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다른 아기들보다 느리다고 인지한 건 13개월쯤이었나... 알아 듣는 말이 없는 느낌이라 좀 예민한 엄마여서 병원에 일찍 데려갔어
사실 그때 말을 못 알아듣는 게 걱정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반응? 같은 게 일반적이진 않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셔서 이르지만 베일리 검사를 추천해주시더라구 그래서 14개월쯤 베일리 검사를 받았는데 심한 발달 지연은 아니었고 아기가 아직 어리니까 좀 더 지켜보자고 하셨어
그러다 18개월쯤 되니 아이가 어느정도 말을 알아 듣기 시작해서 아 이젠 걱정 없겠다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르지만 놀이치료를 권유하시더라구... 말만 알아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그땐 다른 아이랑 우리 아이를 비교해 본 적도 없고 다른 아이들을 많이 못 봐서 몰랐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의사 선생님이 보기에 사회적 참조가 상당히 떨어져 보여서 권유하신 거 같더라구ㅎㅎ
암튼 그래서 그 뒤로 놀이치료를 하러 갔는데 거기서도 아이가 좀 반응이 없다고 했고 주변에서는 반응성 애착 장애일 수도 있겠다 해서 다 내 탓이라 생각 하면서도 머리 속 한구석에는 자폐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많이 좌절하고 걱정하고 그랬던 거 같아
결국은 정신과까지 가게 됐는데 가서 우리 아이 얘기를 진짜 울분을 토해내며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진짜 많이 힘들었구나 싶었고 아직도 정신과는 다니고 있어
그래도 두돌 즈음에는 두단어 연결로 말을 시작하고 놀이 치료에서도 점점 반응이 올라온다는 피드백+엄마에 대한 애착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해서 희망이 있지 않을까 했고 그 즈음에 병원을 큰데로 옮기면서 발달재활의학과 진료를 봤는데 좀 더 지켜봐도 좋겠다고 하더라구 다음 진료도 딱히 안 잡아줘서 아 정말 내가 예민한 엄마였던 건가 하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자는 마음이 커졌었지
그러다 애가 좀 더 발화량이 늘면서 반향어가 시작되었고...ㅎ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던 거 같아 말을 하긴 하는데 소통의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닌 말이 더 많고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쎄한 느낌...?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하고 기다려 보다가 30개월에 언어치료를 시작하게 됐어
언어치료 초창기에도 아이가 발화하는게 반응이 일관되지 않고 소통의 의도가 확실치 않다고 하시고 그 즈음부터 자세히 살펴보니 말하는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많이 보이더라(보통 아이들은 엄마 해, 엄마 줘, 이런 식의 말을 먼저 시작했다면 얘는 빨간 빠방 이런 말을 먼저 시작했더라구... 그리고 뭔가 뚝딱 거리는 비언어적 의사소통들... 말을 못해도 타인과 소통하는 애들도 있는데 얘는 말을 해도 그게 잘 안되는ㅜㅜ)
그래도 아이는 크고 있었고 꽤 빠른 개입 덕인지 심한 지연은 아니어서 아니겠지...아닐꺼야 하고 한줄기 희망을 품고 살고 있었는데 어찌저찌 천근아 교수님 연구실에서 하는 프로젝트 면접을 보게 됐고 거기서 아이의 민낯...을 보았달까ㅠㅠ
사회적 참조가 정말 1도 안 되는 모습+면담을 진행한 치료사? 누군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 분이 내린 결론으로 자폐스펙트럼이다 땅땅 하고 나오더라구...
그날은 생각보다 담담했던 거 같아 어느 정도 예상했어서 그랬나...
다음 날부터는 눈물만 나고 그냥 죽어야 하나 별의 별 생각을 다하다가 결국은 또 맘 다잡고 살아가게 되더라구ㅎ 애 책임질 사람이 세상에 나뿐이구나 싶으면 또 살게 되더라
대학 병원 소아정신과도 예약해 뒀었는데 처음에 예약할 때만해도 이때 안갈 수 있을꺼야...하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 날까지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발달 상태였고ㅠ 연구실 면접 결과를 봤을 때 대병 진료를 보면 자폐스펙트럼으로 나와서 실비를 못 받겠다 싶어서 40개월 이후로 미루고 치료실 다니면서 발달 끌어올리는 중이야 그게 벌써 3개월 전이라 애가 또 33개월이나 됐네ㅎ
발달지연 엄마들 다 비슷하겠지만 정말 개월 수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애가 타고 힘들다ㅜㅜ 36개월까지 혹시 기적이 일어나서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맘같이 따라와주지 않는 아이 모습에 좌절하고 그래도 시간은 지나가네...
지나온 길 생각하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또 돌아보면 아이 커가는 모습에 감사하기도 해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인가봐ㅎㅎ 진짜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고 싶은 날들도 많았는데 말이지
제목에 썼듯이 우리 아이는 아마도 아스퍼거라 사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아마 자스라고? 싶긴 할꺼야 실제로 인지랑 소근육은 개월 수보다 빠른 편이고 언어발달이 늦긴 한데 눈에 띄게 느린 것도 아니어서ㅠ 언어치료 덕분인지 요새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도 했어 거기다 매우 순한 아이라 지시 수행도 잘 되고 공격성도 없어 상동행동도 막 눈에 띄는 건 없었어서... 그래서인지 정말 아니지 않을까 하고 많이 기대했던 거 같아 얘의 주호소 증상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타인에 의한 의사소통 시도에 대한 반응이 현저히 떨어짐...(자기 요구는 잘 말하는데 남(부모나 가까운 사람 말고)이 소통 시도할 때 반응이 잘 없음 다른 거 다 정상이어도 이게 안되면 자스인 거더라ㅎ 혹시 우리 애가? 하는 덬있으면 다른 증상 다 차치하고 이 부분을 유심히 봐봐ㅠ)
와중에 최근에 시각추구 증상으로 손을 눈 앞에 갖다대고 쳐다보는게 생겼거든ㅎ 빼박 상동행동인데 이게 눈에 띄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아이한테 하지마라 하지마라 하게 되고 신경 쓰이고 그러더라구
오늘도 애한테 하지 말라고 하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들더라 이거 안 한다고 애가 자스가 아니게 되나...? 치료를 받아서 정상인처럼 보이게 한들 애가 자스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닌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어서 또 현타 옴ㅎㅎ 오늘 마침 감통수업도 다녀와서ㅎㅎ
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다...그래도 나한테는 마냥 예쁜데 남들 눈에는 이상해보이겠지ㅠㅠㅋㅋㅋ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강철 멘탈을 가지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서 주저리주저리 써 본 글이야ㅠ
발달 지연 아가들 키우는 엄마덬들 다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