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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드라마 송곳 마지막회 보고 쓰는 후기(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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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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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배방에 올린 글인데 더 많은 덬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1. 

사실 그간 송곳을 보면서 이게 잘 만든 드라마인가? 문득문득 의심 갔던 적이 매우 많아. 송곳 원작에 충실한 영상화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드라마적 요소는 군데군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했거든. 

특히 군 회상씬이나 고라니 씨지 같은 건 너무 웹툰의 카피컷 요소인 것 같아서 적당히 각색화 됐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많이 했었고, 드라마에 맞춘다면 군 회상씬이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주욱 나와서 이수인이란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어. 

사실 노동운동 굉장히 무거운 소재고 조심스러운 소재야. 누군가에겐 현재도 진행중이긴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하지만 노동운동 아니 더 나아가서 범운동권에 대해 이렇게 메타적이고 진지한 고찰을 뽑아낼 수 있는 드라마인데(그래서 가끔은 일장연설을 보고 있는 느낌도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고, 뭔가 '극적'이진 않았어) 

왜 이를 가볍게 하기위한 개그 부분은 왜 여자들의 얼굴. 외모지상주의식 코드로 일관할까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12회차가 너무 짧아서 모든 이야기를 담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도 많이 했어. 중간중간 훨씬 더 고통스럽겠지만 뭔가 그런 거에 대한 감정선은 담지 않은 채, 굉장히 스피디하게 사건 진행하기에 바빠서, 엄청 치열하다고 느끼기도 전에 그러니까 감정을 따라잡기 전에 스토리가 이미 저만큼 앞서갔다는 생각도 들었고.



2.  

와 근데 결말이 진짜....... 역대급이야. 결말 보고 송곳 전회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 11회 12회가 제일 드라마적으로 잘 만들어 진 거 같아.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상태로 마무리 될 거라고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고, 그걸 어떻게 그려낼까 굉장히 우려하면서 봤는데 

이수인이 컴퓨터도 없는 인재개발원에 쳐박혀 있다가 PC방 딱 들어가서 같이 노조했던 시시한 약자들한테 편지 받는 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엄청 눈물이 나던지.

4회 때 등장한 '시시한 약자를 지키기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 게 무섭지'란 대사들이 저절로 상기됐어.

수인이는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싸움을 택했던 거 같아. 졌을 때 혼자 있지 않아서. 노동운동은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 진행행일 거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의 대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란 걸 구구절절 말 안해도 한 씬에 다 녹여낸 느낌이야.



3.

더불어서 노동운동이라는 게 소위 운동권이 부르짖는 '투쟁'의 수단도 아니고, 내가 먹고 살기 위해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

(물론 현실에선 여전히 투쟁이란 시각도 많을 거고, 여전히 노동운동이나 파업에 대한 무게감이 큰 것도 알아.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그 과정에서 치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사실 그런 무게나 이념이라는 것들이 그간 노동운동을 억눌러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시발점은 정말 '내 일' 내가 먹고 일하는 환경에서 비롯됐을 텐데)


4. 

그리고 운동권 얘기 정말 안 할 수 없는데.... 학교에서 학생회도 하고 소위 말하는 운동권 애들 만나보면서 11회에 보여준 기존 운동권 감성에 정말 회의 많이 느낀 사람으로서 굉장히 공감 많이 하면서 봤어.

딱 고인물이 썩는다는 걸 보여주는 데가 기존 운동권인데, 너네가 전에 이런 거에 관심이나 가진 적 있어. 우리는 너네보다 오래 싸워봤어?라고 하면 솔직히 말해서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입 꾹 다물고 부유하다 결국 발 빼고 나오는 선택을 했고 이후 난 모든 거에 회의론자가 되고 말았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물론 공감할만한 거대한 이념이 있다면 단결력이 높아지는 건 맞는데, 사실상 이미 사회가 그런 거대담론이 없어진지 오래고.

음... 그리고 괴물과 싸우다보면 점점 괴물을 닮아 가는 것도 맞아서....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요소도 강하고, 심지어 비운동권을 표방한 학내 범조직도 결국 출발은 그 운동권에서 나온 그 밥에 그 나물이라 결국 하지말라고 했던 거 똑같이 하기도 하고... 강제적인 참여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여기게 돼. 니편 내편 나누기도 굉장히 심하고(이건 나도 마찬가지였음)

그래서 참 극 중 이수인이랑 구고신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면서,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그랬어. 그 두사람을 지탱하던 건 대의나 선의 정의 같은 게 아니라 시시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랄까 연민이랄까 그런 것들로 보였거든. 그렇기 때문에 생계 때문에 누군가는 노동 운동을 져버려도, 누군가가 자기 이익을 위해 노조를 이용해도 섭섭하거나 지쳐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근데 참 그런 것들이 쉽게 부서지는 거기 때문에.,. 내 뺨 때린 사람은 오래 안 잊혀져도 작은 호의는 금방 까먹는 게 인간인지라


5. 

그리고 딱 응팔에서 운동권 논란 나왔을 때(운동권 핵심 간부급으로 그려지던 보라-심지어 데모 선봉장으로서 TV 매체까지 탔음-가 그 시대상과는 전혀 동떨어지게, 훈방 조치 당한 것으로 그려짐) 그 주차에 송곳에서 딱 구고신 세대의 학생운동과 고문에 대해 다뤘어.

진짜 우정이 턱 고정시키고 보여주고 싶더라. 누군가에겐 현재 진행형이고 정말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야 (송곳 정도로 다뤄야 된다는 말이 아님. 누군가의 트라우마를 왜곡까지 하면서 어설프게 다룰꺼였으면 빼야되는 게 맞았다는 거임)

마지막 회에 구고신을 고문시킨 고문관이(물론 그 고문관의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 거대한 권력이 문제고, 고문관이란 개인 역시 하나의 말이었겠지만) 구고신한테 자기는 늘 과거로부터 도망쳤는데 이제 널 보고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고 미안했습니다 그러는데 내가 너무 화나고 가슴 아프더라.

미안했습니다가 아니라 미안합니다가 되어야지... 피해자한테는 악령이고 현실이고 도망칠려고 해도 도망칠 수가 없는 체화된 아픔인데.


6.

무튼 송곳은 송곳처럼 뚝심있게 달려나간 드라마였어. 굉장히 좋은 드라마를 본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 마지막회로 올해 인생작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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