습니다."


완 "개나 소나 다 독립투사군.."


여경 "인호야..! 인호야..!"



'선생님, 당분간 지방에 있는 먼 친척 집에 가있을까 해요.
저 때문에 선생님까지 피해를 입게할 순 없어요.
제 걱정은 마세요. 당분간 숨어지내다가
동생을 찾으러 북간도로 갈 생각이에요.
다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꼭 돌아올게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어디서든 배움은 포기하지 않을게요.'



집으로 돌아간 여경은 마당 한 쪽 깊숙이 인호의 총을 묻는다

완 "야밤에 어디 갔다 오냐?"
송주 "잠이 안와서 산책 좀 하고 왔어. 그대는?"

완 "그 소동극을 겪었는데 잠이 오겠냐 너 같으면?"
송주 "표정 한 번 복잡하네. 머릿 속이 복잡하다는 뜻?"

완 "너 기생 관두고 작두 타라."

송주 "왜. 또 여자한테 맞았어?"

완 "아이.. 좀...!"

송주 "나도 오늘 머릿 속이 터진 만두 속인데
오픈마인드나 해볼까 우리?"

완 "내 평생 사는 동안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놈을 만났거든 오늘."

송주 "난 오늘 내 평생 사는동안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완 "차송주한테 그런 사람이 다 있었어?"


송주 "그대는?"

완 "친구..."

완 "...였었지."


송주 "술이나 한 잔 할까?"
완 "그럴까? 너와 나의 그 놈을 추억하고 욕해주면서?"

송주 "청구서는 지라시 사무실로 보내면 되지?"


송주의 농담에 조용히 웃는 두 사람




수현 역시 복잡한 표정으로 지난날 완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꺼내보고
.
.
.


한편 명빈관을 찾은 영화

영랑 "오라버니! 완이 오라버니!
오라버니 잠깐 좀 나와보세요. 오라버니 빨리요!"

완 "잠 좀 자자, 잠 좀! 누가 왔길래 자꾸..!"



떨떠름

영화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야? 내가 걱정이 되서 잠이 안와 잠이."
완 "지금 제 걱정 해주시는 거에요? 감사해라.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네요."

영화 "그렇게 빈정대면 재밌어?"
완 "재미로 하나요 뭐.
돌아가신 어머니가 불쌍해서 뒤늦은 후회 좀 하는거죠."

영화 "이해가 안가 정말.
집안, 재력, 인물 다 받쳐주는데 뭐가 아쉬워서 삼류잡지 기자에 기생집이야?
여자가 필요하면 좀 그럴듯한데서 제대로 된 물건을 물던가."

완 "안타까움 말고 한 수 가르쳐 주세요 그럼.
나도 어머니처럼 월척 한 번 낚아보게."
영화 "무슨 뜻이야 그거?"
완 "우리 아버지 정도면 대어급이잖아요. 설마 성에 안 차세요?"

영화 "너랑은 참 안 맞는다 진짜."

완 "아 어디 가는거냐구요 글쎄!"

영화가 완을 데리고 온 곳은 어느 의상실

영화 "어머 이게 누구세요? 보안과장님 사모님 아니세요?"

사치코 "아. 에이카상. 옆에 신사 분은 누구?"

영화 "제 아들이요, 사모님. 양복 하나 해입히려구요."

사치고 "꽤 미남이군요. 뭘 하시는 분일까?"

대답하려는 완의 팔을 잡아당기며 제지하는 영화

영화 "고등문관시험 준비 중이에요.
총독부에 들어가 일본제국의 선진정치를 배워보고 싶다네요."

사치코 "브라보. 아주 훌륭한 황국신민의 자세군요.
아드님 같은 분이 많아져야 내선일체가 앞당겨질텐데."

직원 "준비됐습니다, 사모님."

사치코 "가만. 이거 그 때 그 옷이 아닌데?"
직원 "비슷한 거에요 사모님."

사치코 "누가 비슷한거 달랬어? 전에 그거 가져와!"
직원 "아유.. 그거 벌써 나갔죠.
그런 고급 하꾸라이는 진열할 새도 없이 금방 나가요."

사치코 "누가 채갔어!?"
직원 "경무국장 사모님이요.."

사치코 "그 뚱땡이한테 그 옷이 가당키나 하겠어?
당장 도로 가져와! 임자 따로 있다고!"
직원 "사모님 그러지 마시고.."



보안과장 사모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고 만든 자리에
완이 혹여 실수라도할까 불안한 표정의 영화

완 "실례가 안 된다면 남자 입장에서 제가 조언을 해드려도 될까요?"

사치코 "남자 입장이라. 그거 좋군요."

완 "화려하기만한 드레스는 오히려 마담의 품격을 떨어뜨립니다.
심플하고 엘레강트한 스타일이 마담의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할 겁니다."
사치코 "정확한 지적이군요."



완 "사막의 오아시스. 모래 속의 장미. 진흙 속의 진주.
베일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유혹이죠."

완 "으음, 굿초이스!
그 어떤 파격도 모두 소화해내는 마담껜 찬사가 절로 나오는군요."

사치코 "청년의 눈썰미도 보통이 아니군요."

경성최고의 플레이보이답게 까탈스러운 사치코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현장을 직관하며 왠지 뿌듯해하고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내심 좋아하는 영화


사치코 "오늘 고마웠어요, 미스터 선우.."
완 "완입니다. 완전할 완 자를 씁니다."

사치코 "기억해 두겠어요. 총독부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군요."

영화 "보통이 아닌데?"
완 "만족스러우세요 이제?"

영화 "수고했어. 가자, 내가 스테이크 사줄게."
완 "그거 먹고 또 얼마나 뱉어내라구요.
꿈 깨세요, 전 죽어도 총독부 직원은 안해요."

찌릿
.
.
.

수현 "일주일 전, 종로서로 보내진 살인예고장과
현장에서 발견된 경고장의 필적을 조사해본 결과,
두가지 필적은 동일한 것임이 판명되었습니다.
계획살인이 분명하다는 증거입니다."

수현 "여기 보시는 이것이 사체에 남은 탄흔입니다.
기존의 독립운동 조직에서 사용하던 사제 총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현 "단 한 발로 심장을 관통한 점,
일말의 단서도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
그 외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개인의 범행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비밀결사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모루 "신생조직.. 그래서 앞으로의 수사 방향은?"
수현 "현재 전문가에게 감식을 의뢰해 놓았고
결과가 나오는대로 총기 반입 루트를 추적 수사할 예정입니다.
유사 조직의 움직임도 파악하고 있구요."

코우지 "하지만 청부살인의 경우를 고려할 때
원한살인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마모루 "청부살인..."
코우지 "살해된 민환식은 악덕고리대금업자로
평소 주변에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분명 살의를 품은 자가 있었을 것입니다."

마모루 "일리 있는 얘기야. 수사 방향은?"
코우지 "일단 원한 관계를 위주로 주변 인물을 탐문 수사하고
범인의 도주 경로와 목격자를 확보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황입니다."



마모루 "뭐야!? 사치코..! 그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각자 수사 방향대로 수사하도록."

순사가 전하는 말에 깜짝 놀라 소리지르더니
황급히 회의를 마무리하고 나가는 보안과장

마모루 "사치코..! 사치코 여긴 웬 일이에요..?
그리고 이 옷은 또 뭐... "

사치코 "마음에 드는 청년이 있어요.
보안과에 자리 하나 비워놔요. 이 자리가 좋겠네."

마모루 "여보! 여긴 내 자리야!
그리고 총독부 관리 임용은 시험을 거쳐야..!"
사치코 "무능한 남자! 아버지께 전활 걸겠어요.
총독 각하께 말씀드려 달래서.."

마모루 "여보..! 알았어.. 생각해볼게. 생각해볼테니까 일단 집에.."

사치코 "환영파티를 열어줘요! 심심해!
경성에 온 지 한 달이 되도록 쌈빡한 일이 하나도 없어!"

마모루 "여보.. 지금 살인사건 때문에 비상이라고, 비상!
환영파티를 열 때가 아니라구!"

사치코 "살인사건? 그거 재밌겠네요. 내가 해결해 보겠어요."
마모루 "당신이 뭘 어떻게 해결.."

사치코 "소심한 남자! 탐정 소설을 읽어보면 다 나와요.
간단해요. 언제나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는 법."

사치코 "따라서 범인은 총독부 안에 있어!"

혼자 신나서 큰 소리로 웃으며 나가는 사치코와
철없는 아내 때문에 환장스러운 왜남편..





용의자 리스트를 살펴보던 수현은
지난 밤 완의 방에 있던 여인의 뒷모습과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저고리를 떠올리며 의심스러운 표정
.
.
.


'벗어. 옷 벗으라구.'



'잘 잤어? 나의 귀여운 뻐꾸기'



'안 돼!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라구!'

는 꿈

학희 "여경아,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
여경 "아니에요. 안좋은 꿈을 꿔서.."

학희 "원 애도. 아니 다 큰 처녀가 무슨 꿈을 그렇게 험하게 꿔?"
여경 "그러게요.."



인호의 총을 몰래 묻어놓았던 자리에
갑자기 생긴 장독대를 바라보며 긴장하는 여경

학희 "새 흙이 생길 때까지 당분간 저기를 장독대로 쓰자.
갑자기 붉은 새 흙이 드러나 있으면 이상하잖니."

여경 "알고.. 계셨어요?"

학희 "너 잠들어있는 동안 그 녀석 편지 읽었다.
뭐 똑똑한 녀석이니 알아서 처신 잘 할거야. 그러니 너도 너무 걱정하지마라."


여경 "죄송해요. 걱정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어요."

학희 "이거는 돌려주고 와야지. 꽤 비싼 옷 같아 보이는데.
누군진 모르지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꼭 하구."

여경 "네.."



완의 차에 무언가를 붙히려고 하는 지라시 동료들

완 "누구 맘대로 이런걸 붙혀? 이 차가 내 차지, 회사 차야!?"

탁구 "금방 회사 차가 될텐데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완 "누구 마음대로!"

세기 "글쎄? 조마자씨의 마음에 따라
이 차의 운명이 결정될 테니까 뭐 굳이 따지자면 조마자씨 마음대로..?"

완 "조마자? 조마자가 누군데?"

왕골 "이야 이 자식 봐라 이거.
정말 필름 끊겼었나 본데? 너 어제 일 생각 안나냐?"

완 "아 어제 일 뭐!"

떠올려보는 어제의 기억

'해화당 서점의 조마자. 오케이, 콜! 차 한 대 걸지!'

'만약에 실패하면 조선의 해방을 위해 이 한 몸 바치는 독립투사가 되.줄.게.'

어제의 나를 원망해본다

세기 "난 뭐 그래요. 마음은 아프지만
친구가 독립투사가 되겠다는데 뭐 어떡하겠어.
저 놈이 또 한다면 하거든."

탁구 "내 마음도 참 착잡하다.
나도 결국은 식민지 조선의 아들 아니냐."
왕골 "뭐 어떡하겠어. 보내주자.
대신 이 차를 몰 때마다 우리 완이를 생각하자 형!"

완 "이 사람들이 진짜! 실패한다고 누가 그래?
걔 이름이 뭐라고? 해화당 서점의 조마자?"


세기 "설마.. 하게? 에이 그냥 조국을 위해 싸우지?"
탁구 "그래, 완아. 그냥 편하게 살다 가. 인생 뭐 있냐?"

왕골 "그래. 차 없다고 두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겠냐?"

완 "시끄러! 선우완 연애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어!"

비장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하는 완

탁구 "있어 완아. 사전 잘 찾아봐. ㅂ으로 시작해."
왕골 "사전은 해화당 서점에 팔거야ㅋㅋㅋㅋㅋ"

벌써부터 내기에 이긴양 신난 지라시팸
.
.
.



완 "설마... 아니겠지...? 어머니 같은 분인데..."


학희 "어서오세요."
완 "저 혹시 해화당 서점의 안주인...?"
학희 "네, 제가 해화당 서점의 안주인인데요."
완 "아.. 예... 아하하"


완 "이노무 자식들을 그냥!"
단단히 착각하는 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랑 "어머! 또 오셨네요!"


여경 "잘 지냈어요?"

"오늘은 조마자가 아니네?"



본인 앞에서 무례하게 속닥거리는 동료의 팔을 잡아끄는 영랑
"이제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 안 입어요?"

여경 "실은 그 옷을 찾으러..! 차송주씨.. 안에 계신가요?"


송주 "어머, 세상에. 세탁에 다림질까지. 요즘 보기 드문 요조숙녀구나 여경씨."

여경 "저기 그 때 두고 간 제 옷은..."
송주 "다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진 옷은 찾아 뭐하게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훨씬 좋은데요?"

송주 "어머, 이 와이셔츠는 제 것이 아니네요?"
여경 "아.. 제 대신 그 분께 좀 전해주시면..."

송주 "기생이 함부로 사내의 집에 찾아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여경 "글쎄요.."

송주 "칼부림 나요."

여경 "아 저.. 그럼... 잡지사로 찾아가서 전해주시면..."

송주 "기생이 남자의 직장을 함부로 들락거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여경 "카.. 카... 칼부림..."

송주 "으음, 아니요. 직장에서 짤리고
부인한테 쫓겨나고 자식한테 버림받고 거렁뱅이가 되어
시궁창을 떠돌다가 결국 들쥐의 밥이 되고 말아요."

대충격 받은 순수한 여경

송주 "빌린 당사자가 직접 가져다 주는게 예의가 아닐까요?"

여경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여러가지로 폐가 많았습니다."




영랑 "언니! 아까 그 옷, 완이 오라버니 옷 맞죠?
완이 오라버니 방에 놔두면 될걸 왜 다시 돌려보냈어요?"

송주 "쉿. 이번 내기에 쌀 열 섬이나 걸었단 말이야."
영랑 "내기요? 무슨 내기요?"

송주 "그런게 있어. 내기 하나로 돈도 벌고 재미도 보고.
이런걸 일석이조라고 하지?"

세기 "조마자에게 만 원 걸지!"
왕골 "경성 황태자에게 만 원 걸겠어!"

세기 "키야 조마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만.
쉽게 꺾일 촌빨이 아니야!"
왕골 "선우완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만.
미두와 황금광산 개발에 피박 쓴 경성 사람들이
모두 완이에게 돈을 걸고 있어.
이 투자자들의 눈은 정확한 법이거든."
세기 "이야 역시 미두로 졸부가 된 집안의 장남다워."
왕골 "시끄러! 넌 옷이나 벗을 준비를 해두는게 좋을걸?"

세기 "형! 형은 어따 걸거야?"

탁구 "어? 나야 뭐 어느 쪽도 상관없지.
완이가 성공하면 누드화보집이 생기고
완이가 실패해도 특종 기획 기사가 생기고.
뭐가 되도 특종은 따놓은 당상 아니냐?"

왕골 "특종 기획 기사라니?"

탁구 "짜잔! 경성 최고의 스캔들! N양 모던걸 만들기!
어떠냐, 이 특종의 냄새가 부왁 풍기지 않냐? 으하하!"


여경 "저..."

그 때 지라시 사무실을 찾아온 여경과
난데없는 N양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지라시팸

탁구 "어떻게.. 오셨는지..."
여경 "저.. 선우완 기자님께 전해드릴게 있어서."

여경에게서 전해받은 종이가방을 열고는
완의 와이셔츠가 나오자 기겁하는데

여경 "저 그럼.."

왕골 "일단 이거 받으시구요."
세기 "잠깐만 사무실 좀 봐주세요!!"

물건을 전하고 나가려는 여경을 붙잡더니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버리는 세 사람

왕골 "봤냐? 수줍은듯한 표정? 다소곳한 말투!"
세기 "벌써 모던걸로 한 발자국 들어선 듯한 저 자태!"
왕골 "게다가 벌써 옷까지 벗어놓고 오는 사이?"
탁구 "이거 벌써 성공한거야 그럼? 언제 작업 들어간거야 이 자식!"

세기 "사람 아니야, 선우완. 와 이 무서운 새끼..."

그 시각 선우완은 해화당 서점의 조마자씨 어머니에게 올인중
학희 "참 재밌는 청년이네. 어쩜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해요?"
완 "조여사님이 워낙 재밌게 들어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흥이 나네요."

학희 "어머나, 시간이 벌써 저렇게..
얘기 나누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아직 책 못 고르셨죠?"

완 "아닙니다. 책은 필요 없습니다."

학희 "책을 사러 오신게 아닌가요?"

완 "실은 요 앞을 지나던 길에 수를 놓고 계신
조여사님의 자태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학희 "네?"

완 "십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이 나서...
제 어머니도 조여사님처럼 참 곱고 단아한 분이셨거든요."
학희 "저런..."

완 "조여사님. 조여사님을 어머니처럼 여기고
가끔씩 들러도 될까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할 사람이 이제 없어서요.."
학희 "아이 그럼요. 언제든지 놀러와요."
완 "고맙습니다, 조여사님."

학희 "근데.. 왜 아까부터 조여사님이라고... 난 최가인데..."
최씨한테 자꾸 조여사님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 "....? 그럼.. 최마자님...?"
학희 "네...?"

완 "아..아닙니다!"
조마자가 다른 사람인 것, 조마자가 사람이름이 아닌 것,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전혀 모르고 있는 완의 뻘짓

왕골 "완아!"
완 "아, 뭐야 너무 쉽잖아.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모르나?"

왕골 "완아, 오늘부터 너를 존경해도 될까?"
완 "생각해볼게."

왕골 "얼른 들어가봐. 조마자 씨가 와 계셔."

완 "뭐? 나 참,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완 "야! 근데 조마자가 아니라 최마자드라.
짜식들이! 그딴거 하나 딱딱 체크 못하고
하마터면 작업 중에 큰 실수할 뻔 했잖아!"

어우 쟤 뭐래

세기 "근데 최마자가 또 누구야?"







그를 기다리고 있는 찐 조마자의 정체를 알고
입틀막하며 조용히 도망치는 완은
드디어 조마자가 여경임을 깨닫게 되고

완 "이것들이 진짜 상대를 골라도 어디서!
안 해! 못 해! 절대 싫어!"
세기 "상대를 착각하고 말았으니 내기는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인건가?"

탁구 "아니 그러지 말고 천천히 사겨보지 그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로 통성명부터 하면서!"
완 "내 앞에서 통성명의 통 자도 꺼내지마!"

완 "내가 쟤랑 통성명 한 번 하는데 목숨을 몇 번 걸었는 줄 알어?


처음엔 이름조차 말할 수 없었고,



두번짼 겨우 성은 말할 수 있었는데,


내가 이름을 다 말했을 땐 하마터면 내 머리에 총구멍...!



어쨌든 이 내기 무효야."


세기 "못하겠어?"
완 "못하겠어. 아니, 안하겠어."


세기 "진정?"
완 "진정!"



응 그럼 니차 우리꺼~

여경 "어제 일은 고마웠.. 어제 일은 잊어주.. 옷 놔두고 갑니다."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더니 심플하게 쓰고 가려는 찰나
어느새 문 앞을 막고 서있는 완


완 "오랜만이다? 아, 오랜만이 아니구나 참!
우리 어젯 밤에 명빈관에서.."

여경 "어! 저기!"
명빈관 얘기가 나오자마자 허공을 가르키며
완의 시선을 빼앗더니 쏜살같이 도망가버리는 여경


완 "꼴에 별 걸 다 하네 진짜."


완 "조마자씨? 조마자씨!"

완 "조.마.자.씨!"


여경 뒤를 졸졸 쫓아오며 조마자라고 부르는 완과
모르는척 해보려 하지만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지는 여경

완 "조마자씨, 이왕 나온거 같이 커피 한 잔 하지."

여경 "저를 조마자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상당히 불쾌하니까."


완 "아니 그럼 조마자를 조마자라고 부르지,
마고자 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뭘 원해 도대체?
마자씨? 마자양? 그것도 아님 마자조?? "




조마자가 이름인줄 아는 완은 계속해서 여경을 조마자라 부르고
여경은 본인을 놀리는 것 같아 화가나 완의 다리를 힘껏 차버림

완 "저게 걸핏 하면 폭력이야!"





여경의 서점 근처에서 여경을 관찰하며 미소 짓고 있는 수현

그 앞에 나타나는 이강구

수현 "이런데서 만나다니 재밌군."
강구 "바쁘실 텐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수현 "수사의 일환이라고 해두지."

강구 "수사라뇨? 여기서 뭘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한단 말입니까?"

수현 "그러는 자네는 여기 어쩐 일인가?"

강구 "보시다시피 요주의 인물을 감시 중입니다."

수현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수사는 상당히 위험할텐데."
강구 "개인감정이라뇨?"

수현 "나여경과 자네, 두 사람이 동향 출신이더군."
강구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수현 "십 년 전, 자네 고향에서 대규모 폭동이 한 번 있었더군.
뭐 밀고자의 고발로 실패로 끝났지만 말이야.
모의했던 청년들은 투옥되고 배후자였던 나여경의 부친은 만주로 넘어갔지.


수현 "근데 말이야, 끝내 그 밀고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어.
흥미롭지 않나? 그 밀고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 밀고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야망? 돈? 아니면 보상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복수?"

강구 "나으리야말로 나여경이를 단독 주시하는 이유가 뭡니까.
아무 이유없이."


수현 "그저 흥미 내지는 관심이라고 해두지. 많이 먹게."


부들부들 가만안도 이수현

강구 "건방진 새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머리에
그깟 먹물 좀 적셨다고 날 무시해?
이런 식으로 나를 수사에서 제외시키겠다 이거지?"

망치 "무시하세요. 솔직히 그 인간들
머리에 먹물 든거 말고 나리보다 나을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무시하시고 단독으로 수사 진행하십시오."

강구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망치 "저 그 새끼 한 번 봤는데 생긴 것도 영 재수없더라구요."

강구 "니가 그 자식을 어떻게 봤어?"

망치 "사건 날 밤 제가 차송주를 태우고
명빈관까지 인력거를 끌었잖아요.
그 때 마침 그 자식이 명빈관에서 막 수색을 끝내고 나오더라구요."

강구 "차송주가 그 시각에 명빈관을 비웠어?"
망치 "예. 마작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던가.."

강구 "도망친 용의자는 명빈관으로 뛰어들고,
차송주는 그 시각에 자리에 없었다?"

강구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새끼야!"
말해줘도 지롤인 좆9...




고관대작을 배웅하고 들어가려는 송주 앞에 나타난 강구리

송주 "오랜만이에요, 순사부장님. 자주 좀 들리시지않구.."

강구 "차송주. 참고인 자격으로 잠깐 서까지 동행 좀 해줘야겠는데?"

송주 "어머. 그것 참 재미있겠네요. 그런데 어쩌죠?
보시다시피 지금은 한창 바쁠 때라."

강구 "임의동행을 거부하겠다는건가?"

송주 "설마 그럴리가요. 내일 제가 직접 종로서로 출타하지요."

송주 "염려마세요, 도망가지 않을테니까.
뭐 또 도망간다해도 못 잡아낼 부장님도 아니잖아요?"


고고하고 우아하게 멕이고 돌아서는 송주의 굳은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