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알아주는 곳이긴 했는데 진짜 딱 간판 하나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성적 맞춰 들어간 전공에 한참 방황하고 학점 말아먹음...문과에서 2점대로 졸업했으면 말 다했지
전공 너무 싫어서 회피하느라 휴학에 초과학기 그리고 코로나 비대면학기 등등 몇년 미적거림
그동안 사람 안 만나서 자존감 바닥찍고 집에서 덕질하고 게임하고 인방봤어 부모님 눈치에 도서관 가면서도 공부는 안 하고 책읽거나 커뮤 유튜브 보면서 놀았고
알바도 어쩌다 넣어본 곳에서 일년만 하고 끝냄
그러다보니까 취업도 하고 졸업도 해야겠는데 점점 자신감은 사라지고 스펙이랄 건 그냥 박살나있고
무엇보다 학점 3점대도 안 되는 게 진짜 크더라고
나이 많아지니까 인턴 지원하기도 위축되고 자소서에 쓸 말도 없어서 그대로 그냥 아무것도 도전 안 하고 흘려보냄...자소서를 쓰려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봐야 하는데 그게 너무 끔찍했어
나이랑 학점 블라인드되는 공기업이 그나마 답이겠다 싶어서 어학이랑 자격증 최소 스펙만 만들었고(이것도 미루느라 한참 걸림)
지자체 취업 지원 프로그램 도움 받아서 자소서랑 면접 준비하고
솔직히 시험 공부는 안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운 좋게 합격해서 취뽀함...
취업하고 보니 학교는 제적당하기 직전이길래 부랴부랴 논문 써서 졸업했고
근데 어쨌든 지금 돌이켜보니까 생각보다 내가 허상에 겁먹고 살았더라고
인생 진짜 끝난 줄 알았던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다 넘어온 산이 되어 있음
그냥 진짜 어떻게든 되더라...
뭣보다 가장 겁먹었던 나이 문제는 막상 입사해보니 동기들 중에 삼십대 초중반도 드물지 않고 당장 우리 사무실에 인턴 분도 삼십대임
근데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정작 나도 신경 안 써 내 일이었을 때는 그렇게 전전긍긍했었는데
진짜 무의미한 걸로 많은 걸 지레 포기했었구나 싶음
스펙도 다들 말하는 인턴 동아리 학회 없어도 어떻게 되긴 되더라...
생각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게 많았는데 그 구렁텅이 속에 있었을 때는 아무것도 안 보였음
몇년 방황하면서 미래 막막할 때마다 더쿠에 취업 학점 이런거 검색하던 거 떠올라서 글 써....
인생에 다음 단계가 영영 없을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까 어떻게든 넘어가지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