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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그냥 써보는 우울증약 6개월 복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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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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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증 진단은 작년 8월 말에 받았고 약물 치료는 10월부터 들어간 지나가는 무묭이야.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쥐죽은듯 살았는데 이대로는 내가 나를 죽이겠다 싶을 정도가 되서야 상담센터에 갔고 결과 받고나서 내가 정말 위험한 상태라는 걸 자각함.

병원 치료는 9월달에 갔어. 상담 받았는데 결과랑 이것저것 보시더니 조금 오래된 것 같다고 하시고 원인을 알 것 같냐고 물어보는데 과거를 전혀 기억 못하던 1인...


결국 원인 찾기는 내버려두고 현재를 살아가는데 좀 더 초점을 두고 약물을 꾸준히 먹는 중이야.


아는 덬들은 알겠지만 항우울제는 종류가 겁나 다양한데 나는 부작용도 좀 적은 편이고 중독증상도 거의 없다는 약을 먹고 있음.

2개월간 150mg으로 먹다가 300mg으로 늘려서 지금까지 왔고 혹시 도움되는 덬 있을까봐 내가 약 먹고 느낀 증상들을 몇개 적어보려고 함.



1. (부작용1) 초기 불면증상

- 이 약은 반감기가 있음. 150이냐 300이냐에 따라서 다른데 최소 20시간 이상은 깨어있는 상태라고 보면 됨. 그래서 약봉투에는 식후 30분이라 적혀 있어도 빈속이어도 괜찮으니 아침에 일찍 먹으라 하더라고... 근데 반감기가 아니더라도 부작용 중 하나가 불면증상임. 150으로 시작했는데도 잠이 잘 안오더라고ㅋㅋㅋㅠ


몇일 밤에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적응 되니까 다행히 없어짐. 부작용이 심해지면 약을 바꿔야한다는데 이 증상은 금방 사라지더라고. 지금은 잘만 잠(...)



2. 잡생각 감소+활동 증가

- 혼자 있으면 별이별 생각 다 드는데 그거 줄어들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 좀 늘어남.

- 예를 좀 쉽게 들자면 밥 먹고 그릇도 안치우고 그냥 침대 누워서 멍하니 딴 생각 하던게 약 먹고 나서는 바로 그릇 치우고 설거지하고 콧노래하면서 청소도 하는 식임.



3. (강제인지 아닌지 모를) 심히 낙천적인 사고

- 보통은 축 쳐지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는데 약먹고 나서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사고가 이상하게도 긍적적으로 돌아감.

- 좀 미친 것 같아 보이지만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타려는데 비오는 날이라 버스가 물 튀기고 지나감 -> 홀딱 젖음 -> 근데도 아무 화도 안내고 '아 젖었네~ 옷 갈아입으러 가야징~'이러고 집으로 돌아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나옴ㅋㅋㅋ 건너편 정류장에서 사람들 다 쳐다보고 약속 시간 조금 늦은 상황인데도 별 화가 안남



4. (부작용2) 식욕 감소

- 원래 다이어트 보조제인가 그걸로 쓰이던 약물 중에 하나였다고 함. 덕분에 약성분 바꿔서 다시 출시했다는 말이 있던데 여기까지는 그냥 검색해서 본 거라 정확하지 않고 부작용 중 하나가 식욕 감소가 있어. 완전 안 먹거나 이런건 아닌데 먹는 양이 점점 줄어듬. 하루 한끼 먹고도 멀쩡히 생활이 가능함. 많이 먹으면 속이 쓰려온다고 해야하나 원래 먹던 양만큼 먹지를 못해...

- 당장 다이어트 필요한 입장이라 이건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데 (2월달부터 사이즈가 엄청 줄어 들었음) 그렇다고 이걸로 다이어트 할 생각은 접어두는게 좋은게 우울증도 아닌 사람이 먹었다가는 까딱 잘못하면 정말 위험할 수 도 있다더라. 뭐 우울증인 사람도 조심해서 먹어야하긴 하지만... 반대로 식욕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5. 갑자기 약을 중단하거나 줄이면 X됩니다.

- 2,3 때문에 조금 나아진 줄 알고 약을 150으로 중간에 줄인 적이 한 번 있음. 근데 약 줄이고 나니까 스트레스를 다시 받기 시작함. 결국 한주만에 다시 가서 300으로 받아와서 먹고 지정한 치료기간 넘을 때까지는 상태가 좋아지던 나빠지던 약 복용량은 안 줄이려고...

- 나는 상태가 많이 심각했던 터라 약물 치료기간은 못해도 6~12개월은 해야한다고 잡으셨는데 지금 딱 절반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6.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술, 담배 금지

- 이 약의 다른 용도가 금연 보조제임(물론 성분은 좀 다르고 약에 적힌 이름도 조금 다름). 당연히 금연

- 술은 알코올 성분이 약하고 섞이면 안 좋다고 해서 금주. 이 약이 호르몬을 변형시키는 약이라서 그런가보다 했음(훑어본 지식이라 정확하지는 않음)

- 원래 술 안마시고 담배 안피는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술 거절할 입장 생겨서 좋은데 평소 술,담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7. 집중력은 크게 돌아오지 않음

- 내 문제 중 가장 큰게 무기력+집중력 저하였음.

- 의사쌤 말로는 동기가 너무 낮아서 삶을 살아갈 의욕 자체가 없는 거기때문에 뭔가 하고 싶은걸 찾으면 집중력과 기억력도 서서히 돌아올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 하고 싶은걸 못찾아서 이모양인건가.....

- 행동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본인이 뭔가를 하려는 마음을 먹는게 겁나 어렵다는걸 실감하게 됨. 뭔가를 하고 싶어도 지난 몇년간 뭘 해본 적이 없으니 뭘 해야할지부터 감이 안잡히는거... 대학 졸업반인 지금도 하고 싶은게 없어서 대략 난감한 상황임.



8. 개인 성격은 그리 크게 안 변함

- 사람을 대하는게 밝아진 건 사실인데 원래 집에 박혀있는거하고 혼자 있는걸 너무나 사랑하는 성격은 안 바뀜.

- 당연한걸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가진 정신질환이 문제라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엔 약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본래 타고난 성격이 내향적이고 혼자 어디 구석지에 박혀서 노는거 좋아하면 그런 면에서 약은 효과가 없는 것 같다ㅋㅋㅋ 지금도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딴짓하는 중.




대충 이 정도려나...?

지금은 작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걸 몸과 마음으로 잘 느끼고 있다.

너무 심각했던 상담과 심리검사 받던 시기의 내 말이 잘 이해가 안 될 정도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


단순 우울과 우울증은 많이 다르고 같은 우울증이라도 증상에 따라서 다른 약을 처방하고 약에 따라 보여지는 증상과 부작용은 모두 다르다고 하더라.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작용도 거의 없었고 상태도 많이 호전되어서 그나마 사람 다워졌다고 해야하나... 그럼


약물 치료 외에도 운동도 하고 있고 이것저것 할만한 일도 찾아보고 있고 도움될만한 활동은 몇가지 하고 있어.

단순 약물치료만 믿는다고 좋은게 아니고 약은 그냥 활동을 위한 도우미 정도라고 보면 될듯.

강제로라도 위로 올려내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져서 늪에 잠길 것 같은 사람을 끌어내서 그 사람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존재? 라고 보면 되려나?


정신과를 간다는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고 이런저런 불이익에 대한 소문을 들었어도 그래도 일단 내가 살고 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시작한건데 난 내 생각보다 만족함.

안갔으면 아마 작년 상담 받을 시기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겠지...


만약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혼자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싶으면 약을 받든 안 받든 정신과에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해. 아님 상담센터라도....

정신질환은 자가치유 한다는 것 자체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한다는 소리랑 마찬가지라(가벼운 우울이면 또 모르겠다만) 병원이나 상담의 도움이 필요하다더라. 


우울증 관련 글 일톡이나 후기방에 올라오는거 종종 보고 나도 생각나서 한 번 적어봄.

위에도 적었다싶이 같은 우울증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른터라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이러한 경우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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