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주 볼 일은 없었는데 삶이 너무 불안정하고 정신과 치료도 끝이 안보여서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봄.
비용은 2만원. 1시간 조금 못 채우고 나옴. 이것저것 잡다하게 물어봤는데 다 잘 대답해주셨고 좀 틀린부분도 있지만 좋은 말 들어서 나름 기분이 좋아짐.
철학관에서 봤고 인터넷에서 찾음. 사무실 같은(?) 그런 곳이 아니라 아파트 가정집임.
가니까 중후한 할아버지 한 분이 텅 빈 방 안에 컴퓨터 책상이랑 책장만 두고 앉아계심. 일단 생일만 말하고 사주를 보기 시작함.
그리고 이것저것 준비해간 질문을 하나씩 던져봄. 이후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음.
1) 타고나길 사교적이고 주위에 남자가 끊이지를 않고(주변에서 가만 놔두지 않는다고 함) 임기응변이 뛰어난 타입
- 완전 틀림.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음. 남자도 여태까지 사귀어본 적이 딱 한 번임. 근데 내가 여태까지 집에 쳐박혀 있는 시간이 더 많고 사람 사귈 일이 없었기에 그런 걸 수도 있음. 사주대로 사는 사람 많지는 않잖아? 임기응변이 뛰어난건 어느정도 맞긴 함. 구렁이 담 넘어가듯 변명을 잘 함(...)
2) (내가 결혼 할 생각 없다고 하니까 솔직히 말해주신다고 하면서 하는 말씀이) 남자는 많은데 쓸만한 남자는 없고 이혼을 여러번 하고 자식운도 없음
- 이건 뭐... 미래니까 나도 모르겠다만 딱 한번 한 달 정도 사귀어본 남친이 개그지 같았던거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3) 금전운 없음. 그냥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써라
- ㅠㅠㅠ 내 인생에 일확천금따위 없다.
4) 한군데 정착하기가 어려움. 주위에서 원하는 인간상에 맞추기보다는 나 원하는대로 해라. 어차피 틀에 맞추려 한다고 맞춰질 타입이 아니다.
- 완전 잘 맞음. 나 내 주변 상황에 쉽게 질려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삶을 되게 좋아하거든.
5) 19~22세가 최하로 끔찍히 안 좋음.
- 정말 안 좋았음. 만성 우울증 최대치 찍은게 이 시점이었거든. 치료를 23살에 시작했고ㅋㅋ
6) 초기는 불안하고 앞이 안 보이겠지만 중년에 좀 풀리다 말년에 편해질 사주라고 함
- 이 말은 다시 풀어쓰자면 지금까지 개 엿같았지만 앞으로 운이 좀 낮아지더라도 이보다 더 엿같아 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임. 만약 이때만큼 하락세 맞으면 난 진짜 못 견딜 것 같음. 진짜 안 좋았어...
7) 학업운은 나름 괜찮. 29세부터 다시 하락세 들어가니 그 전에 공부하던거 빡세게 해서 통과해라
- 이건 뭐... 준비하는 시험 있어서 열심히 해보려고
8) 가족 구성원하고 전혀 합이 안 맞음.
- 궁합 간단히 봐주셨는데 엄마하고는 둘다 기가 세서 안 맞고 동생하고는 상성 최악, 아빠는 도움도 안 되고 같이 있을 수록 마이너스 되는 존재. 아예 연을 끊으라는 이야기는 아닌데 떨어져 사는게 훨씬 서로에게 좋다고 함. 내가 지금 타지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확실히 같이 살 때보다는 상황이 좀 낫긴 함.
9) 예술 계통이 잘 맞음.
- 작가 하고 싶은데 뭔가 자신감 상승함
10) 뭐든 그럭저럭은 하는데 뭐 하나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음
- .... 맞는 말임ㅠ 기본 파트는 다 우수하게 통과하고 심화 들어가면 망함ㅋ
11) 건강이 많이 안 좋음. 온 몸이 건강을 타고나지를 못해서 관리를 잘 해야함
- 얘도 맞는 말임
올해하고 내년은 운 흐름이 드디어 트이는 시기라서 최선을 다해보라는 말 들었고 조금은 노력을 해보려고 함.
이 말들을 완전히 믿고 신봉하는건 아니지만 불안할 때 한 번쯤 가보는게 좋을 것 같긴 함.
버스 갈아타고 시의 외곽까지(시내버스 종점이더라) 가서 봤는데 후회는 안함(재밌기도 했고ㅋㅋ)
+ 사주 봐준 분 말로는 삼재니 아홉수니 하는 건 다 없는거라고 비싼 돈 받고 그런 말 하는 곳은 가지 말라고 그러더라. 질문 다하고 잡담 좀 하는 도중에 나온 이야기인데 비싼 돈 받고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돈에만 눈 먼인간들 많다고 되게 싫어하시던게 제일 기억에 남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