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출산한 아기엄마덬이야.
어디 말할 곳도 없고 친구들한테도 무거운 얘기라 못 하겠고.. 서럽고 답답한 차에 익명의 힘을 빌어 더쿠에 써본다.
다낭성이라 몇 달 배란유도제 먹고, 과배란 주사 맞고 운 좋게 자연임신 하게 되었어.
임신 중 입덧도 심하지 않고 아기도 잘 크고 이벤트도 없어서 나는 내가 임신이 체질인 줄 알았슨..
나이도 많지 않아서 니프티나 이런 거 할 생각도 안했었고 ㅠㅠㅋㅋ
38주에 진통 와서 병원 갔고, 출산 전 초음파 보니 아기가 하늘 보고 있다는거야
이러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일단 지켜봅시다 하셔서 무통 맞고 자다가 무통 효과 슬슬 떨어지던 차에
선생님 오셔서 무통 안 넣으면 1~2시간 이내에 끝날 것 같고 넣으면 더 길어질거라고 하시더라고. 안 넣고 빨리 끝내자고 하셔서 알았다고 함.
간호사 분들이 진행이 느리다고 힘 열심히 주라고 함.. 근데 허리가 너무 아팠어
다시 초음파 봤을 때는 아기 돌고 있다고 하셨고, 열심히 힘주기 연습하던 차에 갑자기 주치의 선생님 들어오시고 분만실 분위기가 급박해지기 시작함
나는 몰랐는데 나한테서 출혈이 심했나 봐. 남편한테 아기 빨리 안 나오면 수술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
힘주라고 하는데 허리는 너무 아프고 간호사 두 분이 내 배 누르고 있다가
소아과 선생님, 마취과 선생님 다들 오셔서 나를 둘러싸고 남자 선생님인 마취과 선생님이 손 바꿔서 내 배 누르면서 흡입분만 시작함..
한 일곱 번, 여덟 번 흡입하면서 힘 줬는데도 안 나오고 아기 심박수는 두세 번 떨어지고.. 선생님이 한번만 더 해보고 수술하자고
하는 찰나에 아이가 나왔는데.. 울음소리가 안 나더라.
아기 못 안아보고 후처치 하는데 계속 배는 누르고 너무 아팠음 ㅠㅠ
소아과 선생님 대기하고 계셔서 바로 기도삽관 하고 신생아 중환자실 있는 큰 병원으로 전원 가고,
보호자 있어야 하니까 남편도 바로 그쪽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혼자 분만실에 누워있는데 너무 서러운거야
분만실에서 남은 피 나오는 거 누르면서 몇 시간 기다리는데 눈물이 나서 눈이 퉁퉁 부어버림..ㅠ +나중에 거울 보니까 얼굴로 힘줬는지 얼굴이랑 눈에 실핏줄 다 터져서 꼴이 말이 아니었음
다른 분만실에서 나는 아기 울음소리도 너무 부러웠다.
퉁퉁 부은 눈으로 옷에는 피 다 묻어서 간호사님이 끌어주시는 휠체어 타고 입원실 가는데 앞으로가 무섭고 아기 잘못될까봐 너무 걱정되더라.
다들 하는 거니까 나도 무사히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임..
큰 병원에서 남편이 설명 듣고 왔는데 뇌 초음파 찍어보니 아기 뇌에 전반적인 손상이 있고, 저체온 치료 한다고 하더라고.
별일 없으면 연락 안 할 건데 새벽에 연락 오면 마음의 준비 해야 한다고.
결국 아기는 생명의 위기를 이겨내 주긴 했지만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는, 아픈 아기가 되었어.
유전자 검사도 권유 받았는데 아직 하진 않아서 출산 전부터 아팠는지, 출산 중 힘을 못 줘서 난 사고인 건지 아직 알 수는 없어.
하늘 보고 있다고 할 때 제왕절개 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까.. 처음부터 선택제왕 할 걸 그랬나 후회는 많지만,
뇌에는 가소성이 있어서 열심히 재활하면 어떻게 자랄지 알 수 없다고 하니까.
부모인 내가 힘내봐야겠지..
육아하는 사람들 다 그렇겠지만 출산하자마자 너무 생각지도 못한 세상이 열려서 당황스러운 중이야.
아기 걱정에 밤낮으로 검색하니까 세상엔 아픈 아가들이 너무 많더라.
이 세상에 아픈 아기와 산모가 없길.. 혹시 출산 앞둔 덬들은 모두 순산하길 바라.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서 낳아..흔치 않은 케이스지만 그냥 가까운 분만 병원에서 낳았다가 후회하는 중임)
나도 곧 아기 퇴원해서 육아지옥 입성한다..! 앞으론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