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태어나고 나서 얼마 안 지나고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엄마랑 둘이 살다가 내가 4~5살때쯤 엄마가 재혼하시고 새아빠랑 새언니가 생겼는데
중학교 졸업할 때쯤 새아빠가 경제적으로 엄마한테 너무 힘들게 해서 또 이혼하셨어.
그 당시에는 이혼이 아니라 잠시 별거하시는 줄 알았는데
질풍노도의 고3 자소서를 쓸때쯤 담임선생님이 너의 어려운 가정상황(=이혼)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보라고 하셔서
으잉?스럽게 그때서야 이혼사실을 알았지만ㅋㅋㅋ
근데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동안 내가 친아빠, 친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친가족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거야!
ㅇㅇ 나 태어나고 얼마 안지나 이혼하셨기 때문에 난 친아빠에 대한 기억도 없었고
엄마가 재혼하시고 내가 새아빠랑 성이 다르다는거에 혼란스러워 할까봐 새아빠 성으로 내호적을 새로 팠던 거지.
난 우리 네 식구를 너무너무 사랑했고, 내 가족은 곧 나였는데, 그 모든게 와르르 무너져 공중분해된 느낌이더라.
새아빠가 채무가 많아서 엄마는 중3졸업날 이후로 내가 아빠언니랑 연락도 절대 못하게 막았었고,
이젠 새아빠 얼굴도 기억이 잘 안나.. 가끔 네 식구가 좋았던 기억들이 꿈에 나오는데도, 아빠 얼굴은 그냥 아른아른해.
2.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어느날 엄마가 갑자기 엄마 친구랑 엄마랑 나랑 셋이 밥을 먹자고 그러더라구.
그 후로도 종종 엄마 친구라고 하는 그 아저씨랑 1~2년에 한 번정도 밥을 먹었는데,
엄~청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이 피어오르고 별로 달갑지도 않았고 만나고 와도 찝찝했었는데...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내 친아빠라는 거야!ㅋㅋ 이것도 고3 그 비스무리한 시기에 알게 됨ㅋㅋㅋㅋ
대학교 들어가서부터는 그 친아빠가 나를 좀 더 자주 보길 바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질 줄 알았는데,
어색함+불편함+짜증남+엄마랑 어린나를 일찍 버렸다는 배신감+
그 사람과 그 가족이 신혼초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듣고 난 후 밀려오는 원망+
미안한 내색없이 너무 당당하고 떳떳한 태도+종교(기독교)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이기적인 모습 등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고착화되니까.. 난 여전히 그 사람을 내 친아빠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더라고....
그러다 최근에는 그동안 새아빠 성을 쓰던 내 이름과 호적을 정리하고
친아빠 성을 쓰던 이름을 다시 되돌리는 작업을 했는데
(학교 이력부터 내 모든 개인정보를 다 바꾸느라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이었징..)
바뀐 이름 적응도 안되고, 내 20년이 넘는 역사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고ㅋㅋㅋ
정체성이 흔들려서 나이에 안어울리게 또 방황했다... (아직도 방황 중인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이름을 소개하려고 하면 입이 안 떨어지는 뭐 그런 정도?ㅎㅎ
3.
아효.. 이제와서 그 생물학적 친아빠 가족들은 내가 명절마다 찾아와주길 바라고,
(내가 친아빠의 유일한 혈육이라고 함... 친아빠도 여러번 재혼해서 지금은 혈육이 아닌 아들이랑 같이 산대)
친아빠의 아버지 (친할아버지) 장례 때도 나를 오게 해서 3일 내내 고생을 시키더라고....
핏줄이라는 이유로 난,
날 딸 대우해주지 않았던 사람에게 아빠 대접을 해줘야 해?
내가 못된건가.. 내가 이해심이 부족한건가?
이 사람한테 아빠라는 말이 죽어도 안 떨어지는데.. 노력해서라도 아빠라고 부르고 관계개선을 위해 힘써야 할까?
진짜 짧게짧게 쓰려고 했는데 왕긴글주의 되었네... 그냥 답답해서 털어놓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