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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풀대출로 집샀지만 그냥 행복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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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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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단독주택에서 살아온 엄마는 가끔씩 집은 작아도 깨끗한 집에 살고 싶다고 버릇처럼 말했다. 

 

엄마가 주름하나 없던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단독주택은 세월이 흘러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고, 거실엔 식탁 놓을 자리가 없어 밥을 먹을 때마다 상을 펴고 접어야했다. 엄마의 집은, 나의 어린 시절의 집은 그런 집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남자 아이들이 우리 집 담벼락에 '거지 집', '똥물', '무너진다.' 같은 낙서를 해놓아 엄마는 아무도 안보는 새벽에 그 담벼락을 청소하러 나가기도 했다. 가난이 주는 모욕이 뭔지 잘 몰랐던 때라 슬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사 가고 싶어? 엄마는 아니, 여기 평생 살았는데 뭐. 다시 물었다. 엄마 아파트 살아보고 싶지 않아? 엄마는 한번 그냥 웃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살고 싶지만 살 수 없었기에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억을 모았다.

모으자마자 대출을 풀로 땡겨 집을 샀다. 뉴스에서 집값으로 매일 헤드라인을 뽑아낼 때였다.

 

아파트를 보러다니는데, 그 어떤 집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좋았다. 어디든 좋을 것 같았다. 엄마는 보러갔던 수많은 집 중 제일 싼 집을 골랐다. 내가 산 집은 엄마가 제일 오래 머물렀던 집이었다. 엄마방이 될, 안방에 있던 붙박이 장을 주름진 손으로 몇 번을 쓰다듬었던, 그 집. 이런 거 있으면 장롱도 없어두 되고, 너무 좋겠다, 그치. 소녀처럼 웃으며 설레했던 그 집이었다. 

 

도배, 장판, 주방 인테리어까지 셀프로 마치고(돈 주고 하려니 너무 비싸서 골병들어가며 셀프로 함 ㅋㅋ ㅠ) 이사를 하는 날, 엄마는 집에 처음 들어오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거 그때 봤던 그집 맞아? 너무 예뻐졌다. 그때도 예뻤는데. 

 

엄마는 이삿짐센터 분들께 음료수도 드리고, 간식도 드리며 바쁘게 움직였다. 옮길 짐도 없어서 오전 중에 이사가 다 끝나고, 짐 정리를 다 하고 나니 오후 8시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엄마는 내 덕에 이런 집에도 살아본다고 계속 말했다. 집이 너무 좋다고 했다. 하얗고 예쁘다고 했다. 얼마나 고생했냐며, 종알종알 쉴 틈 없이 떠들었다.

 

대충 저녁을 먹고 남은 건 내일 정리하기로 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웠다. 어둡고 이상한 모양의 벽지가 아닌, 새하얀 천장에 LED조명이 보였다. 그게 웃겨서 사진을 찍고 타지에 있는 언니한테 카톡을 보냈다. 언니 내 잠뷰 바뀐 것 좀 봐 ㅋㅋ 나와 함께 그 천장 벽지를 보며 살아온 언니도 뭐가 웃긴지 웃는 이모티콘을 잔뜩 보냈다.

 

밤 11시에 엄마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차박차박. 맨발이 마룻바닥에 닿아 나는 발소리도 났다. 물을 마시러 가는 걸까. 생각할 때쯤 똑똑, 소리가 났다.

엄마는 내 방 문을 열고 자냐고 물었다. 자지 않는다고 했다.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앉은 엄마는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이런 집에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방에 누워 새로 도배 된 깨끗한 천장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나는 언니랑 너무 웃기다고 카톡했는데. 엄마는 아이처럼 울었다. 

 

내가 산 집은 16년 된 구축 아파트였다. 방 3개, 화장실 2개. 32평. 너무나도 평범한, 누군가는 팔고 가는. 

 

엄마가 나가고 나서 누워 생각했다.

이 집에서는 엄마가 나에게 오기까지 발자국 소리가 나는구나. 방 한칸에 누워있을 땐 엄마의 맨발소리가 저런줄도 몰랐다. 저렇게 종종걸음으로, 귀여운 소리를 낼 줄은. 

 

 

집을 산지 3년이 지났다.

엄마는 엘레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너무 신난다고 했다. 다같이 모여 사는 것도 너무 좋고,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게 왜 이렇게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제 엄마는 마트에서 상추를 너무 많이 샀다며 앞집에 나눠줬다. 전엔 뭔가 많이 사서 남은 적이 없는 사람인데, 요즘은 자주 그런다. 앞집에서 처음으로 우리에게 오이를 가져다줬을 때 엄마가 느꼈을 행복이 가져다 준 변화인 걸 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평범했을,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가난할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해서 쓰는 후기 ㅋㅋ

이사한 날 이사후기 쓰려고 했는데 다 까먹고 이제야 씀 ㅋㅋ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우리 모녀 이야기 끝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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