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좋아해서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역작인 <밤은 부드러워> 꼭 한번은 완독하고 싶었는데 바빠서 미뤘다가 이제 읽어봤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개츠비만큼 구조적으로 깔끔하진 않았지만 자기고백적 측면에선 더 좋은 소설이라고 호평해서 기대 많이 하고 읽었어.
한때는 전도유망하고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였던 딕(누가 봐도 피츠제럴드 자캐)이 부유하지만 정신병이 있는 니콜(누가 봐도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가 모티브임...)과 결혼해서 호화롭고 방만한 삶을 살다가 서서히 몰락해가는 내용이야.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미화하는듯 했다가 그에 대조되게 알콜중독으로 정신적으로 몰락해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게 안쓰럽게 느껴져. 문장도 피츠제럴드 특유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아.
'하늘색 정장을 입은 니콜이 어두운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를 '바깥 날씨 한 조각이 길을 잃고 흘러드는 것처럼 니콜의 하늘색 정장이 미끄러져들어왔다' 뭐 이런식으로? 요즘 소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문장이라 신선해.
여기서부턴 불호 얘기인데... 피츠제럴드가 아내 젤다에게 정말 무례했다고 생각해. 피츠제럴드와 결혼 전부터 사교계에서 유명했고 예술과 문학에 나름 재능있던 사람을 정신병 때문에 남편에게 의존하는 사람으로 그려놓은게 많이 짜치더라. 본인의 몰락을 아내와 아내 친정 재산 때문이라고 하는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피츠제럴드가 평소 아내의 발언과 아내가 준비하던 소설에서 슬쩍 가져다가 자기 소설에 써먹었단 걸 들은 이후론 위대한 개츠비도 예전처럼 읽히진 않더라구
그래도 워낙에 유명한 고전이고 읽고싶었던 책 도장깨기해서 흐뭇하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