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울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북에서 왔다 이렇게만 알고 자라서 북한 출신이라고만 생각했지
근데 나중에 보니까 실향민이라 북한 출신도 아니시더만.
625 터지기 전에 38선 기준으로는 엄연히 남한이었던 지역 출신이시고
문제는 전쟁이 끝나고 휴전선이 생기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향이 북한으로 편입됨
이렇게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실향민이래 난 이 개념을 꽤 나이 들때까지 정확하게 몰랐어
전쟁통에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버지, 내 증조할아버지한테
우리 남쪽으로 가야한다, 여기가 북한이 되면 어떤 꼴이 날지 모른다...하셨는데
고향이 여기인데 어딜 가냐며 가려면 가려면 너 혼자 가라고 엄청 뭐라 하셨대
그래서 할아버지랑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가족들만 서울로 오심
할아버지 가족들 아직 이북에 계시겠지....북한 출신도 아닌데 갑자기 전쟁 후에 북한 사람이 되어서....
전쟁중에는 특수부대에서 복무도 하심...그래서 십년쯤 전엔가 무슨 명패도 받으셨어 국가공훈자의 집?
전쟁 얘기를 평생 꺼내신 적 없어서 전혀 몰랐어
서울오셔서는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이게 성공해서
큰 돈 버시고 자식 셋도 다 전문직으로 키우셨어 대단하지
울 할아버지 할머니 진짜 대단한 건 그 와중에 남녀차별 1도 없었다는 거임
우리 고모가 거의 70 다 되어가시는데 대학나오고 미국 유학함
그래서 난 어릴때 남녀차별 그런거 1도 못 느끼고 자랐어 내가 87년생인데
명절에 여자라고 일해라 그런 말도 못 들어봄
오히려 하고 있으면 힘드니까 나가서 놀라고 그러셨음
(물론 며느리들은 일 해야 했다....이건 뭐...그래서 엄마 생각하면 할머니 살짝 밉긴 한데 나한테는 너무너무 잘 해준건 맞음 엄마도 그건 인정해서 그런가 할머니를 싫어하거나 그러진 않은듯...손주들을 차별없이 너무 챙기는 할머니였어서)
나 대학생때 어학연수 갈 때 할아버지가 도와주시기도 함
내 추측으로는 아마도 남쪽으로 와서 가족들이 너무 적었고
딸이든 아들이든 다 너무 귀하다고 느끼셨던거 아닐까 싶은데
그런거 고려하더라도 그 시절에 진짜 흔치 않았던 건 맞지 대단하지
며칠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어제 발인하고 매장해드렸어
할머니는 10년쯤 전에 돌아가셔서 이미 묻혀계셨고
파주에 이북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묘지가 있거든~ 거기 할아버지가 미리 분양받아 두셔서 ㅎㅎㅎ
그냥 생각나서 써봤어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기야!
할아버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