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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올해 서른에 엄마를 조금만 좋아하기로 한 후기(약간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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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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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회산데 엄마랑 통화하고 슬퍼져서

약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정리 안된 채 쓰는 잡글이니까 이해 해줘..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붙어있길 좋아했다.

난 세심하고 민감한 스타일인데 엄마는 큼직큼직한 것만 기억하고 약간 잘 잊어버리고 뒤끝없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끈질기게 붙어 있어서 엄마가 조금 힘들어했던 것 같다.


가족 경조사 챙기는 걸 좋아해 초등학교때부터는 아빠 엄마 오빠의 생일을 챙기는건 항상 나였다. 정작 엄마는 내 생일을 항상 잊어서 마음 속으로 조금 서운했다. 그 때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봐도 내년이면 또 잊어서 좀 더 서운해졌다. (그래도 한 10년간 서운해했더니 한 2년 전부터는 내 생일도 기억해주기 시작했다. 뭐 하나 얻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남자 둘한테 갔고 항상 나는 양보하는 쪽이었다. 막내인데 다른 곳에 가면 항상 첫째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냥 막내같이 커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을 서울로 갔다가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고 인생이 잘 안풀려서 다시 집으로 내려왔다. 내 멘탈은 많이 망가져 있었고 돌아보면 그 때의 우울증은 꽤 위험했던 것 같다. 돈이 부족해져 상담선생님과의 상담을 지속하지 못하고 집으로 내려와서는 그냥 버텼다. 엄마는 게을러터진 나를 닥달하기만 했다. 하루종일 잠만 자고 방에서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후 다시 취업을 하면서 조금 덜해졌지만 여전히 남는 시간에 쉬고 있으면 엄마는 내가 게으르다고 한마디 한다. 투잡을 뛰고 있는데도 쉬는 나를 보면 게으르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게으른 딸이다. 내가 약간 벼락치기 성향에, 부지런하지 않은 건 알지만 직장도 다니고, 일을 하나 더 하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게으른건지 게으름의 기준이 뭔지 조금 궁금해진다.


엄마를 나는 너무 사랑한다.

이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 없다.

엄마의 사랑 방식은 먹이고, 치워주고, 그야말로 가정주부로서의 모든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내가 밥을 안 먹으면 걱정해주는 사람은 우리 엄마 뿐이다.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걸 아는데 오빠 앞에서는 왠지 내가 그 다음일 것 같다. 아빠보다, 엄마 자신보다 나를 사랑하는 걸 알겠는데, 오빠 앞에서는 잘 모르겠다. 웃긴 생각이지만 오빠랑 내가 물에 빠지면 오빠를 구할 것 같다. 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고 내 추측인 걸 안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그 사실이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내가 엄마에게 너무 집착하는걸까.


오빠는 어릴 때부터 사고를 자주 쳤다. 그 때마다 부모님은 혼도 내보고 타일러도 봤다. 근데도 안 고쳐졌다. 엄마 아빠의 가슴은 멍으로 가득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꽤 큰 사고를 쳤다. 그래서 이젠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 생각하며 조금만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오빨 의심하고 냉정하게 굴었다. 말도 매몰차게 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엄마는 내가 너무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그게 또 상처가 됐다. 엄마가 오빠를 더 사랑해서 그런 것만 같았다. 오빠의 부족한 점에 대해 한마디 하면, 너나 잘하란 듯한 답이 돌아온다. 완벽하지 못한 동생은 그런 말 한마디도 할 자격이 없나보다.

오빠는 떨어져살고 나는 같이 살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오빠보다 더 편한 사무 일을 하고, 주말엔 내 방에만 붙어있는 나는 엄마 눈에 세상 편해보이는 애다. 그냥 엄마 마음 속엔 내가 게으른 애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 같다.


마치 연인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면 질투하는 것처럼 그렇게 30년의 짝사랑을 엄마에게 쏟아붓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잘 표현도 하지 않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 놀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했다.

근데 이제는 조금만 사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말에는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부모님이 걱정하고 내 안위를 걱정해서 말려도 그냥 그러기로 했다. 솔직히 아직 독립할 돈도 다 못 모았고 부모님이 도와주시기도 했어서 남들처럼 그렇게 멋지게 독립할만한 처지가 못된다. 근데 대출을 받든 코딱지만큼 모은 돈으로 해결하든 그냥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떠나면 나도 오빠처럼 그리워해줄까?

나는 엄마를 덜 사랑할 수 있을까.


길고 유치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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