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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소비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법을 오래 찾아다니고 발견한 내 나름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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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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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긴 시간 동안 소비를 통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다닌 뒤로 발견한 내 나름의 방법 몇가지를 얘기해보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첫 시기이자 동기는 코로나야 

그 이전까지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이 나오면 새옷, 새가방을 사서 그걸 들고 회사 출근하는 재미로 다니던 사람이었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그걸 쓰고 몸에 지니고 다니는게 너무 재밌었거든 원하는걸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큰 시기였지 그 당시에는 퇴근하고 오면 집 앞에 택배가 3개씩 쌓여있기도 있어 자다가 새벽에 잠깐 깰 때가 있으면 바로 잠들지 않고 폰으로 여기저기 들어가서 뭐 살만한게 있나 둘러보고 결제하고 그런식의 소비를 즐기던 때야 그렇게 소비의 행복함을 만끽하던 때 하루아침에 벼락같은 일이 일어났어 


코로나로 인해 회사 존재 자체가 불안정해진거야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사내 제조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기업이었는데 가장 큰 바이어가 중국이었어 코로나로 중국 측에서 오는 주문이 점차 줄어들면서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사무실에도 소수의 인력만 있고 거의 대부분의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게 됐어 이것도 말이 재택근무였지 당장 내일 권고사직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 소비의 기쁨으로 매일을 살아가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통장잔고가 말라가는걸 보고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거야 회사에서 업무 연락이 올 때도 부디 그만두라는 말만 아니기를 매일 빌었어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회사도 꽤 회복해서 무사히 다시 일할 수는 있었지만 나는 이때 느꼈던 두려움 때문에 더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걸 깨닫고 소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찰하기 시작했어 내 수입에 따라 변동되는 행복이 아닌 언제 어느때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야



1. 시 읽기

나는 어릴때부터 소설이나 시 읽는걸 좋아했어 흔히 말하는 독서라고 하지 근데 난 독서라는 말보다는 그냥 읽기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만큼 하루, 한번에 읽는 양이 적어 그렇게 조금씩 틈날때마다 아주 소소한 페이지라도 읽는걸 지속했어 내게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거든 읽고 있을 때 내가 재밌고 공감되고 감동이 오는 그 부분을 만났을때 행복했어 특히 시를 자주 읽었어 시는 내가 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만났을때 그걸 누구보다 명확하게 언어로 풀어줬어 그런 시구를 만날때면 난 세상과 끊임없이 불화하다가도 마침내 서로를 이해한 존재가 된 기분이었지 내 마음을 나보다 잘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기분을 시를 통해서 알게 된거야 그 순간의 짜릿함과 감동은 새옷을 사고 가방을 사는 소비보다 오래가고 깊게 느껴졌어 나는 읽는 양이 적다고 했잖아? 매일 하루에 한편만 읽어봐 그날 하루동안 이 한편의 시는 오로지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야 내 마음이 아직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나는 시를 한편 소유해보기로 한거야 그날 하루 충분히 읽고 느끼고 내일이 되면 다시 뒷장의 다른 시를 가져봐 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빌려올 수 있으니 돈이 없어도 나는 늘 새로운 시를 만날 수 있어



2. 미술관 가기

미술관에 가는 것도 내가 새롭게 발견한 방식이야 미술은 어딘가 어렵고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잖아 편하게 가기도 뭔가 벽이 있는 느낌이고 말이지 나도 그랬어 이 생각을 깰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새로운 방법을 찾아 헤맸기 때문이야 재택근무를 하면서 매일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를 알게 됐어 마음도 다스릴겸 새로운 방법도 찾을겸 미술관에 갔어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전시가 무료였다는거야 그동안 미술관은 돈을 내야만 전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는데 무료라는 단어가 나를 움직였어 일단 가기 전에 작가의 이력이나 그동안 했던 작품들을 한번 찾아보고 이런 그림을 그리는구나 숙지한 뒤에 갔어 그렇게 이 전시도 가보고 저 전시도 가봤더니 내 나름의 감상법이 생기더라고 그렇게 몇번 다녀보고 알았어 이해하려 애쓰면 이해하게 되고 보려 애쓰면 보게 되는구나 미술관 밖을 나와서 집으로 갈 때도 내 온몸이 충만감으로 가득한 기분 알아? 


난 그림을 갖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그림이 내 안에 들어와서 나와 함께 움직이는거야 그걸 처음으로 느꼈을때 난 어쩌면 이걸 평생의 취미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것도 안해도 돼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봐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느껴지고 안보일수 있어 근데 계속 보고 오래 보면 어느순간 내 안에 찾아와서 내 위로가 되고 충만감이 된다? 내 발길을 멈추게 하고 어 이건 뭐지 싶은 작품 앞에 오래 있어봐 그럼 덬들도 내가 느낀걸 똑같이 알게 될거야 요즘 큰 전시들이 많이 열리는데 사실 나도 만원이 넘는 비싼 전시는 못 가ㅎㅎ 잘 찾아보면 시립이나 도립 정도의 미술관은 무료로 꽤 좋은 퀄리티의 전시를 주기적으로 하니까 sns로 가까운 미술관의 전시를 찾아보면 차비만 있어도 좋은 전시를 꽤 볼 수 있어 그렇게 다니다가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을때 그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 갤러리를 가보는 것도 좋아 대부분의 갤러리는 무료거든 



3. 산책 (그러나 내게 낯선 길을 가는)

세번째는 산책인데 보통의 산책은 아니야 내가 하는 방식은 내게 낯선 산책이야 우리는 의외로 새로운 길을 꽤 가지 않아 익숙한 길을 편하게 여기니까 나는 주말에 내게 익숙한 장소지만 가는 방법은 단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로 산책을 해 늘 다니던 길을 A라고 하면 지도앱을 켜서 내가 모르는 길 B의 코스로 그 장소까지 산책해보는거야 아니면 늘 버스로 다니던 길을 도보로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돼 그렇게 한번 가보면 꽤 새로운 걸 많이 발견해 여기 이런게 있었나? 아 이래서 이쪽으로는 차가 안다니는구나 같은 것들 말야 난 부산에서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새로운 방법을 찾던 시기에 부산에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된거야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던거지 그 후 지도앱을 켜서 내가 낯선 곳과 가보지 않은 곳을 체크해서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보고 있어 이거 은근히 재밌어 새로 발견한 곳 중에 꽤 괜찮은 곳도 있어서 다시 가보려고 시기를 기다리는 곳도 있어 부산에 온다면 봄에 수선화가 피는 시기에 오륙도해맞이공원을 가 봐 내가 이렇게 발견한 곳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야 난 점심을 집에서 먹고 거기 까지 가서 사진 찍고 실컷 놀다가 다시 버스 타고 집에 와서 저녁 먹는 방식으로 즐기고 있어 ㅎㅎ



4. 클래식 라디오

코로나 시기 어디에도 갈 수 없고 힘들때 회사에서 들었던 라디오가 생각나서 집에서 라디오앱으로 켜서 듣기 시작했는데 난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자주 들어 난 클래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나마 아는 사람들이 베토벤, 브람스,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이 정도? 정말 무지함 곡 제목에 표기 되는 영어들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말야 그래도 모르지만 느낄 수 있어 늦은 밤 혼자 있는 방에 클래식 라디오를 켜놓고 조용히 들어봐 어떤 곡을 들을 때 와 이 곡 좋은데? 느껴지는 곡들이 있어 그럼 난 선곡표에 들어가서 그 곡 제목을 복사해서 메모장에 저장해 그런 식으로 나만의 리스트도 만들어져 혹시 마음이 힘들때나 우울할때 혹은 평온하고 싶을 때 조용한 곳에서 켜두고 혼자 상상해봐 지금 피아노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그 사람의 손이 닿는 건반과 그럴때마다 울리는 음, 퍼지는 소리 그걸 조용히 생각하다보면 집중되고 그 순간 잠시나마 불행을 잊을거야 나는 이 방법으로 꽤 자주 불행에서 벗어났어 소비해야만 기뻤는데 이젠 결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불행에서 나를 건져낼 수 있었어 



내가 고찰한 방법을 다 소개했어

나는 소비 대신 이런 방법으로 행복을 얻고자 애쓰고 있어 소유하는 삶의 방식 대신 존재하는 방식으로

난 일생에 걸쳐 내 생계와 거주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자 부양자니까 앞으로도 스스로의 행복을 어떻게 얻을지 고민중이야

요즘은 내가 꿈꾸는 삶과 내 현실인 급여생활자의 삶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중인데 좋은 방법을 찾으면 그때도 올게 

우리 다같이 오래 자주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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