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지난 10일자 6면에 <"헌재, 내란죄 판단이 원칙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란 제목으로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를 기사화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등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 등을 분석해 지난 2021년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상의 딜레마'라는 논문을 썼는데 조선일보 기자가 지난 9일 논문을 설명해달라며 집 근처에 방문했고 이 교수가 이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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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지난 9일 1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논문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이날 밤 기자가 추가로 연락이 와서 '국회가 내란죄(형법) 판단 부분을 빼면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을 했다. 이에 이 교수는 '그렇지 않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형사법 쟁점인 내란죄 부분이 빠지면 오히려 방어할 부분이 줄고 탄핵기각을 받을 가능성이 올라가므로 윤 대통령이 반겨야 하지 않겠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자의 질문 취지가 논문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혹시나 내 주장이 조선일보 논조에 맞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해당 기자는 '최대한 인터뷰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보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일 오전 조선일보 지면을 확인하고 이 교수는 "이미 써놓은 논문이 있기 때문에 왜곡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논문과 인터뷰가 왜곡돼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주변에서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연락이 와서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 평소 이 교수의 논문이나 주장을 알고 있던 이들은 '평소에 하던 말과 다른데 어떻게 그런 인터뷰를 하게 됐냐'고 묻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후 수차례 해당 기자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조선일보가 기사 제목을 "헌재, 내란죄 판단이 원칙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라고 뽑은 부분이 가장 큰 왜곡이다. 또 본문에 보면 "헌재는 탄핵소추서에 적힌 대로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략) 헌재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도했다. 리드에도 "원칙적으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대로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는다"는 발언만 인용했다.
이는 국회 탄핵소추서에서 주장한 것을 헌재가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일뿐 이 교수의 논문이나 인터뷰 취지를 거스른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예외적으로 국회에서 어떻게 주장을 하든 헌재가 형사법 위반 여부(이번 사건에서는 내란죄)를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목에서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하다고 한 부분도 왜곡됐다. 기사 제목만 보면 윤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헌재가 변론을 너무 빨리 진행해 방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되 그 안에서 최대한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부분을 빼고 윤 대통령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을 제목으로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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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16일 미디어오늘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지난 헤드라인과 서술로 내 논문의 결론과 주장이 왜곡됐다"며 "학자로서 명예와 개인으로서 인격을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이 학자의 논문과 주장을 왜곡한다면 앞으로 어떤 학자도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수차례 인터뷰 기사가 왜곡됐다고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항의했지만 조선일보는 17일 현재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6일 해당 조선일보 기자에게 인터뷰가 왜곡됐다는 이 교수 주장에 대한 입장과 향후 조치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17일 현재 답을 듣지 못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해당 조선일보 기자는 이 교수에게 기사 삭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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