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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메디컬 통역 알바하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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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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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중이니까 후기 아니라 중기겠지만



일 구하느라 구인사이트 뒤지다가 별 기대 없이 Korean 을 쳤더니 메디컬 통역 구하는 공고가 딱 하나 뜨더라고

나는 통역할 만한 영어 실력이 안 되기 때문에 친구한테 야 이런 것도 있더라? 하고 말하고 지원은 안 했는데

친구가 밑져야 본전인데 함 해보라고 뽐뿌 넣어서 암 생각없이 레쥬메 보냈는데 테스트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더라


이것도 당연히 떨어지겠지 ㅎㅎ 했지만 면접 경험치 올리려고 갔는데 시험이 생각보다 쉬웠다

일반 상식 수준의 문제 (다음 중 통역사가 취해야 할 프로페셔널한 태도는? 뭐 이런 거)

의학 용어 4지선다,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안내문 영어-한국어로 번역, 당뇨병에 대한 의사 조언을 영어-한국어로 동시통역

이렇게였는데 나는 하면서 개망함 ㅋㅋㅋㅋㅋ 이랬는데 하고나서 바로 연락이 옴... 점수 매우 높았다면서 ㅡㅡ;;


내가 의료 관련 전공이라 medical terminology 수업을 들은 게 있어서 의학용어 문제를 꽤 많이 맞춘 게 도움이 됐나봐

사실 이것도 되게 운이었던 게 헷갈려서 찍은 것도 많았는데 찍은 게 거의 다 맞았... 하하

 

암튼 이렇게 어어 하다가 취직이 됐는데 여긴 한국인 많은 곳이 아니라 한국인 수요가 많지 않아서

내가 유일한 이 지역 전담 한국어 통역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두 건? 많아봤자 세 건? 그 정도임

시급은 20달러인데 10분을 해도 2시간은 무조건 미니멈으로 쳐줘서 한 번 가면 40달러 받는다고 생각하면 돼


2시간 넘은 적은 지금까지 딱 한 번이었어 이건 오버페이로 좀 더 쳐주더라


처음엔 한 번 가면 40달러 꽤 괜찮네? 했는데 하다보니 이게 많은 돈이 아니더라고


사무실에서 이 때 가능하냐고 문자를 보냄 -> 내가 오케이 하면 병원 정보랑 환자 이름 씌여진 timesheet 을 이메일로 쏴줌

-> 이걸 프린트해서 병원으로 직접 가서 환자를 만남 -> 통역이 끝나면 접수직원한테 timesheet 에 확인 싸인을 받아서

사무실에 스캔본을 보냄 -> 돈이 입금됨


이런 루트로 일이 진행되는데 집에 프린트가 없어서 프린트하러 왔다갔다 하는 시간, 옷 갖춰입고 (정장 입고 가야 함)

화장하고 나가는 시간, 병원 왔다갔다 하는 시간 (이건 마일리지로 따로 챙겨주긴 하는데 엄청 적어서 없는거나 마찬가지)

나는 또 쫄보라 혹시나 늦을까봐 늘 일찍 나가는데 그러면서 버리는 10-20분 이런 거 다 합치면 시급 10달러나 다를 바 없더라


보통 저런 시간을 들여서 일을 오래 하고 그만큼 많이 벌면 상관없는데 저렇게 다 하고 40달러 받으니까 별로더라고


그래도 일은 꽤 재미있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넘 많고 나중에 경력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나는 bilingual 근처에도 못 가는, 그냥 기본적인 회화나 겨우 되는 의학용어 그나마 좀 아는 한국어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갈 때마다 긴장하고 하면서도 자주 당황하고 가기 전에 단어 공부 간단하게라도 하고 가고 그러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하고 있는 이유는 이게 한국어-영어 통역이 아니라 대부분 영어-한국어 통역이라서임


환자들이 대부분 영어 못 하시는 노인 분들인데 할수록

아 이건 영어가 더 편한 여기서 자란 애들은 오히려 나보다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함

여기서만 자랐으면 녹내장, 비문증, 제대혈, 풍진, 소아마비 뭐 이런 단어들 못 들어봤을 거잖아

저런 단어를 따로 공부할 기회도 없었을 테고


그런데 나는 반대니까 오히려 하겠더라고

모르는 단어 나오면 폰으로 슬쩍슬쩍 검색도 하고 ㅎㅎ

눈치로 때려맞추기도 하고

의사한테 그게 뭐냐고 내가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사무실에서도 중간에 사전 찾는 거 적극 권장함

모르는데 엉터리로 하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ㅇㅇ

진짜 전문가 수준의 완벽한 통역을 요구한다면 이게 시급 20달러 짜리 일이 아니겠지


아직까지 크게 당황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사소하게 곤란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는데


대부분은 친절하지만 가끔 접수원이나 테크니션이 나한테 좀 불친절하다든가


나는 진료시간만 통역하면 끝인데 환자가 자기 다른 스케쥴 잡는 것도

좀 전화해달라면서 끝나고도 붙잡아서 삼십 분 넘게 잡혀 있었다든가 (전화를 엄청 돌려가지고ㅠ)


나는 사무실에서 알려주는대로 갈 뿐이니까 전혀 스케쥴 권한 없는데

가끔 난 통역 필요없는데? 하면서 거부하는 분들이 있음

하지만 누가 실수로 요청했건 안 했건 내가 한 번 차트에 등록되면 무조건 환자 옆에 있어줘야 되거든

본인이나 보호자가 영어 잘 해도 상관없이 있어야 됨... 그럴 때 좀 민망하고 당황스럽고


보호자가 바이링구얼이라서 보호자가 대부분 통역한 적도 있었는데

직원이  마지막에 나 듣는 데서 당신들 정말 통역 필요함? 취소하는 게 낫지 않아?

이랬을 때는 뭔가 면전에서 해고당한 기분 든 적도 있었고


언제는 문진 중에 언제 머머한 적 있나요? 했는데 할머님이 "최근에 그랬다 ㅇㅇ"

하셔서 내가 recently 라고 했는데 의사가 얼마나 최근이냐고 다시 물었어  

근데 할머님이 넘 태연하게 한 5년 전? 이러셔서 ㅡㅡ;


내가 오년 전이래요 하니까 의사가 날 굉장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하아.. 오년 전이 최근이라니.. 하고 한탄함


근데 이게 할머니들 특징이라ㅋㅋㅋ 이제는 아예 첨부터 내가 재차 확인을 함

두루뭉술하게 아니고 몇 년 몇 개월 확실하게 말해달라고


그리고 영어 모르시는 노인 분들이 병원 오면 주눅이 들어있는데

옆에 한국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확 안심이 되시나봐

묻지도 않은 얘기를 잘 하심 검사 중에 막 의사 누구는 불친절하고 누구는 냄새나고

쟤는 깜둥인데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까지도 막 하시는 분도 있는데


원래는 토씨 하나 안 빠지고 다 해야 되는 건데 그 자리에 같이 있는 사람이

궁금해하지 않는 느낌이면 그냥 네네 하고 들어주기만 하고

같이 있는 사람이 지금 무슨 얘기 중임? 물어보면 대충 넘기고 그래


근데 보통은 환자가 막 떠들고 내가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면

같이 있는 직원들이 ??? 되면서 기분 별로 안 좋은 티가 나기 때문에 중간에서 곤란하긴 하다 ㅇㅇ


그리고 하다보면 성적인 질문도 해야 하잖아 최근 섹스가 언제냐 성병 걸린 적 있냐 이런 거

젊은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할머니들한테 저런 거 묻기도 좀 민망할 때가 있음 ㅎㅎ

특히 보호자가 아들이거나 하면...


제일 까다로운 경우는 보호자가 한국어 영어 둘 다 잘 하는 사람일 때...

하나만 잘 하는 경우는 상관없음 어차피 내가 제대로 통역하는지 100프로 알지는 못 하니까 부담이 덜한데

보호자가 바이링구얼이면 꼬투리 잡힐까봐 긴장을 많이 하기는 해


그리고 보호자가 바이링구얼일 때 문제는 내가 끼어들 타이밍을 잘 못 잡겠다는 거...

사실 대화의 주체는 무조건 환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랑 상대방이 대화가 가능하다면

내가 끼어드는 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거고

보호자가 환자에 대한 정보를 나보다 더 잘 아니까

예전 병력이나 현재 증상 이런 건 그냥 보호자가 술술 다 말하는 게 낫지 나를 굳이 거칠 필요 없이


그리고 환자도 당연히 나보다는 보호자한테 의지하니까 의사 말 듣고 보호자 먼저 쳐다보면

보호자가 알아서 말해주고, 그럼 나는 굳이 더할 필요가 없고 이런 게 있음


이건 첨 보는 환자일 때에도 해당되는데 어떤 분들은 진짜 간단한 거 싯다운, 아윌비백 이런 것도

못 알아들으셔서 내가 다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에 저런 건 눈치로라도 아셔서

내가 일일히 다 하는 게 오히려 어색해서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이 분 영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그걸 초반에 잘 캐치를 해야 돼

어떤 분들은 내가 너무 끼어들면 아 이건 알아들으니까 할 필요 없다고 좀 기분 나빠하기도 하거든

뭣보다 내가 이렇게 다 끼어들면 진료 시간이 길어지고 맥이 뚝뚝 끊기니까 안 좋고


그리고 하다보면 의사들 특징도 다 있는데 내가 있어도 굳이 your English is good!! 하면서

환자와의 대화를 우선으로 하려고 자꾸 시도하는 사람이 있고

아예 기대를 버리고 나한테 너무 의지하는 사람도 있고


위에 쓴 recently 경우처럼 중간에 나를 불신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ㅋㅋㅋ

열에 아홉은 마지막에 환자랑 보호자한테만 악수 청하고 나가버리는데

열에 하나는 나도 굉장히 배려해주면서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고 악수도 같이 해주는 경우도 있음


사실 진료 시간 중에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매우 짧고 의사를 만나기 전 다양한 테크니션을 거침

여기는 한국보다 분야가 매우 세분화 되어 있어서 각 업무가 다 따로 있음


첨에 만나는 사람은 medical assistant 라고 진료실까지 환자 안내하고 간단한 문진, 보험 이런 거 확인하고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컴터에 업뎃하고 혈압 맥박 체온 몸무게 정도 측정해주는 사람이고


CT나 엑스레이 찍을 때는 또 radiology technician 이 따로 있어서 그것만 전문으로 하고


혈액 검사할 때는 phlebotomist 라고 피뽑는 것만 전문으로 하는 테크니션


간호사도 급이 굉장히 많아서 어떤 간호사는 의사처럼 가운 입고 최종 진료했는데도  MD가 아니라서 봤더니

간호 전문 대학원 나온 family medicine 관련 고급간호 자격증 딴 사람이더라 이것도 약어가 뭐 있었는데 까먹...  


의사도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MD 있고 그 밑에서 약간 준의사 식으로 일하는 PA 있고 암튼 엄청 다양...


어제는 첨으로 산부인과 어포인먼트를 갔었는데 여기서 midwife 의 존재를 알게 됨...

한국말로 번역하면 산파인데 한국에선 과거에나 기능했던 직업이지만 여기서는 아예 전문적으로 전공이 있어서

애 받는 걸 의사가 아니라 midwife 가 할 수도 있는 거래 그리고 단순히 애만 받는 게 아니라

산전 산후 케어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 상담 등등을 이 사람이 전담하더라고 그런데 의사는 아님 그냥 독립된 직업


여기서는 이렇게 메디컬 어시스턴트부터 사회복지사, 보험전문가, 의사, 간호사, 기타 테크니션, 기타 코디네이터

등등이 한 환자를 팀으로 케어하더라... 진료 끝나면 이 사람들 명단이 적힌 카드를 주거든 어제 갔던 데는 이게 11명이었음 ㅡㅡ;


보면서 우리 나라 간호사 의사들은 참 힘들겠다 싶었던 게 우리 나라는 간호사들이 피도 뽑고 혈압도 재고

환자 안내도 하고 다 하잖아ㅠ 의사들도 간단한 초음파 결과 이런 것도 일일히 다 시간 내서 말해줘야 하고


여기서는 그런 걸 하는 전문직이 다 따로 있더라고

우리나라라면 간호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가 할 업무조차 세분화 되어 있음..

그리고 그걸 하려면 certificate 이 필요하고... 예를 들어 혈압 재는 medical assistant 는 1년 짜리 과정 들어야 돼


나는 의료 관련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미국 병원 시스템에 무지했었는데

이 알바를 통해 시스템 돌아가는 걸 대충이나마 볼 수 있어서 아주 많이 배우고 있어

비록 내 전공 관련한 환자는 아직 한 명도 못 만났지만 ㅜㅜ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 분들이 끝나고 나면 나한테 아이구 고맙네 잘했네 하면서 칭찬해주는 게 제일 좋음 ㅋㅋ

보통은 일하면서 그렇게 피드백을 바로 받는 경우 흔치 않잖아 특히 회사에서 관리직 생산직 이런 일하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과는 보통 한참 후에 나타나거나 현장에서 고객의 피드백이 있어도 나한테까지 전달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바로바로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니까 매우 보람 있고 신나더라고


미국 온 이후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나같은 쪼렙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싶고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는 것과 영어를 일적으로 활용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이구나

이런 나도 후자의 경우엔 못 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감도 생겨서 좋았다는 후기 아닌 중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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