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톡방에 올렸다가 여기로 옮겨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글쓴게 조금 아까워 옮겨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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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살짝 자극적인건 요즘 더쿠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
우리 아가들이 아직 꿈을 펼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고 절망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서
나도 그럴 때 있었다라는 라떼 섞어서 친한 친구들한테도 얘기 못한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갑자기 글 올려본다.
나는 올해 윤석열 나이로 40살이야.
나는 그냥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라떼는 국민학교) 때 살짝 공부 잘 했다가
중학교 때 전학간 학교에서 왕따도 당하고 너무 힘드니깐 공부에 집중도 못하고 그냥 하루 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었어.
그 때쯤 아빠가 나한테 지나가다 한 마디 했던 게 기억난다
"그냥 내일이 있겠지란 생각으로 아무 생각없이 오늘, 내일 살다가 끝이 와버린다. 그 때 과거를 후회하면 소용없다"
신기한게 그 때는 별말 아니게 들렸는데 아직까지 이게 내 기억 속에 아주 깊이 남아있는 아빠의 조언 중 하나야.
여튼 그렇게 고등학교를 보내고 수능은 개같이 망했고, 수도권 4년제는 다 떨어지고
엄마가 그래도 열심히 알아봐서 미래 전도 유망하다는 말만 믿고 수도권 언저리에 있는 관광 쪽 전문대에 들어가.
정말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는건지 뭘 배우는 게 있는건지 의미 없이 2년이 흘러갔고.
친구들 졸업 전 취업할 때 나만 백수가 됨. 핑계는 난 서비스 업이 안 맞는다 였지만 나의 끈기는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어.
그래서 맨날 집에 누워있다가 살만 10KG나 찌워버리고. (나 진짜 날씬했는데..)
그냥 집에 누워서 아무런 일도 없이 하루 하루를 보냈는데, 그런 모습을 보는 엄마는 내가 넘 답답하면서 안쓰러웠나봐.
(TMI, 우리 가족 나빼고 다 서울 4년제 대학 나옴, 특히 우리 언니는 S 대임..ㅎㅎ)
갑자기 어느 날 유학도 못보내고 2년제 나왔으니 조금 더 투자할 생각으로 후회없이 재수할 생각있냐구 해서
내 전공이 너무 싫었던 나는 이대로 내 삶을 망칠 수 없다며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재수에 도전해 보겠다고 함.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 서울대 반까진 아니더라도 그 아래 반에 들어가서 중간 모의고사 봤을 때는
왠간한 서울 4년제는 모두 넣을 수 있는 성적이 되었어.
그거 보고 마음을 놓은게 문제였지...ㅎㅎ 한 번 펜을 놓으니 집중도 못하고 성적은 역시나 더 이상 오르지 않았고, 결국 개같이 망하고 재수 실패..
진짜 집에 너무 미안해서 취업을 준비했지만 아무런 스펙없는 나에게 누가 기회를 주겠어.
다행히 친구가 던져 준 알바가 있어서 하루 4시간 채워서 한달 겨우 용돈 벌이 하고 있었는데
직장 다니던 친구가 국가에서 무료로 지원해주는 교육이 있다고 시간 많으니깐 같이 듣쟤.
광고 기획자 과정이었나? 난 딱히 할일도 없고 광고라니깐 먼가 있어보여서 같이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3개월 내내 오전/오후반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과정이어서 친구는 포기하고 나만 들음 ㅎㅎ
거기서는 오전에는 기본 이론을 배우고 오후에는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쿽 3개 소프트웨어도 배웠어.
난 거기서 완전 막내였고, 시간도 제일 많다보니 출석율 100%에 모든 과제를 내가 거의 하다보니 그래도 먼가 배운 것 같드라.
그리고 3개월 후 다시 구직 활동을 하는데 그 때는 알바고 계약이고 일단 돈을 벌고 사무직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 조금 배운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를 이력서에 한 줄 더 넣고 알아봤더니 한 패션 회사에서 불러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는 SS/FW에 패션쇼를 하면 그 트렌드를 분석해서 패션 회사들한테 그 분석 내용을 발표하는 세미나 + 책을 파는 회사인거야.
나는 거기서 몇 천장의 사진들을 크랍하고 포샵하는 역할을 했었고, 단기 알바다 보니 세미나 끝나고 바이바이.
그리고 또 어디든 들어가자며 막찾고 있는데 전 회사 경험이 조금 역할을 했는지,
코엑스에서 전시회 하는 회사에 기획팀 보조 계약직이 필요한 곳에 붙게 되었어.
회사가 좀 있어보이고 규모도 있어서 진짜 기회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정직원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뽀샵/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디자인 툴만 쓸줄 알았지 진짜 필요한 오피스 문서는 다룰 줄도 모르고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은 처음이어서 일을 너무 못해 잘린거 있지? ㅋㅋㅋ
와 그 때의 절망감은 아직도 이루 말할 수 없다. 3달 계약으로 들어갔는데 1달만에 짤리고 길을 나서는데 정말 내가 싫어서 엉엉 울었어.
이렇게 말하면 외국계 회사까지 어떻게 갔나 싶겠는데.
와 이거 쓰는데도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ㅎㅎ
내가 또 회사에서 짬이 날 때 다시 2탄 쓰러 올게.
누군가는 읽겠지? ㅋㅋ