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그대로 끌어 안아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었나 싶음
남자를 좋아하고, 윤간을 당했지만, 그래도 이서단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 이서단임을 서단이가 늘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었듯...
몇 편이었든가 한팀장 대사 중에 그런 대사가 있잖아. 멀쩡한 척 하는 건 잘 하는 편이라고.
서단이보다 7년을 더 살았고, 사회적인 입지도 이미 다져서 잃을 게 많은 사람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이는 대사라고 생각했어.
당연히 자신의 성적인 성향을 터놓지 못했을 거고, 그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했을 거고, (아마도) 커뮤니티에서 사람 찾아 만나는 생활을 반복했겠지.
독신주의라고 했던 거 보면 그 과정에서 돔이자 S성향을 지닌 자신이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했던 거 같음.
(어쨌든 한팀장은 게이가 아니라 게이에 가까운 바이니까 이거 아니었다면 결혼을 하려면 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함)
그래서 서단이의 마음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그러면서도 자기를 다 내보이는 게 무서워서 저울질하며 겁을 먹었던 게 아닐까 싶음.
너무 오래 자신을 감추고 살았던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을 포용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잖아.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과 조금 더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욕심과 그 과정에서 이 이상 보여줬다가 도망가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이 공존한단 느낌이었어.
작가 후기에서 한팀장의 기질을 고치거나 교화해서 둘이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기질까지 다 인정하고 끌어안으며 지내는 이야기라고 하는 걸 보고 더 그런 생각이 들었고..
한팀장의 성향은 타고난 기질일 뿐이지 교화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걸 다 끌어안아준 게 서단이가 처음인 거 아니었을까 하는..
있는 자신 그대로를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어했던 서단이처럼, 한팀장도 그런 욕구를 오래 끌어안고 살아온 거 아닐까 싶더라.
그래서 서단이가 그 얘길 했을 때 그렇게 빨리, 고민도 하지 않고 서단이가 이상하지 않은 거라고 얘기해 줬던 거 같아.
오랜 시간 울퉁불퉁하게 상처입은 두 사람이 손을 잡았으니 앞으로 종종 더 부딪히고 자주 울게 되겠지만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처음 온전히 끌어 안아 준 상대방의 손을 절대 쉽게 놓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외전에서 조금 더 편해진 두 사람의 모습 너무너무 기대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