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현 "김순사, 이 분들 모시고 병원까지 동행해드려."
강구 "이대로는 안 됩니다. 도주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현 "뭐해? 어서 동행해드리지 않고!"
김순사의 동행하에 병원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강9
수현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종로서까지 동행해주시기 바랍니다."

근덕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예?"
완 "비켜!"
김순사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
완 "놔, 이거!"
김순사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단독으로 행동하시면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하고 동행을 하셔야 돼요!"
잔뜩 흥분한 채 근덕과 김순사를 밀어내고 거칠게 출발해버리는 완
김순사 "아우 미치겠네 진짜."
멀어지는 완의 차를 보며 근심스러운 표정의 근덕
뒷좌석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며
힘없이 차가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고 있는 여경

탕탕탕 울리는 총성과 함께 떠오르는
총에 맞아 쓸쓸히 죽어갔을 형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또다시 잃게 될 지도 모를 여경의 모습

'무서운 거 많습니다.'


'경찰도 무섭고, 취조도 무섭고, 고문도 무섭고,
쫓기는 것도 무섭고, 숨는 것도 무섭고, 들킬까봐 무섭고,
연행 당하는 것도 무섭고, 어머니 눈에 눈물나게 할까봐 무섭고..'

조국을 위한 길을 걷는 것에 사실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하던 여경과
독립을 위해 낯선 땅에서 온갖 두려움을 견뎌내며 외롭게 죽어간 형

'내가 과연 흔들리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무섭고,
무엇보다 마음이 약해질까봐 무섭습니다..'


형도 이렇게 죽었겠구나,
또다시 곁에 있던 누군가를 잃겠구나 싶은 생각에
애써 외면하고 있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건드려지며
참을 수 없이 서서히 붉어지는 완의 눈가


완 "죽지마.."

완 "죽지마.. 죽지마.."

완 "그냥 이대로 죽으면 내가 가만 안 둘꺼야!"
절규하듯 소리치는 완
.
.
.




사건 현장을 조사 중인 수현

사치코 "내 파티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이 정도 신변보호도 못해주면서 당신이 보안과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모루 "사치코, 나도 지금 머리가 복잡하니까 이제 제발 그만 좀..!"
사치코 "무심한 남자! 당신, 초대장은 보낸 거예요?
왜 내가 초대한 손님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죠?"
마모루 "무.. 무슨 소리야? 물론 보냈지, 보냈고 말고!
그리고 이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손님들이 안 오신 게 오히려 다행.."
사치코 "그래요, 살인사건. 이건 밀실 살인이에요.
내가 직접 해결하겠어요. 순사들을 불러 모아줘요."
마모루 "사치코! 이게 무슨 밀실살인이라는 거야!
그리고 이제 그만 진정이 됐으면 집으로 좀 가.."
사치코 "모르면 가만 있어요!
저번에도 내 말을 무시하더니 사건도 해결 못했으면서!"
사치코 "경찰이 들어온 입구 외에는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이런 밀실살인에는 비밀 통로가.."
마모루 "사치코! 언제까지 남편 말을 이렇게 우습게 알 거야!
당장 집으로 가지 못해!?"
사치코 "나한테 소리를 질렀어! 말도 안 돼!"
마모루 "왜? 장인어른께 또 전화 할려고?!"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치코 "무서운 남자! 당신, 애초에 우리집 배경이 탐나서
나한테 접근했던 거죠?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어! 나쁜 남자!"
대환장
.
.
.

탁구 "송주씨, 아무 걱정 마세요.
송주씨는 아무 잘못 없으니까 금방 풀려날 겁니다."

코우지 "거기 조용히 못해!?"

여경에 대한 걱정으로 무거운 마음인 송주

강구 "차송주. 이쪽으로 와."





수현 "병원으로 간 사람들은 아직인가?"



김순사 "저기.. 이제 그만 경찰서로 가주셔야겠는데요.."


김순사 "다행히 상처는 깊지가 않답니다.
일단 피부터 닦고 오시죠. 기다려드리겠습니다."

그제서야 여경에 대한 시선을 제게로 옮겨 보면
피로 붉게 물든 두 손



경찰서에서 마주하는 완과 수현

송주 "생각보다 따분한 파티라 지겹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마침 말이 통하는 신사분이 있길래 함께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좀 나눴어요.
이름이 뭐랬더라..? 아 참, 직접 보셨잖아요 그때."
송주 "보고도 못 믿으시겠다? 이걸 어쩌나.
제가 순사부장님한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나봐요.
정 못 믿으시겠으면 그 까페의 여급, 미스 다이아나에게 물어보시던가요."
강구 "사람들 말로는 니가 직접 나여경이를 데리고 왔다는데."
송주 "맞아요."
강구 "두 사람이 썩 어울리는 조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송주 "조합의 기준이 뭐냐에 따라 다르겠죠."
강구 "아아, 그러고 보니 비밀 암살단의 조직원이라면 조합이 가능하겠구만."
송주 "이를 어쩌나? 원하는 답을 못해드려서.
그냥 친구사이라고 하면 또 의심 받나요?"
강구 "나여경이랑 둘이서 공모하고 깜짝쇼를 벌인 거 아냐?
강인호 사건도 두 사람의 합작품인가?"
송주 "상상이 지나치시네요.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요?"
강구 "나여경은 그 파티에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었어!
초대자 명단에도 없는 사람을 굳이 데리고 나타났을 때는
이유가 있었을거 아니야!"
송주 "그건!"
그 순간 서 안으로 들어서는 완과 눈이 마주치고
송주 "그건, 친구한테 부탁받은 내기 때문이었어요."
일부러 완이 들으라는듯 시선을 두며 말하는 송주와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려는 송주의 의도를 알아채고 피식 웃는 완
강구 "내기라니? 무슨 내기?"

완 "술자리에서 심심풀이 안주 삼아 내 건, 그 내기가 아님 뭐겠어?
워낙 소문이 파다한지라 잘 알고 있다며?"
수현 "그 내기와 우에다 사모님의 파티가 무슨 상관이 있지?"
완 "나여경을 모던걸로 만들어보겠다고 했거든 내가.
내기의 승패를 가리기엔 딱인 장소 아닌가?"
수현 "나여경씨는 차송주씨와 동행했던 걸로 아는데?"
완 "내가 부탁했거든."
수현 "부탁이라니?"
완 "촌스러운 게 고집은 얼마나 쎈 지,
입으란다고 입을 거 같지가 않더라구.
그래서 그동안 장식용으로만 써왔던 내 머리를 좀 굴려봤지."
완 "양장점에서 그 애한테 입힐 옷을 산 다음에 차송주한테 넘겼어.
니가 잘 구슬려서 한 번 입혀봐라, 입힌 다음에 파티장에 데리고 와라."
완 "한 큐에 들어주더군. 왜 아니겠어?
차송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소울메이트인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저 완을 보는 수현
강구 "그럼 나여경이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파티장에 왔단 말이야?"
송주 "같은 여자로서 조금 미안하지만 친구의 부탁이니 어쩌겠어요?"
송주 "실은 나도 그 내기에 꽤나 걸었거든요."
강구 "그 자리가 그런 개판 자리였다는 걸,
너와 선우완 외에 누가 증명할 수 있지?!"
탁구 "증명해냈습니다! 완벽하게 증명해냈습니다!
이번 사건은 말이지요, 아직도 경성의 황태자가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낸 일대 쾌거였습니다."
코우지 "왜 하필 그 자리에서 그런 저속한 내기판을 벌였는지 묻잖아!"
탁구 "그건 말이죠.. 완이 그 놈이 자서전을 안 쓴다고 하길래
이참에 내기의 승패를 판가름 해보자, 개필 파티까지 조마자씨를..
아니 그러니까 조마자씨가 나여경씨고 나여경씨가 조마자씬데,
나여경씨를 모던걸로 변신시켜 데리고 와라 그랬거든요."
왕골 "지면 보안과장님 사모님의 자서전을 써주기로 하구요."
세기 "설마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 놈이 어떻게 구워삶아 먹었는지
완전히 변신해서 나타나더라니깐요?"
왕골 "그 대쪽같은 조마자씨가 그렇게
어이없게 넘어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선우완 그 자식은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이."


뭔가 뿌듯한듯 내기썰을 푸는 지라시 삼인방과
현장감 넘치는 전개에 삼류소설같은 이야기를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여경의 알리바이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댄 후
무거운 마음으로 가라앉아 있는 완

수현 "어르신의 후광은 여전하군."
수현 "오늘은 나가도 좋아.
단, 범인이 잡힐 때까지 추가로 조사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경찰서로 출두해야 된다는 사실 잊지 마."
완 "부탁 하나 하자."
완 "그 여자는.. 몰랐으면 한다.
니 말대로 천성이 맑고 순수한 사람이야.
내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수현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수현 "아까 현장에서의 니 모습,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 배짱이라면 두려울 게 없잖아. 안 그래?"

긍정도 부정도 아닌 수현의 대답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수현이 나간 문만 바라보는 완

송주 "효도는 쥐뿔도 안하면서
아버지 권력은 필요할 때 야금야금 잘 써먹네?"
완 "차송주 비호세력만 하겠어?"
송주 "좀 걸을까?"
완 "좋지."
송주 "여경씨 일은 미안하게 됐어.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한 일이었는데 미안하다는 말만 하게 됐네."
완 "주제넘었다는거 알지?"
송주 "어쨌든 내기는 성공했잖아."
완 "니 쌀 열 섬도 지켰고."
송주 "근데 미안. 내가 여경씨 파티장에 데려온 거,
니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증언했어."
완 "나를 팔아서 무슨 득을 본다고."
송주 "이강구가 나를 강인호 사건의 용의자로 점찍어 놨잖아.
나 혼자 의지로 여경씨를 거기 데려 갔다고 하면
뭔가 또 의심받지 않겠어?"
송주 "나는 친구 부탁이라 어쩔 수 없었다,
여경씨는 또 내가 가자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깔끔하잖아?
왜. 허락 없이 그대를 팔아서 화났어?"
완 "천만에. 나도 내가 시킨 일이라고 증언했거든."
송주 "왜 그런 거짓말했냐고 물어봐도 돼?"
완 "그대와 같은 이유.
아까 그렇게 해달라고 눈빛 보냈잖아."
피식 웃고는 무릎 아래로 손을 뻗어 내미는 송주
흘긋 보더니 익숙한듯 그 손을 살짝 쳐 로우파이브 해주는 완
완 "역시 소울메이트라 영혼이 통하는군."
송주 "사기단 하나 조직하면 끝내주겠는데."
송주 "병원으로 갈꺼지?"
완 "아니."
송주 "안가? 왜?"
완 "내기는 이제 끝났으니까."

.
.
.

지난 기억이 악몽이 되어 여경을 괴롭히는데

'여경아! 나여경!'

'비켜!'

'그냥 이대로 죽으면 내가 가만 안 놔둘꺼야!'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완전히 정신을 놓지 않게 했던
완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림과 함께 순간 눈이 떠지는데


아무도 없는 빈 병실, 한쪽 팔을 감싸고 있는 피묻은 붕대,
그제서야 온전히 현실감이 생기는 여경

김순사 "어디 가십니까?"
여경 "저기.. 저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던 분은 어디 가셨나요?"
김순사 "선우완 도련님 말씀이십니까?
좀 전에 종로서에서 취조 받고 집으로 가셨는데요?"
여경 "집으로.. 가셨어요..?"
어쩐지 서운해지는 여경
김순사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여경 "아닙니다."
김순사 "오셨습니까?"
순간 기대감으로 휙 돌아보지만 수현이고
수현 "상처는 좀 어떻습니까?"

.
.
.

송주 "정말 안 가볼꺼야?"
완 "몇 번을 물어 도대체."
송주 "이럴 걸 뭘 그렇게 목숨씩이나 걸고 지켜줬어? 위증까지 해가면서."
완 "목숨은 무슨. 저러다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어서 얼결에 도와준거고,
본능적으로 거짓말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위증했을 뿐이야."
송주 "본능적으로 뭘 느꼈는데."
완 "얘가 이 자리에 그냥 온 게 아니구나,
뭔가 목적이 있어서 왔구나,
그래서 나한테 자기 옆에 오지 말라고 했구나."
송주 "여경씨가.. 자기 옆에 오지 말라고 했어?"
완 "그 남자가 누군가에게 저격당할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 아니겠어?
그건 결국 그 애가 암살단이랑 뭔가 관계되어 있다는 얘기고."
송주 "내막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여경씨를 무조건 비호해줬다? 사랑인가 이건?"
완 "또 앞서 간다."
송주 "아니란 거야? 그럼 사랑이 아니면 뭘까?"
완 "나도 조선인.. 이니까."
완 "뼛속까지 룸펜에 못 말리는 데카당스지만,
어쨌든 나도 조선인이니까."
송주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거,
어떻게 된 내막인지 알고 싶지 않아?"
완 "아니. 알고 싶지 않아."
송주 "왜?"
완 "휘말리고 싶지가 않으니까.
나는 인생 편하게 살고 싶은 놈이니까.
형 잃고, 친구 잃고, 어머니 잃고, 어떻게 얻은 평환데..
깨고 싶지 않아. 지겨워."
완에게서 지난 과거의 일들로 쌓아 올려진
마음의 벽을 느끼는 송주의 안타까운 시선
.
.
.

수현 "변신한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쁘시던데요?"
여경 "취조를 하러 왔으면 취조만 하시죠."
수현 "취조하는 중입니다. 변신한 모습만큼이나
여경씨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놀랍더군요."
여경 "말씀드렸잖아요. 차송주씨가 권유했고 호기심에 따라 나선거라구.
그날 낮에 까르페디엠에서 만났으니 나으리도 잘 아시겠네요."
수현 "평소 그런 자리를 즐기십니까?"
여경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
수현 "솔가지나 칡뿌리로 허기를 달래는 이들이 지천인데,
말씀을 너무 함부로 하신다고 저를 꾸짖은 적이 있으셨죠?"
여경 "본론만 말씀하시죠."
수현 "그랬던 분이 그런 사치스러운 자리에,
그런 화려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좀 의아해서 말입니다.
평소 나여경씨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일 아닙니까?"
여경 "여자를 잘 모르시는군요.
아름다워지는 걸 싫어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가끔은 한번쯤 일탈을 해보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요?"
수현 "그렇습니까?"
여경 "조사가 끝났으면 이제 그만 퇴원하고 싶은데요."
수현 "갈아입을 옷입니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사왔는데 맞을지 모르겠군요."
여경 "필요 없습니다."
수현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가면 어머니가 걱정하실텐데요."
...
여경 "혼자 가겠다고 분명 말씀 드렸을텐데요."
수현 "감시 차원이라고 분명 말씀 드렸을텐데요."
여경 "사는 곳도 분명하고, 신원도 분명하고, 뭐가 문제죠?
도주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수현 "도주하겠다고 밝히고 도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때 비틀거리며 걸어오던 취객이 여경을 향해 휘청하고
반사적으로 여경의 어깨를 감싸 안아 자신쪽으로 당기는 수현
여경 "도대체 어떤 분이세요?
왜 감시가 아니라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죠?
감시자면 감시자답게 굴 일이지 옷까지 준비해주면서
친절을 베푸는 이유는 또 뭐예요?
차라리 누구처럼 데려다 고문을 하세요.
그 편이 그쪽이나 나나 확실하고 좋잖아요?"
수현 "강해졌군요, 눈빛이.
처음에 만났을 땐 어린아이 눈빛이랑
다를 바 없이 천진하기만 하더니, 지금은 확실히 뭔가 달라졌어요.
뭔가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한 거 같은데.. 맞습니까?"
여경 "새로운 각오와 결의라니요?"
수현 "이를테면 비밀 암살단에 가입 했다던지."
여경 "취조는 이미 끝났잖아요."
수현 "이런 걸 바로 심리수사라고 합니다.
고문은 제 전문이 아닙니다."
수현 "추가로 조사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출두해주셔야 합니다. 그럼."
선인지 악인지 적인지 아군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수현의 태도에 헷갈리는 여경
.
.
.

근덕 "당분간 사냥을 금하라는 지령이 내려왔어.
한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움직이자는게 수장님의 지시야."
이번 계획은 차송주를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제외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한 거야.
안타깝게도 나여경의 부상은 예정된 일이 아니었지만."
송주 "내가 했어야 했어."
근덕 "뭐?"
송주 "여경씬 나처럼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야.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임무를 맡겼어. 내 실수였어."
근덕 "그렇게 따지면 내 잘못이 더 크지."
개필파티 때의 저격수는 근덕이었고
송주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그렇게 반응하면 내가 미안해지지.
어쨌든 상처가 깊지 않다니 불행 중 다행이야. 그걸로 위안 삼자구."
근덕 "그나저나 선우완은 어때. 뭔가 눈치 챈 거 같아?"
송주 "나쁜 머리는 아니니 뭔가 눈치를 채긴 챘겠지."
근덕 "저대로 둬도 될까?"
송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우리한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니까.
다만, 애써 외면했던 양심과 싸우느라 머릿속이 좀 복잡해지겠지."
완 "빌어먹을."

완 "내가 연애 좀 해보겠다는데 조국이 협조를 안 해주네.
사랑을 하려거든 조국을 먼저 해방 시켜라 이건가?"

피식 쓴 웃음을 짓는 완
.
.
.


뒤척이던 여경은 다친 팔에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뜨고

학희 "일어났니? 어서 씻고 밥 먹자."
그날 밤 여경이 입었던 원피스를 개어놓은 모습에 신경이 쓰이고
어머니가 원피스에 대해 물을까 싶어 눈치를 살피는 여경
학희 "자세한 건 묻지 않으마.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거겠지."
여경 "어머니.."
학희 "난 널 믿는다.
이 엄마는 니가 하는 일에 장애가 되고 싶지 않아.
다만.. 아직 이렇게 어리고 예쁜데 젊음을 즐기기보다는
위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플 뿐이야."
여경 "늘 걱정만 끼쳐드려 죄송해요."
학희 "그건 그렇고, 그 청년 한복이 완성된 지 꽤 됐는데
찾으러 올 생각을 않는구나.
저번에 왔을 때는 내가 경황이 없어 말도 못하고.."
여경 "언제 만나셨어요, 그 사람..?"
학희 "저번에 너 아파 입원했을 때,
잠깐 짐 챙기러 왔더니 그 청년이 집 앞에 와있더구나.
니가 입원했다고 하니까 어느 병원에 있는지 묻길래
가르쳐줬는데, 못 만났니?"
여경 "아니요. 만났어요.."
어머니께 물어 왔으면서 왜 그냥 가버렸을까,
그 날 완이 병원에 다녀간 것을 진정
만났다고 하는게 맞는걸까 생각하는 듯한 여경
.
.
.



소란스럽게 키득대는 웃음소리에 일어나는 완
청소하다 나온 지라시를 보며 재밌다는듯 웃고 있는 기생동기들
그 때 지라시를 휙 낚아채는 누군가에 놀라 돌아보면
완 "짜식들, 이건 압수야!
어디서 철지난 잡지를 가지고 오라버니를 놀려먹어?"




짐짓 화난 표정으로 테이블에 던지듯 내려놓지만
곧 지라시를 집어들고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떠오르는 지난 날 여경과의 추억에 피식 웃는 완
송주 "이젠 경성의 희귀본이 된 지라시 특별호네? 이 사진 예술이다."
완 "이리 내놔."
송주 "내기의 여운이라도 음미하는 거야?
아니면 미처 완성하지 못한 사랑의 추억이라도 곱씹는 거야?"
완 "내놓으랬다."
송주 "완전히 첫사랑한테 실연당한 청소년이네?"
완 "과대망상은 니 주특기냐? 누가 실연 당했다는 거야!"
송주 "그럼 그런 표정 짓지 마.
외면하고 살거면, 차라리 예전처럼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뻔뻔하게 살아.
선우완은 그게 더 매력이었으니까."
완 "에이, 내가 뭘 어쨌다고 이 난리야?"
송주 "현실을 도피하려면, 과거도 돌아보지 말고 미래도 내다보지 말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현재를 즐기면서 살면 되잖아요, 도련님."
완 "에이, 진짜!"
짜증스럽게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던 완은
어느새 자신을 보며 서있는 여경을 보고 멈칫하고
여경은 송주와 완이 친한듯 함께 있는 모습에 놀란듯한 표정이고
송주 "어머, 여경씨? 벌써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에요?"
여경이 볼새라 재빨리 지라시를 등 뒤로 숨기는 완
송주 "이제 몸은 좀 괜찮아요?
한번 찾아가본다는 게 여태 이러고 있었네요."
여경 "저.. 영랑씨 글공부 문제로 차송주씨랑 상의를 좀 하려고.."
송주 "그러세요? 그럼 방으로 들어갈까요?"
완 "너 잠깐 일로 와 봐."
여경과 안으로 들어가려던 송주의 손을 잡아채서 한 쪽으로 끌고 가는 완
완 "너 이거 쟤한테 얘기하면, 너랑 나랑은 끝장이야."
송주 "내기도 끝난 마당에 들키면 어때서?"
서슴없는 스킨쉽에 귓속말까지 나누는 두 사람을 보는 여경은
왠지 신경이 쓰이는 듯하고
송주 "들어갈까요 여경씨?"
따라 들어가려다 문득 완을 돌아보면
여경의 시선을 피하는 완
여경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닫힌 문만 바라보는데

송주 "미안해요. 여경씨가 다칠 줄 알았다면, 계획을 수정했을 거예요."
여경 "아닙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팔을 잡힌 순간 당황해서 미처 피하질 못했어요.
송주씨가 그렇게 당부했는데.."
송주 "그런 돌발 상황을 예상 못한 내 실수가 더 커요."
여경 "송주씨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했겠죠.
그러지 못한 제가 너무 한심해요."
송주 "으음, 자책할 거 없어요.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아니,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 걸요.
임무 수행 중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조직원들을 생매장 시킬 뻔도 했고
힘들 때마다 콱 죽어버릴까 수없이 목도 매달아봤구요."
여경 "송주씨가요..?"
송주 "처음부터 강인한 사람은 없어요.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잖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수많은 고통을 견뎌내야 비로소 강해지는 거죠."
여경 "송주씨는 같은 여자가 봐도 참 멋져요."
송주 "어머, 그런 말을 여자한테 들으니까
남자들한테 들었을 때보다 백배는 더 기쁘네요."
완과 친근해보이던 순간을 눈 앞에서 보아서일까,
경성 최고의 기생이면서 단단한 멘탈까지 지닌 송주를
새삼 예쁘다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빤히 바라보는 여경
송주 "왜요? 뭐 곤란한 얘기 꺼내려고 미리 사탕 먹인건가요?"
여경 "네? 아, 아니에요 그런거.."
여경 "저 이거.. 죄송해요.
비싼 옷 같아 보이는데 엉망으로 만들어버려서."
송주 "미안할거 없어요. 여경씨 옷인데요 뭐."
여경 "아니에요. 저는 이런 옷 잘 입지도 않고,
송주씨 필요 없으면 차라리 영랑씨한테.."
송주 "으음, 애인이 사준 옷을 다른 여자한테 준다는 건 말도 안 되죠."
?
송주 "실은 이 옷, 완이씨가 여경씨한테 주려고 산거에요.
바보같이 망설이길래 내가 주제넘게 참견을 좀 했어요.
그러니까 이건 완이가 여경씨한테 선물한 거에요."
송주의 말에 완을 생각하듯 복잡한 표정의 여경
결국 옷을 다시 들고 나온 여경은
완을 찾는듯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데도 없고
영랑 "여경 언니!"
여경 "영랑씨. 잘 있었어요?"
영랑 "지금 해화당으로 가는 길이죠? 같이 가요 그럼!"
웃으며 대답하던 여경은 다시 한 번 살펴보지만
결국 완을 찾지 못하고 어두워지는 표정
.
.
.

여경 "정말 열심히 잘 해왔네요."
영랑 "그럼요! 열 번씩 쓰고 또 복습까지 했는걸요."
영랑 "저번에 주신 책도 읽을 수 있어요. 쓰기는 몰라도 읽는 건 잘해요.
완이 오라버니가 그러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진도가 빠른 거래요."
여경 "맞아요. 이제 그만 하산해도 되겠어요."
여경 "근데.. 선우완 기자님은 명빈관에 자주 놀러 오시나봐요?"
영랑 "완이 오라버니요?
자주 놀러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살다시피 하는데요 뭐."
여경 "아.. 아니 부잣집 도련님이 집 놔두고 왜.."
영랑 "몰라요. 하도 말썽을 피워서 집에서 쫓겨난 건지,
아니면 집이 싫어서 나와 사는 건지,
어쨌든 옛날부터 송주 언니랑 친해서 심심하면 명빈관에 눌러앉곤 했어요.
둘이 솔매트?라나 뭐라나.."
영랑이 말을 할수록 왠지 뾰루퉁한 표정이 되는 여경
영랑 "근데 그건 왜요?"
여경 "네? 아.. 아니 그냥 젊은 사람이 일도 안하고
요릿집에 눌러 앉아있는 게 좀 이상해서.."
여경 "어디 봐요! 어머 너무 잘 썼네요."
당황한듯 급하게 말을 돌리는 여경을 흥미롭게 보는 영랑
.
.
.


본인도 모르게 지라시 사무실 앞을 찾아온 여경,
혼란스러운 감정에 망설이고만 있는데


한편 빨간색 조명 아래 셔츠 어깨자락을 내릴듯 말듯 포즈를 취해보는 세기,
내기에 진 벌칙으로 내건 누드화보집을 찍으려는듯한데
왕골 "야, 야! 벗으려면 좀 확실하게 좀 벗어봐.
그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다 벗겠냐? 감질나게 정말."
세기 "니가 한번 벗어봐. 니가!"
왕골 "새로운 'S군 다 벗었다!' 누드화보집을 내겠다는
탁구형의 야심찬 계획을 성공시켜야 우리도 살아남을 거 아니야!"
세기 "이건 사기야! 다들 이번 S군이 지난번 S군이라고 착각할텐데.."
탁구 "사기는 아니지. 너도 S군, 완이도 S군!
지난번엔 'S군 다 벗었다?' 하고 물음표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S군 다 벗었다!' 느낌표를 찍을 거란 말이지.
늘 그랬듯이 얼굴은 확실히 가려줄게, 세기야."
왕골 "이니셜로 표기된 이 S군이 누구인지 한동안 떠들썩하겠는데?"
탁구 "벌써 유한마담들한테서 예약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왕골 "분명 완이 누드집으로 착각하고 있을 거야."
탁구, 왕골 "벗어!"
다가오는 두 사람을 피해 냅다 도망치는 세기,
왕골이 요리조리 피해다니던 세기의 셔츠를 잡아당기는데
옷을 내어주고 몸만 홀라당 빠져나가 재빨리 문으로 달려가고
문 앞에서 뜸들이던 여경은 이내 결심하고 들어가려는데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맨 몸으로 등장하는 세기와 마주치고
동시에 기겁하며 비명을 질러대는 두 사람
깜짝 놀란 여경은 당황하여 눈을 가린 채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고
여경 "죄송합니.."


생각지 못한 만남에 당황하여 눈만 굴리는

세기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조마자씨가 다 봤잖아!"

왕골 "타이밍 한번 절묘하다 야.
사무실에서 이상한 짓 하다가 뛰쳐나온 놈처럼 보였을 거 아냐."
탁구 "어차피 조마자씨한테 뺏긴 순결, 한 번에 화끈하게 가자!"
세기 "아, 시끄러!"

세기 "갔나..? 동네사람들한테 변태라고 소문내면 어떡하지?"

세기 "어? 저건 무슨 시츄에이션?"

완 "여긴 니가 웬일이냐? 나 만나러 왔냐?"
여경 "그런 것.. 같습니다."
완 "그러면 그런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는 또 뭐냐?"
여경 "어제는 고맙다는 말을 못한 거 같아서 고맙다는 말 하려고.."
완 "어제 뭐. 아, 병원까지 부축해서 데려다준거? 난 또 뭐라고..
아까 명빈관에서 말하지 뭐하러 또 여기까지 찾아오냐?"
차갑게 내뱉는 냉담한 완의 반응에 의아한 여경
완 "뭐 더 할 말 있어? 없지? 가라 그럼."
여경 "잠깐만요!"
완 "뭐야 또."
여경 "사람이 왜 그래요?"
완 "내가 뭘 어쨌는데."
여경 "언제는 친절했다가, 언제는 싸늘했다가,
언제는 또 진지했다가, 도대체가 일관성이 없잖아요!"
여경 "당신이 무슨 오늘의 운세도 아니고
왜 당신 기분 따라 사람 맘이 왔다갔다해야 됩니까?"
완 "끝났냐?"
여경 "사람을 병원에 갖다 실어다놨으면,
죽었나 살았나 궁금은 해야 되는거 아닙니까?"
완 "아직 더 남았냐?"
여경 "사정이 있어 찾아오지 못했으면,
괜찮냐, 많이 좋아졌냐, 의례적인 인사라도 해야 되는거 아닙니까?"
완 "병원 가서, 뭐해 둘이."
여경 "네?"
완 "병원 가서 너랑 둘이 뭐하냐고."
할 말이 없는 여경
완 "얼마나 아프냐 그래? 파티장엔 왜 느닷없이 나타났냐 물어?
내가 남 줘버린 옷은 어떻게 알고 찾아 입고 왔느냐,
총 맞아 죽을 사람인지 어떻게 알고 타이밍 맞춰
그 옆에 서 있었느냐, 말하라 그래?"
완 "니가 대답할까? 안할 걸?"
완 "너랑 나는 나눌 대화가 없어 이제. 서로 갈 길이 다르니까."
완 "말 해준다고 해도 듣고 싶은 마음도 없고. 대답 됐지 이제?"
싸늘한 완의 대답에 그저 멍해지는 여경

탁구 "어랍쇼?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닌데?"
세기 "그럼 뭐 어떤 결말을 꿈꿨는데?"
탁구 "한 판의 내기로 시작된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 된다.
뭐 이런 스토린데?"
세기 "형은 참 지라시만큼이나 생각하는 것도 삼류스럽다.
경성의 황태자답게 마무리 설정 깔끔하게 잘 했구만 뭘."
왕골 "아냐 아냐. 완이 얼굴 상태로 보건데, 진심이 아닌 듯 싶어.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이러는 거 못들었어?"
세기 "아 그건 그거고 이건 그냥 뒷마무리하는 거라니까!"
왕골 "진심인지 아닌지 내기 할래?"
그 때 거칠게 문을 열고 한껏 굳은 표정으로 들어온 완은
말없이 누워 얼굴을 덮어버리고
평소와는 달리 심하게 저기압인 완을 심상찮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 사람

'우리 완이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고는 다녀도,
절대 여자한테 정 주는 법이 없어.
아가씨가 상처받을까봐 하는 얘기니까 새겨들어요.'

어쩐지 지금 상황에 떠오르는 영화의 말들이 사실이었을까 싶어
상처받은 듯한 표정의 여경

뭔가 말을 걸려 하지만 차가운 냉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 세기를 밀어버리는데

완 "뭐야."
세기 "어.. 어이, 선우완..! 조마자씨 말인데.."
아무렇지 않은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국어책 읽는 톤으로
또박또박 한음절 한음절 대사를 내뱉는 세기
완 "걔가 뭐."
세기 "내기는 너의 성공으로 끝났으니 두 사람 다시 볼 일 없는 거지..?"
완 "그건 왜 묻는데."
세기 "아.. 아니 뭐.. 옷이 날개라더니
조마자씨도 그렇게 꾸며놓으니 조금은 쓸만하더군.
데리고 다녀도 쪽팔리지는 않겠어.
그래서 말인데 두 사람 완전 끝난 거지..?"
여경의 이야기에 안그래도 차갑던 표정이 더 싸늘하게 식어가는 완
세기 "그래서 말인데.. 정말 끝난 거지 두 사람?"
잔뜩 날이 선 완의 표정을 살피며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데
완 "글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묻잖아."
세기 "아니 무슨 상관이냐니.. 내가 작업 좀 걸라고 그러지이.."
왕골 "어.. 어이, 신세기..
니가 무슨 작업을 건다고 그래? 완이라면 모를까..
고고함의 대명사 조마자씨가 설마 너한테 넘어오겠냐?"
점점 심기를 거스르는 화제에 표정 더 험악해지는 완
스타카토 화법으로 국어책 읽는 발연기를 하던 세기가
하다보니 과몰입이 됐는지 선 넘는 대사를 서슴없이 내뱉기 시작하는데
세기 "왜 이래에? 지금의 조마자라면 승산 있다니까?"
탁구 "지금의 조마자라니?"
세기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버림을 받았으니,
얼마나 허전하겠어. 위로하고 감싸주는 척하면서
외로움을 파고들면 그 때부터 승산이 있다구.
어쩌면 자포자기 상태로 아무한테나 몸을 던질지도 모르는거야."
세기 "또 의외로 청순한 얼굴인 애들이 내숭이 심해요.
일단 꼬셔다가 한 이불을 딱 덮잖아? 그럼 그 때부터 남자한테 충성을..!"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세기에게 주먹을 날린 뒤
굳은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완

완 "무슨 일입니까 오늘은?"

집사 "어르신께서 모시고 오라고.."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더 열받는
.
.
.

영화 "암튼 살다살다 별꼴을 다 봐 내가. 이번엔 또 살인사건이야?
어디 얽힐 게 없어서 그딴 일에 얽혀들어?"
관 "살인사건에 휘말린 게 어디 이 녀석 탓이야?"
영화 "잡혔으면 곱게나 있을 것이지. 경찰한테 반항은 왜 해, 반항은?"
관 "아, 부상당한 사람을 구하려다가 그렇게 됐다고 하잖아."
영화 "누구 구하려다가 그렇게 된 줄이나 아세요?
그거 알면 그런 고상한 소리 못 나옵니다."
어떻게 아나싶어 이상하게 쳐다보는 완
영화 "아무튼 그 기집애, 내가 그렇게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결국은 사단을 내네. 결국은 사단을 내.
따박따박 말대꾸 해댈 때부터 만만치 않겠다 싶더라니만."
완 "그 애 만났어요?"
영화 "니가 그 아이 안고 난동 부리는 걸
보안과장 사모님께서 다 봤으니 이제 어쩔 거야?
어떻게든 저 잘되라고 맞선까지 주선해놨더니,
가당치도 않은 기집애랑 얽혀서 경찰서에나 들락거리고."
완 "그 애 만났냐고 묻잖아요!"
영화 "얘가, 아버지도 계신데 어디서 큰소리야!
그래, 만났다! 만났으면 왜!"
완 "만나서 뭐라고 하셨어요. 무슨 소리하셨어요 걔한테!"
영화 "너 데리고 노는 거니까 상처받기 전에 꿈 깨라고 했다.
여자한테 정주는 법 없는 인간이니까 꼴같잖게 꼬리 흔들지 말라고 했어, 왜!"
완 "당신이 뭔데 그 애를 만나!?"
영화 "뭐.. 뭐.. 당신이?"
관 "너 이놈의 자식! 그게 무슨 되먹지 못한 말투야!"
완 "도대체가 그놈의 야망은 뭘로 채워야 채워져요!
우리 어머니 몰아낸 걸로 모자라요?
멋지게 살다 간 우리 형, 개죽음 만든 걸로도 모자라요?!"
관 "당장 그만두지 못해!"
완 "당신 그 욕심, 뭘로도 못 채워!
밑 빠진 항아리를 뭘로, 무슨 수로 채워!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절대 협조 못해. 알았어요?!"
기막히고 분통이 터져 말문이 막혀 가슴만 치는 영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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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문을 잠그고 돌아서면 언제 왔는지 가만히 서있는 완이 보이고

완 "형이 한 명 있었어."
완 "젊디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 하다 죽었어.
그것도 가장 믿었던 친구한테 밀고당해 개죽음 당했어."
완 "니가 총 맞았을 때 잠깐 형 생각이 났어.
형도 이렇게 죽었겠구나, 무서웠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완 "그러다 억울해졌어. 형은 죽으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은 평생을 이렇게 죄책감과 부채감에 시달려야 하는구나.
부채감이라는 게 참 무겁구나, 죄책감이라는 게 참 아프구나.."
완 "피해야지.. 보지 말아야지.."
완 "그래서 너랑 또 다시 그런 인연으로 얽히는 게 싫었어.
너 때문에 상처가 건드려지는게 싫었어."
완 "그래서 결론 내렸어.
서로 선택한 길을 가자, 그렇게 각자 흘러가자."
이제 나와는 볼 일이 없다는 거구나, 짐작하는 여경
여경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이제 할 말 다 하셨습니까?"
완 "아니. 내일 영화 보러 가자."
예상치 못한 완의 대답에 벙해지고
피식 웃는 완을 따라 웃는 여경
.
.
.

완 "영랑아.. 영랑아..! 야 임마, 소영랑..!"
영랑 "왜요.."
완 "오라버니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영랑 "싸라고 해서 싸긴 하는데, 갑자기 왠 소풍이에요?"
완 "날씨가 좋잖아, 날씨가."
영랑 "누구랑 가는데요? 지라시팀이랑?"
완 "그게 소풍이겠냐? 극기 훈련이지?"
영랑 "그럼, 여자랑 가는구나! 혹시 우리 선생님?"
완 "너어! 또 송주나 다른 사람들한테 말만 해봐.
입을 아주 확 꼬매버릴테니까!"
영랑 "여경언니랑 가는거 맞구나?"
완 "분명히 경고했어! 다른 사람들한테 말만 하기만 해봐!"
!
^_^
송주 "명빈관 음식 빼돌려서 어디 가?"
근덕 "나선생이랑 데이트 간다는 데에 쌀 한 섬."
완 "아.. 아니야..!"
민망한듯 빠르게 튀튀하는 완


민망한 1인 추가

여경 "어.. 언제 오셨어요?"
학희 "어디 좋은 데 가니 오늘?"
여경 "어.. 저기.. 그게.."
학희 "어느 쪽이야?"
여경 "네?"
학희 "한복 맞추러 온 청년이야, 병원에 데려다준 청년이야?
난 둘 다 맘에 들던데."
여경 "병원에 데려다 준 청년은 맘에 들어 하시면 안돼요, 어머니.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이냐면요!"
학희 "한복 청년이구나."
쑥스러운듯 급하게 입을 다무는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학희




완 "분 발랐냐?"

화들짝

당황해서 급하게 차문을 열려다 완과 손이 맞닿자 더 놀라는 여경

완 "이 아가씨 연애 한 번도 못 해봤구만?
이런 건 남자가 하는거야."
여경 "세상에는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없습니다.
모든 남녀가 평등하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완 "아, 진짜! 그냥 좀 타라, 쫌!"

차에서 내려 어딘가 도착한 둘

완 "마음에 드냐?"
여경 "네. 마음에 듭니다. 근데 여기가 어디에요?"

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완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몇번을 얘기해!"
여경 "당신만 잘하는거 하는 건 불공평해요! 나 안할래요!"
처음 해보는 체스에 영 소질이 없어 구박받은 여경이
약이 올라 씩씩대며 책을 읽는 시늉을 하자 그냥 빤히 바라보는 완
여경 "뭘 보십니까?"



썸타는중


완 "내 생전 이렇게 건전하고 졸린 데이트 코스도 처음이다.
댄스도 안 돼, 술도 안 돼, 양음료 양음식도 안 돼,
도대체 너랑은 뭘 해야 되는 거냐?"
여경 "서점 앞에 세워주세요."
완 "왜? 늦었는데 집 앞까지 가지."
여경 "됐어요. 어머니가 나와 계실지도 모르고."
완 "아아.. 연애하는 모습은 들키기 싫다?"
여경 "오늘은 즐거웠습니다."
여경 "근데.. 집으로 가세요?"
완 "그럼 집으로 가지, 절로 가리?"
여경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본가로 들어가느냐 명빈관으로 가느냐 뭐 그런.."
완 "당연히 명빈관이지. 내 살림이 거기 다 있는데."
여경 "살림!? 차렸어요?"
완 "살림이야 진작에 차렸지."
여경 "누구랑.. 설마 차송주씨..?"
완 "송주..?"
완 "야! 너는 나를 뭘로 보고!
나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구질구질하게 살림 같은 거 차려놓고
구속하고 구속 받는 그런 관계는 질색인 사람이야."
여경 "아아.."
왠지 안심하며 미소 짓는 여경
완 "걔랑 나는 서로 영혼의 깊이에 감화 감동받아 영혼의 동반자가 된,
그러니까 그 뭐라 그럴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귀한 관계야, 알아?"
여경 "무슨 종교집단 같은데서 만났나 봐요?"
완 "종교 집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완 "하긴 걔랑 나와의 첫 만남이 좀 강렬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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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빈관 최고의 기생이라더니, 소문대로 도도하시구만."
"그래봤자 기생은 기생이지 얼마나 잘났다고 초장부터 튕겨?"
송주 "기생도 남자 보는 눈은 있답니다.
죄송하지만 제 스타일도 아닐뿐더러 술맛 떨어지게 하는 묘한 관상이네요."
"뭐야? 기생년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때릴듯이 손을 지켜드는 순간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완 "그 더러운 손 좀 치워주겠나."
wtf
완 "아름다운 숙녀 분한테 폭력은 예의가 아니지."
상당히 미화된 본인 회상 버전이라 그런지 두 컷만에 가뿐하게 처리한 완
완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송주 "뒤를 조심하셔야겠네요."
뒤를 노리던 자를 가볍게 쓰러뜨리는 송주의 날렵함에 흠칫 놀라는 완
송주 "고맙다는 말은 사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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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 "가끔 뇌쇄적인 그 미소에
내가 잠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우린 남자, 여자, 이런 거 안하고 그냥 쿨한 소울메이트로.."
문득 옆을 보면 이미 차에서 내려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여경
완 "야! 너는 사람이 말하는데 말도 안하고 그냥 가냐 예의 없게."
여경 "소설을 쓰십시오 아예.
가만 놔두면 천일야화가 될 거 같아서, 알아서 스스로 털고 일어났습니다."
완 "내일 뭐하냐?"
여경 "서점 주인이 책 팔아야지, 뭐하겠습니까."
완 "창경원이나 가자."
여경 "싫습니다."
완 "아 왜 그래, 또."
여경 "저는 술도 못 마시고, 댄스도 못하고,
양음료, 양음식에도 별 관심이 없으니 다른 사람 만나서 노세요."
완 "설마 너 지금 질투하냐?"
여경 "쉰소리 말고 얼른 집에나 가세요!"
순간 씩 웃더니 여경의 허리를 안듯이 확 잡아당기는 완
여경 "뭐.. 뭐하는 짓이에요 이게?"
완 "가르쳐줄게 내가."
여경 "뭐.. 뭘요..?"
완 "술은 이미 가르쳐줬으니까, 이번엔 댄스."
완이 가까이 다가가자 흠칫 뒤로 물러나는 여경
여경 "왜.. 왜 이러세요?"
완 "그래, 그렇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면 한발자국 뒤로. 음 잘하는데?"
여경 "저.. 저기.."
완 "야야,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으니까,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와야지이."
얼떨결에 완이 시키는대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고
완 "그렇지, 잘 하네. 시작해볼까?"
잔뜩 당황해서 굳어있는 몸과 얼어있는 표정이지만
완이 리드하는대로 한 발 한 발 얼추 다 따라하는 여경


여경 "이런 식으로 여자 몇 명이나 꼬셨어요?"
완 "셀 수 있으면 내가 천재게?"
완 "내일 창경원이나 가자."
여경 "됐다고 봅니다!"
완 "데리러 온다?"
싫다고 말하지 않는 여경을 보고 미소 짓는 완
완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처음 느껴보는 심장이 떨리는 설레임에 이상한 기분이 드는 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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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그날 파티 참석자 전원을 종로서로 연행하여 조사해보았지만,
무기를 소지한 자도, 초연반응을 보인 자도 없었습니다.
파티 참석자 중에 저격수가 없는 건 확실합니다.
물론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확실한 물증이 없습니다.
신분과 알리바이가 확인된 다른 참석자들은 일단 훈방 조치했습니다."
마모루 "그래, 그럼 향후 수사는 어떻게 할 셈인가?"
코우지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우에다 사모님의
개필파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란 점입니다.
사모님의 초대장이 중도에 분실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필파티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가짜 초대장을 보낸 자,
즉, 사모님의 진짜 초대장을 가로챈 자가 바로 범인일 것입니다."
순간 물 마시다가 사래가 들리는 마모루
수현 "괜찮으십니까?"
마모루 "괘.. 괜찮네.. 계속해봐."
코우지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그 우편물 탈취범을
찾는데 주력해서 수사할 방침입니다."
마모루 "그런데.. 진짜 초대장의 탈취범과 가짜 초대장을 보낸 자가
반드시 동일인물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코우지 "어쨌든 그 자를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
마모루 "어, 그게.. 사실은.. 사치코의 초대장을 없앤 건.. 바로 나야..
어쨌건! 종로서에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이 사건은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알겠나!"
기껏 준비한 수사방향이 무용지물이 되자 짜증이 난 것 같은
코우지를 재밌다는듯 지켜보는 수현
코우지 "조작된 초대장은 감식반에 넘겼나?"
강구 "지질과 필적을 조사중입니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지문 감식도 의뢰했습니다."
코우지 "참, 그 지라시 편집장 말인데."
강구 "김탁구 말입니까?"
코우지 "주민동향서 좀 가지고 와 봐."
강구 "알겠습니다."
수현 "김탁구씨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코우지 "개필 파티 기획에서부터 진행을 준비했던 인물이야.
사모님의 초대장이 배달되지 않은 관계로,
파티장엔 김탁구가 초대한 인물들 밖에 없었어. 뭔가 수상하지 않아?"
강구 "이번 사건의 핵심에 서있는 인물은 누구보다 나여경입니다."
수현 "나여경씨가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저격은 원거리에서 이뤄졌습니다.
사수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고, 나여경씨를 공범으로
잡아들이기엔 물증과 증언이 너무 부족합니다."
코우지 "이 문제는 이강구 순사부장에게 맡기도록 하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입을 열게 만들어.
분명 강인호, 차송주와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거야."
보란듯이 수현을 향해 웃음을 날리는 강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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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완을 기다리고 있는 여경은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계만 보다 누군가 온 소리에 반갑게 일어서는데
강구 "이런. 누굴 기다리고 계셨나?"
강구 "요즘 아주 재밌게 살더구만.
생각지도 못한 차림으로 파티장엘 나타나질 않나,
위기의 순간마다 달려 와주는 남자를 둘씩이나 두고 설쳐대질 않나."
강구 "차송주가 파티장에 데리고 가면서, 뭐 다른 말은 없었어?"
여경 "다른 말, 어떤 말이요? 도대체 몇 번을 말해요?
재미있는 자리가 있으니 가보자고 하길래 호기심에 따라간 것뿐이라구요."
강구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거야?"
여경 "제가 뭘 알아야 되는데요?"
강구 "그 자리에 그런 옷차림으로 나타난 건
내기 말고 다른 목적이 있었을 텐데.."
여경 "내기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강구 "아니 이거 정말 몰랐던 모양인데?
혼자 고고한 척은 다 하더니 부잣집 도련님의
심심풀이 안줏거리로 농락당한 꼴이 됐으니."

여경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군요."
강구 "이제 내기도 끝났으니, 널 지켜주던 비호세력도 떨어져나가겠군.
똑바로 알아둬. 앞으론 운 좋게 피해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불안한 예감으로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여경은
그동안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일련의 일들을 떠올려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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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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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 "어? 왔어?"
완 "안 그래도 막 데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여경 "내기란 게 뭐예요?"
여경 "경성 최고의 촌닭 조마자를 모던걸로 만들어주겠다,
술자리에서 당신이 그렇게 내기를 걸었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완 "그건.."
여경 "사실인가 보군요."
완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여경 "첫인상은 뭣 같았지만, 만남이 계속되면서 생각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구나,
누구에게나 숨겨진 좋은 면이 있구나.
나랑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나름의 아픔과 입장이 있는 거구나."
여경 "과거의 아픈 상처 때문에 조금 삐뚤어지고
조금 방황하고 있을 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경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아프고.. 때로는 힘을 얻기도 했어요."
여경 "그런데 위기의 순간마다 대가 없이 달려와 도와준 것도,
내 앞에 불쑥불쑥 나타난 것도,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이 모두
내기를 위해 꾸며낸 계산된 행동이었단 말이군요, 그러니까."
완 "말로 설명하기 복잡하긴 하지만,"
여경 "됐습니다. 목적 달성을 하셨으니 이젠 더 이상 볼 일이 없겠네요.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완 "잠깐만! 나한테도 말할 기회를 줘야..!"
다급히 여경을 잡아 돌려세우는데
눈가에 가득한 눈물에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해지는 완
여경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십시오."
(늦게 올린 7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